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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유출 논란’에 조선일보‧TV조선은 ‘제 식구 감싸기’?
등록 2019.06.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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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3급 비밀에 해당하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간 K씨에게 파면 징계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외교부 징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결과의 중대성을 따져봤을 때 비위가 심하다고 판단했다”며 파면을 결정했고 K씨 측은 일정 부분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대외비를 전달하지는 않았다”며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 소청을 제기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K씨는 지난달 27일에도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과 관련된 통화 요록의 표현을 다른 표현으로 풀어서 설명하려고 했으나 예정된 업무일정을 앞두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설명하다가 실수로 일부 표현을 알려주게 됐다”, “강 의원이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으며 더욱이 '굴욕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업무수행과정에서 분명 잘못을 저지른 점을 조사 초기부터 인정했고 이로 인한 징계와 책임을 달게 지려고 한다”며 공개되지 말아야 할 내용의 유출은 인정한 바 있습니다.

 

‘3급 비밀 유출’ 함구한 조선일보‧TV조선, ‘제 식구 감싸기’?

강효상 의원은 5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정부 소식통, 국내외 외교 소식통의 정보”를 출처로 “문재인 대통령이 7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 달라’, ‘대북 메시지 발신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며 방한을 설득했다”고 주장했고 청와대는 이에 “무책임할 뿐 아니라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 반박했는데요. 22일 JTBC <뉴스룸>에서 외교관 K씨가 강 의원에게 3급 비밀을 유출한 것이라고 처음으로 보도했습니다. 외교관이 특정 정당 정치인에게 비밀을 유출하고 이를 정치인이 정쟁에 이용한 사건으로서, 한미 간 신뢰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 사태입니다. 사건 자체의 파장이 컸고 여야 간 갈등도 심화됐기 때문에 언론 보도량도 많았습니다. 그 중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유독 강효상 의원의 ‘3급 비밀 유출’에 함구했습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기밀 유출 논란’이 커지자 자유한국당과 똑같은 논리를 적극 이용해 비판 대상을 정부로 집중했습니다. 조사를 위한 청와대의 감찰이 ‘휴대전화 털기’라는 비판,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 외교가 ‘구걸외교’라는 비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물타기’까지 모두 동원됐습니다. 반면 강효상 의원의 기밀 유출 과정이나 그 문제점에는 무관심했습니다.

 

조선일보, ‘청와대의 휴대폰 감찰’로 선제 공격

조선일보는 JTBC가 외교관 K씨의 비밀 유출을 보도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청와대를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 <단독/외교부 휴대폰…청, 또 털었다>(5/21 안준용 기자)에서 청와대의 감찰을 문제 삼은 겁니다. 외교관의 기밀 유출이 알려지기 전 청와대는 “정상 간 통화 또는 면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강효상 의원의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외교 소식통에 의해서 파악된 근거 있는 내용”이라 재차 반박한 상황이었는데요. 이때 조선일보는 “청와대는 해당 의원 주장에 ‘사실무근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놓고 실제로는 '내부 정보 유출'에 무게를 두고 색출 작업을 벌인 것”이라는 단독 보도를 낸 겁니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청와대가 최근 북미국 등 미국 관련 업무를 보는 외교부 직원들에 대해 전면적 보안 조사를 실시했다"며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난 9일 기자회견이 발단이 됐다"고 말했다. (중략)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 반박대로 사실무근이었다면 보안 조사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민감한 사안이거나 비판 여론이 예상되는 보도가 나오면 일단 부인부터 하고 일선 부처로 유출 책임을 떠넘기는 청와대의 전형적 행태”라고 했다. (중략)

 

청와대의 외교부 보안 조사는 현 정부 들어 15차례 이상 있었다고 한다. 2017년 말엔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차관보 등 핵심 인사 10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사생활까지 들여다봤고, 작년 말엔 서기관·사무관 등의 개인 전화기까지 걷어 가기도 했다

 

이처럼 조선일보는 ‘정부 소식통’ 전언을 근거로 청와대가 외교부 직원들을 감찰했다면서 ‘휴대전화 압수해 사생활까지 감찰’을 부각했고, ‘일단 일선 부처로 책임을 떠넘기는 청와대’라는 비판까지 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방한은 5월 하순 대신 6월 하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국) 정상회의 전후로 확정됐다”면서 강효상 의원의 9일 발언이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해 즉 ‘사실 무근이라더니 외교부 직원 색출’이라는 스스로의 프레임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모두 자유한국당의 공식 입장으로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보도에서나 추후 보도에서나 강효상 의원 및 외교관 K씨의 기밀 유출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청와대와 외교부에 비판을 집중했습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우나 청와대 감찰을 처음 문제 삼은 이 보도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이러한 프레임에서는 외교관 K씨와 강효상 의원의 기밀 유출이 없었다면 애초에 감찰도 필요가 없다는 당연한 인과관계가 사라집니다. 또한 청와대의 외교부 감찰에 다른 불법의 여지가 없었고 조선일보가 선제적으로 제기한 ‘휴대전화 감찰 논란’ 역시 동의하에 제출을 받는 ‘임의제출’ 형식으로서 그간 통상적으로 행해지던 절차였습니다. 공무원의 동의하에 제출 받는다고 해도 그 자체로 공무원에 압박이 된다는 지적은 가능하지만 이 역시 법 개정 등을 먼저 논할 일이지, 강효상 의원의 기밀 유출보다 우선하는 쟁점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강효상 의원의 9일 기자회견이 사실에 어느 정도 부합하느냐는 ‘기밀 유출’과 관계가 없습니다. 외교관 K씨도 반성의 뜻을 드러낸 것처럼 공개되지 말아야 할 내용이 유출됐다는 사실이 사안의 본질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철저히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주장을 익명 정부 소식통의 입을 빌려 나열했습니다.

 

‘구걸외교’ ‘거짓말’ 프레임으로 ‘물타기’ 시도한 조선일보

JTBC가 22일 3급 비밀 유출 사실과 감찰 결과를 보도하자 다음날(23일)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은 모두 이 내용을 받아썼지만 조선일보는 침묵했습니다. 국가기밀을 유출한 외교공무원 K씨와 이를 대중에 공개한 강 의원에 대한 비판과 법적 조치 가능성을 제기하는 기사가 쏟아졌으니 조선일보는 잠잠했습니다. 이 부분에 조선일보가 입을 연 것은 하루가 더 지난 24일입니다. 조선일보 <청 “국가 기밀 유출”··· 야 “구걸외교 책임전가”>(5/24 원선우 기자)는 민감하거나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경우 언론이 흔히 내놓는 ‘기계적 중립 보도’의 전형입니다. 사실로 확인된 비밀 유출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이를 청와대와 야당의 공방으로 처리한 겁니다. 뜬금없이 나타난 ‘구걸외교 프레임’을 제목으로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야권, 특히 자유한국당의 주장입니다. 이 사안이 국가기밀 유출인지, 공익성 폭로인지는 비교적 명확한데도 두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강 의원의 폭로에 어떻게든 공익성을 연결시켜 보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같은 날 조선일보 칼럼 <기자의 시각/‘사실무근’이 기밀이라니>(5/24 김경화 기자)은 21일 보도와 유사한 내용입니다. ‘폭로가 처음 나왔을 땐 사실무근이라 하더니 왜 감찰을 벌이냐’는 겁니다. 외교관의 비위 행위로 비밀이 새나가자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내놓은 청와대의 조치를 ‘거짓말’로 몰아세우는 프레임입니다. 국가기밀 유출이 없었다면 애초에 감찰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기밀 유출에 대한 비판은 한 마디도 담지 않습니다.

 

강효상 의원 아닌 강경화 장관을 문책해야 한다?

이처럼 강효상 의원을 사실상 엄호한 조선일보 보도 중 화룡점정은 강경화 장관을 징계해야 한다는 <끊이지 않는 외교실책에도··· 강경화엔 ‘면죄부’>(5/29 김경화 기자)입니다. 조선일보는 강효상 의원의 기밀 유출은 ‘외교 실책’으로 명명하면서 최종 책임자인 강경화 장관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기밀 유출 외교관을 문책한 것이 “청와대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며 역시 청와대까지 겨냥했습니다. 보도 어디에도 강효상 의원의 책임을 거론한 부분은 없습니다. 이렇게 근거가 부족하고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일방적 주장을 모두 ‘익명 취재원’ 전언으로 대신하는 행태 역시 반복됐습니다. 이렇게 ‘익명’의 입을 빌려 비밀을 빼돌린 강효상 의원은 덮어두고 외교부 장관만 부각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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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효상 사태를 강경화 장관 책임론으로 둔갑시킨 조선일보 기사(2019/5/29)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이번 기밀 유출 사건은 연쇄 외교 참사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단순 실수로 넘기기 어려운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외교 라인 수뇌부에 대한 책임 추궁 없이 실무진만 두드려 패는 것은 ‘대증요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3월엔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시아 순방 중 인사말을 잘못하는 사고가 있었고, 지난달 한·스페인 외교차관 회담장에는 ‘구겨진 태극기’가 걸렸다. 외교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하고, 보도자료엔 북유럽 ‘발틱’ 국가들을 유럽 동남쪽 ‘발칸’ 국가로 기재했다. ‘갑질’ 의혹 등으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재외 공관장들도 여럿이다

 

조선일보는 보도 첫 머리부터 “한국 비자를 발급해주는 브로커와의 유착설, 대사관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 등이 제기된 정재남 주(駐)몽골 대사” 등 다른 외교관들의 비위 행위와 강효상 의원의 기밀 유출 건을 한 데 묶어 동일한 사안으로 취급했고 ‘외교 참사’로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외교 참사’가 잇따르는데 어째서 강경화 장관에게는 “면죄부”를 주냐는 취지입니다. “실무진만 두드려 패는 것”, “꼬리 자르기”라는 과격한 용어도 동원했습니다.

 

그러나 외교관에게 3급 비밀을 넘겨받은 국회의원이 그 기밀을 정쟁에 이용한 사안은 다른 외교관들의 비위 행위와 같은 사안이 아닙니다. 이번 사태 핵심은 강효상 의원의 기밀누출입니다. 조선일보가 거론한 다른 외교관들의 비위 행위는 당연히 엄중히 처벌해야 하며 이에 따라 외교부 전체, 강경화 장관의 책임론도 제기할 수 있으나 여기에 강효상 의원 사건을 도매금으로 취급할 수는 없습니다. 강 의원의 행위에는 침묵하면서 오로지 강경화 장관만 겨냥한다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로 드러난 ‘3급 비밀 유출’, 그걸 지적하기가 그리 어려운가

조선일보는 이후에도 굳건히 강 의원을 비호했습니다. ‘기계적 중립’을 내세웠으나 결국엔 강효상 의원 입장을 부각한 조선일보 <외교부, 강효상 의원 형사 고발키로··· 강 의원 “당연한 의정활동인데 가당찮아”>(5/29 김경필 기자), ‘강경화 문책’을 다시 언급한 <한미정상 통화내용 전달한 외교부 참사관 파면… 야 "강경화·조윤제부터 문책하라">(5/31 원선우 기자) 등 앞선 보도들과 비슷한 일방적 논조가 이어졌습니다.

 

이는 다른 보수언론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일방적인 태도입니다. 중앙일보는 <통화 유출 외교관측 “강효상이 특정 방향 계속 몰아 배신감”>(5/29 이유정·문성민 기자)에서 강 의원이 비밀을 빼낸 정황,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 <사설/한미 정상 통화 유출, 대한민국 외교의 신뢰가 무너졌다>(5/24 동아일보) 역시 외교부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야당 의원이 외교기밀을 무책임하게 공개한 행위도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며 강효상 의원에 대한 비판은 빼놓지 않았습니다. 대표적 보수언론 조중동 중 유독 조선일보만 강효상 의원을 적극 두둔하는 겁니다.

 

이쯤 되면 조선일보가 강 의원을 왜 이렇게까지 비호하는지에 대한 의심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강 의원이 조선일보 기자였기 때문에 ‘제 식구 감싸주기’를 한다는 의심이 가능한 것입니다.

 

‘외교관 기밀 유출’인데… TV조선은 열흘간 단 6건 보도

조선일보 자매사인 TV조선은 아예 관련 보도를 적게 내놓는 방식으로 사안을 축소했습니다. JTBC 최초 보도 다음날인 5월 23일부터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YTN의 저녁종합뉴스에서 일제히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보도량을 보면 처음 보도를 한 JTBC가 28.5건으로 가장 많았고 YTN도 24.5건으로 큰 비중을 뒀으며 이외 타사도 대부분 10건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러나 TV조선만 보도량이 고작 6건에 불과했습니다. 타사와 달리 TV조선만 하루 1건도 보도하지 않은 겁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보도량

18건

17.5건

13건

28.5건

6건

17건

18건

24.5건

△ 방송사별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 저녁종합뉴스 보도량(5/22~31) ©민주언론시민연합 *0.5건은 단신

 

특정 정당의 정부 비판에 이용된 외교상의 비밀을 외교관이 유출했다는 사건의 내막만으로도 보도 가치는 충분하며 이 사태가 외교부의 기강해이설, 강경화 장관 책임론 등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졌기 때문에 TV조선의 보도량은 상당히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TV조선이 사태를 축소 보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청와대-야당 간 공방’으로 처리한 TV조선

TV조선은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보도량도 적었을 뿐더러, 이마저도 청와대와 야당 간 공방으로 처리하는 시각을 보였습니다. JTBC 첫 보도 다음 날인 5월 23일 TV조선의 관련 보도는 단 1건이었는데, 비밀 유출 의혹의 내막 대신 청와대의 야당의 대립을 단순 전달한 겁니다. TV조선 <“기밀 유출” ↔ “공익 제보”>(5/23 최지원 기자)는 보도 제목에서부터 ‘기밀 유출’이라는 청와대 입장과 ‘공익 제보’라는 자유한국당 입장을 대등한 관계로 나열했습니다. 이는 그나마 기계적 중립이라 할 수도 있으나 이 기사의 인터넷판 제목은 <靑, 야당에 정보 준 외교부 직원 조사…野 “공포정치”>로서, 더욱 자유한국당 입장에 치우쳐 있습니다. 외교관 K씨가 강효상 의원에게 ‘기밀’을 유출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보’만 줬다는 인상을 주고 있으며, 외교관을 조사한 청와대가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는 야당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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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밀유출사건의 심각성 제대로 지적하지 않은 TV조선 <뉴스9>(5/23)

 

또한 TV조선은 해당 기사에서 한미 정상 간의 통화 내용은 3급에 해당하는 국가기밀이라는 사실도, 정상 간 통화 내용은 공개가 합의되지 않은 이상 기밀로 취급된다는 사실도 모두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의 이 기사만 보면, 이번 기밀 유출 사건의 기본적 정보와 그 심각성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파면 소식 전하면서도 외교관 K씨와 야당 입장만 대변한 TV조선

외교관 K씨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진 30일에도 TV조선은 비밀 유출의 과정이나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은 외교부의 파면 징계 결정과 함께 K씨 측의 입장,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반응을 나열한 보도 1건만 전했습니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K씨 측 입장이 부각했습니다.

 

TV조선 <‘통화 유출’ 외교관 파면>(5/30, 김정우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외교관 K씨에 대해 파면 처분이 내려졌다고 언급하며 “해당 외교관 측은 과한 징계라며 소청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고, 자유한국당은 공포정치를 중단하고 강경화 외교장관부터 경질하라고 주장”했다고 말했습니다. 보도를 요약하는 앵커 멘트에서 징계가 과하다는 K씨 입장, 정부를 비난하는 자유한국당 입장만 담은 겁니다. 리포트에서도 “정부가 3급 외교기밀로 분류한 한미정상 통화 내용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했다는 이유”로 외교관 K씨가 파면 처분을 받았다면서 그 유출이 어째서 파면 결정이 나올 만큼 심각한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파면은 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 가운데 최고 수위 징계”라며 김현아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의 “문 정권은 속전속결 정치재판으로 야당 국회의원과 국민을 겁박하는 만행을 즉각 중단하라”는 발언, “파면 결정은 과도하다”, “소청심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나열한 뒤 보도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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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면 소식 전하며 K씨와 자유한국당 입장 전한 TV조선 <뉴스9>(5/30)

 

대통령 입장 나온 날, 채널A는 유출 외교관 입장에 ‘따로 1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9일 국무회의에서 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하여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사과한 후, “정상 간의 통화 내용까지 유출하면서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라며 자유한국당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보도함과 동시에 별도로 한 건의 기사를 할애해 외교관 K씨의 입장을 조명해준 방송사가 있었는데요. 바로 채널A입니다. 채널A <“해명할 시간 달라”>(5/29 이동은 기자)에서 김승련 앵커는 “대통령까지 직접 사과했지만 정작 외교부 K 참사관은 반발”하고 있다며 “해명할 시간도 충분히 주지 않고, 파면을 미리 정해놓은 듯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이고 있다”는 K씨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리포트에서는 “경위를 설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시간은 보장해줘야 하는데 오전까지 소명서 제출하라는 거거든요”라는 K씨의 변호인 양홍석 씨의 인터뷰를 녹취 인용하며, 외교부가 “제대로 대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서 징계위를 열었다는 K씨의 입장, “‘파면’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것 같다며 이런 전례가 있냐며 반발”했다는 K씨의 입장도 그대로 전했는데요. 이러한 기밀 유출 사건이야말로 전례가 없는 일인데도, 채널A는 ‘기밀 유출 사건의 심각성’보다, 외교부 징계위 소집 문제와 관련해 ‘이런 전례가 없다’고 주장하는 K씨의 입장을 충실히 보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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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관 K씨의 입장 충실히 전한 채널A <뉴스A>(5/29)

 

기밀 유출의 심각성 전한 다른 방송사들

타사 보도와 대조해보면 TV조선이 사안을 축소한다는 사실이 더 두드러집니다. YTN <“국익이 최우선…무책임한 행동 자제해야”>(5/23, 단신), MBC <보수 인사도 이건 못 참아‥“강효상 출당해야”>(5/24, 이준범 기자), JTBC <천영우 “정치적으로 유리하더라도 국익 해쳐서야”>(5/24, 임소라 기자) 등 여타 방송사 보도는 물론, 29일 K씨 입장에 따로 1건을 할애했던 채널A의 <“다른 나라에선 실형…출당해야”>(5/24, 강지혜 기자)역시 이번 기밀 유출 사건의 심각성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청와대나 여당 인사들뿐만 아니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도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 의원을 비판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서 일했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도 “정치적으로 유리한 것이라도 외교 기밀을 폭로하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소식이 강조됐습니다. 자유한국당과 같은 노선으로 볼 수 있는 보수권 인사들까지 강효상 의원과 K씨의 유출 행위를 비판했다는 점이 이목을 끈 것으로 보입니다. MBC와 JTBC의 경우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정상 간 통화 비밀 보장은 외교의 기본”이라는 지적도 따로 1건으로 전했습니다.

 

면책특권 대상인가 따져본 방송사들, 결론은 ‘대체로 적용 어렵다’

3급 비밀에 해당하는 정상 간 통화내용이 유출된 것이 사실로 확인된만큼 외교관 K씨는 물론, 이를 공개한 강효상 의원의 법적 처벌 역시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이를 팩트체크 형식으로 따져본 방송사는 KBS‧SBS‧MBN‧YTN 4개사입니다.

 

SBS <강효상의 정상 통화내용 공개, 면책특권 대상인가?>(5/25, 박하정 기자)는 강효상 의원의 통화 내용 공개가 면책특권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하면서, 고 노회찬 의원이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과 관련해 ‘떡값 검사’ 명단을 보도자료로 공개”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박하정 기자는 노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명단을 올린 건 국회 발언과 관련 없다는 이유로 면책특권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짚은 후 강효상 의원의 경우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공개하는 기자회견 뒤 본인의 SNS에도 같은 내용을 올렸는데 바로 이 부분을 “면책특권 적용 여부의 쟁점”으로 지목했습니다. 면책특권 적용 여부에 엇갈리는 의견을 소개했으나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았던 고 노회찬 의원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SBS는 사실상 이번에도 적용이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둔 겁니다. MBN <뉴스추적/“기밀” vs “공익”>(5/25, 박유영 기자), YTN <강효상, 면책특권 인정될까?…SNS도 쟁점>(5/25, 이만수 기자)도 비슷한 구성으로 보도했습니다.

 

똑같이 고 노회찬 의원 사례를 소개한 KBS <팩트체크K/강효상 의원, ‘면책특권’ 어디까지?>(5/27, 박경호 기자)는 면책특권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더 분명히 밝혔습니다. KBS는 “(고 노회찬 의원과 강효상 의원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는 다르지만, 면책 범위를 규정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보면 강효상 의원의 행위는 면책 특권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쟁점’ 수준으로 정리한 SBS‧MBN‧YTN보다 한층 더 명확하게 ‘적용이 어렵다’고 전망한 겁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5월 21일~2019년 5월 3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지면보도에 한함)/ 2019년 5월 22~3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이봉우‧박진솔 활동가 (02-392-0181) 정리 박철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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