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10월 2일 KBS 국정감사」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0.5)
등록 2013.08.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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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국감, 언제까지 인내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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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KBS 국감은 한 마디로 '한나라당의 정치공세 장'이었다. 한나라당은 국정감사 초반부터 송두율 교수를 다뤘던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와 <인물현대사> <미디어포커스> 등 일련의 개혁프로그램 제작과 정연주 사장과의 연관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며, 정 사장과 이종수 KBS 이사장에 대한 무책임한 사상공세까지 퍼부었다. 이렇게 국정감사가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일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한국방송의 방만한 운영구조 등 KBS 국정감사에서 다뤘어야 하는 중요사안들은 행방불명되고 말았다.
국감에서 응당 다뤘어야 할 KBS의 기본적인 '업무현황 보고'마저 서류로 대처했고 디지털 전송방식 관련 특별대책위 설치, KBS 2TV 공영성 강화, KBS 노사합의 윤리강령 재정 등등 KBS와 관련된 주요현안들은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지지 못했다. 의원들은 정연주사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몰아치기'에 빠진 나머지 정 사장이 한국방송 사장이 된 이후 한국방송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러한 변화를 기초로 KBS가 어떤 변화된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 '제대로' 감사하려 하지 않았다.
원내 제 1당으로서 한나라당은 '절름발이 국감'에 대해 크게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감에서 다루어야할 기본적인 사안은 제쳐두고 정연주 사장에 대한 '사상검증'과 KBS가 9월 27일 방송한 <한국사회를 말한다-귀향, 돌아온 망명객들> 에만 초미의 관심을 기울여 파행국감을 주도했다.
심지어 국민들이 지켜보는 국감현장에서 한나라당은 근거도 없는 '간첩연루논란'을 들고 나와 고루한 색깔론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은 정연주 사장이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으로 구속되었던 황인욱씨와 연루되어 있다며 '간첩연루설'까지 주장한 것이다. 정연주 사장의 적극적인 해명과 공세, 남한조선노동당사건 당사자인 황인욱씨의 해명으로 이원창 의원의 '간첩연루논란'은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지만 국감장 안팎에서는 한국방송에 대한 국감이 "1950년대 메카시 광풍을 연상시킨다"는 말이 떠돌 지경이었다.
지금 우리 방송계는 왜곡된 민영화논란과 디지털 전송방식문제, 상업방송의 득세, 방송정책과 규제기관의 혼선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기 일보직전이다. KBS는 그 변화와 혼란의 중심에 서서 방송을 이끌어가야 할 공영방송이다. 따라서 KBS 국정감사에서는 크게는 과연 한국방송이 그러한 중심 공영방송으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따져보고 작게는 한국방송이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국감의 10분의 1정도를 할애해 따지는 것으로 충분한 이념논란을 '10분의 10'으로 만들어 국감을 망치고 엉뚱한 '코드'타령이나 하면서 국감을 허송해버렸다.
도대체 왜 우리 국정감사는 이 모양이어야 하는가. 언제까지 국민들은 이러한 파행국감을 인내해야 하는가. 국회의원과 KBS 최고경영진이 공영방송의 운영과 우리 나라 방송의 미래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연목구어인 것인가.

 


2003년 10월 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