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일제하 민족언론을 해부한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8.19)
등록 2013.08.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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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행적'부터 반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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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6일 KBS는 특별기획 <한국사회를 말한다>에서 '일제하 민족언론을 해부한다'편을 방송했다. 이날 KBS '일제하 민족언론을 해부한다'는 광복절 특집으로 일제시기 역사와 조선·동아일보의 보도를 비교하며, 역사학자들과 언론학자 인터뷰, 당시 신문자료, 조선총독부 문서 조사 등을 통해 당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친일행각을 밝혀냈다. KBS는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사건의 진상 ▲이봉창, 윤봉길 의사 의거 폄하 보도 ▲친일 논조로 전환을 계획한 조선일보 내부회의 ▲최초의 조선인 지원병 전사자 미화 보도 ▲조선·동아 합의 폐간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반성은커녕 KBS가 프로그램을 편성한 '의도'와 자료인용 문제 등 지엽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KBS를 비난하는데 급급했다.


조선일보는 <KBS, 주말마다 조선·중앙·동아 비판>에서 KBS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폐간이 총독부의 합의하에 이뤄졌다'는 증거로 '언문신문통제안'을 제기했으나 정작 조선총독부가 조선과 동아의 '불온성'을 지적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언문신문통제안' 영인본이 국내에 이미 출간되어 있음에도 KBS가 일본 국회도서관까지 가서 '새롭게' 자료를 확인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외부필자인 한국외대 정진석 교수의 칼럼 <KBS의 역사자료 왜곡>에서 이를 다뤘다. 정교수는 "조선총독부 경무국 도서과에서 검열관이 확대경을 들이대고 기사 한 줄, 단어 하나의 의미까지 샅샅이 까뒤집어 해석하면서 기사의 내용과 편집을 철저히 통제하던 상황"이라며 "그런 두 신문이 '반민족적'이었다는 것과, 그중 특정신문이 '왜놈신문보다 더했다'는 예고방송을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것을 보면서 책임 있고 공정해야 할 공영방송의 자세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KBS의 자료 해석이 잘못되었다'며 "이 자료('조선출판경찰개요'와 '언문신문통제안')는 총독부가 얼마나 치밀하고도 은밀하게 두 신문의 폐간을 획책했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문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두 신문과 총독부의 '합작'에 의한 폐간으로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신문은 공통적으로 KBS가 인용한 '조선출판경찰개요'와 '언문신문통제안' 등의 자료에 조선과 동아에 대한 '조선총독부의 우려'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를 누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조선과 동아는 두 신문의 '반일논조' 때문에 조선총독부가 조선과 동아의 폐간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KBS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하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일제 말기 언론통제정책을 연구한 상지대 박용규 교수는 조선총독부가 조선과 동아 두 신문의 통폐합을 구상한 이유가 두 신문의 '반일논조'때문이 아니라 "한국인 발행 신문의 '존재 자체'가 한국인의 민족의식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선, 동아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1937년 중일전쟁 발발직후 논조가 대폭 친일화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조선출판경찰개요'에는 한국인 발행 신문들이 '국책에 순응해 논조를 개선했다'는 평을 들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1930년대 말 한국인 발행신문들의 논조는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더구나 박교수의 같은 논문에 따르면 정진석 교수 역시 1990년 발간한 책에서 이 같은 평가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조선과 동아는 친일행적과 관련된 KBS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또한 두 신문은 일본의 '징용'을 옹호하는 보도를 적극적으로 했으며, 국방헌금을 독려하는 내용을 크게 기사화 했다는 문제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한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1938년 신년호에 천황부부의 사진과 찬양 기사를 실었으며, 신문 제호 위에 일장기까지 실었던 사실을 '지면'이 증명해주는데도 이를 부인하겠다는 것인가.
물론 정진석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조선총독부가 사전에 5가지 '통폐합 방식'을 구상했을 정도로 두 신문의 폐간에 공을 들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인 발행 신문의 폐간이 가져올지 모를 한국인의 '악감정'을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백번 양보해 KBS가 제시한 '합의 폐간'이 잘못된 주장이라 치더라도 조선과 동아는 폐간 당시 일본으로부터 시설 인수 비 명목으로 받은 80만원과 50만원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해명 할 것이다.


KBS에서 제시한 '언론신문통제안' 영인본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자료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까지 가서 '원문'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한다. 오히려 조선과 동아는 이 자료가 국내에 출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었던 이유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조선과 동아가 일부 자료의 출처나 의도성을 거론하기에 앞서, KBS가 문제제기 했던 조선일보 서춘 주필의 '친일전향' 발언록 내용을 비롯한 일련의 친일보도 행위와 조선·동아 폐간 이후 지급된 보상금 등에 대해서부터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조선과 동아는 입만 열면 '민족지'임을 내세워 왔다. 하지만 지난 2002년 3월 민족정기를 세우는 의원모임에서 발표한 708명의 친일파 명단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주가 포함되는 등 조선·동아 사주의 친일행적은 지속적으로 비판받아 왔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두 신문은 국정교과서에까지 '민족언론'으로 명기되어 있으며, 스스로 '민족지'라고 떠벌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광복절 특집으로 조선과 동아의 친일행적을 공개한 것은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KBS의 이번 방송을 계기로 일제시기 언론사에 대해 언론학계의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아울러 조선과 동아 역시 '의도성'을 거론하며 KBS를 '딴죽걸기'에 앞서 일제시기 자사의 행적부터 소상하게 밝히기를 기대한다. 과거에 친일행적이 있었다면 이를 인정하는 용기가 절실하다.


 

2003년 8월 1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