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과 나] ‘침몰한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과 반성
등록 2015.02.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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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과 나

‘침몰한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과 반성


심영구 회원



<세월호 보도..저널리즘의 침몰>은 지난 1월 발간된 연구보고서입니다. 방송기자들의 모임인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특별위원회에서, 재난보도소위원회를 꾸려 이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2014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석 달 정도에 걸쳐 방송기자 8명이 논의한 결과물을 담았습니다. 논의 대상은 지상파 3사와 YTN의 세월호 관련 보도였습니다. 저는 여기 참가해 3주에 한 번 정도 모여 논의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한국 방송뉴스의 현주소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저는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날부터 그곳이나 그 부근에서, 혹은 서울이나 안산 언저리에서 세월호 관련 기사를 제법 썼습니다. 현장에서 저와 저희 선후배 동료들, 그리고 타사 동료들도,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자타가 인식하고 있듯)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전원 구조”라는 최악의 오보를 낸 것을 비롯하여 분별없는 속보 경쟁, 본질에 대한 보도보다는 선정적인 가십성 보도, 살아있는 권력을 의식한 권력 편향적 보도, 핵심 사안을 가리거나 축소한 보도들…. 억울한 면이 없진 않았지만 ‘기레기’ 소리를 그 이후로도 줄곧 듣고 있습니다. 참담했고, 여전히 참담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한국 방송뉴스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게 재난보도소위에 참가한 이들의 공통된 인식이었습니다. 있어선 안 될 일이겠으나, 만약 “다음에도 이런 참사가 일어난다면 우리는 다르게 보도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누구도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제목은 “세월호 보도.. 저널리즘의 침몰”이라고 달았으나 세월호가 가라앉은 그 바닷속에 저널리즘은 이미, 벌써부터 가라앉아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부끄러운 맨얼굴을 이제라도 보여주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까지 담아서 보고서를 썼습니다.


여기서 세월호 보고서를 언급한 건 순전히 사무처장님 탓입니다(웃음). 그렇긴 하나 이 보고서는 사실 ‘세월호 방송보도 모니터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그동안 많이 잊고 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거칠지만 날 선 비판을 던지던 기자 지망생



제가 처음 민언련을 만난 건 2001년 말이었습니다. 그때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었죠. 저는 우연히 언론학교(40기의 ‘회색인’이 접니다. 10년 만의 고백은 20주년 기념책자에 실렸습니다)를 수강하고 자연스레 방송모니터위원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회원 활동을 했던 시절은 1년 반 정도로, 그리 길게는 못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신촌에서, 이사를 간 뒤엔 서대문에서, 그 작은 사무실 공간에 모여 일주일간 숙제를 점검하고 토론하고 정리하고 보고서 쓰고 술 마시고 그랬습니다. 그때는 기자를 지망하는 학생이었는데요, 그래서 때로는 거칠지만, 날이 선 비판을 던질 수 있었던 건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2002년 대선보도 모니터를 할 땐 SBS 팀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를 겨냥한 보고서를 많이 썼습니다. ‘SBS는 왜 이 정도밖에 못 하느냐, 잘 좀 해라’ 그런 내용이 다수였던 것 같습니다. SBS 기자들을 만나 잘 좀 하시라는 간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분들을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로 모시게 될 줄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그런 저의 과거를 알면서도 뽑아준 회사에 감사를…. 회원들께는 당시 SBS가 그 정도의 포용력은 있던 회사라고 말씀드립니다. (혹은 ‘어디 너는 잘하나 보자’ 하고 뽑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잘할 때까지 하라고 한다면 회사를 꽤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언련에서 배운 비평의 자세


10여 년이 흘러 모처럼 다시 방송보도 모니터를 했습니다. 사실 늘 하는 업무 중 하나가 자사와 타사 보도를 비교해 보는 일이긴 하나, 특정 주제와 관련해 보고서를 낸다는 목적을 갖고 모니터를 집중적으로 한 건 꽤 오랜만이었습니다.


민언련 회원으로서의 비평과 플레이어를 겸한 자의 비평은 다른 점이 많죠. 이를테면 이런 보도가 나왔다면 그럴 만한 내외부 사정이 있다는 걸 압니다. 좋은 보도나 나쁜 보도나 애매한 보도나 이면은 존재하고, 단순하게 재단하긴 쉽지 않은 속사정이 제법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결론은, 시청자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것. 달리 말하면 “시청자는 너희 사정을 알아주지 않는다”였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하는 보도 책임자를 설득해 이 정도라도 나갈 수 있었다”는 건 그 회사 내에선 중요한 시사점이겠으나 시청자에게 부족했다면 그 보도는 부족하다는 거죠. 당연해 보이지만 그런 비평의 자세는 민언련에서 배웠습니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않거나 외면하면서 누구를 비판하겠습니까 하는 것. 뻔하고 다 아는 것 같지만, 쉬이 실천하긴 어렵습니다.


요즘도 매주 목요일이면 사무실로 회원들이 모여들겠죠. 모니터 대상은 늘었지만, 보도의 질은 하향 평준화 추세인 것 같아 모니터하는 마음도 썩 가볍지만은 않을 듯합니다. SBS는 ‘씨방새’와 ‘샤방스’를 오르내리면서 ‘스브스’에서 왔다 가는 듯합니다. ‘침몰한 저널리즘’을 어떻게 다시 건져 올릴 건지, 저도 제 동료들도 고민이 많아요. 민언련에서 배운 것을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