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민생‧서민‧노동‧갑을 문제만 다룹니다, tbs <TV민생연구소>
등록 2019.05.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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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올해 신설한 ‘민언련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4월 수상작으로 tbs TV의 <TV민생연구소>가 선정됐다.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은 기존의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사 프로그램 부문의 후보인 방송사 탐사‧시사 프로그램 이외의, 모든 방송사 및 인터넷 언론사의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다. 정통 시사 프로그램의 문법을 따르지 않을 뿐, 가볍고 신선한 방식으로 사회에 고민을 던지고 해답을 찾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민언련은 민주주의와 시민 사회에 기여한 공적이 있는 프로그램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기획했다.

 

2019년 4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심사 개요

수상작

tbs TV <TV민생연구소>

방송 일자 : 4월 방송분

선정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모니터팀장),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심사 대상

4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시민 또는 방송 관계자가 추천한 모든 프로그램

선정사유

‘서민의 삶을 연구하는 본격 민생 탐구 프로그램’이라는 기치를 내건 tbs TV <TV민생연구소>는 말 그대로 서민의 삶의 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입장에서 해결책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민생 경제가 어렵다’고 외치는 수많은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TV민생연구소>가 다른 이유는 ‘소재’와 ‘꾸준함’이다.

송파 세 모녀 사건 5주기를 다룬 첫 방송 이후, <TV민생연구소>가 다룬 주제를 보면 특수고용노동자,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을지로 재개발 대상자, 특수학교 학부모 등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있다. 그들의 어려움을 ‘반짝’ 조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당사자 목소리와 함께 대안을 고민하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강점이다. 지난 3월 특수고용노동자 특집(11‧21회)에선 진행을 맡고 있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 제화 노동자의 작업 현장을 찾거나,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는 택배 노동자를 찾아 그들의 문제에 공감하고 시청자들과 나누었으며, 4월에 방영된 장애인 이동권 특집(37‧44회)에선 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시켜 실제 그들이 느끼는 이동의 불편함을 알렸다.

그간 ‘민생의 어려움’, ‘사회적 약자의 소외’를 다룬 보도와 프로그램들이 많았으나 대부분 특정 사건이 터지면 단발성으로 ‘고통’만 전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와 달리 tbs TV <TV민생연구소>는 오로지 일상 속 이웃들이 겪는 부조리에만 집중하여 꾸준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는 시민의 권익, 약자의 시선을 대변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이다. 이에 민언련은 tbs TV <TV민생연구소>를 2019년 4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에 선정했다.

 

tbs TV <TV민생연구소>는 2019년 봄 개편에서 신설된 프로그램으로 경제 정책, 그 중에서도 ‘민생 이슈’를 알기 쉽게 전한다는 취지를 지니고 출발했다. 지난 2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매주 평일 오후 5시 마다 시청자를 찾아가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65회(5/28일 기준) 방영됐다. 그간 시청자들이 흔히 접해왔던 ‘민생’ 관련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민생이 어렵다’, ‘물가가 비싸다’, ‘서민 경제 퍽퍽하다’ 등 피상적 이미지만 훑고 넘어가기 마련이었으나 tbs TV <TV민생연구소>는 다르다. 언론에서 소외 받았던 ‘을’의 목소리라면 무엇이든 들어보고, 그들 생활 속의 문제와 그 해결점을 짚어보는, 말 그대로 연구소 같은 프로그램이다. 특히 그들에 ‘직접’ 마이크를 건넨다는 것이, 때론 생방송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TV민생연구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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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위한 편파방송? 결국 모두를 위한 ‘공평한’ 방송!

“불공정한 세상을 위한 을들의 반란, 여기는 ‘TV민생연구소’!”라는 방송 오프닝 멘트에 <TV민생연구소>의 기획 의도가 담겨있다. <TV민생연구소>는 “을의 편에 서서 오로지 을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방송”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고 있다. 첫 방송에서 송파 세 모녀 사건의 5주기를 다룬 이후, 특수고용노동자 특집(11‧21회), 카드 수수료와 제로페이(13‧23회), 플랫폼 노동자(29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33회), 을지로 재개발(43‧54회), 특수학교 학부모(58회) 등 프로그램이 다루는 소재가 모두 ‘을’들의 현장, 즉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방송과 포털 사이트 등의 기성의 뉴스들에서는 사실 이렇게 ‘을들의 이야기’가 보도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갑’과 ‘기득권’, ‘주류’가 주인공인 보도가 많다. 대부분 뉴스의 주된 소식은 국회와 정치권‧청와대 소식이며, 삼성 등 대기업의 신제품이나 실적이 큼지막하게 소개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을들의 이야기’는 간혹 작은 비중으로 다뤄지거나 ‘탐사 보도’, ‘기획 보도’로 따로 담기기도 한다. ‘일상적 뉴스’의 주류에서는 밀려나 있다. 이러한 관행적인 경향에서 <TV민생연구소>는 완전히 벗어났다. 방송 내내, 모든 회차에서 우리 이웃들의 삶에 들어가보는 것이다. 1시간 여 방송 시간 내내 ‘민생’이라는 소재를 끌고 나간다.

 

흥미를 끌기 위해 제작진 스스로 ‘시민을 위한 편파방송’이라 앞세웠으나 사실 이러한 방송은 결국 시민 모두를 위한 방송이다. <TV민생연구소>가 찾아가는 이들은 결국 내 친구, 동료, 가족이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 환경과 처우가 개선되면, 곧 노동자인 ‘나’와 ‘우리’의 권리가 신장되는 것이고 특수학교 학부모들의 바람인 특수학교 건립이 추진되면, 곧 학생이자 학부모인 ‘나’와 ‘우리’의 교육권이 넓어진다. 편파적인 방송이 결국 ‘공평한’ 방송이 되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진행은 민생경제연구소의 안진걸 소장과 코미디언 김미진 씨, 프리랜서 방송인 박철민 씨가 맡고 있다. 오랫동안 민생의 어려움을 알려왔던 안진걸 소장과, 분위기 메이커 김미진 씨, 생방송의 흐름을 잡아주는 박철민 씨까지 셋의 완벽한 호흡이 있기에 방송은 더욱 볼만하다.

 

소외의 현장에 직접 찾아가는 <TV민생연구소>

<TV민생연구소>의 가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회차로 11회 <족쟁이의 눈물-특수고용노동자 실태>(3/13)와 21회 <위탁 택배원은 굶어죽고 집배원은 과로로 죽는다?>(3/27)가 있다. 두 회차는 모두 ‘특수고용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했다. 노동자이지만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불합리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그중에서도 11회에서는 제화 노동자의 이야기가 21회에서는 택배기사의 이야기가 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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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민생 현장을 찾아가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tbs <TV민생연구소>

 

11회에서는 안진걸 소장이 직접 현장에 찾아가는 ‘안진걸이 간다’ 코너가 진행됐다. ‘안진걸이 간다’는 민생 문제가 있는 현장을 메인 진행자인 안진걸 소장이 찾아가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다. 이날 안진걸 소장은 서울시 관악구에 있는 제화 작업장을 찾았다. 먼지와 본드 냄새가 꽉 찬 노동 환경이 화면에 들어왔다. 안진걸 소장이 본드 냄새를 지적하자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박완규 T브랜드 분회장은 “만성이 돼서 (본드냄새를) 안 맡으면 잠이 안 온다는 분도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온갖 유해 약품 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제화 노동자들은 30~40년 경력이 있는 숙련된 노동자들이지만, 시급이 1만원도 안 되는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구두 가죽을 재단해 구두 모양으로 붙이고 꿰매는 갑피작업, 구두 모양 틀에 봉제한 가죽을 얹는 저부작업 등 하나부터 열까지 그들의 손에서 수제화가 만들어지나 그들이 받는 공임은 켤레 당 7~8천원. 보통 백화점에서 30만 원대에 팔리지만 대부분 백화점과 원청이 가져간다. 하루 평균 14시간을 꼬박 일해야 먹고 살만 하다는 게 그들의 목소리다.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이다.

 

당사자의 목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같은 회차에서 <TV민생연구소>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의 김진일 교육선전 국장도 화상 전화 연결해 택배기사들의 요구도 전했다.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돼 노동조합 설립증은 받았으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론 인정이 되지 않아 고용과 임금에서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당사자의 목소리로 전파를 탔다. 현장을 찾아감과 동시에 당사자의 목소리도 직접 전달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21회에서는 우리가 가장 자주 만나는 노동자 중 하나인 ‘택배 노동자’를 다뤘다. 이날 ‘안진걸이 간다’ 코너에선 청와대 앞에서 시위 중인 우체국 위탁택배노조를 찾았다. 우체국, 즉 우정사업본부를 원청으로 둔 우체국물류지원단에서 다시 하청을 받아, 일하는 택배기사들이다. 이들은 지난 1월 28일 우체국물류지원단과 어렵게 노사 단체협약을 맺었다. 특수고용직 택배노동자로 구성된 노조가 사측과 협상을 타결한 첫 사례였다. 그러나 한 달도 안 돼 협약이 파기됐다. 단체협약 중에서도 문제가 된 부분은 ‘혼합팔레트’. 혼합팔레트란 지역 구분 없이 섞여서 들어오는 택배를 일컫는데, 혼합팔레트를 개선하고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사측이 약속했으나, 우정사업본부가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며 혼합팔레트를 분류할 300명의 직원에 대해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이 경우 택배기사들은 단순히 택배를 배송하는 업무 외에 분류하는 일까지 떠안아 ‘공짜 노동’을 해야 한다. 이날 만난 우체국 위탁택배노조의 노조원들은 이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 원청-하청-재하청의 구조로 돼 있는 택배 산업 전반의 시스템이라고 짚었다.

 

청와대에서 시위 중인 이들을 만난 후에는 우체국 위탁택배기사 박대희 씨의 하루를 되짚어보았다. 이는 제작진이 동행 취재를 한 영상으로, 아침에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 자체의 부당함이나 배송 작업을 하면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어려움들을 조명했다. 그의 하루를 함께 하는 사이사이에 ‘공공서비스 및 택배 분야 고객만족도 20년 연속 1위’, ‘하지만 직원만족도는 의문인 우체국 택배’, ‘고객만족도 1위를 지키기 위해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혹독하게 부려지는 택배기사들’이라는 자막과 화면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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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하나에도 ‘을’의 입장이 반영돼 있다

 

제화 노동자나 택배 노동자들의 사연이야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자주 접했겠지만 이렇게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한 시간 가량 듣게 해준 방송은 없었다. 그들의 답답함과 요구 사항을 누군가 대신 전해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 화면에 나와 직접 이야기하게 만들어주는 방송이다.

 

고구마와 사이다를 함께 건네는 방송

<TV민생연구소> 4월 방송 중 눈에 띈 방송은 37회 <아차~하는 순간 추락! “살인기계” 돼버린 지하철 리프트>(4/18)와 44회 <장애인이 버스를 왜 타? 바쁜데 늦었잖아! “장애인 이동권 보장” 두 번째 시간>(4/29)이다. tbs는 두 회차에 걸쳐 장애인 이동권을 다뤘다. ‘장애인들이 이동할 때 불편함 없이 움직일 권리’를 뜻하는 이 개념은 당연히 인권의 영역에 포함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선 ‘을’의 영역이기도 하다. 다른 회차에서도 을의 목소리를 직접 듣긴 했지만 장애인 이동권 관련 방송에선 모두 스튜디오에 당사자가 출연했다. “여기까지 뭐 타고 오셨어요?”, “여기까지 얼마나 걸리셨어요?”라는 진행자들의 질문이 더욱 생생히 다가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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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관련 방송에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한 당사자들

 

37회에서는 장애인 이동권을 해치는 요소들을 살펴봤다. 이날 스튜디오엔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장애인 정책 전문가 정종화 교수가 나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법들을 고민했다. 482대뿐인 장애인 콜택시, 전체 버스 중 43%밖에 없는 저상버스, 게다가 이용자들의 목숨을 위협하기까지 하는 지하철 리프트 등 이동권을 가로막는 현실을 숫자로 보여줬다.

 

장애인 인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가능성 보여준 <TV민생연구소>

이날 프로그램에선 장애인 이동권의 열악함을 보여주기 위해 체험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에게 같은 가게를 가는 미션을 주고, 장애인에겐 이 미션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식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장애인을 막는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엘리베이터에 간신히 들어가는 전동휠체어, 많지 않은 장애인 칸, 위험성을 가진 리프트, 고장난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이 느끼는 불편함이 카메라로 증명됐다.

 

답답한 고구마 같은 현실을 보여준 뒤엔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을 내민다. 2019년 서울시가 내놓은 ‘장애인 인권 증진 기본 계획 두 번째’를 출연자들이 함께 이야기해보는 식이다. 계획안에는 2023년까지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100% 설치, 저상버스 비율 100%로 확대, 장애인 콜택시 운영 확대 등이 담겼다. 물론 방송에서 문애린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이전에도 약속했던 장애인 이동권 관련 계획이 있었으나 그 이행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사이다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당사자들의 요구는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주기 때문이다. 문애린 대표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외 저상버스는 0%임을 강조하며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요구했다.

 

44회에서는 이형숙 노등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과 37회에도 출연했던 정종화 교수가 나왔다. 37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다루는데, 이날은 기존의 제도가 불충분하단 점을 지적했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저상버스 타고 장을 보러갔다가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고, 그 사이사이에 출연자들이 화면을 보고 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모든 과정에 불편함이 있었다. 저상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 울퉁불퉁할 때, 버스가 아무리 자주 오더라도 ‘저상버스’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때, 저상버스를 타서도 휠체어를 고정 시키기에 힘든 상황을 마주했을 때 등 이용 자체가 쉽지 않았다. 장애인들에 가장 유용하다는 장애인 콜택시도 마찬가지였다. 저녁에 예약 전화를 하자 ‘34명의 대기자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고 카페에서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탈 수 있었다. 이날 장애인 이동권의 하루를 보여준 배재현 씨가 마지막으로 사이다 발언을 던졌다. “장애인 이동권이 단순히 콜택시가 생기고 저상버스가 생겨서 좋아졌다는 생각보다는 더 빨리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어요!”

 

‘솔루션 저널리즘’으로 떠오르다…택배 노동자 투쟁 해결에도 도움

<TV민생연구소>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란 문제를 제기하고 의혹을 알리는 보도를 넘어서, 해결책까지 제시, 실제 해결에 앞장서는 저널리즘을 뜻한다. 앞서 언급한 택배 노동자들의 설움을 담은 21회가 방송되는 과정에서 우체국 위탁택배노동자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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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 저널리즘 부활을 알린 <TV민생연구소>

 

3월 27일 21회 방송 직후, 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 물류지원단은 택배기사 노조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위탁 물량 보존, 배달 구역 조정 1개월 전 상호 협의 등에 합의한 것이다. 다음 날인 28일, 전국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 진경호 본부장이 <TV민생연구소>에 출연해 제작진에 감사를 전했다. “25일부터 우체국 문제와 관련해 tbs가 현장 촬영에 들어갔잖아요. 그리고 안진걸 소장님이 쫓겨나셨고요. 방송 촬영도 못하게요. tbs 방송이 전부 해결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상당한 역할을 해서 조합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물론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 등 사측이 오는 7월부터 택배 배송 토요일 근무를 없애고 주 5일제를 시행하기로 한 노사합의를 깬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과로에 시달린 집배원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동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TV민생연구소>가 가진 ‘솔루션 저널리즘’의 힘을 다시 한 번 발휘할 때가 됐다.

 

<TV민생연구소>의 ‘살라미 전술’, 을들의 반란에 최적

프로그램 제작의 관례상 이전에 다뤘던 사안을 다시 한 번 다루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TV민생연구소>는 민생과 서민‧갑을‧노동 문제만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 매우 세세하게 여러 번 조명한다. 예컨대 노동 문제로 특수고용노동자, 봉제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귀금속 근로자, 인쇄 노동자, 하역 노동자, OECD 내 한국의 노동지수 등을 다뤘다. 하나의 통 소시지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먹는 ‘살라미’처럼 노동과 관련된 문제를 얇게 나눠 해결해 나가려는 ‘살라미 전술’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사회의 우선순위에 밀려나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방송으로 끌어들임으로서 그들에 말할 기회를 주는 <TV민생연구소>. 앞서 말한 우체국 위탁택배노조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TV민생연구소>가 상당한 역할을 했듯이, 민생과 서민을 위한 방송을 꾸준히 하다보면 이들의 오프닝 멘트에 나오는 ‘을들의 반란’이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 청와대나 국회,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시민들의 일상에 수많은 문제와 보도 거리가 있음을 <TV민생연구소>가 알려주고 있다. 을들의 반란을 응원하고 <TV민생연구소>의 민생 연구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향하기를 바라며, 민언련은 tbs TV <TV민생연구소>를 2019년 4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에 선정했다.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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