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칼럼_

언론개혁 과제 ①

공영방송 정상화는 방송장악 진상규명부터
등록 2017.04.20 18:34
조회 6588

촛불 민심은 기득권 세력의 이익 복합체가 농단해온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라는 거대한 물결이었다. 낡고 부당한 체제를 허물고 새로운 희망의 체제로 바꾸라는 시대적 요구다. 하지만 여전히 기득권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물적 제도적 기반은 강고하다. 역사적 흐름을 거스르려는 저항세력은 어떻게든 반동적 계기를 만들려고 했다. 시민혁명들이 오롯이 실현하지 못하고 주저앉은 숱한 사례들이 생생하게 증언한다. 작은 빈틈이라도 비집고 흠집 내며 분열을 꾀하려는 기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적폐청산을 실현하기에는 넘어야 할 고비가 첩첩이다. 

 

공영방송 정상화, 사회 적폐 청산의 출발점


그 첫 관문이 언론이다. 그동안 언론은 적폐의 이념적 생산기지이자 전위대였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온갖 의혹,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등 모두 언론의 침묵과 방조로 이루어졌다. 지금도 일부 언론은 촛불민심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리며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언론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공정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로서 대한민국의 새 시대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는다. 상업언론보다 공영언론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다. 이들은 시민적 통제와 견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권력에 장악되어 여론왜곡과 교란의 폐해가 더욱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업언론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시민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반영한다. 시민의 외면을 받는 상업언론은 그들의 돈줄인 광고 절벽에 부딪칠 것이기 때문이다. 상업방송인 JTBC와 SBS가 더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참담한 현실로도 드러난다. 정권에 장악 당한 공영방송은 시민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더 살핀다. 시민위에 군림하는 정권에서 공영방송은 시민의 요구를 배신한다. 민주주의의 토대를 튼튼하게 세워서 사회적 적폐를 청산하는 일은 공영방송 정상화에서 그 출발점을 찾는다.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줄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체제의 틀을 혁신적으로 바꾸어야 하지만 그것은 더디고 과정에도 갖가지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2017-0420-원탁회의 (15).JPG△ 4월 20일 전국 각계의 인사들이 모여 언론적폐 청산을 대선 후보에게 촉구하는 원탁회의를 열었다.

 

방송장악 진상규명은 부역자와 기회주의자 청산의 원동력


공영방송 개혁에 필요한 추진동력을 만드는 것이 우선 급하다. 그것은 어떻게 공영언론들이 시민의 지탄을 받는 적폐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낱낱이 밝히는데서 시작한다. 국정조사와 청문회는 정권의 언론장악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다. 조사의 범위는 단순히 방송사 내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방송 장악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언론 규제 기구,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들의 합동 작전으로 이루어진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떻게 직접적 공모 또는 교감과 암묵적 공조를 하며 언론장악과 국정농단의 부역 노릇을 하였나를 밝혀야 한다. 누가 어떤 과정에서 어떤 역할과 결정을 하였는지 그리고 책임은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영달에 눈이 어두워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권력의 대행자이자 충실한 집행인 역할을 기꺼이 떠맡은 자들의 추악한 실상을 밝혀낸다. 그리하여 권력이 준 완장을 차고 방송사 구성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짓밟은 자들의 책임을 묻는 과정이기도 하다. 불법과 편법을 낱낱이 밝혀 법적인 것뿐만 아니라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적 책임도 따져야 한다. 아직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버티는 부역자들은 점령한 자리를 순순히 포기하지 않을게 뻔하다. 작은 잇속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일게다. 구차한 핑계와 꼬투리, 저항은 만만찮을 것이며 이익에 대한 집착은 끈질기고 집요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인적 청산 없이는 방송 장악의 해소도 없다. 진상규명은 부역자들과 기회주의자들을 청산할 동력과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서 지금은 물러나 있는 자들도 법이 허용하는 한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그래야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어두워 권력에 빌붙으려는 자들에게 준엄함을 깨우쳐 주고 교훈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적폐를 청산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그저 국정조사만 열린다고 모든 실체적 진실이 오롯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에 대한 조사는 물론 여러 차례의 국정조사에서 진상이 제대로 밝혀진 적이 없다. 덮고 감추려는 세력들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허울뿐인 조사가 될 수도 있다. 자료 제출의 강제력을 강화하는 등 청문위원 조사권한을 확대하고 온갖 핑계거리를 대며 출석을 피하려는 증인, 모르쇠로 잡아떼는 증언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할 것이다. 현재의 솜방망이로는 교활한 적폐 세력을 상대하기 어렵다. 

 

해직자․징계자 원상회복, 방송독립 투쟁에 명예 부여하는 것


 정권의 언론장악에 저항하며 언론의 가치를 지키려다 해직과 징계를 당한 언론인의 원상회복은 가장 급하면서도 공영방송 정상화를 향한 첫 단추다. 단순히 부당한 탄압을 받은 언론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원상회복시키고 투쟁에 정당한 명예를 부여하는 것은 부당한 권력의 탄압에 저항할 구성원들의 용기를 만들어낸다. 방송 독립의 내부적인 방어막이 형성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권력의 침입을 막는 공영방송의 울타리는 그리 허술하지 않았다. 언론 독립과 자유라는 내부적인 가치와 공감대는 하루아침에 잘 허물어지지 않는다. 권력의 낙점을 받고 공영방송에 쳐들어온 자들은 내부적인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분열책동을 하며 구성원 사이를 편 갈랐다. 정권이 쥐어준 경영권은 내부를 장악하는 흉기가 되었다. 굴종하는 사람에게는 보직과 승진이라는 당근을 주고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징계와 탄압의 칼날을 휘둘렀다. 온갖 모욕과 망신 주기로 기를 꺾었다. 한동안 저항하고 버티며 그들의 장악시도에 균열을 만들기도 한 것은 내부 구성원들의 조직문화와 직업의식이었다. 부당한 탄압을 받은 언론인의 원상회복은 상처 입은 조직문화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공영방송의 가치를 내부 구성원들이 직업적 윤리적 가치로 내면화하게 한다. 공공성과 공정성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조직문화를 재건하는 기틀이 된다. 단순히 지배구조를 개선하거나 제도적인 보장을 하라는 것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제 방송에도 적폐의 어두운 시대는 가고 정의의 시대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있다. 그 기대의 실현은 공영방송의 독립과 공정성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방송장악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그리고 부당한 해직· 징계자의 원상회복이 그 의지의 시험대이다.

 

정연우(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언론개혁 과제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월 12일 ‘2017 민언련이 제안하는 언론개혁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민언련에서 오랜 기간 고민해온 언론개혁 과제를 바탕으로 변화된 언론환경까지 고려해 방송정상화, 신문․뉴스통신 개혁, 독립미디어 활성화․시민주권 강화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의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좀 더 쉽게 해설한 칼럼을 5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첫 번째로 ‘정권의 언론장악 해소와 부역언론인 청산의 필요성’에 대한 칼럼을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