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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1차 공판 관련 모니터 보고서

박근혜 공판, 받아쓰기에 물타기 앞장 선 조선
등록 2017.05.25 02:19
조회 516

23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날 박근혜 측은 검찰과 특검이 적용한 18가지 혐의 전체를 전부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반면 검찰 측은 박근혜 씨가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이념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저지른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박근혜 측 발언 제목에서 가장 많이 인용한 신문사는? 조선일보
관련 보도량은 조선일보가 1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향신문이 12건, 동아일보와 한겨레가 11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각각 7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총 보도량

12건

11건

13건

7건

11건

7건

박근혜 측 입장 제목 인용 보도량

1건(8%)

1건(9%)

6건(46%)

2건(29%)

1건(9%)

1건(14%)

△ 박근혜 첫 공판 관련 보도양상(5/24) ©민주언론시민연합

 

단순 보도량보다 눈에 띄는 것은 각 매체가 보도 제목에 박근혜 측 입장을 그대로 인용한 횟수입니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여타 매체들이 1건(경향․동아․한겨레․한국) 혹은 2건(중앙)의 기사 제목에서 박근혜 측 발언을 직접 인용한 반면, 조선일보는 총 6건의 기사 제목에 박근혜 측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전체 보도의 46%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는 조선일보가 각 혐의를 부정하는 박근혜 씨의 진술을 모두 별도의 기사를 통해 하나하나 나열해 보여주었기 때문인데요.

 

같은 상황을 경향신문 <박측 사실관계조차 부인… 검찰은 “유죄 입증할 증거 충분”>, 한겨레 <검찰 “권력 남용해 사익 추구” 박근혜쪽 “추론․상상” 기싸움>, 한국일보 <최대 쟁점은 뇌물 수수… ‘법리 전쟁’ 예고> 등이 일종의 ‘공방’ 보도 형태로 구성해 박근혜 측의 혐의 부인 뿐 아니라 검찰의 반박 등을 함께 전달한 것과는 크게 다른 태도였습니다. 
 

경향신문

<“박 변호인 입장과 같다” 한마디… 최순실에게 눈길 한번 안 줘>

동아일보

<박측 “돈봉투 만찬 검사들도 수뢰죄 가능”>

조선일보

<“최순실에 속은 나 자신이 참담”>

<“무직” “변호인 입장과 같다”… 박 전대통령, 3시간 동안 여섯 마디>

<“기업들이 수사받는 등 고초 겪게 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승마 지원 늦다고 질책?… 제가 어떻게 이재용을 질책합니까”>

<“종북·친북의 문화 빙자한 국민 현혹 막는 건 내 평소 신념”>

<“최순실은 나서는 사람 아니어서 비선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앙일보

<“상상에 의한 기소”>

<판사 “박근혜 피고인, 직업이 뭡니까”… “무직입니다”>

한겨레

<검찰 “권력 남용해 사익 추구” 박근혜쪽 “추론·상상” 기싸움>

한국일보

<법정에 선 박근혜 “모든 혐의 부인합니다”>

△ 박근혜 측 발언 제목 인용 보도(5/24) ©민주언론시민연합

 


경향·한겨레·한국은 ‘밝혀진 사실까지 발뺌하냐’ 비판 
박근혜 측 혐의 부인에 대한 입장 차이는 사설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현 상황이 ‘비극’이라는 인식은 6개 일간지가 모두 공유하고 있으나,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그 직후, 공판 과정에서 박근혜 씨가 이미 밝혀진 사안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예를 들어 경향신문은 <사설/법정에 선 박 전 대통령, 이젠 역사 앞에 참회할 때>(5/24 https://goo.gl/j2QbG0)에서 “수갑을 찬 전직 대통령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면서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박 전 대통령의 죄상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 “박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고 사과 한마디 없으니 도대체 무슨 속인지 모르겠다”는 등의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사설은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이 시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역사 앞에 참회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당부로 마무리됩니다.  


한겨레 역시 <사설/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여전히 남은 의혹들>(5/24 https://goo.gl/LfbfEI)에서 “전직 대통령이 수갑 찬 채 호송차에서 내려 초췌한 얼굴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착잡하게 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뒤에 “그러나 여전히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발뺌하는 태도에서 동정의 여지는 찾기 어렵다. 온 국민을 충격과 혼란에 몰아넣은 데 대해 반성과 사죄를 해도 모자랄 텐데 여전히 주변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한 모습은 실망스럽다”는 비판을 덧붙였습니다.

 

사설은 “공소사실에 대한 단죄는 물론 남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필요성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는, 단죄와 진상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장으로 마무리됩니다. 


한국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설/법정에 선 박 전 대통령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5/24 https://goo.gl/wGC93J)에서 한국일보는 “얼마 전까지 대통령 신분이었던 인사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은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 뒤 “혐의의 상당 부분이 사실로 드러난 바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고만 있으니 답답한 노릇” “명백히 사실로 드러난 것만이라도 우선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것이 합리적일 터인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덧붙였습니다.

 

사설에서 한국일보는 “박 전 대통령은 그간 한 번도 국민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뒤늦게라도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한때 국가지도자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임을 깨닫기 바란다”는 ‘충고’를 내어놓기도 했습니다.  

 

 

정치재판에 대한 우려․개헌 필요성만 부각한 조선
반면 조선일보는 박근혜 씨의 혐의 부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을 내놓지 않았는데요.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공정한 재판’에 대한 우려와 강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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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권의 ‘불행한 마감’을 ‘역사적 흐름’ ‘시스템의 문제’로 전가한 조선(5/24) 


<사설/수갑 찬 전직 대통령을 봐야 하는 국민의 고통>(5/24 https://goo.gl/bEIKCS)에서 조선일보는 박근혜 씨가 “범죄 혐의 전체를 부인했다. 법리 논쟁이 이어지면서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한 뒤, 이에 대한 어떠한 가치판단도 없이 그 뒤에 곧바로 “앞으로 재판에서는 유·무죄 기준이 오로지 법리 한 가지여야 한다. 재판관들은 정치적 고려 일절 없이 증거주의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정치권은 어떤 영향도 미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덧붙였습니다.

 

반면 박근혜 씨가 공소사실 가운데 이미 명백히 사실로 드러난 혐의조차 부인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실상 박근혜 씨의 혐의 부인 행태에 힘을 실어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박근혜 씨에 대한 질책 내용 역시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한국일보와는 좀 달랐는데요. 앞서 세 매체가 검찰 기소 사안과 이에 대한 반성 없는 행태 등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반면 조선일보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은둔하듯 한 생활, 과거로 돌아간 권위주의, 비판에 대한 무관용, 귀를 닫은 아집, 실망스러운 인사” 등 다소 원론적 태도를 문제 삼고 있을 뿐입니다. 

 

 

‘저주와 보복이 되풀이되는 시스템’ 문제 삼은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권의 이런 ‘불행한 마감’을 박근혜 개인, 혹은 정권의 문제가 아닌 ‘역사적 흐름’ ‘시스템의 문제’로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앞서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선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이 세 사람을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이 큰 불행을 겪었다. 해외 망명, 불의의 피살, 자살까지 있었다. 헌정 70년밖에 안 된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라 운을 뗐는데요. 


여기에 이어 사설 말미에서는 “권력 휘두르는 데엔 제왕적이지만 정책은 국회에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의 대통령제는 수명이 끝났다” “대통령 자리 하나 놓고 전쟁하듯 싸우는 정치는 끝내야 한다. 한 표만 더 얻어도 100% 권력을 쥐고, 이후에는 저주와 보복이 되풀이되는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 같은 주장은 부정선거로 하야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인 박근혜 씨의 사례를 이명박 정부로부터 사실상 정치 보복을 당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와 나란히 나열하고 있다는 점과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 해당 상황을 유발한 대통령 개인의 책임을 슬쩍 지우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문제입니다. 

 

 

동아, ‘전직 대통령 불행은 독선 탓’ 물타기…혐의 부인에는 ‘인정할 건 해야’ 
실질적 혐의 내용보다 추상적 책임을 부각하거나 박근혜 정권의 불행한 말로를 ‘반복되는 역사’의 문제로 치부하는 태도는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사설/네 대통령 운명 엇갈린 5월 23일>(5/24 https://goo.gl/P4DMIh)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상에서 극하로 엇갈리는 역사” “영광과 치욕의 이 역사는 언제까지 되풀이될 것인가”라며 한탄을 쏟아냈는데요. 박근혜 씨 외에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사례를 나열한 뒤 동아일보는 “전직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한결같이 어느 정파의 수장이나 지지자들의 지도자가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 하지만 “자신만이 옳다는 판단 아래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독선’ 때문”에 “이들이 불행한 대통령, 논란의 대통령이 된 것”이라는 진단을 내어놓았습니다.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개별 사례를 ‘대통령들의 불행한 말로’라는 표현으로 포장해 박근혜 개인과 정권의 잘못을 슬쩍 지우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와 달리 <사설/박 전 대통령도 재판부도 역사 앞에 선 자세로 심리 임해야>(5/24 https://goo.gl/prXEk1)를 통해 “검찰과 피고인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수 있는 여건이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이라면 일반 피고인처럼 일단 혐의를 부인하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인정할 혐의는 인정했으면 한다”는 지적을 덧붙였습니다.  

 

 

중앙, ‘법리에 따른 처벌’만 강조 
중앙일보는 박근혜 측의 무리한 혐의 부인에 대해 별다른 언급 없이 ‘법리에 따른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만을 내놓았습니다.  


실제 <사설/재판정에 선 박 전 대통령 … 더 이상 이런 비극 끝내야>(5/24 https://goo.gl/fQCi3d)에서 중앙일보는 혐의 부인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다투고 있다” “국정 농단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법정공방이 치열할 것임을 예고했다”는 정도의 표현만을 사용했습니다.

 

반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현직 국가원수의 탄핵·구속까지 가져온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재판부는 어떠한 선입견도 없이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런 국가적 비극이 더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법원은 오로지 증거와 양심에 따라 진실을 가려내고, 법리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라며 큰 관심을 기울였는데요. 여기에 더해 재판부가 “예단이나 편견 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하겠다. 백지 상태에서 충분히 심리하고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천명한 것에 대해서도 “고무적”이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5월 2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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