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MBC PD수첩에 내린 경고’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3.6)
등록 2013.08.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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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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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는 MBC<PD수첩> '친일파는 살아있다 2'에 대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내린 ‘경고 및 관계자에 대한 경고’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방송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3월 4일 제8차 회의에서 <PD수첩> ‘친일파는 살아있다 2’가 선거방송심의특별규정 ‘제5조(공정성) 제2항’과 ‘제6조(형평성) 제1항’을 위반했다며 위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PD수첩>이 “특정한 입후보예정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구성”했다는 이유다. 여기서 ‘특정한 입후보예정자’는 한나라당의 최연희 의원과 김용균 의원이다.


국회 법사위에 소속된 두 의원은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의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보인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PD수첩>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자신들의 아버지가 일제하에서 ‘면장’을 지낸 사실이 드러나자 <PD수첩>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최 의원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관계자 진술에서 “김용균 의원과 본인의 선친에 대한 일제시대 면장 경력을 제시하면서 법사소위 의원들이 친일파의 자손이기 때문에 법안통과를 저지한다는 내용을 방송하였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서 방송이 공정성을 유지하지 않은 것”이라 주장했지만 이는 <PD수첩>이 다룬 내용을 ‘도둑이 제 발 저린’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PD수첩>은 ‘법사소위 의원들이 친일파 자손이기 때문에 법안통과를 저지하려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PD수첩>은 지난 1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3회에 걸쳐 ‘친일파는 살아있다’라는 제목으로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 숙청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여전히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우리사회의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서 <PD수첩>의 문제제기는 용기 있는 행동이며,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고 평가할 만하다. 특히 여야의원 154명이 공동발의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친일진상규명특별법)’이 법사소위조차 제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누더기’가 되어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친일청산’의 과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들은 일부 국회의원들이 친일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반대’하거나 ‘지연’시키면서 법안의 내용을 ‘누더기’로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권리가 있다. <PD수첩>은 친일진상규명특별법 제정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석연치 않은 망설임”에 의문을 품고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가는 과정에서 최, 김 양 의원들의 아버지가 일제시대 면장을 지냈다는 ‘사실’을 지적해 국민들의 판단을 도왔을 뿐이다. 이를 두고 ‘공정성을 유지하지 않은 것’이라 주장한다면 언론에게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라’고 주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용균 의원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관계자 진술에서 “반민족 친일행위를 한 사실이 없는 선친의 영정과 묘소를 일방적으로 방영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인륜도덕에 반하는 행위이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신청인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손상을 가하는 명예훼손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또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PD수첩>은 김 의원 부친의 일제하 면장경력을 소개하며 그 경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고, 김 의원에게도 부친의 경력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줬다. 김 의원 부친의 면장경력을 ‘친일부역’으로 볼 것인지, 김 의원이 친일진상규명특별법 제정에 대해 ‘딴지’를 거는 이유가 부친의 ‘친일경력’을 숨기려는 의도인지 등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겼다. <PD수첩>은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객관적 사실’을 보여줬을 뿐이다. 김 의원 부친의 일제하 면장경력을 밝히는 일이 김 의원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손상’을 주기 때문에 다루지 못한다면 이는 시청자의 알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일이다.


선거 시기라고 해서 특정 정치인의 잘잘못을 따지지 못하고, 엄연한 사실인데도 특정 정치인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보도할 수 없게 만든다면 어느 언론인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용기있게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겠는가. 또 유권자들에게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유권자는 또 어떻게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선거 시기 유권자들은 도대체 어떤 정보들을 근거로 후보자들을 판단해야 한단 말인가. 이것이 우리가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PD수첩>에 대한 경고결정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선거방송심의위원은 지금이라도 <PD수첩> 홈페이지에 들어가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경고 결정을 비판하며 제작진을 격려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읽어 보라.


정치인들의 눈치를 살피며 납득할 수 없는 잣대로 유권자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일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역할이 아니다.
우리는 <PD수첩> 제작진들에게도 당부한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도 국민을 믿고 ‘시청자의 알 권리’를 위해 우리 사회 성역깨기에 주저없이 나서주길 바란다. <PD수첩>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2004년 3월 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