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조선일보의 드루킹 보도, 무엇이 문제일까
등록 2018.04.26 16:00
조회 266

 

이른바 ‘드루킹’ 사건이 6‧13 지방선거와 역사적 남북회담을 뒤덮어버릴 정도로 정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큰데요. 과연 조선일보의 드루킹 관련보도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조선일보, 11일간 129건 보도…조선미디어그룹, ‘드루킹’논란 의제 설정
14일부터 26일까지 주요일간지는 매크로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총 506건의 보도를 내놨습니다(네이버 대책 관련 보도 제외). 신문지면에서만 하루 평균 50건에 달하는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그만큼 모든 언론이 해당 이슈를 쫓았고 의제설정이 이뤄졌다는 방증입니다. 그 중심에는 조선일보가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129건의 보도를 ‘말 그대로’ 쏟아냈습니다. 같은 시기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각각 56건과 60건의 보도를 내놨는데, 두 신문을 합친 것보다 많은 보도량입니다. 보도 내용의 문제점을 떠나서 이 어마어마한 보도량만 보더라도 조선일보가 자신들이 주장하는 ‘드루킹 게이트’ 이슈를 키우기 위해 에 얼마나 총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합계
4/14() 1 1 6 발행안함 1 1 10
4/16() 5 8 9 10 6 10 48
4/17() 8 10 13 9 5 12 57
4/18() 7 12 11 12 8 10 60
4/19() 5 3 17 12 4 9 50
4/20() 6 9 10 10 4 8 47
4/21() 6 14 15 발행안함 7 13 55
4/23() 4 8 15 11 6 7 51
4/24() 6 4 12 9 7 10 48
4/25() 5 4 9 5 3 10 36
4/26() 7 6 12 6 5 8 44
총 보도건수 60 79 129 84 56 98 506

△ 매크로 댓글 조작 사건 관련 주요 일간지 보도 비교(4/14~4/26) ⓒ민주언론시민연합

 

우리는 지난 국정원 대선개입 때 조선일보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조선일보의 드루킹 관련 보도를 살펴보기 전에 우리는 조선일보가 2012년 12월 대선 직전 국정원 직원의 여론조작 현장이 적발됐을 때 어떤 보도를 했는지 보겠습니다. 
당시 조선일보는 매우 적극적으로 국정원을 엄호했습니다. 특히 ‘여직원 인권’, “여직원 감금” 프레임을 내세우며 국정원의 범죄행위를 감싸고 되레 민주당을 공격했습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조선일보는 ‘원세훈 국정원장 지시 강조 말씀’ 문건이 공개 돼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여실히 드러난 상황에서도 침묵하거나 ‘내부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춰 본질을 흐렸던 바 있습니다. 또 국정원 대선 개입의 정황과 주요 증거들에 대한 보도는 뺀 채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 되는 홍역”이라거나 “북한의 대남 심리전 방어목적”이라는 국정원 주장을 앞세우기도 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국가정보원이 대통령선거에 특정 후보의 이해를 위해 조직 동원한 것에 대해 “일반 국민에겐 별 관심사도 아닌 문제”(2013/6/20)라고 치부했습니다. 국가 조직도 아닌, 민주당과의 연결고리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개인(드루킹)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현재 조선일보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심지어 2013년 4월 24일에는 이례적으로 칼럼을 1면에 배치하고 <김창균/대선여론조작 목적이면 330위 사이트 골랐겠나>를 실어 “국정원은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 “대북 심리 업무를 했다”는 국정원의 주장을 적극 옹호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외압 논란이 불거지고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내역도 나온 상태에서도 ‘국정원 무혐의’를 주장했던 것입니다. 
이랬던 조선일보가 드루킹 관련해서 아직 참고인 조사도 받지 않은 민주당 김경수 후보자에 대해 얼마나 의혹을 부풀리고 여론 재판을 벌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날부터 ‘여 핵심’, ‘민주당원’ 강조, 11일간 매일 1면에 드루킹 관련 보도 쏟아내
민주당이 신고한 댓글조작 혐의자를 잡았더니 민주당원이었다는 사실을 13일 가장 먼저 보도한 곳은 한겨레입니다. 이어 14일 조선일보를 제외한 일간지도 같은 내용으로 1건의 보도를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14일, 전혀 다른 결로 6건의 보도를 내놨는데, <댓글 조작 민주당원 여핵심과 비밀 문자>(4/14)라는 1면 기사를 시작으로 김경수 의원을 겨냥한 의혹제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날 조선일보 보도 6건 중 5건에서 ‘민주당원’과 ‘배후’, ‘여 핵심’을 언급하며 배후를 암시했습니다.

 

<댓글 조작 민주당원 與핵심과 비밀 문자>
<前정권 댓글 수사하던 1월, 보수 행세하며 역댓글 폭탄>
<책 한 권 안펴내… 민주당원이 일한 곳은 유령출판사?>
<민주당 핵심, 댓글공작 개입 정황 여권서도 사실이면 文정부 타격>
<野 "댓글공작 공격해 집권한 민주당 직접 배후 밝히고 책임자 처벌하라">
<사설/민주당원이 보수 세력이 한 것처럼 댓글 조작, 배후는 없나>

△ 4/14 조선일보 기사 제목, 민주당원과 배후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조선일보는 전날(13일) TV조선이 보도한 것과 비슷하게 사건의 핵심을 댓글조작 용의자가 민주당원이라는 점에서 더 나아가, “민주당원과 비밀문자 주고받은 여 핵심 관계자”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드루킹이 김 의원과 문자를 주고받았음을 강조하며 둘 사이의 연계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 이후 김경수 의원이 반박 기자회견을 하자, 모든 일간지의 주요 보도 초점은  김경수 의원과 김씨(드루킹)의 관계로 맞춰졌습니다. 조선미디어그룹의 의제 설정을 그대로 따라간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의제 설정을 위해 14일부터 26일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1면에 드루킹 의혹을 다뤘습니다. 

 

<댓글 조작 민주당원 與핵심과 비밀 문자>(4/14, 토)
<댓글 기사 목록, 김경수에 보냈다>(4/16, 월)
<김경수 드루킹의 인사추천, 청와대 전달했다>(4/17, 화)
<휴대폰 133개 핑퐁 … 몸사리는 檢·警>(4/18, 수)
<드루킹이 이끈 文후보 지원단체 경인선 김정숙 여사, 최소 두차례 경선장서 격려>(4/19, 목)
<김경수가 기사목록 보냈고 드루킹 “알겠습니다” 답문>(4/20, 금)
<1주일 새 계속 말 바꾸는 김경수>(4/21, 토)
<김경수, 보좌관과 드루킹측 돈거래 알고도 한달간 뭉갰다>(4/23, 월)
<경공모 특정후보 홍보글 대가로 의심되는 자금 흐름 확인됐다>(4/24, 화)
<경공모 계좌의 8억, 어디서 왔는지 출처조사 안했다>(4/25, 수)
<경찰, 핵심증거인 김경수 휴대폰은 압수 않고…‘김경수 의혹’ 첫 보도한 TV조선 압수수색 시도>(4/26, 목)

△ 조선일보는 11일간 매일 1면에 드루킹 관련 보도를 내놨다(4/14-26)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실관계 교묘히 틀어 은폐․왜곡하는 조선 ‘팔면봉’
조선일보 보도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황당한 코너는 1면 우측 하단에 위차한 <팔면봉>입니다. 하루에 있었던 뉴스 중 가장 관심있는 내용에 대해서 한줄 촌평을 하는 형태인 조선일보 팔면봉은 자사가 그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16일 조선일보는 <팔면봉>에서 “김기식 ‘내로남불’이더니 민주당원 댓글도 ‘국정원’ 뺨치네…남 비판하기 전에 제 주변부터 살펴보시길”이라고 평했습니다. 댓글을 다는 행위가 ‘불법’과 ‘조작’으로 규정되려면 국정원이나 군과 같은 국가기관이 정치적 공정성을 버리고 특정 후보를 위해 조직적으로 동원됐을 경우, 혹은 매크로 등을 활용해 없는 여론을 조작했어야 합니다. 현재 드루킹이 받은 혐의는 후자인 민간인이 매크로 등을 활용해 올해 1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을 조작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사건과 일반인이 벌인 매크로 댓글공작은 엄연히 성격이 다릅니다. 특히 드루킹의 댓글 공작은 규모와 형태가 아직 확인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국정원 댓글 공작과 같은 성격으로 묶어 비아냥거리는 것은 두분히 악의적입니다.
17일 <팔면봉>에서도 “댓글 활동 ‘드루킹’의 압박 때문에 인사 청탁 전달했다는 대통령 측근…도대체 무슨 약점이 잡혔길래”라고 비아냥댔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사건의 진행과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술자리에서나 뱉을 수 있는 질문 수준입니다.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의 인사 청탁 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은 압박이 있기 전입니다. 압박은 드루킹의 인사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벌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이 촌평은 김경수 의원이 어떤 약점이 잡혔길래 ‘압박’을 받고 인사청탁을 했을까 묻고 있습니다. 
19일 <팔면봉>에서는 “청 ‘드루킹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 급락했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가해자에 인사 청탁까지 받으셨나”라며 거듭 조롱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습니다. 드루킹의 댓글 공감수 매크로 조작은 분명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였고 당시 지지율에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댓글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한 민주당이 댓글조작을 고발한 것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표현하고, “가해자에 인사 청탁까지 받으셨나”라고 이죽거리는 내용을 붙인 것이죠. 조선일보는 이 짧은 촌평으로 청와대가 인사 청탁까지 받을 정도로 드루킹과 결탁되어 있으면서 피해자인척 하고 있다는 억지결론을 내린 것이죠. 
23일 <팔면봉>은 “좀도둑까지 양주 훔치러 들어간 ‘드루킹 댓글 공작’ 사무실…경찰, 어제 압수수색. 그냥 웃지요”라는 글은 아예 코미디입니다. 조선일보는 ‘좀도둑’이 든 이후에 압수수색을 하는 경찰의 늦장대응, 부실대응을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3월 21일 첫 번째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출판사 CCTV도 확보하지 않는 등 부실 수사 논란이 있지만 조선일보도 <경찰, 부실수사 논란 일자 드루킹 출판사 ‘두번째 압수수색’<(4/22 https://bitly.kr/8AWK)에서도 두 번째 압수수색임은 분명하게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팔면봉은 이런 맥락은 없이 좀도둑을 맞은 이후 압수수색을 했다고 비웃었습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조선일보가 정작 그 ‘좀도둑’과 함께 사무실을 들어가 태블릿PC 등을 절도한 사람이 바로 자신들의 자회사인 TV조선 기자라는 것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지요. 

 

꼬리 잡아 의혹 부풀리기…후보 부인의 지지자 인사도 트집 잡아
4월 19일 조선일보는 사진기사 2건, 기사 3건, 사설 1건을 할애해 김정숙 여사가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드루킹이 주도한 단체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에 인사를 했다며 문재인 캠프가 ‘경인선’, ‘드루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연결하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1면에 <드루킹이 이끈 문후보 지원단체 경인선 김정숙 여사, 최소 두차례 경선장서 격려>라는 기사를 내고, 5면 전체를 사진 기사 2장과 기사 2건으로 채우고, 사설까지 내놨습니다.
사설 제목도 <대통령 부인까지 등장하기 시작한 드루킹 게이트>입니다. 사설은 김 여사가 대선 경선 당시 ‘경인선도 가야지’라는 말을 한 영상을 언급하며 청와대와 여당은 드루킹을 수많은 자발적 지지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이 영상은 다른 진실을 담고 있다”며 “촌각을 다투며 선거 현장을 누벼야 하는 대선 후보 부인이 ‘경인선’이라는 이름을 다섯 차례나 부르며 반드시 챙기고 가야 한다고 느낄 만큼 드루킹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경선 현장에서 후보 부인이 지지자 그룹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더구나 영상을 보면 ‘경인선’ 조직은 경선장에서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로고가 적힌 파란 수건을 들고 세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후보자 부인이 조직화된 지지그룹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반드시 챙기고 가야 한다고 느낄 만큼 드루킹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과한 해석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이 영상이 ‘진실’을 말한다며 민주당과 드루킹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인양 다뤘습니다. 조선일보의 ‘의도’가 의심되는 것은 사진기사도 2건이나 실었지만, ‘경인선’이 조직적으로 파란 수건을 들고 있는 모습은 전혀 다루지 않은 채 김 여사의 얼굴만 클로즈업 했습니다. 기사와 사설에서도 경인선이 어떤 모습으로 경선장에 있었는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수건을 들고 조직적으로 응원한 지지층을 보고 찾아간 것이라는 가능성을 지워버린 것입니다. 

 

조선, “TV조선은 ‘언론다운 언론’?! 도둑 취재엔 뭐라 답할까
조선일보가 게재한 칼럼도 외부칼럼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칼럼/누가 비판 언론을 잠재우려 하는가>(4/23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https://bitly.kr/tJRs)에서 윤 교수는 “민주당원 드루킹 일당이 자행한 온라인 여론 조작 사건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은 대통령 선거라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조직적․체계적으로 이뤄지고 현 권력 핵심 실세가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히 ‘게이트’라 할 만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인터넷 여론조작 상황을 언급하며 “언론 본연의 비판적 역할에 충실한 언론, 그것이 여론 조작에 대한 최선의 답”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이어 ‘TV조선 종편허가 취소 청원’을 언급하며 “누가 누구를 호도하는가”, “TV조선의 특종은 드루킹 일당과 김경수 의원이 주고받은 비밀 메시지에 의거, 이들 간의 관계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 모처럼의 보도다운 보도였다”고 치켜세웠습니다. 내용이 문제가 있다면 비판하면 되지 보도행위를 문제 삼아 방송허가 취소청원을 올리는 것은 “언론자유를 정면 부정하는 폭거”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는 윤석민 교수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TV조선 종편 허가 취소 청원이 20만명을 넘긴 이유는 단지 ‘김경수 보도’ 때문이 아닙니다. ‘태생적인 불법’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TV조선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주요 이슈들에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첨병역할을 해왔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서도, 선거에서도 일방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권에 부정적 이슈들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혹은 세월호 관련 정부의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자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여론을 호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비난여론을 만들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보수 성향의 언론을 활용해 여론몰이를 했다는 것이 민정수석실 문건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그 때 여론몰이에 가장 앞장섰던 언론이 TV조선과 조선일보였습니다. 이랬던 언론이 정부가 바뀌자, 선거 기간임에도 선거 후보자에 대한 확정되지 않은 의혹 부풀리기에 나섰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것입니다. 
게다가 TV조선은 ‘드루킹’ 사무실에 무단으로 들어가 사무실에 있는 이동식 저장장치와 태블릿 PC 등을 가져나왔습니다. 무단침입이고 절도입니다. TV조선은 수습기자의 일탈이라고 해명했지만 무단침입 전날 TV조선 팀장급 인사가 와서 사무실을 자세히 보고 갔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22일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인 박성중 의원은 “TV조선은 저희들과 같이 해서 경찰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제공했던 것”이라고 밝혀 TV조선과 자유한국당의 공모 의혹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런 앞뒤사정은 따지지 않고,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에 얽혀, 범법행위까지 감행하는 TV조선을 ‘언론다운 언론’이라고 평한 윤 교수의 ‘조선미디어그룹’에 대한 지원사격은 그야말로 참담하고 민망한 수준입니다. 

 

TV조선 압수수색은 왜곡 수준으로 감싸는 조선일보
26일은 더 어이없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TV조선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1면 <경찰, 핵심증거인 김경수 휴대폰은 압수 않고…‘김경수 의혹’ 첫 보도한 TV조선 압수수색 시도>(4/26 https://bit.ly/2r0nutn)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TV조선 기자의 절도혐의는 한마디도 없고, 마치 김경수 의혹을 첫 보도했다는 이유로 무리한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처럼 느껴지게 한 것입니다. 
26일 <사설/김경수는 놔두고 보도한 언론을 압수수색 한다는 경찰>(4/26 https://bitly.kr/f0Vk)도 ‘제 식구 감싸기’와 ‘아전인수’식 해석만 있을 뿐입니다. 사설은 TV조선 기자의 무단침입과 태블릿 PC 절도 행각 등을 “물건들을 잠시 가지고 나오는 일이 있었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또 “취재목적이기는 하지만 적절치 않은 행동이어서 당일 즉각 반환했다”, “해당 PC와 USB는 보도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TV조선의 해명을 마치 확인된 사실인양 단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근거는 해당 태블릿 PC가 훼손돼 전원을 켤 수 없는 상태고, 해당 증거에 속한 정보를 TV조선이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어 사실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경찰의 압수수색이 “민주당의 압박”, “친여 언론의 호응”으로 인한 정치 공격의 일환이라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는 분개했습니다. ‘절도’라는 표현도 “황당한 비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절도는 남의 재산을 본인의 동의 없이 취득하는 것을 뜻합니다. TV조선 기자의 행동은 무단 침입과 절도입니다. 다르게 표현할 이유가 없습니다. 후에 다시 절도 품목을 갖다 놨다는 건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절도를 저지른 사람의 해명을 무조건 신뢰하라는 것일까요? 
또 조선일보는 경찰 압수수색이 TV조선이 김경수 의원을 보도하고, 친여 네티즌들의 청원이 21만건을 넘기는 ‘흐름’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유신 독재 때도 이렇게 권력 비판 언론을 아예 없애려 한 적은 없었다”고 핏대를 세웠습니다. ‘절도’ 혐의와 주요 범죄 증거 유출 행위를 정치공세로만 싸잡아버리는 것도 황당하지만, 유신 독재를 비판하던 자사 기자들을 거리로 내쫓아버리며 유신 독재를 떠받쳤던 조선일보가 “유신독재와 권력비판 언론”을 운운하다니 정말 뻔뻔합니다. 

 

조선, “‘문빠’들의 댓글 부대”…유권자 모욕
조선일보는 <Why/드루킹이 전부 아니다, ‘문빠’들의 댓글 부대>(4/21 https://bitly.kr/uKZA)라는 기획기사를 내놨습니다. 소제목은 <‘문빠’들이 여론을 움직이는 법>입니다. 정부를 비난하는 글에 문재인 지지자들이 어떻게 댓글 여론전을 펼치는지 정리한 내용인데요. 보도는 ‘네임드 문빠(잘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라는 뜻의 은어)’를 설명하면서 ‘달빛 기사단’, ‘키드갱’ 등을 언급했습니다. 또한, “드루킹 역시 이런 ‘네임드 문빠’ 중 하나”, “키드갱 등 다른 문빠들이 드루킹을 제보한 것”이라는 의혹을 전달하며 <제 2의 드루킹은 누구>라는 소제목을 뽑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_드루킹이 전부 아니다, 文빠 들의 댓글부대_2018-04-21.jpg

△ 조선일보, '문빠'들의 댓글부대 기사(4/21) ⓒ민주언론시민연합


또 조선일보는 “매크로 프로그램 같은 불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실상 조직이나 마찬가지인 댓글 부대들이 활동하면서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냐”며 “그 의혹의 중심에 드루킹 같은 인물들이 있다”고 싸잡았습니다. 조선일보는 마치 온라인에서의 활동 자체를 전부 ‘댓글 조작’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 행위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특정 정치인 혹은 정당, 정권에 대한 일반인들의 활동은 불법이 아닙니다. 국정원이나 군의 댓글 조작이 여론조작이라면, 매크로 등 불법적 도구를 동원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의 의사표시-그것이 이른바 ‘좌표’찍기라고 할지라도-는 적극적인 정치참여 활동입니다. 후보자의 유세장에 사람들이 몰려 그 사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 그래서 다른 대중들로 하여금, 해당 후보자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의식하게 하는 정치참여 활동과 다르다고 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돈을 주고받았다거나 권력에 의한 강요나 동원이 있었다면,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불법’으로 처벌받아야 할 것입니다. 

 

조선, 실체 없는 40억원 언급하며 ‘자금 유입설’ 의혹 부풀리기
26일 조선일보는 12면에 <경공모, 대선전 40억원대 8000평 땅 보러 다녔다>(4/26 https://bit.ly/2FijmsL)라는 기사를 내놨습니다. 해당 기사는 드루킹이 만든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는 경제공동체(일명: ‘두루미 타운’)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들이 파주일대의 7000~8000평에 이르는 대규모 토지를 매입하려 한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시세를 감안하면 토지 매입에만 40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이를 두고 “경공모가 이 정도 자금을 확보했거나 확보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근거는 드루킹이 부동산 업자들에게 땅을 보여달라고 했다는 사실과 “돈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답했다는 증언입니다. 드루킹이 돈이 있었는지, 아니면 사람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다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일본침몰설이나 제수이트(예수회) 등 드루킹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발언을 한 것으로 비춰볼 때 과시적 행동일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도 “경공모는 아직 토지를 매입하지 않았”고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대선전 40억원대 땅 보려다녔다”는 제목으로 5단 배치해 기사에 힘을 실은 이유는 “자금 유입설”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25일 법조계는 지난 대선직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 의뢰했던 드루킹 8억원짜리 계좌를 확인한 결과 뭉치돈은 없고, 회원들의 소액 입금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이 강조한 ‘정치자금 유입’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26일 한국일보와 한겨레신문은 드루킹 계좌 추적 소식을 전했지만, 조선일보는 같은 날 오히려 ‘40억원대 땅’을 제목으로 뽑으며 ‘정치자금’, ‘뭉칫돈’ 의혹 부풀리기에 나선 것입니다. 한편, 조선일보는 기사에 드루킹이 부동산 업자에게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북 관계가 좋아져 이쪽 땅값이 많이 오를 거라 미리 사둬야 한다”고 했다는 말을 전하면서 “최근 파주 지역 부동산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치 드루킹이 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땅값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인 양 연결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 정부로 대북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음직한 이야기 아닌가요?

 

황당 주장 일삼던 ‘드루킹’ 얘기는 쏙 뺀 중앙․동아…일탈 행위 가능성 은폐?
한편 드루킹이 운영했던 인터넷 까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 중 일부가 드루킹의 다양한 행적을 증언하기 시작했는데요. 경공모와 드루킹의 황당한 발언 등 행적은  흥미위주로 들어볼만한 사안이 아닙니다. 불법 댓글조작을 하고 부적절한 인사 청탁을 하고 이 과정에서 금전으로 매수하려는 시도까지 한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취재햐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특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먼저 드루킹이 회원들의 대화창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관여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멤버들이 가톨릭 사제 집단(제수이트)소속이다 △이들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폭로의 배후라는 식의 주장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일본 침몰설을 주장했는데,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한 이유가 “일본 침몰 시 이주민들에게서 나올 재산을 경공모의 공동체 자신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에 일부였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 등에 대한 언급이나 일본 침몰설 등의 허황된 주장은 소위 언론에서 ‘문팬’이라고 규정됐던 경공모라고 하는 조직과 드루킹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김 의원이나 민주당과 관계없이 어떤 일탈 행위를 벌였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16부터 경공모 회원들의 인터뷰와 대화방 내용이 공개됐음에도 조중동은 이에 대해서 거의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관련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가볍게 일축하는 ‘축소 보도’를 했습니다. 조선일보 <“친문기자 나부랭이가 오사카 총영사 가면…김경수 날려야죠”>(4/17 https://bitly.kr/gm8a)는 경공모 대화방 내용을 다뤘지만, 주로 인사 청탁 관련 부분만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그나마 기사에서 “문재인 정권은 예수회 선서를 한 자들로만 꾸려졌고 그들에겐 로마가 조국”이라는 말과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빗대어 같은 천주교로 문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들로만 정권을 꾸린다는 것”이라고 짧게 덧붙인 것이 조선일보의 관련 내용 전부입니다. 그러나 앞 뒤 내용 없이 해당 발언만 놓고 보면, 드루킹의 주장이 합리적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드루킹, 일본침몰 예언 등 사이비 교주처럼 행동”>(4/17 )에서는 해당 발언을 다루면서 “문 대통령이 독실한 천주교도라는 점을 들어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라고 비판하고 “정봉주 전 의원,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둘러싼 성폭력 폭로 역시 ‘청와대 기획’이라고 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의 배후에 문 대통령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내놓기도 했다”고 다뤘습니다. 이어 그가 했던 2014년 대공황 예언을 언급하며 “‘예언’이 실현되지 않자 유력 정치인을 만나는 방식으로 회원들에게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경향신문도 <“드루킹, 극도의 보안유지 요구…내부선 추장으로 불렸다”>(4/17 https://bit.ly/2vP1HJQ)에서 “김씨가 <송하비결>(조선시대에 작성됐다고 전해지는 예언서) 등 옛 예언서를 활동 명문으로 내세웠다는 전 경공모 회원의 증언이 나왔다”, “여권 인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 인사청탁을 한 것도 예언서의 ‘일본 침몰설’에 대비한 것”이라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또 “모임 내에서 극도의 보안을 요구하며 정치 결사체 활동을 강조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덧붙이며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한국일보는 <“노무현 죽음에 문대통령 관여” 드루킹 황당한 발언 일삼아>(4/17 https://bit.ly/2Jq7yXW)에서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경공모 회원 인터뷰를 다루면서 “어느 순간부터 (경공모가)반 사회적인 집단이 돼 갔다”는 경공모 회원의 말을 덧붙였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14~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끝>
문의: 유민지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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