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의 ‘KBS 관련 발언’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5.26)
등록 2013.08.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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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언론개혁을 '물타기'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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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은 KBS 특감 결과를 두고 "국민의 세금인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KBS가 경비절감 노력을 무시한 채 엉터리 운영을 해 온 것"이 문제라며 "KBS 사장은 총체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공영방송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언론개혁특위 남경필 위원장은 "언론관계 특위에서 민영화를 필두로 할지 안 할지 결정한 바 없다", "공영방송의 민영화 부분을 논의는 하겠지만 대한민국 공영 방송을 하나도 남겨두지 않고 전부 민영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김 사무총장의 '민영화'발언을 진화하고 나섰다.
본회는 신문이건 방송이건 잘못된 부분은 즉시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의 경우 행정 권력은 물론 입법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본회의 입장이다. 정보통신 융합시대에 걸 맞는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을 비롯한 제반 방송개혁과제에 대해 본회는 하나하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본회 또한 이러한 방송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나라당의 KBS 관련 발언은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우선 이번 한나라당의 KBS 관련 개혁 요구의 내용이 최소한의 방송에 관한 철학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는 KBS를 민영화하겠다는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발언의 일천한 수준에 놀라울 따름이다. 90년 최병렬 전 대표가 공보처 장관이던 시절 SBS가 출범했다. 민영방송 SBS 출범은 우리 방송 공익성을 진전시키기보다 시청률 경쟁 격화, 방송 선정성 시비 등등의 부작용으로 비판받고 있다. 그러므로 KBS 민영화 논의는 SBS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기초로 매우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본회의 입장이다.


다음으로 모든 것을 정연주 사장 흔들기로 몰아 거꾸로 KBS의 개혁을 흔들려는 저급한 의도에 얼굴이 붉어지려 한다.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드러난 KBS의 방만한 경영은 당연히 시정되어야하며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연주 사장이 '사퇴'하는 것이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이번 감사원 특감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KBS의 문제가 드러난 것인 만큼,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KBS의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박권상 전 KBS 사장을 비롯한 당시 책임자들이 져야한다. 오히려 정연주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KBS 개혁'을 내걸며 프로그램 개혁과 인사 개혁 등 KBS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해왔다. 한나라당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발전하길 바란다면, KBS가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격려의 채찍질'을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과거 잘못에 대한 책임을 엉뚱하게 현 정연주 사장에게 묻고 있다. 이는 '정연주 사장 끌어내리기'에 다름 아니다.
또한 한나라당이 걸핏하면 '정연주 사장 퇴진'을 들고 나오는 것도 그 저의를 의심케 한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주장은 '눈엣 가시'같은 KBS를 '길들이겠다'는 의도로 보일 뿐이다. 우리는 지난해 송두율 교수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을 때 한나라당이 시대착오적인 '색깔론'까지 내세워 정연주 사장을 걸고 넘어졌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KBS 개혁안은 '개악안'이며 'KBS 흔들기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본회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광고에 의존한 시청률 경쟁으로 KBS의 공익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광고 비중을 줄이고 수신료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특감 결과에서 발표했다. 감사원조차 KBS에게 필요한 개혁방향이 '공영성 강화'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않고 되레 감사원의 특감 결과를 KBS에 대한 '공격무기'로 삼아 맘껏 휘두르고, 정작 대안으로는 '민영방송'안을 주장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신문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높게 일고 있으며, 시민단체들이 '언론개혁'으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돌연, '신문개혁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들이 밀도 나선 것은 언론개혁에 대한 '물타기용'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모르지 않는다.
언론개혁 없이 우리사회의 개혁과제는 실현될 수 없다. 개혁 없는 민생안정 또한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의 이번 방송개혁으로 신문개혁을 물타기하는 행태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임에 분명하다. <끝>

 


2004년 5월 2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