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패널인가 한국당 대변인인가, 채널A의 패널들
등록 2019.04.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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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를 찾았습니다. 전국경제투어로 대구를 방문한 것인데요. 지역경제를 살피기 위해 기업, 시장 등을 찾아 지역의 목소리를 듣는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SNS에 관련 글을 쓰면서 경호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대통령이 대구 칠성종합시장을 방문할 당시, 경호원의 총기가 노출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시민의 제보라면서 기관단총을 든 사복 경호원의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섬뜩하고 충격적”이라며 “대통령 근접 경호 시 무장테러 상황이 아니면 기관단총은 가방에서 꺼내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며 청와대의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청와대는 “무기를 지닌 채 경호 활동을 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하는 경호의 기본”, “이전 정부에서도 똑같이 해온 교과서적 대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여러 의견이 나오며 청와대의 경호가 적절했는지, 과했는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본질은 ‘시민의 안전’인데 정치인들이 이를 정쟁으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이하 돌직구쇼)(3/25)에서도 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경호의 적절성과 시민의 안전’을 벗어나 지역주의 프레임을 씌운 황당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한다면”

채널A <돌직구쇼>(3/25)는 ‘오늘의 톱뉴스’ 코너에서 <‘기관단총’ 현장의 실수․대응의 실패>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진행했습니다. 김병민 경희대 겸임교수는 대뜸 광주를 거론하더니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김병민 : 국민적 정서를 얘기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합니다. 광주를 방문했을 때 저와 같이 사복 경호를 하면서 기관단총을 들고 있으면 어떤 상황이 연출됐겠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습니다. 저 당시는 서해수호의 날로,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은 가야되는 이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고 대구에 방문했기 때문에 저와 같이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불미스러운 상황을 청와대가 더 적극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냐라고 비판이 있는 것이고요.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 많은 사람들이 내로남불 아니냐라는 얘기를 하게 된 것 중의 하나는 열린 경호를 지향하게 되지 않습니까. 전 정부에서 있었던 권위적인 문화들을 다 내려놓고 열린 경호를 지향하겠다고 주영호 경호실장이 처음 왔을 때부터 경호처를 부처조직을 바꿉니다. 그러면서 시민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에서는 대통령이 휴가 중간에 어디 가서도 만날 수 있는 열린 경호를 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대구를 가는 과정 속에서 기관단총이 나오게 되니 이런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냐 얘기가 나오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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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없는 광주 지역과 총기 노출을 연결시킨 채널A <돌직구쇼>(3/25) 김병민 씨

 

김병민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했을 때 사복 경호를 하면서 기관단총을 들고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적 상황을 들어 이번 논란을 비판했습니다. 특정 지역의 시민들이 특정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뒤틀런 지역감정을 부추긴 겁니다. ‘경호원의 총기 노출’이라는 사안의 본질과도 관련이 없으며, 대구나 광주의 시민들을 특정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할 사람들로 매도한 것이나 다름 아닙니다. 경호원의 총기 노출을 비판할 수는 있으나 이런 식의 비판은 매우 부적절합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 수호의날 추모식에 가지 않아서 대구 시민들이 불미스러운 일을 벌일 것으로 청와대가 판단했다’는 주장도 했는데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마치 청와대가 대구 시민들을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해 또 지역감정을 부추긴 겁니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주장이 나왔으나 진행자 김진 앵커가 “설마 대구이기 때문에 기관총을 들고 갔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 확인했을 뿐, 아무런 반론도 없었습니다.

 

입맛에 맞는 주장만 방송한다?

‘경호원 총기노출’에 여러 평가가 오가고 있으나 채널A <돌직구쇼>(3/25)에서는 비판적 논지만 소개된 점도 아쉽습니다. 이 사안에 김병민 씨와 박정하 청와대 전 대변인 발언만을 위주로 대담이 이뤄졌습니다. 두 패널 모두 강력하게 청와대를 비판했습니다. 

김진 앵커 : 바로 이건 청와대에 계셨던 분에게 여쭤봐야 될 것 같아요. 박정하 대변인, MB 정부 때 청와대에 계셨을 때 저렇게 대통령의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노출한 채 경호를 한 적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박정하 청와대 전 대변인: 저는 저런 경우를 한 번도 본적이 없고요. 그런 기억도 전혀 없고 오늘 아침에 제가 여러 군데 같이 일했던 사람들한테 확인을 해봤는데도 불구하고 저희 때는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김의겸 대변인이 ‘옛날 과거 정부에서도 이랬다’라고 하면서 여러 컷을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그 중에 보면 사실은 그건 외국정상이 방문해서 정말 필요했던 경우, 그리고 기관총이 아니라 상시 차고 있던 권총의 모습을 거기다 기관총으로 대치시켰던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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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 논란과 관련돼 부정적 입장만 전한 채널A <돌직구쇼>(3/25)

 

이후 채널A는 익명의 전직 대통령 경호원 인터뷰도 제시했습니다. 모두 이번 사례와 같은 상황은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기관단총 노출이 부적절하고 ‘열린 경호’라는 현 청와대의 최초 기조에 어긋나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통상적 경호라는 평가도 있는 만큼 채널A가 최소한의 반론은 보장했어야 합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3/25)과 인터뷰한 유형창 전 청와대 경호부장은 “기관단총은 어깨에 못 메고, 이제 보통 이렇게 품에 소지한다든지 가방에 넣어서 운용하는 그런 형태”, “기관단총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운용하는 것이 가장 경호의 기본적인 형태”라며 이번에 노출된 기관단총 역시 경호원이 품속에 지니고 있는 것으로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무장테러 시에만 노출한다는 지적에는 “경호를 너무 모르고 무지한 상태에서 이야기”, “다변화할 수 있는 그런 상황에서도 언제든지 기관단총을 뺀다기보다는 품속에 넣고, 운용의 방법을 달리 하는 것”이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채널A <돌직구쇼>(3/25)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입니다.

 

‘국민 안전’이 초점인 논란, 정쟁으로 만든 정치권과 언론

해당 주제를 마무리하며 진행자 김진 앵커는 “과연 이 기관단총 이슈가 어떻게 촉발될지, 더 커질지도 한번 지켜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이 논란이 더 증폭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날 패널로 나온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 논란이 정치권에서 키운 정쟁으로 비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 경호 문제가 여야 정쟁의 문제가 되는 거 적절하지 않고 국민 안전 문제가 여야 정쟁의 문제로 가는 거 적절치 않다”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채널A <돌직구쇼>(3/25)는 바로 그 ‘적절하지 않은 방향’으로 사안을 다룬 것으로 보입니다.

 

박용진 씨가 지적했듯 해당 문제는 하태경 의원이 과하게 문제를 만들고, 이를 언론이 받아쓰면서 증폭된 문제입니다. 청와대 역시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약속하고 비판을 겸허히 수용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채널A가 이런 비판이 초점을 뒀다면 보도‧시사 프로그램으로서 더 적절했을 겁니다.

 

사실상 자유한국당 대변인, 과연 ‘전문가 패널’로 부를 수 있나

‘경호 논란’에 지역감정을 부추긴 김병민 씨는 채널A <돌직구쇼>의 고정 패널로서 그간 논지와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을 수도 없이 반복했습니다. 하노이 북미회담을 다룬 방송 2월 27일 방송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꽃을 준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고 그 여성을 비난했으며, 정준영의 불법 촬영을 다룬 3월 13일 방송에서는 동영상 내용을 성관계 용어까지 사용하며 자세히 묘사해 피해자에게 상처를 줬죠.

 

3월 6일 방송에서 미세먼지를 다룰 때는“미세먼지가 더 이상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으니까 한국에 있는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으로 나갈 생각까지 하고 있다”면서 느닷없이 “여기에 한 가지 의혹들이 더 더해지고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자녀가 또 외국에 나갔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전혀 관련도 없는 두 사안을 연결하면서 아무 근거도 없는 문재인 대통령 자녀 관련 의혹을 사실처럼 부각한 겁니다. 이런 막무가내 발언이 모두 자유한국당의 주장과 일치한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이런 자격 미달의 패널을 방치하는 것은 채널A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일까요? 이런 의심을 불식시키고자 한다면 채널A가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을 정상화하고 부적격 패널들을 퇴출해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3/25)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정리 이정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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