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위법’ 종편 미디어렙 방통위 감사 결과는 책임회피 변명일 뿐이다
등록 2018.08.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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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분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한 TV조선·MBN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허가·재허가에 책임이 있는 담당 공무원 8인에 대해 ‘경고’(6인), ‘주의’(2인)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TV조선·MBN 미디어렙에 대해 위법하게 사업을 허가했고, TV조선과 채널A는 재허가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방통위는 지난 2월 21일 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미디어렙에 대해 올해 8월까지 위법 사항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두 종편 미디어렙의 잘못이야 시정한다 쳐도, 이런 무책임한 행정을 한 방통위가 왜 자신들의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인지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에 민언련이 구멍 뚫린 행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상조사를 촉구하자 방통위는 해당사안에 대한 감사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결과는 허무했다. 방통위는 ‘무책임 행정’ 논란을 덮기 위한 마지막 액션으로 몇몇 공무원에 대한 면피성 징계를 선택했다. 솜방망이 처벌 가능성이 높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럼에도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과연 국민이 방통위를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보장하는 행정기구로 신뢰할 수 있을지, 그래도 될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그저 ‘부주의’ ‘실수’였다는 허무한 이야기

먼저 방통위의 조사결과 발표는 이렇다.

2014년 4월, 최초로 TV조선 미디어렙을 허가할 때 주주의 소유제한 규정을 주요주주(5% 이상)에 대해서만 검토했단다. 그래서 소유제한(특수관계자 포함)을 위반한 주주가 있음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미디어렙 허가 기본계획에는 법률요건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절차가 있는데 소위도 열지 않았다고 한다.

2014년 12월 MBN미디어렙을 허가 때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MBN 미디어렙 주요 주주에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으로 10% 초과 소유가 금지된 기업집단이자 지주회사여서 애당초 지분 소유가 금지된 회사가 속해 있음에도 이를 모르고 허가했다고 한다.

2017년 3월 TV조선과 채널A 미디어렙 재허가 당시에도 실수였단다. TV조선 미디어렙 최초 허가 시 발견하지 못한 소유제한 위반사실을 재허가에서도 동일하게 발견하지 못했고, 채널A의 미디어렙도 구성주주가 소유제한(특수관계자 포함) 위반자임을 발견하지 못한 채 재허가를 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한 두 번도 아니고 2014년 4월과 12월, 2017년 3월 세 번씩이나 똑같은 부주의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이런 부주의의 이유로 허가심사기준인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 허가․변경허가․재허가 등의 절차 및 기준」에서 구성주주의 특수 관계자와 관련된 서식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는 등 제도적 미비점이 있었고, 미디어렙 허가심사 기준에 대한 재검토 절차를 밟지 않고 반복적으로 선례를 답습한 행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방통위가 이를 인지한 것은 2017년 6월이었는데, 뒤늦게나마 이를 발견한 사람은 바로 2017년 3월 재허가를 해줬던 담당자였다고 한다.

 

고의나 외압이 아닌 이유는 본인들이 그리 주장하고, 중요한 실수가 아니기 때문이라니

종편 미디어렙 허가와 재허가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보니 민언련을 비롯한 많은 단체에서 방통위의 오래된 관행인 ‘종편 봐주기’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방통위는 그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는데, 그 근거가 황당하다. 일단, 해당 공무원들이 특정업체 봐주기나 외압에 대하여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여러 정황을 검토해 봐도 아닌 것 같단다. 방통위가 말하는 여러 정황은 이렇다. △소유제한 위반여부가 미디어렙법 제12조에 따른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애초 방통위가 위반 여부를 인지했다면 보정이 가능한 상황이었으며 △‘1종편 1렙’ 체제에서 허가 여부가 제한적이거나 사업자 간 경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방통위가 부적절한 서류를 냈음을 알았다면 보정해 허가했으면 되는 것이니 이번 실수는 ‘별 일 아니’라는 의미다.

 

외부감사자문위원회의 구성 방식과 인원도 공개하지 않아

방통위는 감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사자문위원회의 자문도 받았다고 한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감사자문위원회에선 △소유제한 위반사항이 결격사유가 아닌 의결권 제한이나 시정조치 등을 통해 치유가 가능한 하자로 보이고 △위반사항을 즉시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징계에 이르는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재허가 담당자가 소유제한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은닉하지 않고 직접 나서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므로 징계는 바람직하지 않고 △경쟁으로 허가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1사 1렙 신청에 따라 미디어렙을 허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자문을 했다고 한다. 감사자문위원회 역시 방통위 감사와 동일한 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이런 감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었다고 해서 방통위 감사의 정당성이 확보된 것이라 믿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일단 외부 감사자문위원회라고는 하지만 구성 방식과 인원, 실명 모두 비공개인 상황이다. 자문을 받을 때, 법률회사이든 개인이든 이를 비밀에 부치는 것은 자문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전문성과 양심에 기초한 자문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본다. 그러나 최소한 행정적 결론이 난 이후에는 그 내용을 공개해야 공무원도 자문위원회도 자신들의 행위와 자문 내용에 책임을 질 수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자문위원들과 자문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면, 그들 또한 무책임하고 편향적인 자문을 행할 수 있으며 공무원들도 ‘자문’을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할 수 있을 거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제때 인지하고 반려했다면 종편은 광고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큰일’이었다

방통위는 조사결과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치유 가능한 하자’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무언가를 허가제로 만들고, 허가를 내줄 때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안을 만든 건 다 그만한 절실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에게 광고 직접 판매를 불허하고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별도의 회사(미디어렙) 설립을 강제한 미디어렙법의 취지는 방송의 제작·편성에서 광고 영업을 분리하기 위함이다. 대기업과 일간신문, 뉴스통신사 등의 특수관계자에게는 미디어렙 지분 소유를 일정 비율 이하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지주회사와 광고대행자는 아예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한 것도 방송 제작과 편성에 미칠 부당한 영향력을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방송 제작·편성의 독립은 방송의 신뢰와 공공의 이익에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이중삼중의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허가를 담당한 공무원이 법 취지와 내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서류도 미비하게 갖추었으며, 법률심사 소위원회조차 열지 않아서 허가를 내줄 수 없는 상황에서 허가를 내주고 재허가도 해주었다. 방통위는 이것이 ‘결격사유가 아닌 의결권 제한이나 시정조치 등을 통해 치유가 가능한 하자’였고, 어차피 1사 1렙을 신청한 것임으로 경쟁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었다는 변명을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종편사들이 미디어렙 허가를 받은 시점은 법에서 미디어렙 설립허가를 유예한 기간을 거의 채운 때였다. 해당 결격사유를 제 때 시정하지 못할 경우 1사 1렙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종편이 미디어렙을 허가받지 못할 경우, 유예 기간이 끝나면서 적법한 미디어렙 허가를 받을 때까지 원하는 형태의 광고 영업을 하지 못하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2014년 종편 미디어렙사의 최초 허가 당시, 방통위는 종편으로부터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서약사항을 위반하였음이 밝혀질 경우 허가 취소 등의 처분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서약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겁 주기용이자 요식 행위였는가. 더구나 방통위는 우리의 정보공개요청에도 꽁꽁 숨겨두고 있는 법률자문 회신에서 공무원의 고의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보낸 법률자문 요청서엔 고의성 여부를 어떻게 조사했는지, 왜 고의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는지 근거조차 확인할 수 없다.

 

묻고 싶다. 이게 ‘정상’이냐고

우리는 방통위의 이번 감사 결과가 무책임한 행정의 문제를 축소하려는 옹색한 변명이며, 이를 위해 동원된 억지 논리라는 점에서 개탄을 금치 못한다.

방통위는 애초 허가를 내준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상 징계시효(3년) 경과되어서 징계를 할 수 없음에도 ‘경고’, ‘주의’ 조치를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재허가 담당 공무원에게는 이번 사안의 문제점을 최초 발견하고 ‘이를 은닉하지 않고 직접 나서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기에 경징계를 내렸다 한다. 그러나 심각한 위법을 방기한 무책임 행정을 시정하는 건 공무원이라면 해야 할 당연한 의무이며 최소한의 책임이다. 어떻게 잘못을 은닉하지 않았다는 게 징계를 피할 정당한 사유로 언급될 수 있는가. 익명의 외부 감사자문위원회에서 설령 그런 의견이 있었다 하더라도 방통위가 이런 의견이 있었다는 걸 굳이 강조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잘못된 행정을 발견할 때 시정하는 게 아니라 은닉하는 게 기본이라는 말인가.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금번 감사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위원회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기반성과 함께 사무처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공정한 업무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이번 감사결과를 보고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이 자기반성과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방통위가 변명투성이의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금도 TV조선·MBN 등의 종편과 미디어렙은 6개월의 여유를 갖고 시정만 하면 된다. 더 이상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아무 일 없이 생존하고 있다. 방송 생태계를 야만이 지배하는 정글로 만들고 있다. 이대로 좋은가. 방통위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끝>

 

8월 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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