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파업관련보도'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3.7.10)
등록 2013.08.0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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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보도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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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는 노동계 파업관련 보도에서 편파적 보도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MBC 보도는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강조하고 노조와 정부와의 갈등만 부각시켰다. 또 파업을 '극단적 방법'으로 몰아갔고 정작 노동자들 '왜 파업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흥은행노조의 파업 철회 이후 KBS와 SBS는 정상영업을 개시한 은행의 상황을 단순히 보도했으나 MBC는 22일 <후유증 없을까>를 시작으로 23일 <자금회복 안간힘>, 24일 <후유증 몸살> 등 3일 연속 '파업 피해'를 부각시켰다.
특히 <파업손실 270배>(6. 24)에서 MBC는 대만과 우리나라의 파업으로 인한 '손실일' 차이가 무려 270배에 이른다며 '노조파업'을 비판했다. MBC는 "노사분규에 따른 파업, 휴업, 공장폐쇄 같은 쟁의행위로 작업을 하지 못한 날짜가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자 1000명당 109.1일로 일본(1.9일)과 대만(0.4일)보다 57∼272배"라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산업자원부의 '국내 및 외국인 투자기업 노사분규 평가'라는 자료에 든 내용으로 산자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는 자료이다. 다만 조선일보에서 기자가 개인적으로 입수한 내용을 24일자에 <노사분규 따른 근로손실 한국, 대만의 270배>로 보도한 바 있다. MBC는 이 보도에서 자료출처조차 밝히지 않아 조선일보 보도를 무작정 베낀 것이 아닌 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또한 나라마다 다른 노동시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연간노동시간 2,400시간으로 OECD 가입국 중 최장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1,800시간인 일본, 2,200시간인 대만을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공정한 수치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보도는 수치만 강조함으로써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추겼다. 이 보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외평채 금리는 조흥은행 파업이 타결된 후 오히려 급등해서 불안감을 반영 … 정부가 노조에 밀려났다는 인상 탓"이라며 파업과 큰 관련 없는 것으로 판명 난 '외평채금리' 변동률을 근거로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파업 자체에 대한 흠집내기 시도도 있었다. 25일 <파업열기 시들>, 26일 <강경투쟁 외면>에서 MBC는 최근의 노조 파업이 시민들과 노조원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들은 그 원인을 "파업의 목적이 임금과 복지 등 근로조건 향상이 아닌 정치투쟁 성격"때문이라고 분석하며 '경제특구', '주5일근무' 등의 쟁점이 마치 노동자들의 삶과 관계없는 '정치적 주제'인 것으로 한정지었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투쟁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MBC는 노동계의 파업에 대한 원인이나 해결책 제시보다는 부정적 측면에 주로 초점을 맞춰 억지스런 보도까지 무작위로 내보냈다. 21일 <법과 원칙없다>에서 "요즘 너나 없이 자기 의사를 파업, 시위 같은 과격한 방식으로 쏟아내고 있습니다. 사회는 어지럽고 시민들은 불안하다"는 지극히 감정적인 멘트와 함께 보도 중간에는 "파업사태만이 아니라 납치, 강도, 유괴, 불경기 같은 말들이 사회 전반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며 보도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사건들과 파업을 연결시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또 이 보도 막바지에는 "현정부의 지지율이 역대 정권보다 낮다"며 최근의 '사회갈등'의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는 등 자의적이고 악의적인 보도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최근 MBC는 사회갈등 사안에서 보도의 균형감을 상실하고 재계 등 특정집단의 이익에 편승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MBC의 보도논조가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의 '의제설정'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보도태도를 견지하지 못한다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3년 7월 10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