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특감 결과' 관련 조선, 동아일보 사설 및 칼럼」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5.27)
등록 2013.08.09 17:48
조회 413

 

 

 

일부 신문은 ‘대안’이라는 단어는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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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특감결과를 두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의 트집잡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 신문은 KBS 특감 결과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 대부분 현 경영진 취임 이전의 잘못임에도 현 경영진에 ‘책임론’을 내세우고 나서 그 저의를 의심케 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기사와 칼럼 등을 통해 가장 먼저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주장했으며, 노조를 ‘수구기득권’으로 모는 등 ‘노조 흔들기’에 나서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25일과 26일 사설과 칼럼에서 이를 문제 삼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특감결과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정연주 사장 퇴진’을 주장했으며, 심지어 KBS 노조를 ‘수구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25일 에서 “감사원이 지난 21일 KBS 감사 결과보고서에서 밝힌 징계·시정조치가 다른 정부투자기관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경미하다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14년 전 감사원이 KBS 감사를 통해 사장·부사장을 동반퇴진시킨 전례와 견주어도 지나친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지난 90년 서영훈 당시 사장이 감사원 감사결과를 이유로 물러났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사실상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같은 날 조선일보 진성호 기자도 칼럼 말미에 당시 서영훈 KBS 사장이 “KBS 전체 직원이 받은 도덕적 손상을 사장이 책임지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사퇴했다는 친절한 소개를 덧붙였다. 이는 조선일보가 노골적으로 KBS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주장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90년 감사결과는 서영훈 전 사장 재직 당시 발생한 일이며, 이번 감사원의 특감 결과는 정연주 사장 이전 경영진의 문제라는 점은 살짝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 사장 흔들기’에 이어 조선일보는 26일 사설 에서는 KBS 노조를 향해 ‘수구기득권’ 운운하며 ‘노조 흔들기’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KBS노조가 느닷없이 ‘정치적 독립’을 들이대며 외부의 감사 자체를 문제 삼고 나오니 이런 어이없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KBS 노조가 감사원 결과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매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KBS노조는 24일 오후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KBS의 경영상태를 진단한 외부 충고라는 점에서 존중하며 지적 내용을 적극 검토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노력하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다만 감사결과에 대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이견을 제시한 것이다. 오히려 KBS노조는 “감사원이 제시하고 있는 경영위원회의 설립 뿐 아니라 감사위원회를 따로 두어 시스템적인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더욱 ‘철저한 감시’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또 조선일보는 KBS노조에 대해 “한번 확보한 자신의 기득권은 그것이 아무리 법과 원칙에 어긋나도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수구 기득권 집단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KBS 노조를 향해 ‘수구기득권’ 운운한 것도 코미디지만, 조선일보가 과연 다른 집단을 향해 ‘수구집단’ 운운하며 비난할 자격이나 있는지부터 묻고 싶다.
조선일보는 그간 친일, 친독재를 통해 ‘기득권’을 공고히 해왔다. 그동안 조선일보의 사주는 ‘밤의 대통령’으로 불려왔으며, 대통령마저 좌지우지 하는 등 독선과 오만을 부려왔던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기득권’이란 이런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유지해온 기득권이 조금이라도 흔들릴듯한 상황이 되면 신문지면을 동원해 노골적으로 저항해왔다. 부동산 투기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조처에 격렬하게 저항하고 심지어 강남과 타지역 주민들을 이간하는 보도를 남발한 것이 누구인가. ‘수구기득권’이란 이런 집단에 붙이는 단어다.
그럼에도 조선은 “KBS노조는 사실상 KBS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이라 왜곡하며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집단이기주의를 붙들고 외부의 비판을 비켜가려는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동아일보도 26일 사설 <‘KBS 특감’ 책임지는 사람 없나>에서 “국민이 거둬준 수백억원의 수신료와 공공 전파를 낭비했으면 KBS 내에서 누군가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며 ‘특감 책임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동아는 “감사원에서 지적된 사항은 상당 부분 KBS의 현 경영진이 취임하기 이전의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방만한 조직 관리 등에서는 현 경영진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내부 징계조치가 따르지 않는다면 공영방송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도대체 조선일보의 머릿속에는 ‘대안’이라는 ‘단어’가 있기나한가. 감사원의 KBS 특감 결과를 두고 조선일보가 보이고 있는 행태는 ‘KBS 흔들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개혁을 독려하는 ‘채찍질’은 하지 못할 망정 감사원 특감을 빌미로 적극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정연주 사장과 노조 ‘흔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조선일보의 행태에 헛웃음이 나올 따름이다.

 


2004년 5월 2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