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부모의 삶을 총체적으로 조명한 서울신문
등록 2019.06.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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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5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에 청소년 부모의 삶을 총체적으로 조명하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한 서울신문 기획 연재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를 선정했다.

 

청소년 부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선 드러낸 서울신문

서울신문은 어버이날을 맞아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기획한 기획 연재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를 통해 청소년 부모의 삶과 인권에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시사점을 제시했다. 서울신문이 <“애는 낳아야지” “인생이 불쌍해이중 시선에 우는 어린 부모>(5/8)에서 보도한 인식조사 결과는 청소년 부모를 향한 우리 사회의 모순적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기사에 따르면 “많은 응답자들은 어린 부모들이 낙태를 선택하는 것을 부정적(52.8%)으로 봤고, 입양 보내는 것에도 회의적(73%)이었”던 반면, “전체 설문 응답자의 52.6%는 ‘청소년 부모가 정상적으로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서울신문의 평가대로 “‘어차피 제대로 키우긴 어렵겠지만, 임신했다면 그래도 낳아서 직접 길러야 한다’”는 이중적인 인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응답자들은 어린 부모가 겪을 가장 큰 고충이 경제적 어려움(63.5%)일 것이고, 월 소득이 200만원 이하일 것(94.4%)이라 예상하면서도, 생계비‧양육비 등 현금 지원(22.4%)보다는 직업교육이나 취업 지원(29.6%), 돌봄 서비스 지원(26.8%)를 꼽았다고 한다. 가구의 월 소득이 200만원도 안되는 상황에서 현금보조 없이 자기계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 역시 이중적인 시선이 드러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편견은 어떻게 청소년 부모의 삶을 어렵게 하는가?

서울신문은 이어진 기사 <감당 못할 임신, 준비 없는 출산아기는 화장실에 버려졌다>(5/8)에서 영아유기사건 판결문을 분석하여 편견이 어떻게 청소년 부모의 삶에 실체로 다가오는지 드러냈다. 서울신문은 영아유기 피의자 26명의 진술로부터 범행의 배경이 된 뿌리를 추적하였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가출,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으로 임신했다가 영아유기를 한 사례도 있었지만, 사회의 편견으로 인한 폐해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은 청소년 부모의 정서적‧경제적 고립을 짚은 대목이다. 서울신문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산모들이 임신 사실을 가족 등 주변에 알리지 못했고, 이는 출산 상황에 대한 무지로 이어져 영아유기라는 중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영아유기처럼 극단적인 처지에 몰린 사람들 뿐만 아니라 출산을 선택한 사람들의 삶도 다루었다. <등 돌린 가족·학교, 출산 뒤엔 생활고이 굴레 대물림 두려워”>(5/13)에서 서울신문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청소년기 출산한 여성 10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들은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가족들의 태도를 10점을 긍정으로 보고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평균 3.61점으로 응답”했고, 임신 당시 학교를 다닌 학생은 33%에 불과했다고 답했다. 심지어 학교에서는 어린 부모의 임신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거나 알게 되더라도 자퇴를 권유했다고 한다. 청소년기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은 임신 당시 가족들의 지지를 전혀 기대할 수 없었을뿐더러, 그런 상황을 보완해 주어야 할 학교같은 공적 시스템으로부터도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공교육 시스템의 심각한 직무 유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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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이 인터뷰한 청소년 부모들의 답변(5/13)

학벌 사회에서 공적 교육 제도로부터의 소외는 즉시 생활고로 이어졌다. 청소년 부모들은 학교에서 쫓겨난 덕에 대학진학률이 68.9%(2017년 기준)에 이르는 현실에서 흔한 학사 학위도 없어 구직이 어렵고, 그렇다고 다시 학력을 쌓자니 턱없이 부족한 현금 보조 때문에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길도 거의 차단당한 상태였다. 서울신문에서 인터뷰한 청소년 부모 자립지원 단체인 킹메이커의 배보은 대표는 “‘어린데 어떻게 부모 노릇을 할 수 있느냐’는 등 대안 없이 비난하는 것은 어린 부모들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자신들의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토로했다.

 

구멍 난 성교육과 양육비 제도 속에 여성만 무한책임

서울신문은 성교육과 양육비 제도의 문제도 지적했다. <청소년 부모 피임법만 알았어도” 5억짜리 성교육 헛바퀴>(5/13)에 따르면, 성 경험 나이가 점점 빨라지고 인터넷으로 포르노그래피를 접하기 쉬워져 그간 청소년 성교육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었다. 서울신문이 제시한 박주헌 서울대 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의 10년 간격 피임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년 사이 피임법은 더 퇴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질외사정이나 생리주기 조절 등 성공률이 낮은 피임방법 사용률은 2004년 합계 69.4%였는데, 2014년에는 81.2%로 되려 증가한 것이다. 그 동안 남성의 콘돔 착용은 35.2%에서 11.0%까지 3배나 떨어졌다. 서울신문 조사에 응답한 100명의 청소년 여성들은 임신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피임에 실패해서’(41%), ‘피임 방법을 잘 몰라서’(24%), ‘상대방의 강제에 의해서’(16%)순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10년간의 성교육 예산을 허공에 날린 것이나 다름 없는 결과이다.

한편, 남성의 무책임도 청소년 부모들의 생활고를 한층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신문 기사 <애 낳자더니 바람난 남친한부모 79%, 양육비도 나홀로 감당>(5/13)에 따르면, 응답자 100명 중 73명은 임신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렸지만 이 중 43명(59%)는 상대방과 연락이 끊겼으며, 55명(75%)는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한다. 양육비 소송을 하려 해도 문제는 산적해 있다. 서울신문 기사에 나온 사례를 보면, 여성이 월 40만원 양육비를 받기 위해 쓴 소송 비용은 400만원이었다. 어떤 여성은 소송에서 이겼는데도 남성측의 수입이 없어 소송비용을 쓰고도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서울신문은 양육비 강제징수에 관한 외국의 사례를 들며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의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할 능력이 없으면 아동의 생계를 위해 국가가 먼저 지급하고 이후 추징한다”고 꼬집었다.

 

책임지려 하면 복지 사각지대로 떨어지는 이상한 가족정책

최근 다양한 가족형태가 조명되면서, 정상가족/비정상가족의 이분법을 전제하고 설계된 가족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서울신문 기사 <함께 책임지려는데 혼인신고 퇴짜아이는 법적 아빠가 없어요>(5/15)에서는 그러한 가족정책이 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편견과 생활고를 뚫고 아이를 기르려고 하는 청소년 부모들에게도 실체적 피해를 끼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양육비 같은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남성들도 있는 반면, 정말로 진지하게 삶을 꾸리려는 남성들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책임을 지려 하는 부모들은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로 떨어지게 된다. 나이가 어릴 때 출산을 한 부모들은 혼인신고도 불가능하여 법률혼 상태여야 받을 수 있는 지원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여성가족부나 민간 복지단체의 지원 정책은 저소득 한부모 가정에만 집중되어 있어 파트너가 있는 경우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신문에서 취재한 한 가족은 “양육 지원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그냥 아내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이라고 속이고 혜택을 받으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서울신문은 이를 “가정을 꾸려 책임지려 하면 오히려 지원에서 배제되는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정상가족/비정상가족의 이분법이 만들어낸 딜레마이다.

 

제도‧인식개선의 필요성 시의적절하게 제기한 서울신문 기획기사

이처럼, 서울신문은 기획기사 곳곳에서 제도개선의 필요성과 그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청소년기 성교육 강화, 어린 부모에 대한 공교육 접근권의 확보 방안은 기사 하나 이상의 분량을 할애하여 강조하였다. 또한, 출산과 양육을 선택한 청소년에 대해 전방위적 지원과 적극적 행정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켰고, 젊은 부모들에 대한 인식개선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다만, 기사가 이른 임신‧출산에 무한책임을 진 여성 청소년을 중심으로 청소년 가족 문제를 다루었고, 그것이 또한 서울신문의 취재로 드러난 적나라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부모’라는 통칭으로 표현한 대목은 아쉽다.

청소년기 임신과 출산은 비록 장려할 일은 아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을 뚫고 출산과 양육을 선택한 청소년과 그 자녀들이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는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특히 임신‧출산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는 문화적, 제도적 문제 역시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에 따라 여성 인권은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었다. 동시에 임신‧출산 과정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이전보다 크게 확보된 만큼, 비로소 본인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출산과 양육의 가치를 우리 사회는 바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 부모의 인권과 복지, 우리의 인식개선 필요성이라는 의제를 제기한 서울신문 기사의 가치는 크다. 이에 민언련은 서울신문 기획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를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에 선정했다.

 

<끝>

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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