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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재평가? 여전히 청산해야 할 ‘부역 언론’이다
2016년 11월~2017년 2월
등록 2017.02.18 18:06
조회 1836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 3개월이 지났다. JTBC가 지난해 10월 24일 ‘최순실PC’를 최초로 단독 보도하자, 조용하던 TV조선과 채널A도 곧바로 ‘박근혜 때리기’에 합류해 2월 현재까지도 하루 10건 남짓의 보도를 국정농단 사태에 할애하고 있다. 이런 대열에서 이탈해 있는 것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공영방송 KBS‧MBC뿐이다. 이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종편 방송사에 대한 여론이 감지되고 있다. KBS와 MBC가 ‘공영방송 무용론’에 시달리는 반면, 종편 방송사들이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이다. 


18대 대선이 치러졌던 2012년 12월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메인뉴스 월별 시청률(광고 제외)을 보면 지상파 3사의 시청률 합계는 32.29%였다. JTBC‧TV조선‧채널A‧MBN 종편 4사의 시청률 합계는 6.05%에 불과했다. 4년이 흘러 종편 방송사들이 국정농단 정국을 주도한 2016년 12월, 이 수치는 큰 변화를 겪었다. 지상파 3사의 시청률 합계는 24.86%로 급락했지만 종편 4사는 16.03%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4년 전 지상파3사와 종편4사의 시청률은 5대1수준이었지만 이제 6대4수준까지 종편이 따라잡은 것이다. 물론 종편 시청률 상승분의 대부분은 JTBC ‘뉴스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TV조선‧채널A도 잘 하고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있다. 특히 JTBC가 ‘최순실PC’를 보도한 바로 다음 날, ‘최순실 의상실 영상’을 공개하며 ‘메가톤급 폭로’를 이어간 TV조선이 재평가 대상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미르재단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한 것도 TV조선이었으니 JTBC가 아닌 TV조선이 탄핵을 이끌었다는 말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다. TV조선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파헤쳤을 뿐,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도 ‘박근혜 정부’의 ‘정체성’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강고히 유지, 확대 재생산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하려는 의도도 역력하다. 그 경향은 △한일 위안부 합의, 국정 교과서 등 ‘박근혜 정부 정책’ 적극 옹호 △정부 비판 여론 및 야권에 대한 ‘종북좌파 색깔론’ 공세 △박근혜 대통령 행보 무비판적 받아쓰기 및 동정적 보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옹호 보도 △저급한 가십보도로 추려볼 수 있다. 모두 TV조선이 이전부터 유지하고 있는 ‘반저널리즘적 행태’이지만 ‘최순실 의상실 영상’, ‘김영한 업무일지’ 등 큼지막한 폭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진면목을 잊은 듯하다. 

 

TV조선이 국정농단 사태 이끌었다? 부패한 언론 권력의 이면 드러났을 뿐
TV조선의 ‘부역 언론’으로서의 면면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JTBC보다 딱 하루 늦었지만 TV조선도 ‘최순실 의상실 영상’을 폭로하며 국정농단 사태를 이끌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이미 언급한대로, 결코 아니다.

 

물론 TV조선이 지난해 10월 25일부터 지금 이 시점까지 이어온 국정농단 관련 단독 보도들은 파급력이 컸다. 심지어 미르재단 대기업 모금에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TV조선이 7월 26일 먼저 보도했고 ‘체육계 실세’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전횡도 7월 6일 먼저 보도했다. 10월 25일이 되어서야 세상에 내놓은 ‘최순실 영상’도 이때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TV조선은 8월부터 보도를 내지 않았고 ‘최순실’ 이름 석 자마저 끝끝내 밝히지 않았다. ‘최순실’은 9월 20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서 처음으로 알려졌고 TV조선도 같은 날, 그것도 “우병우 수석의 민정 비서관 청와대 입성도 최순실 씨와의 인연이 작용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조응천 민주당 의원의 말을 빌려 ‘최순실’을 최초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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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한 이진동 사회부장(사진출처 : 미디어오늘)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미 7월 미르재단 대기업 모금의 보도했고 ‘최순실 영상’까지 확보한 TV조선은 어째서 9월까지, 장장 2개월을 침묵했을까. 이런 의문에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2016.11.1.)에서 그 침묵의 2개월을 “숨고르기”와 “큰 그림을 준비한 시기”로 해명했다. 최순실이 이영선, 윤전추 등 박 대통령 최측근이자 청와대 행장관인 인물들을 개인 비서처럼 대하는 영상을 보고도, 최순실이 대통령 의상을 만들고 비용까지 지불하는 장면을 보고도 무려 2개월이나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언론이 사상 초유의 헌정 유린 정황을 발견하고도 도대체 무슨 ‘큰 그림’을 그려야하는지, 어떤 ‘큰 그림’이길래 2개월이나 필요했는지, 애초에 보도할 의지는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이와 달리 JTBC는 10월 18일 ‘최순실PC’를 입수한 후 일주일 간 분석 작업을 마치고 10월 24일 곧바로 보도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7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두고 벌어진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기싸움’에서 조선일보가 졌고 이 때문에 TV조선도 눈치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TV조선이 김종 전 차관과 미르재단 모금 의혹을 보도했던 7월, 조선일보는 우병우 전 수석의 뇌물 의혹을 적극 보도하자 청와대는 8월 21일 조선일보를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고 규정하더니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대우해양조선으로부터 돈을 받아 사설을 썼고 우 전 수석에 로비를 하다 통하지 않자 보복기사를 냈다고 받아쳤다. 결국 송희영 주필은 사표를 내야 했다.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던 8월과 9월, TV조선은 7월에 시작한 ‘미르재단 의혹 보도’를 슬그머니 집어 넣어버렸다. 부패한 권력과 추악한 언론의 싸움에서 헌정 유린의 증거는 상대를 찌를 도구로 취급됐을 뿐이다. JTBC가 10월 24일 ‘최순실PC’를 공개하지 않았으면 TV조선의 ‘최순실 의상실 영상’은 조선미디어그룹의 ‘전투 전략’에 따라 아예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TV조선이 지금도 ‘부역언론’인 첫 번째 이유 : 박근혜 대통령도 버리지 못했다
이처럼 ‘최순실 의상실 영상’ 보도에서도 TV조선이 순수한 목적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JTBC가 먼저 ‘최순실PC’로 포문을 열면서 엉겁결에 TV조선도 국정농단 보도를 시작했으나 몇몇 큼지막한 단독보도만으로 TV조선을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TV조선 보도 곳곳에서 여전한 ‘부역 언론’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TV조선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적극 보도한 것 같지만 정작 박근혜 대통령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비호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 TV조선이 박 대통령의 ‘자리보전’을 위해 힘쓴 보도들의 경향은 시기별로 조금씩 다르다. 

 

■ 사태 초기, ‘대통령 2선 후퇴’ 끝까지 사수한 TV조선
TV조선은 사태 직후인 11월 초, 야권의 ‘하야 요구’에 맞서 ‘거국중립내각’을 내세우며 여론전에 나섰다. 대통령이 물러나서도 안 되고 야당 주도의 정국도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보도는 TV조선 <정국 ‘혼돈’…돌파구 없나?>(11/5, https://bit.ly/2eqODwa)이다. 이 보도는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을 초대해 바로 전날 있었던 박 대통령의 2차 대국민 사과를 논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책임총리를 지명한 상태에서 2선 후퇴를 거부하고 진상규명 약속도 하지 않은 채 여야 영수 회담을 제의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정 고문이 “대통령이 최소한 사임 선언 했어야 한다. 정치와 통치에서 손 떼고 내각제 하 대통령 정도로 물러나야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자 TV조선 이상목 앵커, 배성규 기자, 최병묵 전 월간조사 편집장은 펄쩍 뛰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생각 다르다. 그렇다면 거국내각 만든다고 해서 제대로 잘 총리를 만들고 이끌어 나갈 수 있나?”(이상목), “현행 헌정체계에서 국회에서 총리 뽑는 건 헌정 체계에 대한 부정 아닌가?”(최병묵), “민주당이 조건을 다 내걸고 영수회담을 걷어찼다. 과연 대화가 될까?”(배성규)라며 반발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식지 않아 결국 대통령이 총리 임명권을 국회에 넘기자 이번엔 “권력이 국회로 이동했다”며 “대한민국 정치사에 영원히 남을 장면”이라 칭송하더니 “사실상 의회 권력에 무릎을 꿇은건데, 그래도 야권은 부족했나 봅니다.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을 향해 하야하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는 보도를 내, 하야를 요구한 야권만 비난했다. 

 

■ 탄핵 정국, ‘질서퇴진론’에 화력 집중

박 대통령의 2차 담화와 ‘총리 임명 양보’에도 여론이 들끓어 11월 12일 3차 범국민행동에는 무려 100만 시민이 하야를 요구했다. 11월 29일 3차 사과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회에 ‘퇴진 절차’와 개헌까지 요구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바로 전날 ‘친박계’가 박 대통령에 건의한 ‘질서퇴진론’을 박 대통령이 받아들여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컸다. 대통령이 이렇게 ‘자진 사퇴 및 검찰 조사’를 모두 거부하자 12월 3일엔 200만 시민이 광장으로 나왔고 정국은 탄핵으로 기울었다. 이렇게 상황이 변하자 TV조선은 곧바로 ‘질서퇴진론’에 화력을 집중했다. 11월 초에는 ‘하야’에 치를 떨더니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질서퇴진’으로 갈아탄 것이다. 야권이 탄핵 표결 시기를 두고 갈팡질팡하던 12월 1일, TV조선 <‘4월 사퇴 6월 대선’ 당론 채택>(12/1 https://bit.ly/2gtMzIy)은 “탄핵을 추진하던 비주류도 일단 시간을 갖고 안정적인 하야를 돕기로 하면서 탄핵은 급제동이 걸렸”다면서 ‘친박계’의 ‘질서퇴진론’에는 “당장 탄핵을 피할 수 있게 됐고, 비주류는 탄핵 이후 예상되는 보수층의 반발을 피하는 이점이 있다”고 극찬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실제로 4월말 퇴진을 약속한다면, 탄핵안 처리는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탄핵 불가론’까지 나아갔다. “4월 퇴진도 사실상 탄핵”이라는 황당한 자막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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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의 탄핵 정국, ‘질서퇴진론’에 몰두한 TV조선
 

■ 일관적인 ‘박비어천가’…‘대통령이 펑펑 울었다’던 TV조선
이렇게 시기별로 달라진 TV조선의 정치적 의도와 상관없이 일관된 보도 경향도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받아쓰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행태다. TV조선은 10월 25일 1차 사과, 11월 4일 2차 사과, 11월 29일 3차 사과, 1월 1일 신년 기자간담회까지 단 한 번도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비판하거나 숨겨진 의도를 분석하지 않았다. 

 

이러한 TV조선의 ‘박비어천가’는 2차 담화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절정에 달했다. 2차 담화 당시 TV조선 톱보도 <“모든 책임지겠다…특검도 수용”>(11/4, https://bit.ly/2fnC21h)에서 윤정호 앵커는 “박 대통령 얼굴이 평소보다 많이 부어 보이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라고 물었고 홍혜영 기자는 “박 대통령은 평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거의 보이지 않는 스타일인데, 어제는 정말 펑펑 울었다”고 답했다. 이때 화면에는 “박 대통령 왜 얼굴 부어 보였나”라는 자막까지 떴다. 이러한 ‘박근혜의 눈물’은 200만 시민이 모인 6차 범국민행동 전날에도 나왔다. TV조선 <청 면담 먼저 제안했나?>(12/2 https://bit.ly/2gBsWOU)에서 앵커가 “요즘 청와대 회의가 자주 중단된다는데,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라고 묻자 기자는 “바로 눈물 때문입니다. 요즘 눈물 얘기 자주 들으실 겁니다”, “대통령이 회의에서 자주 눈물을 보이는데, 최근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는 눈물로 20분간 중단될 정도였다”라고 답했다. 이런 ‘감성 호소 보도’는 TV조선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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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박 대통령의 눈물에 집착하는 TV조선
 

신년 기자간담회도 마찬가지다. TV조선 <“답답하고 마음 무겁다” 토로>(1/1 https://bit.ly/2hECAgm)는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박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회상’하는 장면을 섬세하게 전했다. TV조선은 박대통령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퍼스트레이디 생활을 하던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면서 “어릴 때 그네 묶어서 놀려고 했다가 아버지께서 ‘그러다가 나무 상한다’”라는 박 대통령 발언 장면도 보여줬고, 화면으로는 박 대통령이 어린 시절 뛰어 노는 흑백 화면을 내보냈다. 이 보도는 질문도 받지 않고 노트북 사용과 촬영까지 금지시킨 ‘기습 기자간담회’의 배경을 “이번 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강하게 원해 성사된 것”으로,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해주기도 했다.

 

TV조선이 지금도 ‘부역언론’인 두 번째 이유 : ‘박근혜 정책’은 모두 옳다는 TV조선
TV조선이 여전히 ‘부역 언론’인 두 번째 근거는 ‘박근혜 정책’에 강경한 수호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정 역사 교과서이다. 탄핵과 압도적인 비판 여론으로 인해 교육부도 국정 교과서 전면 도입을 유예했지만 TV조선은 물러서지 않았다. 11월 28일, 국정 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됐을 때 내용과 집필진 모두가 ‘뉴라이트’ 일색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TV조선은 모두 외면했다. TV조선 <각 정권 공과 균형 있게 서술>(11/28 https://bit.ly/2gdZPRB) 등 4건의 보도는 ‘임시정부 정통성 부정’과 같은 ‘뉴라이트 논란’은 배제한 채 “6.25 기습 남침 명시 강화” “북한 체제 비판 대폭 강화” “천안함 폭침 북한 도발 명시”를 치하했고 ‘독재 미화’ 논란 역시 “역대 정권에 대해서는 사실 위주로 기록”했다는 극찬으로 갈음했다. 이날 모든 방송사가 지적한 집필진의 정치적 편향 및 전문성 부족 역시 누락했고 “현대사 집필진 6명 가운데엔 비록 역사학자는 없지만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했다”는 교육부 입장만 읊었다.


1월 31일, 최종본이 공개됐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TV조선 <‘대한민국 정부 수립’도 같이 사용>(1/31 https://bit.ly/2jpZSwo)은 ‘임시정부 정통성 부인’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자 교육부가 고육책으로 검정 교과서에는 ‘정부 수립’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한 조치를 ‘논란 해결’로 보도했다. 독립 운동의 비중 축소, 박정희 시대 긍정적 서술 증가 등 본질은 그대로 유지한 문제점도 언급하지 않았고 대신 “760곳 수정‧보완”만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교육부가 발표한 이 ‘760곳 수정‧보완’도 틀린 수치로서 교육부가 1072건이나 수정해놓고 비판이 우려돼 수정 내역을 축소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TV조선이 지금도 ‘부역언론’인 세 번째 이유 : 여전한 ‘색깔론’
TV조선의 핵심적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색깔론 프레임’도 여전하다. 심지어 탄핵을 이끈 촛불 시민들에게도 ‘색깔론’을 뒤집어 씌웠다. 200만 시민이 모였던 12월 3일 6차 범국민행동 당시 TV조선 <여의도로 ‘확산’…새누리, KBS서 시위>(12/3 https://bit.ly/2gCb0DM)은 새누리당사 앞 집회를 보도하면서 “분노의 대상이 박근혜 정부를 넘어 정치권, 대기업, 언론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일부 진보 시민단체가 순수한 촛불 민심을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라고 전했다. “진보 시민단체 2천여 명, 새누리당사 앞 시위”라는 자막을 내보내, 범시민적 연대인 ‘비상국민행동’을 ‘진보 단체’로 규정했다. 당시 집회를 주도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전국 각지에서 구성되어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범국민적 시민 모임이다. TV조선은 이러한 민의를 ‘일부 진보 단체’에 휘둘리는 ‘우중’으로 폄하한 것이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매카시즘’은 TV조선의 오랜 전통이다. TV조선 <‘혁명’ 97번 외친 문재인>(12/28 https://bit.ly/2i9VCiL)는 문 전 대표가 연설에서 ‘혁명’을 총 97번 말했다고 열을 올린 보도이다. TV조선은 “‘혁명’은 총 97번, ‘대청소’는 28번 나왔습니다. ‘투쟁’과 ‘대청산’도 자주 등장”했다면서 문 전 대표의 많은 연설 장면 중 “투쟁 끝에 6월 항쟁의 승리가…, 퇴진 투쟁에 나설 수밖에…, 더 강력한 하야투쟁에…”등 투쟁이 언급된 부분만 잘라 보여줬다. TV조선 스스로도 TV조선 <촛불집회의 정치적 의미>(11/12 https://bit.ly/2f5eYRH)에서 “이번 촛불집회를 우리 민주화 역사의 큰 사건들, 4‧19혁명 6‧10항쟁과 비교할 수 있다”며 촛불 시민을 극찬한 사실을 감안하면 ‘생트집’이라 할 수 있다.

 

TV조선이 지금도 ‘부역언론’인 이유 네 번째 이유 : 강고한 ‘세월호 적대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은 세월호 참사에 이상할 정도로 거부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는 예산을 볼모 삼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했고 지난해 11월 15일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세월호 참사 대응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해당 문건은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로 지칭하면서 “여객선 사고를 빌미로 한 투쟁을 제어해야 한다”고 했고  “보수 단체를 활용해 적극적인 맞대응 집회를 열어야 한다며 '여론 조작' 필요성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고영태 씨의 증언에 의하면 최순실은 “세월호의 노란색만 봐도 질색했다”고 한다.

 

TV조선도 마찬가지이다. TV조선은 특조위에 대한 ‘세금도둑 프레임’의 기수였고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는 ‘세월호 천막을 거두자’며 참담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TV조선 <서울광장, ‘탄핵 반대’ 텐트 20여 동>(1/23 https://bit.ly/2km2xDk)은 서울광장의 ‘탄핵 반대 농성 텐트’와 광화문 광장 세월호 천막을 비교하면서 이를 “강대강 천막 충돌”이라 규정했다. “세월호 천막 걷으면 우리도 걷겠다는 거예요. 여기에 천안함 용사들 분향소 설치할거예요”라는 박 대통령 지지자의 입장을 전했고 이러한 “‘강대강 천막 충돌’이 벌어진 건데 분열된 우리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하더니 “시민 휴식공간으로 조성된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이 본래 취지에 맞게 돌아오기를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며 싸잡아 비판했다. 이미 특검과 검찰이 입수경위와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태블릿PC에 계속 트집을 놓으며 사상 초유의 헌정유린을 저지른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선 ‘친박단체’의 집회를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동일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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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천막도 거두라는 TV조선
 

TV조선 <좌우로 나뉜 광장>(1/31 https://bit.ly/2kbKlxf)은 더 심각하다. 이 보도는 서울광장 ‘탄핵반대 텐트 농성’을 세월호 천막은 물론, 과거에 있었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 분향소,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분향소와 비견하면서 “시민 모두의 광장을 특정 단체가 너무 오래 독차지 한다는 비판”을 달았다.

 

‘언론 개혁’만 언급하면 펄펄 뛰는 TV조선, 스스로 언론부역자임을 인정하는 꼴
마지막으로 TV조선이 청산되어야 할 ‘구악’임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정황이 있다. 바로 반복적으로 자사의 공적을 보도로 내보이면서 언론개혁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TV조선은 지난해 10월 이후, 자사가 사태를 주도했다는 ‘자화자찬’을 메인뉴스 ‘뉴스판’에 수차례 보도했다. 그 수준은 민망할 지경이다. TV조선 <“의상실 영상 ‘조작’ 몰아라”>(1/24 https://bit.ly/2jPAI7l)는 최순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되고”라며 증거인멸을 지시한 녹취록 내용이 자사의 ‘최순실 의상실 영상 보도’라고 보도했다. 모든 매체들이 JTBC의 ‘최순실PC’라 지목했고 최순실 녹취록 내용의 맥락도 태블릿PC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 이상한 낌새는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언론개혁을 주장할 때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25일, TV조선 <“언론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 나와”>(11/25 https://bit.ly/2gugKMp)는 “문재인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이 나온 것은 언론 때문이라며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언론이 최순실 의혹을 잇따라 제기한 사실은 외면한 채 느닷없이 언론 개혁을 주문한 것”이라며 치를 떨었다. “최순실 의혹의 핵심인 미르재단 불법모금을 가장 먼저 폭로한 건 TV조선이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라며 ‘자화자찬’과 ‘민주당 비난’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문 전 대표가 지적한 것은 언론들의 ‘최순실 사태 보도’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부역 언론’의 책임이었다. TV조선은 이어 <“권력 비판하지 않아” 언론관 편향>(12/16 https://bit.ly/2gLin8r), <‘혁명’ 97번 외친 문재인>(12/28 https://bit.ly/2i9VCiL)과 같은 리포트를 내면서 ‘언론개혁’ 요구에 ‘우리는 최순실 사태를 터뜨렸다’고 엉뚱한 반박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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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 보도 자화자찬하면서 ‘언론 개혁’에 반발하는 TV조선
 

TV조선은 단연 청산 1순위라 할 만하다. 2011년 12월 개국당시 TV조선 ‘시사토크 판’은 박근혜 당시한나라당 대표를 초대해서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 극찬했다. 민주당이 최순실 의혹에 무관심했다고 비판했지만 2014년 4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청와대의 지시로 국가대표가 되기에 부족한 정씨가 승마 국가대표가 됐다는 제보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을 때 TV조선은 전체 뉴스를 통틀어 고작 2건을 보도하면서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될 경우 체육계 개혁의지도 꺾이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김종 당시 문체부 차관의 입장을 받아쓴 바 있다.


이랬던 TV조선이 언론개혁이란 말만 나오면 펄펄 뛰는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들이 최순실 사태를 끌고 왔다는 식의 ‘자화자찬’을 내놓는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볼 수밖에 없다. 떳떳하다면 자화자찬을 보도로 낼 필요도 없고 언론개혁에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도 없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여론의 요구가 탄핵에서 국가 전반의 개혁으로 이어지자 TV조선 스스로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여러 사실들을 고려할 때 TV조선은 분명한 ‘박근혜 부역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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