논평_
조선일보 '청와대 언론사 세무조사 개입 의혹' 보도에 대한 민언련 성명(2003.2.27)
등록 2013.08.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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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조선일보의 언론개혁에 대한 인식은 이토록 치졸한가.
25일 한 시사주간지가 '청와대 언론사 세무조사 개입 의혹'을 보도하자 조선일보는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가 기획사정에 따른 언론 말살전쟁이었음을 밝히는 문건이 보도되었다'며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도된 문건의 진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일보가 보이는 반응은 '정치 선동'의 수준이다. '언론 말살 전쟁' '권력의 대(對)언론 적개심' '전방위 동원체제' 등 조선일보는 문건을 기정 사실로 해서 선정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야 "조세정의 구실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기사를 통해 "언론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정권을 위한 공작적인 '언론장악'시도"라는 한나라당의 논평을 자세히 보도했다.
우리는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 태도에 대해 서글픔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정부의 의도'를 문제삼는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를 포함한 언론기업의 투명성 강화는 그 명분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사에 대한 정례적인 세무조사, 내부자거래 단속 등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시장질서 확립의 과제이다. 본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김대중 정부의 세무조사가 만시지탄이라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언론사에 대한 부당이득 추적, 철저한 과세, 내부 거래 단속, 무가지 살포, 광고 강요행위 등에 대한 엄정한 법 적용을 부당한 언론탄압으로 몰아가는 것은 '제 발등 찍기'가 될 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탈법 행위를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변명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선정적인 수사(修辭)로 언론개혁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훼손하면 할수록 조선일보의 초조함을 드러낼 뿐이다.
우리는 언론개혁의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조선일보가 자숙해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조선일보는 '일부 시민단체'라고 표현했지만 2001년 당시 '신문개혁국민행동'에 동참한 시민단체는 400여 개가 넘었다.
아울러 우리는 조선일보가 '명확한 사실을 전제'로 제대로 기사를 써주기 바란다.
조선일보는 27일 사설 <역시 언론공격 뒤에는 권력 있었다>에서 "문서 작성일로부터 2개월 뒤 세무조사가 시작되기까지 친여매체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한 입으로 '언론개혁'을 외쳤다. 그 단체들의 언론을 향한 공격 뒤에도 권력의 손길이 뻗쳐있었음을 우리는 오늘 새삼스럽게 감지한다 …… 이들은 '자발적 시민운동'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이번 문건은 그런 공격 뒤엔 반드시 권력이 있었다는 역사를 재확인해준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바의 뜻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권력의 손길"은 무엇이며 "반드시 권력이 있었다는 역사"는 또 무슨 말인가.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던지 아니면 충분한 설명을 해달라. 또 조선일보는 "권력의 손길이 뻗쳐있었음을 감지한다"고 썼는데, 그저 감지한 것만으로 기사를 써도 되는 것인가.
본회를 비롯한 언론운동단체들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 이르기까지 권언유착의 해체와 언론의 독립성 강화 등 언론개혁의 과제들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조선일보가 80년 광주 시민을 폭도로 매도할 때도 본회는 '말'지를 통해 광주의 진실을 알렸다. 그 때 권력의 손길은 오히려 조선일보에게 뻗쳐있지 않았던가.
우리는 조선일보가 시민운동의 자발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대의와 명분을 위해 자신의 돈과 시간과 노력을 바치는 시민들이 많이 있으며, 언론개혁운동 또한 이러한 시민들의 노력으로 전개되어 왔다. 모든 것을 자신의 잣대로 해석하고 섣불리 판단하는 자세를 버려라.
조선일보의 태도 변화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촉구하는 바이다.


 

2003년 2월 2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