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세월호 모욕 방송 참사’, 더 통렬한 반성 보여라
등록 2018.05.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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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대한 왜곡 보도를 반성하며 정상화를 선언했던 MBC가 또 다시 세월호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반윤리적 방송 사고를 일으켰다.


지난 5일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은 방송인 이영자씨가 어묵을 먹는 장면을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과 함께 패러디 뉴스 형식으로 전하며, 세월호 참사 뉴스특보 영상클립을 사용했다. ‘어묵’은 세월호 참사 당시 극우 성향의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할 때 사용했던 표현이다. 이런 표현을 가라앉는 세월호의 이미지와 함께 사용한 것은 세월호 참사를 비하하고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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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보도 화면을 사용해 논란을 빚은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 화면(왼쪽)과
4년 전 세월호 참사 뉴스특보 방송 화면(오른쪽)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MBC는 9일 공식입장을 통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긴급 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약속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 역시 같은 날 “세월호 피해자 가족 여러분과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화면이 선택되고 모자이크 처리되어 편집된 과정을 엄밀히 조사한 후, 이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MBC 최승호 사장은 9일과 10일 연이어 공식 페이스북에 사과 메시지를 남기며 철저한 조사 및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최승호 사장은 특히 10일 2차 사과문에서는 MBC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꾸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 MBC는 10일 사내 인력 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진상 특별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오세범 변호사를 포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방송사고 이후 MBC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긴급조치를 통해 MBC는 ‘김장겸 체제의 MBC’가 아닌 ‘최승호 체제의 MBC’에서까지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철저하게 밝혀내고,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MBC가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은 미심쩍다.


애초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은 “해당 뉴스 화면은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이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한 것으로, 편집 후반작업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사용”했다는 공식 해명을 내놓았다. 마치 제작진이 모르고 한 실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제작진이 세월호 화면을 알고서 사용했다는 사실이 10일 한겨레 보도로 밝혀졌다. 사건 경위조차 사실과 다르게 해명한 것이다. 무엇보다 10일 현재 MBC는 이 사건과 관련해 <MBC 조사위원회 활동 착수 “객관적 시각에서 조사하고, 투명하게 결과 밝힐 것”>이라는 제목의, 자사 입장을 대변하는 1건의 온라인 기사만을 달랑 내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자사 방송, 특히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자사가 일으킨 사회적 물의에 대해 방송하고 사죄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사안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한 이런  태도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더 진정성있게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라. 그리고 재발을 막는 제대로 된 사후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국민 신뢰를 되찾도록 노력하겠다’던 최승호 사장의 공언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 MBC가 공영방송 복원 기회를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저버리지 않고, 이번 사건을 철저한 반성과 함께 내부 적폐를 도려내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끝> 

 

5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