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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가 재판 개입’? ‘박근혜 1심 선고’를 대하는 MBN의 ‘시선’
등록 2018.04.1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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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 1심 선고 공판이 있었습니다. 이날 선고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가 “공공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박 씨 재판의 생중계를 허용해 더욱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됐고 탄핵 사유 및 다수 혐의가 헌법 위배와 관련되는 등 혐의가 무거운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오후 4시 경 이뤄진 선고에서 재판부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등 총 18개의 혐의 중 16개를 유죄로 판결하면서 징역 24년,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예상대로 중형이 나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법원이 재차 ‘삼성 공화국’을 입증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재판부는 박 씨 혐의 중 미르·K스포츠 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각각 204억 원과 16억2천800만 원을 부당하게 지원하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만 무죄로 봤는데, 그 이유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에 이어 재차 핵심적인 혐의가 인정되지 않자 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언론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선고가 있었던 6일, 종편 시사 토크쇼 역시 오전부터 ‘박근혜 1심 판결’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대부분 형량을 예상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박 씨의 향후 행보도 주목했습니다. 대부분의 방송이 비슷한 경향으로 흐르는 가운데 MBN <아침&매일경제>(4/6)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MBN은 패널의 여야 성향 구성을 2대 2로 맞춰 최대한 균형 있게 방송을 진행하려 했으나 일부 패널은 편파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으로 일관했습니다. 

 

‘생중계 불가론’과 ‘특별사면’…MBN의 남다른 시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권 남용, 강요, 뇌물 등을 포함한 총 18개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헌적 국정농단으로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썼기 때문에, 언론이라면 1심 선고를 앞두고 어떤 점에서 혐의가 중한지 살펴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에 따라 형량 판단과 박 씨의 향후 행보도 짚어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MBN <아침&매일경제>(4/6)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MBN은 총 1시간 방송 중 절반에 해당하는 35분가량을 ‘박근혜 1심 선고’에 할애했으나 재판 생중계, 사면 가능성 등 주변적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실한 근거로 박근혜 씨를 두둔하는 발언도 다수 나왔습니다.

 

‘여성 대통령이니까 생중계는 부적절’?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재판 생중계’ 관련 패널들 간의 공방입니다. MBN은 여기에만 무려 16분을 썼습니다. ‘박근혜 1심 선고’를 다룬 분량 중 절반이 ‘생중계 여부’에 할애된 겁니다. 먼저 생중계 결정을 비판한 자유한국당 입장, 환영한 민주당 입장을 교차해 보여준 진행자 김형오 앵커는 찬반으로 갈린 패널들의 의견을 모두 들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뒤 김 앵커의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은 생중계되기로 이미 결정이 되어서 사실 우리가 아침에 이렇게 논의를 벌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였습니다. 한마디로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인데요. 


이 과정에서 이경환 자유한국당 부대변인은 황당한 이유로 생중계를 비난했습니다. 진행자는 “생중계를 통해서 국민에게 그 모습이 전달되면 교육적 효과, 학습적 효과를 줄 있지 않냐”고 물었는데요. 이경환 씨는 “예를 들어 연쇄살인범 이런 사람들을 공개했을 때의 어떤 예방적 효과는 없습니까?”라는 동문서답을 하더니 “또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에 보다 더 많은 자존심이 있었을 것인데 이런 부분들을 보여줌으로써 개인적인 망신주기로 볼 수 있는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여성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생중계를 반대한다는 주장은 설득력도 없지만, 자유한국당이 언제부터 이렇게 여성을 배려했던가 참으로 황당하고 불쾌할 지경입니다. 
이수희 변호사도 생중계를 반대했지만 이경환 씨와는 조금 다른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이 씨는 “만약에 (박근혜 피고인이)출석을 한다고 했을 때 주문에서, 선고를 하잖아요. 그러면 그때는 피고인이 일어나야 해요. 그때 피고인 박근혜가 화면에 잡혔을 때 정치적인 파장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게 국내외로 다 송출이 된다는 것이 저는 좀 썩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공공의 이익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날 박근혜 씨는 재판에 출석하지도 않아서 이런 걱정은 기우가 되었지만, ‘박근혜 피고인이 화면에 잡히면 정치적 파장이 있다’는 이수희 씨의 해석은 자유한국당이 생중계를 격렬하게 반대하는 속내였으니 그나마 솔직한 주장이었습니다. 

 

선고도 나오기 전에 ‘사면’에 몰두한 MBN
‘생중계’에 열의를 보인 MBN은 곧바로 ‘사면 가능성’을 조명했습니다. 이 주제로 대담을 시작하는 김형오 앵커의 발언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김 앵커는 “좀 앞서가는 얘기일 수는 있습니다만 짚어야 할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라면서 ‘사면’을 꺼냈습니다. 김 앵커 말대로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사면 가능성’에 주목하는 태도는 앞서도 너무 앞선 얘기니까요. 더군다나 이날 MBN <아침&매일경제>(4/6)는 핵심적 주제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씨의 혐의의 중대성을 검토하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서는 주관적인 ‘인간적 선호’로 ‘사면’을 주장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방송 내내 박근혜 씨에 대한 인간적 안타까움을 드러내던 이수희 씨는 “최순실 씨가 20년이 선고가 됐으니까 뭐 어쩔 수 없습니다만 저는 좀 너무 과하다고 본다”, “나이에 비해서는, 그런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어떤 선거를 앞두고 뭔가 위기가 있다든가 변수가 있을 때 대통합 이런 명분으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예측이 됩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사면’을 점쳤습니다. 앵커가 재차 가능성을 묻자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라 단언한 이 씨는 “20년이 넘으면 그야말로 옥사 상황이 될 텐데 안 할 수가 없다고 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각 이슈마다 법률적 전문성으로 토론을 이어가던 이수희 변호사는 이 대목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습니다. 이 씨의 주장은 아무리 중한 범죄자라도 피의자의 나이에 따라 형을 감해야 하며, 심지어 대통령이 고령자를 사면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법치라는 헌법적 가치에도, 국정농단에 깊은 분노를 표한 국민정서에도 반합니다. ‘전직 대통령 사면’이 정치적 전략으로 이용된 전례가 있으므로 사면 가능성을 인정한다 해도, 선고를 8시간 앞둔 상황에서 굳이 이런 주제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것은 적절한 보도 태도로 보기 어렵습니다. 

 

‘문재인 청와대가 재판에 개입’? 유언비어까지 나온 MBN
시청자를 당황케 하는 발언은 더 있습니다. 특히 이경환 자유한국당 부대변인은 노골적으로 박근혜 씨 측 입장을 대변하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했습니다. 이 씨는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재판 자체를 지금 정치보복으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운을 띄우더니 “그 이유는 그 이전에 사법 제도를 무시했다고 하는데 무시를 한 적은 전혀 없고, 오히려 구속수사 그리고 재판 절차에서 순응을 잘 해오다가, 구속영장을 연장할 때 청와대에서 세월호 문건을 재판에 개입할 목적으로 갑자기 그 문건을 제시하면서 영장을 당연히 연장해야 한다(고 압박하자)이런 부분에 대한 반대 표시로 불출석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본인도 너무 지나친 말을 했다고 판단했는지 발언 도중 “박근혜 대통령 입장이겠죠”라고 덧붙이기는 했으나 이미 ‘청와대가 박근혜 재판에 개입할 목적으로 세월호 문건을 제시했다’는 발언은 또렷하게 전달됐습니다. 이 씨의 주장은 요컨대 ‘박근혜 씨는 사법 절차를 충실히 따랐으나 청와대가 재판에 개입해 구속을 연장했기 때문에 항의 표시로 불출석한 것’이라는 겁니다.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입니다. 이경환 씨가 말하는 ‘세월호 문건’은 지난해 10월 12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공개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청와대 문건’입니다. 문건에 따르면 박근혜 청와대는 최초 보고 시간을 조작하고 마지막 4차 보고서를 삭제하는 등 박근혜 씨의 책임을 덮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 3월 28일, 이 문건을 조사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왔고 박근혜 씨가 골든타임이 지나서야 최초 구조지시를 내렸다는 점, 이때도 최순실 씨를 불러 주요 사항을 결정했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직무유기이며 이는 박근혜 씨 구속 연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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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재판 개입’으로 박근혜 씨가 불출석했다고 주장한 MBN 이경환 패널(4/6)

 

뿐만 아니라, 박근혜 씨는 문재인 정부의 ‘세월호 문건’ 공개보다 한참 앞서 ‘사법절차’를 무시했습니다. 박 씨의 국정농단 관련 여러 혐의는 박 씨가 대통령 재임 중이던 시절부터 수사가 진행됐는데, 재임 당시 박 씨는 특검의 수사를 모조리 거부했으며 이후 검찰 소환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구속 연장이 결정되기 전에 박근혜 씨는 이미 재판에 불출석 중이었기 때문에 특검 측이 구인 영장을 집행한 바도 있는데 이는 이경환 씨가 말한 ‘구속 연장 시기’인 10월보다 이전인 7월 19일입니다. 이경환 씨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관계와 다른 겁니다. 


<끝>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6일 MBN <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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