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이야기] 종편을 보는 ‘고충’, 아시나요? - 유민지 활동가 (2014년 6호)
등록 2014.06.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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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을 보는 ‘고충’, 아시나요?


유민지 활동가 l ymjymj23@nate.com 




민언련은 TV조선과 채널A의 종편 시사프로그램을 모니터하고 있다. ‘다시보기’를 위해 ‘돈까지’ 내는 시청자로서, 종편 프로그램의 ‘질’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은 거기서 거기다. 이곳저곳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면서 같은 말과 주장을 무한 반복한다. 한정된 패널들이 같은 주장을 내놓는다는 것은 결국 아이템 자체가 매우 빈약하다는 의미다. 


주제가 한정된 상태에서는 내용을 고급화해야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고정패널들은 주로 친정부 • 여당 성향의 ‘평론가’들로 구성돼 박근혜 대통령의 ‘선정’을 찬양 • 고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통령은 아버지를 총탄에 잃고 그 피 묻은 와이셔츠를 빨면서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리셔가지고 그 뒤에 흘릴 눈물이 없다고 하셨는데, 오늘 이렇게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 마음이 얼마나 애잔했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다섯 번이나 사과한 대통령에게 또 뭘 더 문제제기를 하고, 뭘 해라 이런 부분은 좀 과한 것.”


반면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악의 무리’로 규정해 단죄한다. 


“유병언 일파가 뻔뻔하게 버티기로 나오는 이유는 반정부선동과 좌파들의 정부비판 때문입니다.”


“좌파가 집권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한민국이 마비됩니다.”


정부비판 목소리를 내면,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이고, 그 뒤에는 ‘김정은’과 ‘북한 노동당’ 혹은 ‘종북’이라는 거대한 ‘악’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메뉴얼’이다. 어떤 일이 터져도 이 ‘메뉴얼’은 가동된다.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문제를 지적하는 이도 ‘북의 사주를 받은 세력’이거나 ‘종북세력’이고, 세월호 사건에 분노해서 거리로 나와 노란 리본을 매는 이도 다 ‘종북’이다. 하긴 민언련도 ‘종북5단체’로 뽑혀 ‘종북의 선전선동 단체’라는 ‘영예(?)’를 얻은 바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채널A를 상대로 현재 명예훼손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근거가 하나도 없다. 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해서는 안 되는지, 대통령의 눈물에 왜 모든 국민이 아파할 것을 강요하는지 설명이 없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논리다. 방송을 보다 보면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종북’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하아... 이런 질 낮은 방송을 보고 있는 50대 이상, 특히 60세 이상의 종편 시청자가 심히 걱정된다. 

“아버지가 TV조선을 시청하는데 할아버지와 주로 집에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할아버지가 그러는데 아빠도 종북’이라고 했다는 말을 아내에게 전해 들었다”


양문석 전 방통위원이 한 말이다. 그렇다. 종편의 ‘궤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족 혹은 친지, 친구를 곁에 두고 있을 숱한 시민들도 걱정이다. 


‘방송 같지도 않은 방송’을 모니터 해야 하는 이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회원들이 아르바이트 형태로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직접 보고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반응이 모두 한결같다. 처음에는 “간사님, 이거 뭐에요? 진짜 방송 맞아요? 완전 헛소리만 늘어놓고 있어요”라며 ‘황당영상’을 보듯 웃는다. 그러나 같은 패턴의 ‘헛소리’들이 반복되면서 표정은 점차 심각해지고, 스크립트를 정리하는 키보드 자판에도 힘이 들어간다. 이후에는 ‘이런 방송을 보고 있어야 하냐’며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이걸 계속 봐야 하나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 때 두 번 다 뱃속에 꼬물꼬물 거리는 아이를 배고 있었다. 좋은 음악을 들려줘도 시원찮을 판에 종편에 출연하는 인사들의 ‘헛소리’를 ‘태담’으로 들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빠 목소리보다 익숙한 수구 평론가들의 목소리라니!!^ㅡ^ 


그러나 나쁜 언론을 모니터하는 것은 민언련의 숙명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수밖에!


종편을 보다가 ‘욱’하는 순간, 진짜 열 받는 순간이 와도 우리 민언련은 “당황하지 말고, 나비처럼 날아서, 시민들에게 알려 ‘유해 방송’ 문 닫게 하면 끝!”


허걱. 그렇다. 결국 문 닫게 하는 날까지 끝은 없다. 바라옵건대, 셋째를 배고 있을 때는 이런 ‘유해방송’이 없는 세상에서 모니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