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호] [책이야기] 적대에서 환대로
등록 2018.07.0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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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이 코앞이다. 이 글이 인쇄되어 나갈 때면, 북미회담의 성과와 향후 전망에 대한 말들이 홍수를 이룰 것이다. 세계의 눈과 귀는 싱가포르에 집중되어 있다. 한반도의 운명은 일대 전환점이다. 지금 우리는 역사의 한복판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일부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여기를 사는 사람과 생물종 전체의 문제다.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지구사의 한 장면을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셈이다.
 
손자에 따르면,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 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남-북-미, 모두 서로에겐 상대다. 남과 북, 남과 미, 북과 미 모두 치열한 정보전이 동반되고 있을 터이다. 협상에서 상대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과연 우리는 북에 대해 그리고 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윌리엄 유리가 쓴 <하버드는 어떻게 최고의 협상을 하는가>는 미국의 협상팀이 어떤 마인드로 회담에 임하는지를 알려준다. 원제는 ‘Getting To Yes With Yourself'다. 책 마케터는 저자의 ’하버드대학‘ 이력을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 한국어판 제목엔 원제에 없는 ’하버드‘가 등장한다. 원제의 의미는 ’자신으로부터 예스 이끌어내기‘다. 협상자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윌리엄 유리와 로저 피셔 그리고 브루스 패튼의 공저인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박영환/이성대 옮김, 장락, 2017 재개정)와 쌍을 이룬다. 이 책의 원제는 ‘Getting To Yes : Negotiating Agreement Without Giving in'으로, 협상에 임하는 모두가 각자의 관심과 욕구를 포기하지 않고 모두의 ’예스‘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상생 즉, ’윈-윈‘이라는 개념을 퍼뜨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한 책이다.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이 모두의 예스로 나아가는 협상 테이블 그 자체를 다뤘다면, <하버드는 어떻게 최고의 협상을 하는가>는 협상을 임하는 당사자의 내면 세계를 그린다. 저자에 따르면, 협상 당사자 내면의 예스가 테이블의 예스를 이끌어내는 바탕이 된다. 자기 내면의 예스를 이끌어내는 일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윈-루즈 사고방식은 모두를 패배에 이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성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오히려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자극하게 된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타인의 요구도 들어줄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최악의 적수가 되는 대신에 최고의 동지가 대주는 것이다. 나 자신이 적에서 동지가 되는 과정을 나는 ‘자신으로부터 예스 이끌어내기 getting to yes with yourself'라고 명명하였다.”(19쪽)
 
윌리엄 유리는 내면의 예스를 이끌어내는 세 국면과 여섯 단계를 제안한다. 내면의 예스는, ‘자신에게 예스 - 자신의 인생에 예스 - 타인에게 예스’라는 국면을 통과한다. 각 국면은 각각 두 단계를 거친다. 자신에게 예스 국면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와 자신의 내적 배트나 BATNA 개발하기’, 자신의 인생에 예스 국면은 ‘자신의 시각을 재설정하기’와 ‘현재에 머무르기, 그리고 타인에게 예스 국면은 ’그래도 그들을 존중하기‘와 베풀기와 되돌려 받기’다.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는 않은 여정이다. 우리의 기존 관념과 습관 및 태도를 근본 수준에서 전환해 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직업적 경험 - 대화 워크숍 및 갈등 전환 서클 진행 - 에 비춰 볼 때, 내 안의 적을 나의 친구이자 동지로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귀 기울이고, 본인의 요구 사상에 책임감을 가지거나 혹은 타인을 존중하기가 간단해 보여도, 우리는 이런 행위들을 우리가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회피하고 있고, 특히 갈등 상황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25쪽)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풍부한 현장 경험과 세상과 사람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묻어 있어 편안하게 읽힌다는 점이다. 저자인 윌리엄 유리는 이번 김정은-트럼프 회담의 협상자문단을 이끌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태다. 미국 협상단의 마인드를 알고 싶다면 참고할만한 책이다. 저자는 중동의 평화를 위해 ‘아브라함의 길’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겼다. 아무쪼록 북미회담이 적대하고 있는 두 나라가 환대의 에너지로 전환하여 만나길 간절히 바란다. 그의 아이디어를 원용해 본다면, 한반도엔 ‘단군의 길’이 열려, 전 지구인이 순례하는 그날을 꿈꾼다.
 
신호승 동그라미대화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