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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보다 공작비가 더 걱정된다는 중앙일보
등록 2017.11.06 21:04
조회 477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수사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의 청와대 상납으로 이어갔습니다. 안보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공작비’인 특수활동공작비가 청와대의 쌈짓돈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난 건데요. 이에 보수야당은 ‘특수활동비 상납은 관례’라며 ‘노무현․김대중 정부에서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상납이 있었다는 정황은 드러난 것이 없었는데요. 중앙일보는 자사 칼럼니스트의 기명 칼럼을 통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거론하면서 ‘양비론 물타기’를 시도했습니다.

 

‘제3자 뇌물죄’는 이해 못 하면서 검찰 수사 비꼬는 중앙일보

문제가 된 칼럼은 중앙일보의 <전영기의 시시각각/박근혜보다 국정원이 걱정된다>(11/6 전영기 칼럼니스트 https://bit.ly/2zgmVRx)입니다. 이 칼럼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을 수사하던 검찰이 이번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의 청와대 유입 사건으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그 이유를 “삼성 돈이든, 롯데 돈이든 그 돈이 박 전 대통령의 지갑에 들어간 증거가 나와줘야 꼼짝없이 뇌물죄로 처벌할 텐데 그렇지 못했다. 6개월 수사하고 6개월을 재판했것만 대기업 돈들이 최순실 개인이나 미르재단 같은 법인에 흘러갔다는 얘기만 맴돌고 있다”고 파악했습니다. 이전까지 ‘제3자 뇌물공여죄’로 파악해 최순실 씨와 미르재단을 통해 뇌물을 받고 청탁을 들어줬다는 검찰의 수사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한 서술입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에 대해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가 성립하기에 좋은 조건”이라며 검찰이 수사를 이어가리라 판단했는데요. “검찰은 이제 대통령과 국정원장 사이의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을 증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것이다” “거기에 박 대통령이, 예를 들어 최순실의 독일 도피자금 제공 등 개인 용도로 쓴 흔적이 나오기라도 하면 금상첨화다” “대중의 분노에 또 한 번 불이 붙을 것이다”라며 비꼬았습니다. 전 칼럼니스트는 이어 “검찰이야 불법 혐의가 있으면 끝장을 보는 칼잡이 속성이 있으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정원은 그렇지 않다. 한걸음 떨어져 좌우를 살피고 미래를 내다보며 특수활동비 수사가 미칠 파장을 따져 봐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생각 없이 검찰의 칼춤을 즐기다 정권이 베이는 수가 있다”면서 경고하기까지 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불법의 증거가 나오면 당연히 수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전 칼럼니스트는 ‘정권이 베이는 수가 있다’고 경고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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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을 덮자는 중앙일보 (11/6)

 

중앙일보의 애꿎은 김만복 전 원장 때리기

전 칼럼니스트는 이번 청와대 상납금이 ‘특수공작사업비’였다며 국정원 역사상 특수공작사업비의 대표적 사례로 “2007년 8월 김만복 국정원장이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란집단인 탈레반한테 건넨 2000만 달러”를 꼽았습니다. 당시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신도 23명이 여행자제국인 아프가니스탄에 선교여행을 하다 탈레반에게 인질로 잡힌 사건인데요. “그들을 구출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명을 받아 김만복 원장이 현장에 달려가 선글라스를 끼고 지휘”했으며 “그때 국정원에서 인출된 특수공작비가 3000만 달러라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전 칼럼니스트는 이 내용이 김당 작가의 ‘시크릿 파일 국정원’에 나오는 이야기라며 “김 원장이 3000만 달러 중 2000만 달러는 탈레반한테 선교단 몸값으로 지불하고 1000만 달러는 그해 10월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진행비조로 북한에 송금했다”라고 김당 작가가 주장한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전 칼럼니스트는 이어 김만복 전 원장이 “탈레반한테 건넸다는 2000만 달러는 노코멘트 하겠다. 북한에 1000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건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반박을 인용하고는 “남북 정상회담 진행비 1000만 달러 문제는 아직도 김당 작가와 김만복 전 원장 간 진실공방이 진행 중이다”라며 “공방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북한 정권 손을 거쳐 핵무기 개발에 사용됐느냐는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 한반도 최악의 재앙인 북핵의 불쏘시개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쓰였을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전 칼럼니스트의 이런 주장은 논지를 흐리는 물타기에 불과합니다. 국가가 해외에 인질로 억류된 자국민을 무사 귀환하도록 특수공작사업비를 사용하는 것과 아직 추측일 뿐이지만 정상회담에 대북 공작 사업이란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과 청와대가 사적으로 상납 받은 것은 비교 자체가 안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만복 전 원장 언급한 목적은 ‘판도라의 상자를 덮자’

전 칼럼니스트는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라며 “문 대통령이 김만복 원장의 1000만 달러 송금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전 칼럼니스트가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언급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전 칼럼니스트는 “이러니 국정원의 특수공작사업비는 한번 열리면 누구도 피해나가기 어려운 판도라의 상자가 되는 것이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라고 칼럼을 마무리했는데요. 국가의 안전을 위해 사용된 특수공작사업비와 권력의 개인적 사리사욕에 사용된 특수공작사업비를 동일 선상에 두고선 ‘판도라의 상자’라며 덮으려 한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국민의 세금을 사적으로 운용한 박근혜 정권의 뇌물 수수 사건과 김만복 전 원장의 사건을 비교하는 건 맞지도 않을뿐더러, 그 이유로 뇌물 수수 현황을 덮자고 주장하는 것 역시 황당한 주장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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