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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승리 미화에 동영상 묘사…TV조선‧채널A ‘천태만상’
등록 2019.03.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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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승리의 클럽 버닝썬 운영 개입 및 성접대 의혹이 정준영의 불법촬영 및 유포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승리‧정준영을 포함한 핵심 관련자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불법촬영 및 유포, 버닝썬의 약물 강간 및 성매매 알선 의혹 등 범행은 물론, 이 범죄들을 무마시켰던 이른바 ‘경찰총경’ 등 경찰과의 유착이 사태의 본질입니다. 정준영의 경우 2016년에도 불법촬영물을 유포했으나 당시 경찰이 핵심 증거물인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고 포렌식업체에 ‘복구 불가 확인서’를 부탁하는 등 은폐를 시도해, 현재의 수사에도 국민적 불신이 팽패합니다.

 

SBS 탐사보도팀 ‘끝까지판다’가 지난 11일 정준영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한 이후 타 매체에서도 많은 보도와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안 자체가 충격적이므로 보도에 신중함이 요구되고 특히 피해자 보호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만 부적절한 보도도 속출했습니다. 피해자 신원에 초점을 맞추거나 뚜렷한 정황을 은폐‧왜곡하면서 사건을 덮으려는 보도가 만연합니다. 이미 정준영 사건 피해자와 ‘지라시’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무분별하게 노출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해야 했던 TV조선‧채널A는 여전히 뒤틀린 관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1. 피해자에 상처주는 동영상 묘사

 

사건 본질 아닌 ‘동영상 내용’ 상세 묘사, 범죄만큼 끔찍한 보도

채널A <돌직구쇼>(3/13)의 경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동시에 피해자에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끔찍한 대담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정준영 대화방에서 나온 불법촬영 동영상의 내용을 아주 상세히 묘사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노출하기도 했습니다. 명백한 2차 가해 보도입니다. 

김진 앵커 : 저희 동아일보가 경찰이 분석하고 있는 동영상이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취재를 했는데요. (중략)정준영과 한 여성이 성관계를 하는 장면도 있었고, 카톡방에 있던 멤버 A씨와 B씨가 한 명의 여성과 동시에 성관계를 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병민 박사님.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 쓰리썸이라고 얘기하는 저런 내용들이 수차례 들어가 있는 부분들 어느 정도 경찰이 확보를 한 것 같은데요. 충격적인 내용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에 대한 영상에 대한 정밀 분석도 들어가는 건 맞는 건데 자칫 잘못 조금 걱정스럽고 우려스러운 측면들이 있는 게 피해 여성 중에는 O(신상정보 삭제_편집자주)들도 있다는 겁니다. 이 O(신상정보 삭제_편집자주)이 누구인가에 대한 소위 말하는 관음증으로 번져서는 안 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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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동영상 ‘정밀 분석’해 설명한 채널A <돌직구쇼> (3/13)

 

채널A 진행자 김진 앵커와 패널 김병민 씨는 보도할 필요가 전혀 없는 불법촬영 동영상의 상세 내용을 성관계 용어까지 동원해 설명했습니다. 이를 큼지막한 자막으로도 표현했고 ‘동아일보 취재’라고 자랑스레 떠벌렸습니다. 그 내용들이 ‘끔찍하다’고 평했는데 이런 보도야말로 끔찍한 겁니다.

 

심지어 채널A는 피해자 신상 정보의 일부도 흘렸는데 이는 참담한 대목입니다. 바로 전날 채널A <뉴스A>는 단독보도이자 톱보도로 피해자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보도로 큰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13일 사과하고 보도를 삭제했습니다.

 

바로 자사의 메인뉴스가 사과한 그날, 채널A의 아침 프로그램인 <돌직구쇼>는 또 신상 정보를 보도한 것이죠. 심지어 ‘피해자가 누구인지 관음증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며 위선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관음증을 바로 채널A와 같은 언론이 부추긴다는 사실을 채널A만 모르는 것일까요?

 

2. 피의자 두둔도 가지가지

 

“누구든지 그럴 수 있다”? 이게 TV조선의 시각인 걸까

정준영‧승리 등 핵심 피의자를 미화하며 범죄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방송들도 심각합니다. TV조선 <신통방통> 3월 15일 방송에서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정준영‧승리에 넓은 아량을 보이며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묘사했습니다. 

최병묵: 사실은 한 30살 정도 되면 인격이 완성되었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중략) 돈까지 있고 권력까지 있다보니까. ‘나는 약간 뭘 해도 상관없고 약간의 잘못을 해도 봐줄 테니까’ 그러니까 특권 의식에 사로잡히게 되는 거죠. 아마 누구든지 저런 단계에 가면 그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됩니다. 짐작으로. 영화 속에 나오는 어떤 마피아적인 그런 네트워크 관계, 이런 것 비슷한 상황이 됐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데 깊이 빠져 있다 보니까 그 상황이 얼마나 우리 사회의 범죄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나 환경인지 그것에 대한 자각이 없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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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권력 있으면 누구든 범죄 저지를 것이라는 최병묵 TV조선해설위원

 

30살은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나이이니 누구든 그럴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정준영‧승리 등의 범죄를 두고 TV조선이 내놓은 ‘전문가’로서의 논평이라니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최 씨의 생각과 달리 돈과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누구나 특권의식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돈과 권력을 정준영 대화방에 속한 사람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갖고도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참혹한 범죄는 엄중히 비판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TV조선 해설위원이 어째서 애먼 다른 사람들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가정해 범행의 심각성을 미화하는 것인지, 그 어떤 시청자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얼굴도 반듯하고 젊은이들 우상인데 슬프다’?

TV조선 뿐 아니라 다른 종편 방송에서도 정준영 등 핵심 피의자를 미화하는 장면들이 반복됐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3/12)에서 김광삼 변호사는 정준영의 범죄를 두고 “경악할 만한 이야기”라면서도 “사귀는 척하면서 성관계를 할 걸”이라는 대화 내용에 “아무리 젊은 치기지만 상상할 수 없는 생각”이라며 ‘젊은 치기’라면 가능하다는 안일한 인식을 노출했습니다. 이 정도는 그나마 약과입니다. MBN <뉴스와이드>(3/12)에서는 진행자와 출연자가 정준영‧승리를 대놓고 미화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백운기 앵커: 정준영 같은 경우에는 그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도 보고 그러면 얼굴도 맑고.

김형주 전 민주당 의원: 그렇습니다.

백운기: 좀 좋게 보이잖아요. 그랬던 애가 정말 이런 일을 했단 말인가. 막 이런 것 때문에 허탈감을 넘어서 분노가 생기고요. 승리 같은 경우에는 얼마나 한류를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까. 그리고 본인의 성공 신화를 보니까 위대한 승츠비라고 얘기할 정도로 여러 가지 참 스토리도 많은 친구들이던데. 얼굴도 반듯하고 젊은이들의 우상인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좀 슬퍼요.

정준영‧승리의 ‘맑고 좋은 외모’, ‘승츠비 성공 신화’ 등은 현재 거론되는 범죄 의혹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정준영‧승리가 연루된 범죄의 심각성을 축소시키는 미화 발언에 가깝습니다. 더구나 ‘얼굴도 반듯하고 우상인데 슬프다’는 대목은 피의자에 대한 동정을 표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승리 의혹’ 나온 이후에도 ‘승츠비’라 부르는 채널A

정준영‧승리의 범행 의혹이 연이어 터지자 과거 두 인물을 미화했던 연예 프로그램들도 비판의 대상이 됐는데요. MBC <나 혼자 산다>(2018/3/6~9)가 대표적입니다. MBC는 스콧 피츠제랄드의 작품 <위대한 개츠비>에서 이름을 따와 ‘위대한 승츠비’라는 별칭을 붙여주고 에너지 넘치는 젊고 부유한 사업가로서의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시켰으며 사실상 승리의 사업체를 홍보해 비판 받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방송에서는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승츠비’라는 이름으로 쓰는 보도가 많습니다. 채널A <뉴스 TOP10>(3/11)은 승리의 카톡방 내용과 입대 여부, 피의자 전환, 연예계 은퇴 등을 논하면서 총 세 가지 이슈로 나누어 <성매매 알선 피의자 전락, 위대한 승츠비의 ‘몰락’>, <승츠비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제 연예계로 향한다?>, <보름 뒤 입대하는 ‘승츠비’, “입대 후에도 수사한다”>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모두 ‘승츠비’를 사용한 선정적 제목들입니다.

 

대담 내용과 관계없이 사건이 터진 후에도 승리를 ‘승츠비’라 칭하며 제목을 다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승리의 범죄 의혹이 아니더라도 보도‧시사 프로그램이 젊고, 사업을 하고, 부유하다는 이유로 연예인을 ‘개츠비’에 비유할 수는 없습니다. 해당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 없이 개츠비의 표면적인 면만 가져온 얄팍한 비유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예능 프로그램도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채널A는 아무런 성찰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패러디해 <승츠비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해괴망측한 제목까지 붙인 대목은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작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없이 범죄 관련자를 비유하는 것은 해당 작품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습니다. 굳이 무시당했던 인물의 작은 행동이 예상치 못하게 사회 전반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말을 조세희 작가 작품 제목을 빌어 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최초 폭로자였던 김상교 씨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요? 언론이 사용하는 언어의 힘은 거대합니다. 언론은 단어 하나하나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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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승리를 ‘승츠비’라 부르는 채널A

 

3. 부실수사‧은폐 정황 나온 경찰도 두둔

 

정준영 측 증거인멸 우려, 홀로 외면한 TV조선 해설위원

TV조선 <신통방통>(3/15)에서 최병묵 씨는 2016년 정준영 수사 당시 휴대폰 증거인멸 의혹으로 비판받고 있는 경찰도 두둔했습니다. 정준영은 12일 귀국해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는데요. 14일 문제의 ‘황근폰’ 등 휴대폰 3대를 임의제출했으나 경찰의 대응에 많은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이미 정준영의 범행 정황이 뚜렷이 나타난 SNS 대화 및 영상이 구체적으로 보도된 상황에서도 12일 곧바로 체포하지 않고 휴대폰도 압수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정준영은 하루 이상의 시간을 번 뒤 경찰에 출석했고 이 때문에 증거 인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3/15)의 오수진 변호사, 최영일 시사평론가 등 출연자는 물론 진행자 김명우 앵커도 증거 인멸 우려를 표했죠. 그러나 TV조선 해설위원 최병묵 씨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최병묵: 수사 기술상의 문제는 있을 수 있죠. 왜 그러냐면 혐의점이 그냥 신문에 보도되는 수준이 아니고 좀 더 구체화 됐을 때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상을 청구해야, 영장이 발부되는 것이지, 그냥 이런 의심이 있는데 일단 휴대전화부터 내놔봐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거죠.

(중략)

진행자: 그럴 수는 있는데

최병묵: 수사 기술상의 문제에요.

 

진행자: 아니 최 위원님, 기술상의 문제도 있을 수 있는데 다른 어떤 거, 증거라면 모르겠는데요. 이것은 핸드폰은 본인이 가지고 있으면 없앨 수가 있잖아요, 이게.

 

최병묵: 그냥 본인이 아주 기술 업체에 가서 없애는 건 모르겠는데, 본인이 없애는 정도는 뭐 디지털포렌식 정도로 복원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진행자: 그럴 줄 알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저희보다 너무나 많이 알고 있어서 완전 영구 삭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까지 들려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연 그러면 경찰이 왜 휴대전화를 빨리 확보를 하지 않았을까 다른 이면의 다른 또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최병묵: 그런 의심을 할 수가 있는데. 저는 하여튼 기술적인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그 기술적인 측면이라는 것은 혐의상, 이게 조사가 지금 사실 초기잖아요. 그리고 신문 보도만 어마어마하게 나와 있고 이게 공익제보자를 대리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자메시지나 이런 것을 신고했던 그 변호사의 말 같은 것밖에 없거든요, 지금. 그렇기 때문에 아마 지금 휴대전화 압수할 수 있는 단계가 될까, 저는 약간의 의문이고. 다만 이제 어제 승리 씨에 대해서 또는 정준영 씨에 대해서 한 것처럼 임의 제출 식으로 받는 것은 상관이 없죠.

 

최병묵 씨는 ‘수사 기술상의 이유’와 현재 정준영의 혐의가 ‘신문에 보도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귀국 직후 휴대폰 압수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가 ‘증거 인멸의 우려가 더 크다’고 몇 차례 제지하려 했으나 그런 지적은 ‘가능한 의심’ 수준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2016년에도 경찰과 함께 증거 인멸을 시도했던 정준영 측의 행보는 조속한 수사가 필요한 강력한 정황입니다. 정준영 등의 범행 역시 15일 방송 당시 ‘신문 보도만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라 SBS를 필두로 신문‧방송 등 수많은 매체에서 이미 범행 정황이 뚜렷해 정준영 본인도 일부 시인한 상황이었습니다. TV조선 해설위원만 이런 현실을 몰랐던 걸까요?

 

‘나홀로 경찰 대변’, 합리적인 ‘의견’일까

또한 최 씨의 주장은 경찰의 공식입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13일, 정준영을 긴급체포하지 않은 데 비판이 쏟아지자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범죄 사실이 특정된 게 아니라 긴급체포 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소수의견이 소중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정준영 사건을 두고 홀로 경찰을 대변하는 것은 소수의견이 아니라 명확한 사실관계를 외면하는 아집에 가깝습니다. 핵심적인 증거이자, 언제든 유포될지 모르는 폭탄을 피의자에게 하루 이상 맡겨둘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수사 기술’이라면 당연히 바뀌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법조인들 역시 경찰의 태도에 비판적입니다. 특히 정준영 측의 출석 및 휴대폰 제출에 앞서 13일 휴대폰 포렌식 업체를 압수수색한 부분에 ‘나올 게 없는데 강행한 무의미한 조치’라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3/13)에서 “귀국장에서 긴급체포가 될 줄 알았어요. 왜냐면 지금 동영상이 뚜렷하게 다 올라가 있고. 본인이 촬영한 게 너무 분명한데. 시인도 다 했는데. 그걸 다 보고도 긴급체포를 안 해가지고 하루를 결국은 돌려준 거죠. 오늘 하루 동안 뭐 정씨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할지 너무 뻔하지 않습니까? (중략)왜 당장 휴대폰을 확인을 안 하고 왜 어저께 집을 압수수색을 안했는지. 집 안에 핸드폰이 지금 여러 건이 있다는 것 아니에요. 그런데 왜 압수수색을 왜 영문 모르게 2016년도에 해야 했던 그 장소를 가서 압수수색을 하는 건지 좀 설득이 필요합니다”라고 질타했습니다.

 

물론 TV조선 <신통방통>(3/15)의 진행자와 다른 패널들은 최병묵 씨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김명우 앵커는 최 씨 발언을 의식한 듯, “지금 경찰 수사가 어떻게 보면 언론 보도를 따라가는 듯한 이런 상황이라는 점 지금 국민들이 지켜보고 계시고 있고. 경찰이 유착이 되어있다는 의혹이 많기 때문에 수사를 어영부영하면 절대로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마무리했죠. 그러나 TV조선이 자사의 의도를 분명히 하고자 했다면 애초 방송 전에 패널들과 함께 보도 및 대담의 방향을 정확히 짚었어야 합니다. 한 명의 패널이 ‘전문가’로서 내놓은 주장은 용인될 수 있는 하나의 의견으로 인식되어 시청자를 혼란에 빠드릴 수 있습니다.

 

버젓이 조사 받은 ‘경찰총장’, TV조선 해설위원은 ‘허풍 가능성’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의 경우 클럽 버닝썬의 성매매 알선 등에 개입됐다는 의혹과 함께 클럽 버닝썬과 여러 연예인들의 범범 행위를 덮어준 이른바 ‘경찰총장’을 승리 등에게 소개해주고 사건 무마를 청탁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는데요. TV조선 최병묵 해설위원은 ‘경찰총장’의 존재 자체가 유인석 씨의 ‘허풍’일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놨습니다. 

김명우 앵커: 유 모 씨가 사실 경찰과의 유착 고리라는 건데. 지금 저희가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유 모 씨는 그 경찰총장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인 거 아니에요.

 

최병묵: 경찰청장 건은 유 모 씨의 허풍일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도 나온 내용을 보면 유 모 씨가 틈림없을 거라고 보는데 우리가 하나 또 상상력을 동원해 보자면 이 유 모 씨가 허풍을 치거나 아니면 과장을 했을 가능성. 이것도 반드시 또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왜 그러냐 하면 지금 강신명 전 청장이나 이런 분들이 완강하게 지금 부인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당시 경찰청장이 부인하고 있으면 지금 경찰청장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보는데 그렇게 된다면 이게 뭔가 잘못됐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더군다나 이게 그 휴대전화에서 확실히 봤다는 것도 아니에요. ‘그것을 본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라는 제3자의 증언이라는 말이죠. 그러니까 이것을 유 모 씨가 이것은 그냥 그 사람이 잘못 봤다든가 아니면 내가 뭐 어쨌든가 이 유 모 씨의 직접 증거를 우리가 들어봐야 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아직 단정 짓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 모 씨는 과장을 자기가 한 것인지 경찰청장이 정말 뒤를 봐줬는지 뭐 이런 부분은 유 모 씨는 확실히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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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총장’ 존재 여부 두고 토론하는 최영일 시사평론가,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 TV조선 <신통방통>(3/15)

 

해설위원이 왜 상상을 합니까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듣기도 어렵지만 일단 이 발언은 결과적으로 거짓입니다. 최병묵 씨의 발언이 나온 이후이기는 하나 19일, 이른바 ‘경찰총경’의 실제 인물인 윤 모 총경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출국금지 조치됐습니다. 유인석과 윤 모 총경 모두 ‘부정청탁’은 부인하면서도 ‘골프 회동’ 등 긴밀한 관계는 시인하여 경찰이 유착 관계에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경찰총경’의 ‘허풍’일 수 있다는 TV조선 해설위원의 주장이야말로 너무 섣부른 상상이었던 겁니다.

 

사실 15일 방송 당시의 상황에서도 TV조선은 최병묵 씨의 저런 엇나간 추정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틀 전인 13일 SBS<“걱정 말라돈 써서 입 막아유착 의심 곳곳에> 등의 보도로 가수 최종훈 등 연예인의 범죄를 무마시킨 경찰의 존재를 보도했고 이를 기점으로 ‘경찰총장’이 ‘총경 급 고위간부’를 의미한다는 보도들도 상당히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최소한의 합리성을 지녔다면 ‘경찰총장’이 누구인지 함부로 속단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허풍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으며 실제로 그렇게 보도한 매체는 TV조선 <신통방통>이 유일합니다.

 

너무 멀리 간 주장들, 반론도 무의미

최병묵 씨의 상식과 거리가 먼 주장들에 진행자와 타 패널은 진땀을 빼야 했습니다. 모두 반론을 제기했으나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반론’이 보장되는 ‘전문가 입장’으로 저런 황당한 주장들이 방송됐다는 사실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최병묵 씨는 이렇게 경찰을 시종일관 두둔하다가도 돌연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명우 앵커가 “경찰이 과연 이 수사를 하는 게 맞느냐”는 여론을 전하자 최 씨는 ““디지털 포렌식하는 업체를 압수수색했잖아요, 경찰이. 그것도 이상하고. 그다음에 같은 국가기관인데 국민권익위원회가 경찰을 믿지 못해서 그 제보 받은 자료를 다 검찰에 갖다 줬잖아요. 그러면 국민권익위도 믿지 못하는 경찰을 우리 국민이 믿으라고? 이런 의문이 당연히 드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죠. 홀로 사실관계들을 외면한 논리로 경찰을 두둔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경찰을 비판한 겁니다. 대체 시청자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시사 프로그램의 전문가로 출연했다면 자기 논리에 최소한의 정합성과 일관성을 지켜야 합니다.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정리 정선화‧이정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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