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8년 5월 ‘이달의 방송․온라인 특별상’ 선정 사유 보고서

‘기술 유출 누명’ 숨겨진 삼성의 만행 파헤친 KBS·뉴스타파·프레시안
등록 2018.06.2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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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8년 5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민언련 5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 부문에는 한겨레 ‘5‧18 성폭행‧고문 폭로 보도’, 방송 부문에 SBS ‘대진침대 방사능 물질 검출’ 단독 보도, 온라인 부문에 뉴스민 ‘6‧13지방선거 경북민심번역기’가 선정되었습니다. 한편, 2018년 5월에는 방송‧온라인 특별상으로 KBS‧뉴스타파‧프레시안의 ‘삼성 전무 기술 유출 무죄 판결 공동보도’가 선정되었습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6월 29일(금) 오후 2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마포대로14가길 10 동아빌딩 3층/기존 민언련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취재 기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도 시상식 직후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시상식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페이스북 계정으로 생중계되고, 편집 이후 유튜브와 민언련 홈페지에 게재됩니다.


아래는 2018년 5월 이달의 방송․온라인 특별상 선정 사유입니다.  

 

2018년 5월 ‘방송․온라인 특별상’ 심사 개요

방송․

온라인 특별상

KBS <‘삼성의 소송’을 말하다>, <갑작스런 증언 포기…“배후는 삼성”>,

프레시안 <삼성 눈치 안 본다던 증인은 왜 재판 출석 거부했나?>,

뉴스타파 <기술 유출 누명…삼성전자 이 전무의 '달콤한 인생'>

매체 : KBS, 프레시안, 뉴스타파

취재 : KBS 임장원․김민철 기자,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 신영철 촬영기자

보도 일자 : 5/17

선정

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활동가/방송), 유민지(민언련 기획부장/신문)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상임 활동가/온라인),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삼성전자 기술 유출 누명 사건’ 다각도로 조명한 KBS․프레시안․뉴스타파 협업
2016년 9월, 삼성전자 고위 임원(이하 이 전무)이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올 초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이 전무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직을 목적으로 보완을 무력화해 기술을 유출한 것이라는 삼성 측 주장과 달리 “특별한 악의를 가지고 교활한 수법으로 보안검색을 무력화”시켰다고도 “제3자에게 건네주기 위하여 이 사건 기술 자료를 유출하였다고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의 1심 판결 이후 KBS와 프레시안, 뉴스파타 3사는 해당 사건을 ‘공동 취재해 독립적으로 기사를 써 같은 날(17일) 보도’했다. 단독 경쟁이 치열한 언론 환경에서 매체 간 협업 취재가 이뤄졌다는 점,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언론이 심층 보도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모두 이례적인 행보였다.
 
 
1심 판결이지만 ‘결론보다 소송 과정 중요하다는 판단’
세 언론사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해당 사건의 ‘특수성’ 때문이다. KBS <취재후/KBS-뉴스타파-프레시안, ‘삼성의 소송’을 말하다>(5/17 임장원 기자 https://bitly.kr/hfna)는 “KBS를 비롯한 언론 3사 취재진은 진행 중인 재판의 1심 판결을 토대로 기사를 쓰는데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1심 판결이 2심이나 3심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가 2심 재판부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숙고했습니다”라고 설명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 취재를 통해 기사를 쓰기로 한 것은 유죄냐, 무죄냐의 결론 못지않게 삼성이 소송 과정에서 보인 행태가 주목할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삼성 관련 추문은 삼성이 우리 사회의 거대 권력으로서 건강한 사회적 가치와 민주적 법제도를 훼손하는 행위를 해온 정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실제 KBS의 <취재후/KBS-뉴스타파-프레시안, ‘삼성의 소송’을 말하다>, <갑작스런 증언 포기…“배후는 삼성”>(5/17 김민철 기자 https://bitly.kr/CfMK)과 프레시안 <삼성 눈치 안 본다던 증인은 왜 재판 출석 거부했나?>(5/17 성현석 기자 https://bitly.kr/P0F2), 뉴스타파 <기술 유출 누명...삼성전자 이 전무의 '달콤한 인생'>(5/17 심인보 기자 https://newstapa.org/43749) 보도는 이 사건이 단순히 한 개인의 소송 문제가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세 매체가 지목한 해당 사건의 주역 혹은 주범은 삼성과 검찰, 경찰, 그리고 언론이다.    
 
 
가장 수상한 것은 ‘삼성’
특히 소송의 주체인 삼성의 행보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 KBS <취재후/KBS-뉴스타파-프레시안, ‘삼성의 소송’을 말하다>는 “삼성이 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특이”하다는 평가를 내리기까지 했다. 우선 삼성은 “이 전무를 경찰에 신고할 때부터 사실과 다른 진술들을 한 정황”이 있으며, “기술유출 사건과 관계없는 ‘인성 흠집내기’를 시도”하며 “업무 추진비 유용 혐의”로 이 전무를 추가 고소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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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 과정에서 삼성은, 회사측에 불리한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일부 증인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한 정황을 보도한 KBS(5/17)

 
이 과정에서 삼성이 “재판에서 (삼성 측에) 불리한 증언을 하려던 증인을 회유해 출석을 막”은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 전무를 위해 “평소 임원들은 자유롭게 자료를 반출할 수 있었다는 점과 자신이 부하직원들에게 '갑질'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언해줄” 두 명의 증인은 증인 신문기일을 나흘 앞두고 증언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중 한 명은 이 전무에게 ‘삼성 측으로부터 회유 전화를 받고 증언 출석을 포기한 것’이라 털어 놓았다. 다른 한 명은 증인 출석 기일이 지난 이후 뒤늦게 “현재 삼성에 대응해서 법정에 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라며 “앞으로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반면 삼성 측 증인으로 나선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삼성전자가 고위 임원에 대해서도 엄격한 보안 검색을 했다”는 등의 허위 증언과 진술을 쏟아냈다.

삼성의 이러한 ‘재판 개입’ 행태의 문제점을 전면에 부각한 프레시안 <삼성 눈치 안 본다던 증인은 왜 재판 출석 거부했나?> 보도는 “법치주의가 무너진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삼성 편에 선 증인은 허위 증언을 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지만 “삼성에 불리한 증언은 받아내기 힘든 구조”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검도 ‘답 정해놓고 수사’ 정황
뉴스타파 <기술 유출 누명…삼성전자 이 전무의 '달콤한 인생'>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의 행보 역시 수상쩍기 그지없다. 당시 “경찰은 기술 유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 전무의 휴대전화와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고 금융거래 기록까지 모두 조회”해 “문서를 유출하기 넉 달 전 이 전무가 헤드헌터와 접촉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를 핵심 논거로 내세워 “헤드헌터와 접촉을 한 것을 보니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려한 것이 틀림없고, 이직을 하려 했으니 기술을 빼돌려 팔아 넘기려 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이 전무가 만났다는 헤드헌터 대표를 만나 취재한 결과, 그는 “이 전무가 자신을 만났을 당시 구체적인 이직 의사를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그는 이러한 내용의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다른 헤드헌터와 이 전무는 “문자를 한두 차례 주고받았을 뿐 아예 만난 적도 없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두 헤드헌터들에 대해서 소환 조사나 서면 조사조차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이 전무 쪽에서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두 헤드헌터와의 대질 심문을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를 담담한 검사는 ‘왜 그랬는지’를 묻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 단계에서 참고인을 강제로 부를 수는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검찰은 삼성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평소 자료를 프린트 해 집에서 검토하는 이 전무의 습관’을 ‘기술 유출 행위’로 몰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유출했다는 자료들은 대부분 이 전무 자신이 받은 이메일의 첨부 문서”였으며 “입사한 이래 계속,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메일이 지워질까봐 첨부파일을 다운로드 받거나 출력해서 보관해 왔다”는 이 전무의 주장은 이후 삼성 측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자신에게 온 이메일을 보다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서 출력한 뒤 집에 가져간 사실이, 수사기관의 손을 거치면서 “대량의 반도체 핵심 기술 자료 유출”로 둔갑“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무를 ‘매국노’로 몰아간 언론
언론 역시 이 전무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데 일조했다. 당시 언론은 ‘중국으로 국가 핵심기술을 유출하려 했다’는 점을 부각해 이 전무를 ‘산업스파이’로 몰아세웠다. SBS는 2016년 9월 22일 단독 보도 <핵심기술 中에 넘기려 한 삼성전자 임원>에서 “갤럭시 노트 7의 배터리 불량으로 리콜을 실시 중인 삼성전자에 골치 아픈 사건이 또 발생”했다며 이 전무가 삼성전자만 보유만 국가 핵심기술을 중국 업체에 팔아넘기려고 했다고 전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당시 이 사건을 단독 보도한 SBS 기자에게, 어떤 근거로 이 전무가 중국에 반도체 기술을 팔아넘기려 했다는 표현을 썼는지 물었”으나 해당 기자는 “검찰에서 연락을 받았고 삼성에도 연락을 해서 기사를 쓴 것 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중국이라는 얘기를 누가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KBS 역시 2016년에는 SBS와 다를 바 없는 보도를 내놓았다. 2016년 10월 20일 KBS 뉴스광장 <기밀 빼낸 삼성 임원> 보도는 이종근 수원지검 형사4부장검사의 “이직을 준비하면서 병가를 고의로 내고 병가 기간 중에 집중적으로 (기밀을) 유출하였습니다.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습니다”라는 사건에 대한 평가와 그가 “대기업 간부라는 지위를 이용해 직원들의 신용카드를 개인 유흥비 등에 사용하고 업무상 경비인 것처럼 꾸며, 3년 동안 80차례, 회삿돈 7천800백만 원을 횡령”했다는 점을 함께 전했다. 반면 당사자인 이 전무 측 입장은 “해당 간부는 ‘연구 목적으로 자료를 집에 가져간 것일 뿐’ 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는 설명이 전부였다. 그 외 언론의 태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삼성의 ‘기강 잡기용 소송’ 가능성도
이런 상황에서 결국 질문은 ‘대체 삼성이 왜 이런 무리수를 써야 했는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KBS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지만, 합리적 의심의 실마리를 하나 포착”했다며 2010년 알려진 삼성 반도체 기술유출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핵심기술이 협력업체인 미국계 장비업체를 통해 경쟁사인 하이닉스에 무더기로 유출됐다고 신고했고, 검찰은 두 회사 임직원 18명을 기소했”으며 언론은 “직접 피해액만 수천억 원, 간접 피해까지 합치면 수조 원대”라 보도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1심 재판에서 12명이, 2심과 대법원에서는 18명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으며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핵심 먹거리인 삼성의 반도체 기술이 무더기로 유출된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협력사들을 통한 기술유출 우려'가 고민거리”였던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소송을 통해 협력사들에게 ‘공포’를 심어줌으로써 '기강'을 확실히 잡는 효과를 얻었”다.

KBS는 이를 근거로 2016년 당시 “반도체 기술이나 전문 인력이 중국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통해 '기강'을 잡을 필요성이 있었”던 삼성이 이 소송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프레시안은 “이런 필요와 누명 씌우기 의혹을 바로 연결 짓는 건 무리”지만 “기업과 정보기관, 유관 정부 부처 등이 지닌 이해관계”와 “기술 유출 피해를 과장할 필요가 있는 집단과 억울한 누명 방지에 관심을 둔 집단 사이의 불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파는 “삼성이 정말로 이런 의도를 가지고 사건을 꾸며낸 것이라면, 역설적으로 그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의 이러한 합리적 의혹 제기에 삼성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협업으로 ‘매체의 영광’ 아닌 ‘사안의 중요성’과 ‘개인의 고통’ 부각
세 매체의 관련 보도는 ‘남은 의문과 과제’를 전달하며 마무리 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KBS는 보도 말미 “공동 취재진은 향후 소송 과정을 계속 취재하고, 재판이 종결된 뒤 다시 삼성에 질의서를 보내 받은 답변을 토대로 '이 전무 기술유출 사건'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프레시안 역시 “<프레시안>, <뉴스타파>, KBS 공동 취재진은 추가 취재를 통해 답을 찾아낼 계획이다.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이다”라며 “삼성은 왜 고위급 엔지니어에게 '기술 유출' 누명을 씌웠나?” “삼성 임직원들이 허위 진술 및 증언을 하도록 지시한 자는 누구인가?” “삼성에 불리한 증언을 하려던 이들이 증인 출석을 포기한 구체적인 내막은 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공개했다. 뉴스타파 영상 보도에 첨부된 글 기사 역시 “그(이 전무)가 만약 중국의 반도체 업체로부터 채용 제안을 받아 취직한다면, 그건 삼성이 바라던 일일까요? 만약 이 전무가 중국의 반도체 업체에 취업해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좁혀 버린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일까요?”라는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이렇게 KBS, 프레시안, 뉴스타파는 기업과 사법기관, 언론에 의해 시민 개개인의 권리가 침해된 중대한 사건을 경쟁이 아닌 협업을 통해 심층 취재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도해 알리고, 후속 취재 및 보도까지 약속했다. 개별 언론사가 단독 보도에 집착하며 ‘매체의 영광’에 골몰하는 사이 주요한 이슈가 외면당하는 일은 부지기수이다. 그 와중 사건의 가치와 고통 받는 개인의 삶은 그저 ‘눈에 띄는 보도 소재’거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주요 이슈를 공유하면서도 각 매체의 특성에 맞게 협력하여 상생을 시도한 세 개 언론사의 협업은 의미 있는 시도이다. 이에 민언련은 KBS, 프레시안, 뉴스타파의 ‘삼성 전무 문건 유출사건’ 공동 취재 보도를 2018년 5월 ‘방송-온라인 특별상’ 부문에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