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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파문에 ‘문꿀오소리’ 끌어들인 중앙일보
등록 2018.01.18 19:11
조회 524

투기 논란을 사고 있는 가상화폐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거래소 폐쇄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발언 이후로 많은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다음 날 청와대와 김동연 부총리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답했고, 부처 간 조율되지 않은 목소리로 인해 가상화폐 시세가 급변해 논란을 샀습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주간은 ‘문꿀오소리의 여론 역전’으로 판단했습니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때문에 청와대가 시장을 불신한다는 중앙일보

이 주간은 <중앙시평/“비트코인 두 번째 단추를 잘못 끼웠다”>(1/17 이철호 논설주간 https://bit.ly/2mQjM38)에서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이 거제도 대우조선해양을 찾은 일을 두고 “정치가 다시 한번 경제를 압도한 날”이라 평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함께 방문’했고, 그날 ‘대우조선의 주가가 12.5% 폭등했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1월 3일 17200원에서 1월 9일 15400원으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한 달간의 주가를 보여준 그래프에서도 등락의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논설주간은 “청와대와 586참모들은 대개 시장과 자유경쟁을 불신한다”라며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이 논설주간이 이번 정부가 ‘시장을 불신’한다고 판단한 이유는 ‘대통령의 지지율’입니다. 이 논설주간은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 손보다 문 대통령의 개인기를 믿는다. 70%대 국정지지율에다 친문댓글부대(문꿀오소리)가 뒤를 받쳐주기 때문이다”라며 “정치만 버텨주면 웬만한 경제 실패는 다 덮을 수 있다고 여긴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시장을 믿지 않는다는 논리도 이상하지만, 이 논설주간은 그마저도 “이런 자신감이 갑자기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 때문이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가상화폐 대책 변화를 ‘여론 장악 실패’로 판단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대책이 늦었다는 평가는 할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은 2017년부터 커져 왔는데요. 2016년 11월부터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응한 과정을 설명한 이 논설주간은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자 “예상치 못한 역풍이 불어 닥치면서 일이 꼬였다. 암호화폐 시장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순식간에 25% 곤두박질하자 돈을 잃은 2030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몰려가 ‘대한민국에서 처음 가져본 행복과 꿈을 빼앗지 말아 달라’며 난리를 부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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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가상화폐 논란을 두고 ‘문꿀오소리’의 ‘여론 장악 패배’라고 판단한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주간 (1/17)

 

실제 박 법무부장관의 발언 이후 시장이 요동쳤고, 이후로 관련 청원들이 이어졌습니다. 해당 청원의 서명이 답변 기준을 충족한 만큼 청원은 언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논설주간은 “청와대가 가장 심각하게 여긴 건 네이버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론 역전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논설주간은 “초기에는 여느 때처럼 문꿀오소리가 동원돼 온라인을 장악했다”라며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이 “암호화폐는 도박이고 투기” “코인충(비트코인 투자자들을 비하하는 말)들아, 정신 차려!”라고 단 댓글에 7000에~1만 개의 좋아요가 달렸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코인좀비(폐인)’들이 “문재인도 탄핵으로 가즈아(가자)~” “지방선거, 여소야대로 가즈아~”같은 댓글을 달면서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논설주간은 “이 댓글들엔 ‘좋아요’가 2만여 개나 달렸다. 사이버 여론의 지배자 문꿀오소리가 처음 완벽하게 패배한 것이다. ‘댓글로 흥한 자 댓글로 망한다’는 불길한 댓글까지 어른거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논설주간은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넓고 깊다”면서 “이명박이 4대 강으로 22조원 날렸다면 문재인은 7시간 만에 100조원을 날렸다” “박근혜가 삼성 돈을 빼앗아 최순실에게 넘겼다면 문재인은 내 주머니 용돈까지 털어갔다”와 같은 댓글들이 이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올리는 울분의 댓글은 최저임금 인상, 평창올림픽 남북 협상에까지 번져가고 있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기술은 중요하니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과열된 양상은 투기의 형태로 이어가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 등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를 단순히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층은 암호화폐 규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쉽게 판단할 순 없습니다. 


과열된 투기 양상 속에서 사람들의 과격한 발언들을 보여주면서 “여론의 지배자 문꿀오소리가 처음 완벽하게 패배한 것”이라고 표현한 것 역시 부적절합니다. 이철호 논설주간이 계속 주장하는 ‘친문댓글부대’ ‘문꿀오소리’를 특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는 국정원이나 사이버사령부와 같이 정부에서 불법적으로 ‘댓글 공작’을 한 것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논설주간은 ‘지배자’ ‘패배’와 같은 표현을 통해 이를 표기하는 것은 마치 정부가 이들을 조직한 것처럼 보이도록 설명했습니다.

 

시민사회의 오랜 요구 반영을 두고 ‘저질러놓은 뒤’라고 판단

이 논설주간은 청와대가 가상화폐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요즘 청와대에 가장 자주 호출되는 관료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과 예산실장이라고 한다. 청와대가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등을 일단 저질러놓은 뒤 문제가 생기면 세금을 깎아주고 예산을 퍼붓기 때문이다”라고 정리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탈원전은 시민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요구해온 사안입니다. 이 논설주간은 정부가 요구 사안을 받아들이고, 정책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퍼붓기 때문’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이 논설주간은 “하지만 암호화폐 피해자들을 세금이나 예산으로 달랠 수 없다. 그렇다고 수백만 명의 피해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면서 위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만큼 비트코인 파문은 수습하기 어려운 악성이다. 정치로 경제를 요리해왔던 청와대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예산을 퍼붓기 때문’이라 판단하고, 피해자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한 초청을 ‘정치로 경제를 요리’해 왔다고 정리한 건데요. 사회적 문제로 변하고 있는 가상화폐 문제에 대해 이런 식의 ‘정부 흠집 내기’식 보도가 얼마나 의미 있는 보도일지 궁금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1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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