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소주성‧최저임금 때리기 위한 ‘국세감면액’ 10년만의 발견
등록 2019.03.22 14:39
조회 239

2019년 3월 19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2019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의결하였습니다. 다음 날인 3월 20일 언론들은 일제히 이 계획안에서 ‘근로장려금 등 저소득층 지원 확대로 국세감면율이 2019년에는 국세감면한도를 다소 상회할 전망’이라고 한 대목을 문제 삼았습니다. 게다가 일부 언론들은 ‘퍼주기’, ‘소주성 땜질’같은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하며 국세감면율 상승을 무리하게 특정 정책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혹세무민’하고 있었습니다.

 

국세감면이란 각종 비과세‧세금 감면, 세액공제 등을 통해 세금을 부과한 뒤, 이를 받지 않거나 세금 환급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가재정법 제 88국가재정법 시행령 제 41에서는 국세감면액이 전체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하 국세감면율)이 일정 비율(이전 3년 국세감면율 평균+0.5%) 이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노력 규정’인 만큼 위반한다고 해서 법적 제재를 받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래로 신자유주의 학파는 ‘통화주의’를 제창하면서 정부는 시장 개입을 줄이고 통화량 조절을 통해 인플레이션율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정부는 수입과 지출 규모를 일치시켜 적자를 없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신념에 가까운 논리, 소위 ‘균형 재정 도그마’입니다. 언론들은 이를 바탕으로 적자예산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조장해 왔죠. 민언련은 현재 언론들이 펼치는 국세감면율 한도 초과에 대한 지적이 적절한 수준인지 살펴봤습니다.

 

국세감면액 한도초과에 난리법석

 

신문사

종합일간지

경제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량

1

1

2(1)

-

1

1

4(1)

△ 3/20~21일 조간신문 국세감면액 관련 보도량, ( )는 사설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대상인 주요 5개 일간지와 2개 경제지 중 중앙일보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에서는 모두 2019년 조세지출 기본계획 관련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보도량만 봐서는 그다지 많지도 않고 큰 문제도 아닌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도내용은 심상치 않습니다.

 

조선일보는 <최저임금 올라 근로장려금 급증국세감면액, 10년만에 한도 초과>(3/20, 김성모 기자)와 이어지는 기사 <국가재정법 어겨가며 소주성 부작용 땜질>(3/20, 김성모 기자)에서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받은 저소득층 소득 보전을 위해 근로장려금(EITC)을 대폭 늘리면서 올해 국세 감면율이 10년 만에 법정 한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이례적 위법 상황’으로 평가하였고, 국세 감면율의 증가 원인인 근로장려금(EITC)제도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저소득층 소득 보전을 위한 것이라며 “소주성 부작용 땜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매일경제도 <국세감면 펑펑 퍼주더니 10년만에 법정한도 초과>(3/20, 김태준 기자)에서 ‘퍼주기’라는 단어를 동원하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 근로장려금 등 급증한 탓”이라고 중간 제목을 달았습니다.

동아일보는 <복지 지출에대기업 세액공제 줄인다>(3/20, 이새샘 기자)에서 “대기업 위주로 시설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여건이 악화되자 기업부문에 대한 세제지원 축소로 이를 만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메우기 위해 올해 근로장려금을 전년의 4배 가까이로 올린 바 있다.”고 썼습니다. ‘최저임금 탓’을 하는 것은 같지만 ‘기업 손해’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입니다.

 

한국경제는 가장 관련 보도가 많았던 신문사였습니다. 한국경제는 <정책 부작용 땜질 하느라퍼주기 세 감면’ 50조 육박>(3/20, 임도원 기자)와 이어지는 기사 <국가재정법 어겨가며 세감면 현금살포기업 R&D 지원은 깎아>(3/20, 이태훈/성수영 기자)에서 “국내 전체 1936만 가구 중 17%에 EITC(※근로장려금)을 뿌리기로 한 것이다”라면서 국세감면액 증가를 ‘퍼주기’로 규정하는 한편, “개인은 감면액이 작년 29조1000억원보다 5조6000억원 늘었다. 반면 기업 감면액은 작년 12조4000억원보다 오히려 1000억원이 줄었다”며 동아일보와 같이 ‘기업 손해’도 지적했습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올해 국세감면액 47조로서민 중산층에 절반 이상 혜택>(3/20, 박은하 기자)에서 “정부가 근로장려금 확대 등 저소득층에 대한 조세지원을 대폭 늘리면서 올해 국세감면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법정 권고사항인 감면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었다”며 조세지원으로 인한 혜택을 보도제목에서 강조하였습니다.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세금감면 확 늘었다>(3/20, 방준호 기자)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기한이 만료된(일몰) 조세감면 제도를 폐지하거나 고친 비중이 이전 정부에 견줘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세수입에 견줘 세금을 깎아준 규모도 ‘감세 정책’을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 만에 법정한도를 뛰어넘었다. 정부의 이념과 정책방향의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조세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가 이전 보수정부보다 더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국세감면율의 증가가 사실상의 감세정책으로 소득주도성장에 역행한다는 다른 신문사와 다른 논조를 보였습니다.

 

국세감면한도 초과한다는 올해 국세감면율은 ‘추정‧전망치’, 초과 정도도 미미

경향신문과 한겨레, 그리고 보도가 없는 중앙일보를 제외하면 모두 국세감면액 한도 초과가 10년만이며, 조세지출 증가로 인한 국세감면율 증가는 ‘퍼주기’ 정책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었습니다. 민언련에서는 이런 평가가 과연 타당한지 2004년부터 2019년까지의 국세감면율과 국세감면율 한도를 정부 자료와 한겨레 기사 <국세감면율, 현 정부 들어 노무현 정부 때 수준으로 복귀>(2016/11/23, 김경락 기자)를 바탕으로 확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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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13년간 국세감면율과 국세감면한도 추이(기획재정부 연도별 조세지출 기본계획 참조. 국세감면한도 계산에 필요한 2004~2006년 자료는 기재부 홈페이지 자료 미비로 한겨레 기사를 참조하였음)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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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중 국세감면율 자료 부분(출처 : 기획재정부)

 

확인 결과 10년 전인 2008~09년 당시 국세감면율은 무려 법정한도를 각각 1%, 1.8% 초과하였고, 13‧14년도에도 국세감면율은 법정한도와 0.1% 차이로 ‘턱걸이’ 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2019년의 국세감면율은 법정한도를 고작 0.4% 넘겼을 뿐이었고, 수치로는 15년(14.1) 정도의 수준입니다. 그마저도 2018년, 19년 국세감면율은 잠정치, 전망치여서 올해 국세감면율이 법정한도를 넘겼는지도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18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서 기획재정부가 전망한 18년 국세감면율은 12.9%였는데, 올해 추정치가 12.5%라는 점에서 19년도의 법정한도 초과분은 ‘오차범위’ 내라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조세지출 기본계획은 발표한 해부터 2년 전 자료는 실제 수치, 1년 전 자료는 잠정치, 당해 자료는 전망치로 발표합니다.

 

연도

국세감면율(%)

국세감면한도(%)

차이

특이사항

2004

13.4

 

 

 

2005

13.6

 

 

 

2006

13.4

 

 

 

2007

12.5

14

-1.5

 

2008

14.7

13.7

1

 

2009

15.8

14

1.8

 

2010

14.4

14.8

-0.4

 

2011

13.3

15.5

-2.2

 

2012

14.1

15

-0.9

 

2013

14.3

14.4

-0.1

 

2014

14.3

14.4

-0.1

 

2015

14.1

14.7

-0.6

 

2016

13.4

14.7

-1.3

 

2017

13

14.4

-1.4

 

2018

12.5

14

-1.5

추정치

2019

13.9

13.5

0.4

전망치

△ 과거 13년간 국세감면율과 국세감면한도 추이 (기획재정부 연도별 조세지출 기본계획 참조. 국세감면한도 계산에 필요한 2004~2006년 자료는 기재부 홈페이지 자료 미비로 한겨레 기사를 참조하였음) Ⓒ민주언론시민연합

 

황당한 것은 과거 10년간 언론들의 보도태도입니다. 국세감면율 초과분이 올해 2019년 전망치(0.4%)보다 4배 이상(1.8%)이었던 2009~2010년 당시부터 세금감면 제도를 비판하는 기사는 꾸준히 있었지만, 메인 지면에 이틀 새 3~4건 씩 관련 기사를 낸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기간

종합일간지

경제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2013/3/26~28

1

1

-

2

1

1

3

2014/3/25~27

1

-

-

1

1

1

1

2015/3/24~26

1

1

-

-

-

-

-

2016/3/29~31

-

-

-

-

-

-

-

2017/3/28~30

-

-

-

-

-

1

-

2018/3/26~28

-

-

-

-

-

1

-

2019/3/19~21

1

1

3

-

1

1

5

△ 2013년 이후 기재부 자료 공개일 기준 3일 내 국세감면액 관련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조세지출 기본계획이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규정되어 기재부가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기재부 자료 공개일 기준으로 3일 내의 국세 감면액 관련 보도량을 조사해 본 결과, 13~14년 국세감면울 한도와 실제 국세감면율이 0.1%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한도를 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2015년과 2016년의 보도량은 단 2건이었습니다.이는 정말로 국세 감면을 문제 삼기보다는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등 언론사들이 싫어하는 정책을 비난하기 위해 마침 나온 기재부 자료를 ‘조미료’로 사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근로장려금(EITC)이 뭔지는 알고 소주성 땜질이라고 하나

기획재정부는 2019년 국세감면율 전망치가 크게 증가한 이유로 근로장려금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의 신문사들은 근로장려금 정책에 대해 ‘소득주도성장 땜질’, ‘현금 살포’, ‘퍼주기’ 등의 표현을 쓰면서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무리한 주장입니다.

근로장려금(EITC)이란 신자유주의 학파의 대표적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시한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로부터 유래한 정책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세금 공제 형식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복지제도입니다. 신자유주의가 최고의 위세를 누리던 레이건 정부 시절 미국에서 도입되었습니다.

 

최근 밀턴 프리드먼의 어록인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문구를 버스광고로 쓰고 있는 한국경제 칼럼 <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근로소득장려세제>(2014/7/3, 민세진 교수)에서도 근로장려금에 대해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면서도 근로 의욕을 고취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지들 마저도 근로장려금을 ‘현금 살포’, ‘퍼주기’로 규정한 것은 아이러니합니다.

한편, 조선‧동아일보와 경제지들이 근로장려금을 ‘소득주도성장 땜질’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공통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받은 저소득층의 소득 보전을 위해 확대한 정책이 근로장려금’이라는 대목 한 줄 뿐입니다.

 

시사IN 기사 <최하위층 소득이 감소했다고?>(2018/12/12, 김용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주장에 대해)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1년간의 경기나 정책들이 저소득층의 소득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로 사용될 수 없다. 2017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와 이번 조사의 ‘모집단’이 다르기 때문이다.”라는 분석이 나오고, 민언련 보고서 <‘경제학회 보도’, 누구의 주장을 인용했나>(2/18)에서도 지적했듯 아직 가계동향조사에서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했다는 결과에 최저임금의 영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학계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인데, 이미 일부 신문사에서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습니다.

 

백보 양보해서 최저임금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했다고 치더라도, 근로장려금은 성질상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가로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므로 그 자체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지, ‘소득주도성장의 땜질 정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가계 소득 동향 조사에서 저소득층으로 분류된 가구들은 대체로 더 이상 일 할 수 없는 노인층 1~2인 가구라는 점에서 위 신문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더 떨어집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금감면 늘었다는 한겨레 주장도 설득력 없어

한겨레는 다른 신문과 달리, ‘세금감면율 증가가 사실상의 감세 기조로 조세정책을 이전 정부보다 보수적으로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비과세감면제도 대폭 정비해 새는 세금 줄여야>(2012/5/15)에서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예산 낭비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세금을 제대로 걷는 것도 중요하다.(중략) 아무리 봐도 비정상이다. 정부는 그동안 지속돼온 각종 세금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해 새는 세금을 과감히 줄여야 할 것이다.”라고 지난 정부에서부터 주장해 왔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일관된 주장을 한다는 점은 평가할 만합니다.

 

그러나, 작년에 비해 늘어난 국세 감면액 5조 5527억 원 중의 상당수인 4조 원 가량이 복지정책인 근로장려금 제도에 쓰였다는 점에서 국세감면액이 증가한 것이 ‘감세를 통한 긴축 정책’이라는 한겨레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또한, 위의 국세감면율 변화 추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로도 국세감면율은 2016년 13.4%, 2017년 13%, 2018년 12.5%(추정치)로 하락 추세를 유지해 왔으므로, 문재인 정부 들어 세금감면이 늘었다고 한 한겨레 기사는 사실과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20~2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보도(신문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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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