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IMD 관련 조선일보 5월 6일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5.10)
등록 2013.08.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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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어깨동무하고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는 게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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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소재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지난 5월 4일 전 세계 51개 국가와 9개 지역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을 평가해 '2004 IMD 세계경쟁력 연감'을 발표했다.
조선일보 5월 6일 사설 <IMD 경제성적표를 받아 보고서>는 편파적 인용과 왜곡된 해석으로 조선일보가 '개혁'이라는 단어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나 있는지 의심스럽게 했다.


조선일보는 "벌써 몇 년째 우리는 이런 경제성적표를 받아 보고 있는가"라며 중국과 인도, 싱가포르, 홍콩 등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거론하며 "우리는 외톨이 낙제생"이라고 표현했다. IMD조사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아시아국가들에 비해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IMD의 평가를 마치 우리나라의 '경제성적표'인양 몰고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 IMD보고서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논란은 차지하고라도, IMD 스스로도 자신들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가 "정부가 기업의 경쟁력을 지원하기위해 요구되는 기업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능력에 대한 상대적 평가"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IMD 한국파트너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순위는 2003년 37위로 급락했다가 올해 2등급 상승했다며 '한국, 국가경쟁력 추락 위기 탈출'이라고 소제목을 달았다. '낙제생'이라는 조선일보의 표현 역시 과장됐다고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우리나라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노사관계와 교육부문'을 비롯해 '외국인직접투자유치, 정부정책의 일관성, 정치불안, 정부의 경제운영 성과' 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내용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의 문제점'으로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인 정치권력과 전투적 노조가 어깨동무를 하고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참여정부와 노조에 돌렸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 같은 주장은 편의주의적 인용이며, 왜곡된 주장이다.


우선 조선일보는 IMD의 보고서 내용 가운데 정부와 노사문제 등 특정 사실만을 부각해 인용하고 있다. IMD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운영성과' 부분에서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부문 중에는 '물가 및 생계비'가 있다. IMD는 "대도시 생계비가 미국 뉴욕시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다. 대도시 생계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높은 '부동산 가격'에 기인하고 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도하기는커녕 일부 부동산 과다 보유자 입장에서 투기를 막기위한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조치에 딴죽을 걸기까지 했다.


조선일보가 지목한 '정부의 효율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 부문과 직결된 경쟁력 약화 요인에 있어 '참여정부'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국회 '원내1당'인 한나라당 역시 그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특히 IMD 보고서에서 지적한 '정부효율성' 부분 가운데에는 부끄럽게도 '여성의원의 비율, 성차별' 등이 지적되어 있다. 올해 초 여성단체들이 주장했던 국회의원 여성할당제 등을 거부했던 정당이 어디인지, 호주제 폐지 등 성차별적인 법률 개정을 등한시하는 정당이 어디인지 따져볼 일이다.
'정치불안' 문제도 그렇다. 조선일보는 입으로는 정치불안을 떠들면서 정작 '탄핵'으로 대통령 궐위상태를 만들어 '정치불안'을 조장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왜 따지지 않는가. 지난 2003년 10월 내일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우리사회를 움직이는데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으로 '정당 및 국회'(32.0%), '신문 방송 등 언론'(24.9%), '대통령과 청와대'(19.0%) 등으로 꼽았다. 당시 많은 국민들은 '국정혼란'의 책임을 원내1당이던 한나라당과 언론에 돌렸다. '정치불안'의 책임 역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 순으로 져야 하는 것이 순리 아닌가.


조선일보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가경쟁력 저하'의 책임을 묻지 않는가. IMD는 설문조사에서 'R&D 설비와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이 한국 경제에 향후 위협이 된다'고 꼽았다. 또 기업효율성 측면에서 '주주의 권리와 책임, 주주의 이해존중' 등에서도 낙제점수를 받았으며, 기업경영관행도 39위에 머물렀다. 조선일보는 왜 기업들의 후진적인 기업경영 관행이나 설비투자 등한시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모든 책임을 노조에 돌리는가.
교육관련 문제에서도 조선일보는 '대학교육이 경제적 수요를 충족하는가'라는 항목만을 부각했으나, '교사대 학생비율'과 '공공교육예산' 등도 50위권 밖의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공교육에 대한 국가적 투자 부족문제는 지적하지 않는 '편파성'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모든 책임을 '참여정부와 노조'에 돌리며 다른 한편으로는 '개혁'에 대한 천박한 이해수준을 드러냈다. 조선은 "'개혁'이란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과제의 논의방향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쪽이 아니라 끌어내리는 쪽"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개혁'이 '국가경쟁력을 끌어내린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우리는 정치개혁을 위한 진통을 겪으면서 이번 17대 총선을 유래없이 깨끗하게 치렀다. 선거때마다 기업인들은 수백억대의 비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해야 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그 같은 구태가 재연되지 않았다. 이런 '개혁'이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경쟁력'을 끌어내리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출자총액 제한 등을 통해 공정한 기업경쟁의 '룰'을 만들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 등을 주장하는 '재벌개혁'은 재벌들에게는 불쾌할지 모르지만 국가경제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것이다. 최소한의 재벌개혁 조치들이야 말로 조선일보 등이 입만열면 주장하는 '글로벌스탠다드'의 기본 아닌가.


조선일보는 'IMD 경제성적표'를 받아보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가슴이 답답한 것은 우리들이다. 들통날 것이 뻔한 거짓말까지 동원해 '개혁'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는 조선일보의 오류 투성이의 사설에 갑갑증만 더해간다.

 


2004년 5월 1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