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폭력까지 부른 제주 현안은 제쳐두고 ‘원희룡 호상’ 꼬투리 잡기 혈안
등록 2018.05.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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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14일 제주시 벤처마루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 원포인트 토론회’ 자리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측 주민으로부터 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폭행을 가한 김 씨는 원 후보에게 계란을 던지고 얼굴 등을 폭행한 뒤 흉기로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쟁점을 둘러싸고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면 언론은 사건 이면에 놓인 ‘갈등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폭력에는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가 얽혀있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42일 동안 제2공항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여온 인물이었으며, 이 사안은 오랜 시간 제주사회의 큰 갈등 현안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제2공항 건설로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한 제주공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 측은 환경 파괴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방식과 주민의견을 무시한 정책수행 방식에 꾸준하게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의 관심은 ‘제2 제주공항’보다는 ‘원희룡 딸의 SNS 말실수’에 쏠렸습니다. 이는 원희룡 예비후보 딸의 말실수 보도 그 자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원 후보의 폭행으로 언론이 주목해야 할 것은 폭력사태까지 불러온 제주 현안 그 자체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10시간동안 ‘원희룡 호상’ 제목 언급 기사 60건 넘어
원 후보의 딸 SNS 보도는 더욱 가관입니다. 원 후보의 딸은 15일 SNS에 걱정을 표하는 장문의 심경 글을 올리며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아빠가 호상 당해야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후 논란이 일자 원희룡 예비후보는 “(딸이) 상황을 제대로 모르고 밤새 울며 잠을 설친 와중에 올린 모양”이라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결국 단순 말실수였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5월 15일 오전 6시 중앙일보의 <“욕을 해도 좋다. 제발 몸만 건드리지 말아 달라” 원희룡 후보 딸의 SNS 글> 보도 이후 같은 날 오후 4시까지 총 10시간 동안, ‘원희룡 호상’을 언급한 기사는 85건에 달합니다. 이 중 ‘호상’이라는 말실수를 제목에 적시한 기사는 61건이었습니다. ‘호상’ 언급 없이 원희룡 딸 SNS 심경만 올린 기사는 당연히 더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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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호상 검색결과 일부 갈무리


그렇다면 폭행 사건의 배경을 부각한 제목(‘제주 제2공항’ 적시하거나 폭행 사유에 의문 표한 제목)은 얼마나 많았을까요? 원 예비후보가 폭행당한 이후 연합뉴스는 오후 5시 53분 <원희룡, 도지사후보 토론회서 2공항 반대 주민에 폭행당해> 기사를 내놓았는데요. 이 시간부터 다음날 오후 4시까지 대략 22시간동안, 폭행 사건의 배경을 부각한 제목(‘제주 제2공항’ 적시하거나 폭행 사유에 의문 표한 제목)을 달고 나온 관련 기사는 76건이었습니다.

 

 

‘호상’ 언급하며 ‘곱게 XX란 소리?’ 도 넘은 제목도 
‘원희룡 호상’ 이슈의 경우 단순히 관련 보도량이 많았던 것만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원 예비후보 딸의 SNS 글 문맥만 살펴봐도 ‘호상’이 단어 그대로의 뜻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언론이 굳이 ‘호상당해야 할 텐데’라는 표현과 ‘효심’이라는 단어를 엮어 비아냥대는 뉘앙스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이데일리 <“호상”원한 원희룡 딸 “아빠 싸우러 가?” 간절했던 바람>, 국제뉴스 <폭행당한 원희룡 딸 “父, 호상당해야 할텐데” 안타까운 심경> 등을 이런 유형의 기사로 꼽을 수 있습니다. 또 서울와이어 <원희룡 딸, ‘호상’ 언급에 “곱게 XX란 소리?” vs “자식 심정 똑같다” 의견 분분>, 내외뉴스통신 <원희룡 딸, '호상'까지 들먹인 이유 “곱게 XX란 소리?” vs “자식 심정 똑같아”>처럼 네티즌의 도 넘은 조롱을 아예 제목에 부각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MBN은 <신동욱, 원희룡 딸 '호상' 발언에…“아버지 두 번 죽인 꼴”>로 이 말실수에 대한 과도한 공세를 부각하여 전하기도 했습니다. 예비후보 자녀의 사소한 SNS 말실수를 놀리는 것이 선거를 앞둔 시기 언론이 해야 할 주요 과제는 아닐 텐데 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5월 14~15일 온라인 보도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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