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드디어 봄이 오고 있다
등록 2017.02.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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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의 꼼수가 도를 넘고 있다. 또 입만 열었다 하면 거의 거짓말이다. ‘저런 자를 대통령이랍시고 뽑았나’, 우리 국민이 너무나 수치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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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11월 4일 2차 대국민담화 때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검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약속하였지만, 실제로는 검찰 조사를 거부하였다. 그리고 노트북이나 녹음, 사진 촬영조차도 금지한 채 진행된 신년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그리고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수준의 극우 인터넷매체와의 설날 인터뷰에서도 ‘특검조사를 받겠다’고 공언했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특검의 대면조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그때그때 말과 행동이 바뀌고, 갖다 붙이는 거부 이유가 너무 구차하고 실로 뻔뻔하다. 숨기는 자 범인이라고 했던가. 거짓말하는 자 범인이라고 했던가. 

 

최근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은 군사상 비밀을 필요로 하는 장소라는 이유를 들어 특검팀의 압수수색을 거부하였다. 형사소송법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이 없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제110조 제1항)”,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할 수 없다(제110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점에 비춰 보면, 이들의 압수수색 거부는 권한을 남용한 것이자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범죄행위임이 분명하다. 청와대 비서실장실, 정무수석실, 경제수석실, 의무실 등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나 불가촉의 성역이 아니라 국정농단, 헌정파괴의 범행이 저질러진 범죄현장이다. 범죄현장에 가득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은 필수적인 수사절차임이 분명하다. 또 국정농단이나 헌정 유린의 진상을 밝히는 것보다 더 중대한 국가의 이익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수수색 거부 이유는 어불성설이다. 특검팀은 이들을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여 법질서의 준엄함을 보여야 마땅하다.

 

한편 범죄 현장인 청와대의 책임자는 대통령이지만, 현재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어 있으므로 압수수색의 승낙 권한은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에게 있음이 분명하다. 비서실장이나 경호실장은 독립된 기관이 아니라 단지 청와대 내부 부서의 장에 불과하므로 이들이 압수수색의 승낙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 법적 권한이 없는 자들이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는 반면, 법적 권한과 의무가 있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특검의 ‘압수수색 협조요청’ 공문에 답신을 하지 않겠다며 압수수색의 승낙을 거부하고 있다. 

 

실로 비겁하고 구차스러운 꼼수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만일 황 총리가 끝끝내 영장 집행을 거부한다면 그는 공무집행방해죄를 저지르는 것이고, 이 경우 국회에서는 총리 탄핵으로 그 총체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헌법상 총리 탄핵소추안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그 권한대행을 하는 총리까지 탄핵하는 것을 검토해야 하는 이 현실이 너무나 기가 막히지만, 만일의 경우 최악의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날이 터져 나오는 국정농단과 헌정 유린의 실상이나 이를 뒷받침해 주는 증거가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저토록 민망한 작태를 연출하는 이유는 다들 짐작 하듯이, 헌재의 탄핵심판 일정을 이정미 재판관 임기종료 이후로 지연시키고 또 탄핵심판 일정을 특검의 수사기한 종료 이후로 넘겨버리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박근혜 정권의 입체적 꼼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헛된 시도에 불과하다. 최순실의 태블릿 피시, 정호성의 녹음파일, 안종범의 업무일지 수십 권, 그리고 고 김영한 수석의 업무일지 등 범행을 입증해 줄 수 있는 부동의 증거가 확보되어 있고, 또한 국민주권을 지키려는 광장의 촛불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핵심판의 시간적 마지노선이 임박해 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2월 말 3월 초 탄핵심판에 주권자의 힘을 다시 한번 집중할 때가 되었다. 지난 겨울 엄동설한을 지나면서 광장을 지켜 왔던 촛불의 동력이 다소 소강상태에 들어 간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 위기의 순간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광장촛불은 더욱 거세게 타오르면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기필코 완성해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제 탄핵심판의 날이 임박해 질수록, 예기치 않은 저들의 도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특히 유사시에는 만사를 작파하고서라도 광장에 집중하는 응집력을 발휘하고, 국민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받고 있다.

 

한편, 수구 기득권 집단들이 염치나 체면도 모두 벗어던지고 저토록 막장 수준의 억지를 부릴 수 있는 것은, 왜곡·편파보도를 일삼으면서 박정권의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을 방조해 온 수구언론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중동 등의 분탕질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적폐” 수준이지만, 더욱 뼈아픈 것은 공영방송이 여전히 “청와대 방송”이나 “부역언론”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천만 촛불에도 불구하고 KBS, MBC 등 공영방송은 마치 박근혜 정권과 그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듯이, 계속 국정농단과 헌정유린의 실상을 희석시키고, 탄핵기각의 조작된 목소리를 증폭시키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밤이 깊어질수록 새벽이 가까이 온다고 하였다. KBS, MBC 노조 등 현업 언론인들이 어둠을 뚫고 다시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투쟁의 머리띠를 묶고 있다.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민들이, 시청자들이 함께 힘을 합쳐 이번에는 기필코 승리를 만들어 나가자. 그리하여 오는 새벽과 함께 박근혜 정권의 부역 언론인들, 국정농단의 언론계 공범들을 단호하게 청산하고, 다시 공정언론을 바로 세워나가자.

 

빼앗긴 들에도 드디어 봄이 오고 있다. 

 

박석운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