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의 「논픽션 공감」폐지·「베스트극장」편성시간 변경 등에 대한 논평(2004.12.29)
등록 2013.08.14 18:36
조회 409

 

 

 

MBC다운 좋은 프로그램은 살려두라
..............................................................................................................................................

 


 

MBC가 시청률 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한 편성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던 <논픽션 공감>을 폐지결정하더니, 내년 1월에 예정된 부분개편에서 '드라마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베스트극장>의 편성시간마저 일방적으로 변경하겠다고 나섰다. 또 아침드라마 <빙점>과 시트콤 <조선에서 왔소이다>도 단지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조기종영'을 결정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결정은 상업방송에서도 보기 힘든 '막무가내'식 프로그램 개편으로 '공영방송'이라는 MBC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MBC가 조기종영과 편성시간 변경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 드라마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타사 방송에 뒤지기 때문인가. 아니면 SBS의 '공격적 편성'을 염두에 둔 대응 차원인가.
그렇다하더라도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해 방송을 만들고 있는 지상파방송이 시청률 경쟁을 염두에 두고 '조기종영' 등을 결정하는 것은 해당 프로그램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시청자를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논픽션 공감>은 지난 가을에 새로 편성된 프로그램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삶을 조명해,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적 이슈에 '공감'하도록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본회는 <논픽션 공감>을 '10월의 추천방송'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방송 초기부터 여성장애인,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담아내는 등 소재선정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논픽션 공감>을 '10월의 추천방송'으로 선정하며 MBC와 제작진을 격려했던 우리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마저 들며, 이러한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우리 방송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
<베스트극장>도 마찬가지다.
MBC 드라마국 PD들이 "신인 방송작가와 드라마 PD 양성소 기능을 꾸준히 수행해온 <베스트극장>이 없이는 MBC 드라마의 미래도 없다"고 주장할 정도로 <베스트극장>은 드라마의 수준을 높여주는 '토대'가 되어온 프로그램이다. <베스트극장>을 통해 무수히 많은 작가와 PD들이 배출되고 연기자들도 역량을 쌓아갔다.
그렇기 때문에 본회는 지난 가을 개편 때 각 방송사에 보낸 의견서에서 "각 방송사들은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 제작과 신인 연출자·작가·연기자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작품성 있는 단막극에 대한 지원확대가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올해의 좋은 방송'에 단막극 부문을 신설하며 "단막극 프로그램들이 앞으로도 새로운 소재와 연기자, 구성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길 기대하며 아울러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아내는 노력도 계속해주길 바란다"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MBC가 <베스트극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커녕 편성시간을 급작스럽게 바꾸려고 드는 것은 시청자들의 바람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은 물론, 이른바 '드라마왕국'이라는 자존심까지 저버리는 '근시안적 행태'라 할 수 있다. 또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청률에 따라 시간대를 이리저리 옮기다보면 언젠가 <베스트극장>이 폐지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든다.


MBC가 시청률에 따라 프로그램을 없애고, 시간대를 옮긴다고 하여 시청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이는 최근 드라마를 포함한 각종 프로그램이 시청률 상위를 기록하고 있는 KBS의 경우를 비교해본다면 더욱 뚜렷해진다. KBS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높은 이유는 시청률에 좌지우지되는 편성에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정연주 사장의 취임 이후 내부 개혁을 통해 KBS다운 좋은 프로그램 제작과 지원에 꾸준하게 힘썼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더욱 설득력있다. MBC 또한 MBC다운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할 때에만 시청자들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본회는 <논픽션 공감> '폐지 결정'과 <베스트극장>의 편성시간 변경 등 일련의 시청률 지상주의에 입각한 프로그램 개편을 개선해 줄 것을 MBC에 강력하게 요구한다. <끝>

 


2004년 12월 2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