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KBS, MBC의 붕괴와 종편 채널의 약진(2014년 10호)
등록 2014.10.22 15:07
조회 412



KBS, MBC의 붕괴와 종편 채널의 약진


글 고승우 이사장 l  konews80@hanmail.net



 







  공영방송의 대명사였던 KBS, MBC가 참혹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두 방송이 수 십 년 동안 쌓아올린 공영방송의 공든 탑이 송두리째 망가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언론악법에 의해 햇빛을 본 종편채널의 발전(?)은 자못 눈부시다. 

두 공영방송이 향후 수년 동안 이런 식으로 붕괴되면 군소방송 또는 3류 직장 전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 빈자리를 종편 등이 채우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될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도한 방송 시장 구조의 개악 작업은 완성단계에 들어갈 것이다. 


KBS는 이인호 이사장이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증폭시킨 비정상적 역사관을 계속 드러내면서 공영방송 이미지에 흠집을 냈다. 이는 KBS의 정체성 파괴와 함께 공영방송을 통한 역사왜곡 가능성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이 이사장은 수구세력이 KBS에 투입한 트로이 목마처럼 보인다. 

 MBC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세월호 가족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는 등 공공성, 공정성을 상실한 비이성적 보도로 비판받고 있다. 동시에 자사 해직언론인에 대한 법원의 복직 판결에도 불구하고 원상회복을 철저히 외면하는 폭거를 저지르고 있다. MBC의 화려했던 공영방송의 자취는 수평선 아래로 신속히 침몰 중이다. 


KBS, MBC가 하루가 다르게 망가지고 있는 것은 수구세력의 공영방송 파괴 공작의 결과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수구세력의 언론장악 음모와 직결되어 있다.

두 공영방송은 80년대 후반부터 이 사회의 민주화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해 왔고 그것이 수구세력의 공적 표적이 된 것이다. 두 공영방송이 노조를 핵심 동력삼아 지향하던 공정ㆍ진실보도의 역량을 파괴하려는 흉측한 음모는 두 가지 방향에서 추진되었다. 즉 청와대의 낙하산 사장 투하를 통한 공영방송 파괴, 날치기 불법 통과된 언론악법에 의한 종편채널의 특혜성 양육이 그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MB정권의 언론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특별법 추진 속에 거듭 확인된, 부도덕하고 무능한 현 정권은 만신창이가 된 공영방송사에 대해 언론사 내부의 문제라면서 뒷짐진채 바라만 보고 있다. 

두 공영방송이 가지는 굉음 속에서 종편채널은 엄청난 특혜를 자양분 삼아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공영방송이 주도하던 방송시장을 잠식 중이다. 


종편채널의 부정적인 측면 가운데 으뜸은 거대자본과 족벌신문의 결탁이다. 거대 자본은 언론 감시의 대상이지만 MB 정권 당시 언론사의 주주로 변신했다. 21세기형 자본주의 국가의 특성은 ‘기업이 지배하거나 쿠데타를 진행 중인 전체주의국가’로 불린다. 대자본이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면서 이익을 강탈할 수 있게 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도록 정치권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탐욕스런 자본이 언론사의 주주로 참여하는 종편채널이 두 공영방송 시장을 점령할 경우 TV산업이 공영성과 공공성에서 얼마나 멀어질 것인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JTBC 뉴스 프로가 단기적으로 박수갈채를 받지만 장기적으로 대자본의 방송 장악을 촉진하는 윤활유가 된다는 이중적 의미는 누구의 눈에도 명확하다. 



 KBS와 MBC가 제대로 가야 한다고 언론 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두 방송사의 구성원들이 팔짱을 끼고 있는 한 성공하기 어렵다. 두 방송사 구성원들이 만에 하나 자신들이 정년퇴직할 때까지 회사가 어떻게 되겠어?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희망이 없다. 


오늘날 언론과 정치 자본권력의 관계는 독재가 판치던 냉전시대의 그것과 같지 않다. 21세기 자본·정치권력은 언론을 선전 홍보, 기구로 종속시키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강화하고 있다. 박정희, 전두환식의 주먹을 앞세운 언론통제 방식과 다르지만 그것은 훨씬 정교하고 위압적이다. 


언론이 사회의 목탁, 소금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언론 구성원들의 의식화가 필수적이다. 안에서 살피고 바로잡는 노력이 일상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KBS, MBC 구성원들의 공영방송 사수라는 진정한 자기 각성과 실천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공영방송의 무덤 속에서 종편 채널이 활개치게 되고 결국 진정한 정치ㆍ경제 민주주의는 신기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