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_

7월 좋은보도 시상식 후기

“해외입양은 대한민국이 저지른 가장 끔찍한 인권문제”
등록 2017.09.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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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은 8월 28일 ‘2017년 7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을 열었다. 민언련은 매달 신문, 방송, 온라인 부문의 좋은 보도를 선정 시상해왔다. 민언련 7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 부문은 한겨레 <‘미군기지 잃어버린 십년’>기획 보도가 선정되었다. 방송 부문에서는 SBS의 ‘방문 간호사 비정규직 실태’ 관련 보도 2건 (<‘자식보다 낫다’는데…연말마다 ‘해고’> 등 2건)이 선정되었다. 온라인 부문에는 프레시안 <한국 해외입양 65년> 기획 보도가 선정되었다. 
시상식에는 한겨레 조일준·최현준 기자, SBS 남주현 기자,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가 참석했다. 시상식 이후에는 한겨레 류이근 기자, 이경은 국제인권법 전문가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7월의 좋은 보도 수상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주한미군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공기 같은 존재”

한겨레 조일준·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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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완기 민언련 상임대표와 2017년 7월의 좋은 신문보도 수상자 한겨레 조일준, 최현준 기자

 

 

수상 소감을 듣고 싶다.
조일준 기자 용산에 있는 미8군 기지 이전이 계속 늦춰지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춰지는지 궁금했었다. 원래는 용산 기지가 통째로 옮겨 갈 예정이었는데 그게 아니라 잔류 시설이 남는다고 했다. 군부대가 남고 심지어는 미 대사관이 그곳으로 옮겨 간다는 말도 들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느냐’ 하는 문제의식에서 이 기사를 시작했다. 

주한미군은 사람들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사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공기 같은 존재란 생각을 했다. 취재가 쉽지 않았다. 군사 부분이고 더군다나 외국군이어서 국방부나 우리 정부가 많이 알지 못했다. 또 안다고 하더라고 한미 소파 협정 때문에 어지간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일일이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기사를 출고하는 시점까지도 막연하게 안갯 속을 헤매는 느낌이 있었다.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같이 고생한 임유택·임지선 기자의 노력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임지선 기자는 만삭인데도 이태원 용산기지 담벼락에 가서 독한 하수구 샘플을 채취하기도 했다. 그 냄새를 맡고 두 시간 동안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혼을 발휘했다. 너무나 거대하고 뚜렷하게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전혀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실체를 본 것 같다. 안타깝게도 이 보도를 많은 사람이 보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고 자평을 하고 있었는데 민언련에서 상을 받게 되어 감사하고 영광이다. 

 

미국 대사관 이전이 문제가 된다고 했다.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준다면?
조일준 기자 용산이 굉장히 넓다. 그리고 지리적으로 한강이 보이는 한복판에 있다. 그 공간을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고 무엇보다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미 대사관은 국외 영토다. 미 대사관이 용산에 들어서고 미군기지가 잔류하면 그 시설을 보호할 시설도 따라서 들어온다. 그렇게 되면 용산은 또 다시 섬처럼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 된다. 우리 땅을 온전한 모습으로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류이근 기자 미 대사관 이전과 관련하여 추가 취재를 하고 있다. 시점을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 보도를 통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 의식을 보완해서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프레시안이나 SBS가 보도한 기사는 그 사안이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면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한겨레에서 취재한 주한미군 문제는 해결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조일준 기자 기사에도 나왔지만, 기지 이전 사업을 ‘깜깜이’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취재할 때마다 정말 답답했던 게 기본적으로 공개를 안 한다. 물론 소파협정 때문에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은 있다. 하지만 협정에 구속되지 않고 공개해야 하는 자료가 있음에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본다. 또 국방부의 태도가 무관심하고 무책임하다고 느꼈다. 자주 국방의 의지나 관심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군대라는 조직이 노회하고 일관적이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기지 문제에 있어서도 외교부, 환경부 등 관련 부서가 모두 얽혀 있으면서 책임을 서로 떠넘기려 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결국 주한미군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풀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외면하면서 오히려 후퇴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가 일관된 태도를 지니지 못했다. 주한미군 측에서도 이를 문제 삼고 있어서 취재를 하면서도 부끄러웠다. 우리 정부가 정말 무능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결국은 해결하려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여론을 의식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언론인으로 책임의식과 사명감으로 국민들에게 이런 문제를 알리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용산 기지 환수와 관련해서, 당시 서울시는 이를 공원화해야 하기에 기지 오염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시장이 과거 기지 오염 문제에 비판적인 발언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서울시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 있었는가?
조일준 기자 이 문제는 서울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 간의 협상이고 소파 협정의 구속을 받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파 협정이 두 차례 개정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소파 본문에는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 기존의 터를 반환받으면, 반드시 환경오염 조사를 진행하고 누구의 책임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미군이 동의하지 않으면 한국이 법적, 행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야말로 기울어진 합의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방문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과 지위 향상을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지켜볼 것”

SBS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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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왼쪽)과 2017년 7월의 좋은 방송보도 수상자 SBS  남주현 기자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남주현 기자 먼저 귀한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사실 조동찬 기자가 기획부터 취재 상당 부분을 진행했기 때문에 함께 와야 하는데 개인 사정으로 오지 못했다. 대리 수상한다는 마음으로 왔다. 이 아이템을 준비한 지는 조금 오래되었다. 방송 기사다 보니 사례자나 방문 간호사 선생님들의 인터뷰가 중요했다. 아무래도 얼굴이 공개되어 하는 부분 때문에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주신 방문 간호사 선생님들 덕분에 취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당당하게 얼굴 밝혀서 인터뷰해주신 방문 간호사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보도 이후 8월 2일 청와대에서 방문 건강관리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단순히 사업을 확대하는 것 말고 보도에서 지적한 것처럼 방문 간호사분들의 처우가 개선되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도록 하겠다.

 

보도 내용을 보면 방문간호사의 처우개선이나 신분 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해당 부처 입장에 대해서는 다뤄지지 않은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 해줄 내용이 있는지?
남주현 기자 당시에는 방문 간호사가 처한 상황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을 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8월 2일 청와대 발표 이후 보건복지부와 방문 간호사 단체와 협의를 해서 TF팀 구성하고 있다고 들었다. TF팀을 통해서 앞으로 방문 간호사의 처우개선, 지위 등이 결정될 것인지 지켜볼 예정이다.

 

방송보도를 보고 많이 놀랐다. 방문 간호사라는 직종도 생소하지만 그들의 역할에 비해 처우가 너무 열악하다는 현실도 전혀 몰랐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 정규직 전환도 포함되어있는지 궁금하다.
남주현 기자 정부는 막연한 표현을 했다. “찾아가는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방문 간호사 인력을 추가 배치하겠다”고만 했다. 해당 부처에서 방문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지는 꾸준히 관심을 두고 지켜보도록 하겠다.   

 

“해외입양은 대한민국이 저지른 가장 끔찍한 인권문제”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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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경은 국제인권법 전문가와 2017년 7월의 좋은 온라인보도 수상자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전홍기혜 기자 귀한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민언련에서 선정 사유에 대해 쓴 글을 보았는데 정말 감동했다. 저희 기획을 정확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고 상까지 주셔서 더 감사하다. 해외 입양 문제는 65년이나 되었다. 같이 기획하신 이경은 박사님께서 매번 말씀하신 것처럼 이 문제가 대한민국의 가장 오래된 적폐 중 하나이다. 사실 65년간 아동들을 내보내면서 대한민국이 아이들에게 해 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성인이 된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기획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 5월 말, 필립 클레이 씨가 미국에서 강제 추방당해 한국에서 어렵게 살다 자살한 사건이었다. 어느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저 역시 입양인 단체 페이스북을 보고 뒤늦게 알게 됐고, 장례식 다음 날 기사를 썼다. 그러고 나서 이경은 박사님께 연락이 오면서 기획보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과거 2007년에 입양 관련 기획을 다룬 적이 있었다. 그때도 가슴 아픈 사례를 많이 접했는데,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바뀐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입양문제는 아동 인권문제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내법과 제도 문제이기도 하다.
민언련에서 관심을 둔만큼 많은 분이 기사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입양인들이 해외에서 어렵게 살아온 것을 보면 대한민국이 저지른 가장 끔찍한 인권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시 한번 상을 주신 민언련에 감사드린다.

 

첫 번째 기획 단독 보도가 나간 이후에 세계일보도 비슷한 기획보도를 했다.
전홍기혜 기자 세계일보도 필립 트레이 씨가 사망한 이후에 관심을 두고 보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언론이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가 사건이 충격적이어서 기획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세계일보, 중앙일보, SBS, TV조선 등이 기획보도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취재하면서 입양인들을 많이 만났을텐데, 그들이 어떤 심경인지 궁금하다. 
전홍기혜 기자 며칠 전에도 한국을 방문한 입양인을 만났다. 입양인들을 만날 때마다 공통으로 말씀하는 것은 한국에 오니 정말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편하고 좋다는 것이다. 미국에 한인들이 많긴 하지만 입양인들이 주로 가는 곳은 동양인들이 별로 없는 곳이다. 국제 입양은 인종 간 입양이다. 부모부터 형제까지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매일매일 느꼈을 것이다. 잘 성장하고 문제없이 자랐다고 해도 정체성의 문제는 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대개 언론에서는 입양인의 사례가 미담처럼 나온다. 어려움을 딛고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는 식이다. 일부는 한국에서 제대로 돌보지 못할 거면 외국에 나가는 것이 낫다는 반응도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을까?
이경은 국제인권법 전문가 우리는 지금까지 해외입양을 줄이자는 말을 하면 그 대안으로 국내 입양의 활성화가 나온다. 입양 자체의 문제는 아무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 입양 대상 아동들이 많이 발생했는지 먼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는 입양 대상 아동들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 해외 기준을 보면 그 어디서도 국가나 부모에게 아동을 입양시킬 권리를 주지 않는다. 아동은 태어난 친부모로부터 양육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생소하게 들리면 안 되는데 우리는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느낀다. 해외 입양이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를 알아야 한다.  
 2013년에는 법이 개정되면서 ‘아동수당’이 제도화됐다. 친권이 역기능적으로 작용하거나 아동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면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 나라에서 태어난 가장 약한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는 제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모가 아이를 가장 잘 키울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상담이나 금전적인 지원까지 어떤 상황에 있는 부모이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아동 양육 체계이며 아동 보호 체계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보호받지 못한 아동을 해외로 입양시키는 나라가 거의 없다. 대부분 제도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법과 제도 부분에서 거의 공백 상태이다. 국가는 제도상 출생신고, 아동 양육지원, 아동 보호, 친권에 대한 개입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제도를 발전시킬 기회를 잃어버렸다. 앞으로 확대해야 한다.

 

2005년 김근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외 입양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정부는 이미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고 나름의 해결방안도 알고 있다는 말 아닌가. 입양 중단이 왜 아직까지도 실천되지 않는지 궁금하다.
이경은 국제법 전문가 사실 한국정부가 국제입양을 바라보는 시각은 재정적인 이유가 크다. 국제입양은 이중의 재정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첫째는 아동을 보호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입양하는 양부모로부터 엄청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언론이 한국의 해외입양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정부는 재정적인 이유로 놓지 못했던 국제입양을 국가 이미지 차원에서는 줄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입양을 줄이면 아이들이 국내에서 버려진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할 뿐이었다. 국제 입양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기는 했다. 선언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법과 제도, 예산 모든 부분이 갖추어져야 한다.
과거 영국과 미국도 아이들을 호주에 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70~80년대에 복지국가론이 대두되면서 입양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자라기 어려운 아동들을 입양을 시키는 것이 아닌 국가가 개입하여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배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시기에 부모가 돌볼 환경에 놓이지 못한 아이들을 해외에 내보내는 것을 선택해버렸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해외입양 중단 선언을 해야 한다. 이전에 해외입양 중단 선언을 했다는 경험과는 다른 형태이다. 지금 말하는 모라토리엄은 국제법이 적용된 다른 정책을 뜻한다. 미국의 입양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한국이 더 이상 미국같이 위험한 나라에 우리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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