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041

하라는 정부 정책 검증은 안하고 이기권 장관 ‘노력’만 부각한 조선
2017년 1월 19일
등록 2017.01.19 17:23
조회 432

2017년 1월 19일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정부‧여당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야권과 노동계의 반발 이유를 숨긴 채,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호소’만을 부각하는 보도를 1면에 배치하며 ‘2월까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적극 협조하고 나섰습니다. 야권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향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저널리즘의 본령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정부 정책, 그냥 믿고 받아쓰는 조선
 

K-006.jpg

△ 정부‧여당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야권과 노동계의 반발 이유를 
숨긴 채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호소’만 소개한 조선(1/19)


지난 16일 열린 올해 첫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월까지 근로기준법 개정을 마무리하고자 국회와 소통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2월까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정부의 이런 방침에 조선일보는 곧바로 1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하는 것으로 화답했습니다. 


1면 우상단에 배치된 조선일보의 <주 근로 68→52시간 단축 탄핵 속 동분서주하는 장관>(1/19 https://goo.gl/1VIFhi) 기사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요즘 서울 일정이 잡히면 국회의원들에게 연락해 만나자는 약속 잡기에 바쁘다. 2월 임시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이어지는 내용도 이 장관이 노동 개혁 4법 처리에 반대한 야권 인사를 “시간을 쪼개”가며 만나고 “절박”하게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지요.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이 장관이 근로기준법 개정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은 올 상반기에 닥칠 ‘고용 절벽’ 때문”이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이 장관의 ‘호소’ 행보 소개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나 정작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의미와 효과에 대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현행 68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고, 초과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특례 업종의 수를 현행 26개에서 10개로 축소하는 것이다. 고용부는 이럴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최대 15만개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는, 고용부의 보도자료 일부를 복사해 붙여넣기 한 듯한 소개가 전부입니다. 기사는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면 어른(정부·국회·노사)이 청년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는 이 장관의 발언을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과정에서 왜 야권과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50조에 따르면 법정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당 40시간입니다. 여기에 더해 사측과 노측이 합의해 주당 12시간 한도 내에서 연장 근로가 허용되니, 현 시점에서 주당 근로시간 상한은 52시간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현재 노동부는 1주일은 5일이라는 괴상한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주당 근로시간 상한인 52시간은 1주일 중 5일 동안 채워 일하면 되는 거고, 추가로 주말에 16시간 일해도 법정근로시간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셈법에 따르면 결국 현 시점에서 주당 근로시간 상한은 68시간이 됩니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이 같은 고용부의 ‘해석’을 기반으로, 주당 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하고, 노사합의가 있을 경우 2023년 말까지 휴일에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사실상 60시간으로 잡고 있는 셈입니다. 해당 개정안에는 휴일근무에 대한 수당 가산 지급조항을 없애는 내용도 슬그머니 들어가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지금까지 200%를 받을 수 있던 통상임금이 150%로 줄어들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정부·여당이 내놓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0시간까지 기업에 보장하고, 휴일에 연장근무를 하더라도 가산급여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안인 셈입니다.
 
업무시간 문제와 급여 문제는 노동자들에게 매우 중요하고 절박한 사안입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검증은커녕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나 목소리조차 일체 전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저 해당 개정안을 ‘강추’하고 다니는 이 장관의 행보와 목소리만을 열심히 소개하며 사실상 칭찬을 늘어놓은 셈이죠.

 

이번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히 ‘근로시간을 단축하자’ 혹은 ‘하지 말자’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앞 뒤 맥락 없이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OECD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학자의 주장을 소개하는 것 역시 매우 부적절한 보도 행태입니다. 야권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향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저널리즘의 본령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마지막까지 삼성에 충성충성한 조선일보 
법원이 1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19일자 지면을 만들 당시에는 이 소식을 알지 못했던 조선일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삼성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논리는 새롭지 않습니다. ‘우리기업 삼성’을 강조하는 논리에 소액주주까지 끌고 들어와 청와대와 삼성의 입장을 대변했으니까요. 


실제 조선일보 조형래 산업2부장은 <삼성물산 소액주주도 뇌물을 받았을까?>(1/19 https://goo.gl/M5h9af)에서 적어도 소액주주들만큼은 “합병에 따른 회사의 미래 가치를 냉정하게 따져보고 결정을 내렸”을 텐데 실제 이들은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에 참석해 “무려 82.1%가 찬성표”를 던졌으니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도 시장 컨센서스와 동떨어진 결정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이어 조 부장은 “만약 삼성물산 합병이 성사되지 않았더라면” “매출 2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는 사실상 외국인 주주들 손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진단한 뒤 “이런 상황에서 소액주주든 정부 관계자든 대통령이든 어떻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남기며 칼럼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본질은 ‘국민연금이 권력 실세의 압력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데 동원됐는지’와 ‘이를 위해 삼성이 청와대 등 권력에 그 대가를 지불했는지’에 있습니다. 소액주주가 얼마나 찬성을 했는지, 국민연금의 결정이 ‘시장 컨센서스’와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 것인지는 ‘우리기업 삼성이 위험했다’는 말 만큼이나 운운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애초 공적자금을 다루는 국민연금의 결정과 소액주주의 결정을 같은 선상에 놓고 고려한다는 것 역시 무리한 발상인 것이구요. 조선일보의 ‘소원’대로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이런 식으로 이번 사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3. 오늘의 유감 보도 ③ 문재인도 블랙리스트 만들 가능성 열려있다? 조선일보의 비겁한 지적
조선일보 김태익 논설위원은 <만물상/한·미·불 블랙리스트>(1/19 https://goo.gl/1OIdHQ)를 통해 각국 권력이 ‘블랙리스트’를 운용한 사례를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예시로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프랑스에서 문화부장관을 역임한 앙드레 말로 등이 제시됐습니다. 한국의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김 위원은 “원시적이고 폭력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어떤 권력도 리스트의 유혹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한 모양” “이념과 정략·지연·학연에 따른 리스트 출현의 위험성은 사회 도처에 널려 있다”는 우려 역시 상식선에서 크게 문제될 것 없는 통찰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해당 칼럼의 ‘악의성’은 가장 마지막 구절에서 등장합니다. 김 위원은 “어제 여론 조사 1위를 달리는 대선 주자 캠프 소식을 전하는 어느 신문 기사엔 이런 구절이 있었다. ‘○○○는 최근 문화·예술·체육계 명망가들로 더불어포럼이란 지지그룹을 꾸리는 등 외곽조직 구축에 발군의 능력을 발휘해 대선주자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는 문장으로 칼럼을 마무리했는데요. 이름은 등장하지 않지만, 여기서 ‘여론 조사 1위를 달리는 대선 주자’는 문재인 전 대표고,  ‘더불어포럼’을 꾸린 인물은 노영민 전 의원입니다. 관련기사 : 한겨레 <문재인 ‘역대급’ 싱크탱크…교수·전문가 800여명 참여>(1/18 https://goo.gl/Cw1OfR)


칼럼 서두에는 권력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집착 사례를 내내 열거하다가, 문 전 대표와 문 전 대표를 돕는 의원이 꾸린 ‘문화·예술·체육계 명망가들로 구성된 모임’을 슬쩍 언급하며 글을 마무리 하는 방식으로 ‘문 전 대표 측도 권력을 잡으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겁니다. 증거도 증언도 없이 그저 망상으로 ‘특정 대선주자’를 흠집 내려 한 셈입니다. 무엇보다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로 꾸려진 특정 후보의 대선 준비 모임을 보고 박근혜 정부의 그 ‘야만적’인 블랙리스트 작성 사례를 떠올리는 게 가당키나 한가요? 
 
4. 오늘의 좋은 보도 ① ‘삼성 정유라 우회지원 의혹’에 힘 보탤 증언 등장
경향신문은 덴마크의 유명 종마장 대표를 통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코치를 했던 덴마크 승마 국가대표 출신의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이 지난해 10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비밀리에 삼성과 250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0월은 “삼성이 최씨 모녀 회사 비덱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방법으로 정씨에게 우회 지원하기로 약속한 시기”와 맞물려 있는 만큼 이 같은 증언은 삼성이 “보다 은밀한 방법으로 정씨에 대한 지원을 이어갔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관련 기사는 <“정유라 덴마크 승마 코치 삼성과 250억 비밀계약”>(1/19 https://goo.gl/kORIfw)입니다. 


같은 날 한겨레는 박영수 특검팀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무수석 시절 보수단체를 동원해 ‘관제데모’를 지시한 사실”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보고를 지속적으로 받아온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특검은 조 장관이 “보수단체를 동원해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에 대한 고소·고발은 물론 언론에 정부정책에 찬성하는 기고 글”까지 싣도록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군요. 현재 특검은 조 장관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관련 기사는 <조윤선, 어버이연합 ‘반세월호 집회’ 열도록 주도>(1/19 https://goo.gl/BRkelC)입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특검은 최경희 전 총장이 정유라 씨가 이대에 입학하기 전 “‘예체능 회의’를 열고 정씨에게 학사 특혜를 주기 위한 사전 논의”를 했다는 진술 및 증언과 “최 전 총장이 정씨가 수강하는 강좌 교수들에게도 정씨의 학점을 잘 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최 전 총장은 청문회에 출석해 ‘최순실 씨를 모른다’ ‘정유라씨에게 특혜를 줄 것을 지시한 적 없다’고 진술한 바 있죠. 위증 혐의도 추가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관련 기사는 <최경희, 정유라 학사 특혜 직접 챙기려 ‘예체능 회의’ 열었다>(1/19 https://goo.gl/OE1N0O)입니다. 

 

5. 오늘의 좋은 보도 ② 촛불입법, 새누리당+바른정당이 막고 있다?  
한겨레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 검찰개혁 방안으로 여당이 내세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 권력의 언론장악을 막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 등 ‘촛불민심’에 따른 주요 개혁법안들”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방해’로 법사위 문턱에 멈춰 서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 기사는 <촛불입법, 새누리 반대로 법사위 문턱서 헛바퀴>(1/19 https://goo.gl/n0dJHh)입니다. 

 

6. 오늘의 미보도, 재단 강제 위로금 지급도, 위안부 피해자 별세 소식도 무시한 조선
18일 화해·치유재단이 당사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가 위로금 수령을 거부하자 일방적으로 통장에 위로금을 입금했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실제 돈의 수령자는 할머니의 조카였다는데요. 이 같은 재단의 만행을 지면에 보도한 것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뿐입니다. 
같은 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차순 할머니는 노환으로 별세하셨습니다. 이를 지면에 보도하지 않은 것은 조선일보뿐입니다.  

 

7. 오늘의 비교, 언론에 분통 터트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자신이 과거 한일 위안부 합의를 환영했다고 비판한 기자들을 향해 “나쁜 놈들”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고 합니다. 또 ‘퇴주잔 논란’과 ‘광주 충무공 탄생’발언의 예를 들며 ‘가짜뉴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는군요. 퇴주잔 논란은 악의적 편집의 결과일 뿐이며, 본인은 ‘충무공’이 아닌 ‘충열공’이라 말했는데, 기자들이 잘못 알아들었다는 것이죠.


이런 반 전 총장의 발언은 6개 일간지가 모두 다뤘는데요. 기사 논조는 다소 달랐습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가짜뉴스’에 초점을 맞춰 반 전 총장의 울분을 전했습니다. 특히 중앙일보는 아예 ‘가짜뉴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설을 내놓기도 했지요. 조선일보도 반 총장의 분노 이유가 “집요한 위안부 질문”과 “악의적 동영상”에 있음을 부각했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반 전 총장이 여전히 “12·28 합의를 일정 부분 긍정 평가”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관련 보도 제목입니다.

 

경향신문 : <반, 언론에 “나쁜 놈들”>
동아일보 : <“할 일 많은 젊은 분들이 왜 남 헐뜯는 데서 기쁨 느끼나” ‘가짜뉴스’에 정면반격 나선 반> 
조선일보 :< 반기문, 집요한 위안부 질문·악의적 동영상에 화났다>
중앙일보 : <‘퇴주잔 영상’에 당한 반기문 측 “저쪽은 박사급, 우리는 초등생”>, <사설/국민 우롱하는 ‘페이크 뉴스’, 발본색원해야 한다>
한겨레 : <“위안부 합의, 해결의 기틀 잡혀간 것” 반기문, 여전히 재합의 여론과 거리감> 
한국일보 : <‘위안부 합의 평가’ 비판 겨냥해 “나쁜 놈들” 격하게 반응한 반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