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호] [신입활동가 인사] 신입활동가 인(생)~사~(고은지)
등록 2019.07.1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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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 만한 곳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

현재의 고은지가 가지고 있는 인생 목표입니다. 제 목표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서 세상을 변화시킬 건데?”라거나 “어쩌다가 그런 목표를 가지게 됐냐”라고 묻곤 합니다. 지금부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구절절 설명해보겠습니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KBS의 <현장 르포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이전까지 제가 생활에서 느끼는 빈부격차는 유명 브랜드 옷을 많이 사 입는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 용돈을 많이 받아서 매점에서 매일 무언가를 사먹는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의 차이 정도였습니다. (물론 제가 다른 친구들의 삶에 세심하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서 알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 르포 동행>에는 오늘 잘 수 있는 공간을 위해서, 오늘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오늘 꼭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형편이 나아지기는커녕 매일의 삶을 유지하기도 힘든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본주의와 빈부격차’라는 교과서에서 보던 단어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가끔 마주치던 노숙인들을 보며 ‘저 사람들은 왜 몸이 멀쩡한데 일을 하지 않지? 아마 게을러서 노숙인이 됐을 거야’라고 단정했던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날부터 고민했습니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세상은 얼마나 넓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세상을 무자비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을까? 나와 같이 무지한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더 무자비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논스톱>을 보며 키운 대학 생활의 낭만을 가지고 입학한 20살의 신입생에게 3월의 학교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호화 입학식과 등록금 인상 문제 때문에 3월 내내 학생들은 여러 방법으로 학교에 항의했습니다. 누군가는 단식을 했고, 누군가는 삭발을 했고, 누군가는 총장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저 역시 학생회 선배들을 따라 촛불을 들었지만 한편으로 ‘학생 전체도 아니고 일부가 이걸 이렇게 한다고 해서 학교가 입장을 바꿀까’ 의심했습니다. 얼마간 그런 날들이 이어졌고 얼마 후 학교에선 학생들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답변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날 깨달았습니다. ‘책이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이 나서야만 무언가 바뀌는 게 아니구나. 내가 나서도 무언가 변화시킬 수 있구나’

 

 

그래서 언론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었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느끼게 만들려면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사회 구성원들이 문제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언론인이 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면서 좌절할 때마다 기자, PD 등 언론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더 멋지게 보였습니다. 이미 언론인이 된 그들이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해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그러나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더군요. (역시 만고불변의 법칙인가 봅니다)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비리와 부정을 파헤쳐야 할 언론인들이 그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언론에 대한 저의 기대가 점점 작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여전히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언론이라고 믿었습니다. (기대가 작아졌지 없어지진 않았기에...)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을 때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도 믿었습니다. 그래서 민언련 홍보활동가가 됐습니다. ‘내가 가진 능력을 발휘해 좋은 콘텐츠들을 만들어서 민언련의 활동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면,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면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하나씩 하나씩 해결되겠지? 하나씩 하나씩 해결되는 그만큼 세상을 살 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늘어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민언련에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질수록 언론도 민언련의 활동을 더 신경 쓰고, 지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테니까요.

 

 

질문에 대한 답을 구구절절 설명하겠다고 미리 밝혀서 죄책감이 안들 줄 알았는데 막상 쓰고 보니 ‘아, 최종 목표에 대한 문장이나 더 고민해서 멋지고 구체적으로 쓸 걸. 내 인생 얘기를 세세하게 써서 별로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미 구구절절하게 쓴 거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겠습니다. ‘활동가 인사하라니까 갑자기 본인 인생 목표를 구구절절 설명했던 걔?’가 인생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민언련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지 함께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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