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의 KBS 사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추진 관련 민언련 논평(2004.5.29)
등록 2013.08.09 17:55
조회 373

 

 

 

건전한 대안을 내놓을 생각은 없는가
..............................................................................................................................................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KBS에 대한 한나라당의 '압박'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난 25일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은 "KBS 사장은 총체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며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서더니, 28일 한나라당의 정책개발특위는 KBS 사장과 방송위원장 등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키는 소위 '정치개혁방안'을 발표했다.


본회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정치개혁'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심각한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KBS 흔들기'에 몰두하지 말고 건강한 '정치개혁'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한다.


한나라당 정책개발특위 이한구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하는 이유로 "공권력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로 지금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은 '의회권력의 오남용'이라고 생각한다.


기실 한나라당은 '공권력의 오남용' 운운할 자격이 없다. 한나라당은 '의회 1당'이던 시절, 무소불위의 '의회권력'을 독단적으로 휘둘러왔다. 제1당의 지위를 여당에게 넘겨 준 것도 그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사실을 잊었는가. 그런 한나라당이 KBS 사장과 방송위원장은 물론 금감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한국은행 총재에 이르는 중요한 인사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은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무조건 '딴지'를 걸어 보겠다는 '심통 부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중요한 자리'의 인사를 한나라당에게 모두 맡길 만큼 한나라당을 신뢰하지 않을뿐더러 그 의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눈길을 거둘 수가 없다.


KBS 사장과 방송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중요한 자리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그간 우리는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친 투명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하지만 그것을 '미성숙한' 의회권력에 맡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적 독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영방송 사장과 방송위원회 위원장의 인사에 있어 '의회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수적 요소라고 본다. 따라서 언론계와 정치권, 시민사회 등이 합의할 수 있는 투명한 인사과정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고집스레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추진하겠다면 이는 다가올 지자체 선거와 2008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방송장악 음모'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한나라당의 방송장악 기도는 27일 이강두 정책위 의장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이 의장은 KBS에게만 초점을 맞춘 '방송법 개정' 추진의사를 밝혔다. 도대체 한나라당의 방송정책은 'KBS 흔들기' 뿐인가. 정보통신 융합시대에 맞는 방송정책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당리당략만 앞세우다 보니 모순된 정책마저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어이없는 발상까지 나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의장은 "KBS 2TV의 광고 폐지 및 민영화 추진 등의 방향으로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광고 폐지'와 '민영화 추진'을 어떻게 함께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한나라당의 무지하기 이를 데 없는 발상에 기가 차기만 하다. 이런 정당이 120여석의 거대정당이랍시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정략적 의도로 KBS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추진하려는 것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며, 오히려 'KBS 2인자'라는 중요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논의 밖에 있는 'KBS 감사'의 인사과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최근 KBS 강동순 감사가 KBS에 대해 피력한 내용은 '과연 저 사람이 KBS 감사로서의 자격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들게 만든다. 강감사는 KBS의 탄핵관련 방송을 '당파적 저널리즘'이라고 주장하는가하면, KBS 노조에 대해 "방송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영방송의 이념에 부합하는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하라고 주제넘는 참견을 하고 있다. 정작 감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강감사는 알고 있기나 한가. 이런 사람이 어떻게 'KBS 감사'가 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 대목에서 KBS 노조가 제안한 '감사위원회'의 설치는 주목할 만 하다.


한나라당은 '정연주 사장 사퇴', 'KBS 사장 인사청문회 개최', '수신료 분리징수'와 같은 쓸데없는 정략적 'KBS 흔들기'를 중단하고 'KBS 개혁'에 도움되는 진지한 고민을 하길 바란다.(끝)

 


2004년 5월 2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