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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과 버닝썬, 무슨 연결고리가 있는지 언론들은 알고 보도하나
등록 2019.10.18 20:46
조회 30959

올해 상반기 가수 승리가 사내이사로 있던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마약․탈세․성범죄 등의 의혹이 잇따라 나와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남자 연예인들의 단체 대화방에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이 무참히 공유됐고 성희롱 발언이 끊이질 않았으며 성폭력을 저지를 때 마약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정황까지 나왔습니다. 거기에 경찰과의 유착, 성매매 알선까지. 그야말로 버닝썬 사태, 버닝썬 스캔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차례 떠들썩했던 이후, 그 뒤는 어떤가요. 가해자들이 죄를 뉘우쳤는지, 검․경의 수사 상황은 어떻게 되는지 언론을 통해 나오는 게 너무 없습니다. 그럼에도 근래에 버닝썬이 뉴스에서 등장했는데요.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버닝썬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도대체 조 전 장관이 버닝썬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

 

 

1. 버닝썬 보도에 자주 등장한 ‘조국’, 보도량 분석

 

사진 공개 이후부터 꾸준히 버닝썬-조국을 엮어 온 언론

버닝썬과 조국 전 장관을 엮은 보도는 9월 6일부터 등장했습니다. 9월 6일 국회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윤 총경과 조국 후보자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한 뒤였죠. 윤 총경은 경찰과 유흥업소 간 유착 의혹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며, ‘경찰총장’이라는 별명 아닌 별명이 붙은 사람입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사진을 근거로 윤 총경과 조 전 장관의 관계를 캐물으며 버닝썬 사건과 조 전 장관을 연결시키려 했습니다.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윤 총경이 구속된 날까지 조국 전 장관과 버닝썬을 함께 언급한 보도량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신문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지면 보도로 한정하고, 8개 방송사(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의 저녁종합뉴스로만 한정했습니다. 9월 7일부터 10월 11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에서 조 전 장관과 버닝썬을 엮어서 언급한 보도는 총 34건이었습니다. 신문사별로는 동아일보 10건, 조선일보 9건, 중앙일보가 6건, 한국일보 5건, 경향신문 4건을 보도했고, 한겨레는 버닝썬과 조 전 장관을 연루시킨 보도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합계

보도량

4건

10건

9건

6건

-

5건

34건

△ 버닝썬과 조국 전 장관 관련성 다룬 종합일간지 지면 보도량(9/7~10/11)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총 24.5건의 기사에서 조 전 장관과 버닝썬의 관계가 다뤄졌습니다. 방송사별로는 TV조선과 채널A가 각각 7건씩 보도해 방송사 중 가장 많이 보도했고, MBC는 이와 같은 보도가 없었습니다.

 

방송사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합계

보도량

1건

-

1건

1건

7건

7건

4건

3.5건

24.5건

△ 버닝썬과 조국 전 장관 관련성 다룬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9/7~10/11) ⓒ민주언론시민연합

 

 

버닝썬 경찰‘총’장 구속, 여기에 조국 전 장관이 등장?

10월 7일 검찰은 윤 모 총경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0일 구속이 집행되었습니다. 윤 총경 구속과 관련한 보도는 8일부터 11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 지면보도에서 12건, 7일부터 11일까지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도 12건 나왔습니다. 버닝썬 사건과 연관된 경찰 간부급 인사가 구속된 것은 처음입니다.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이 보도량은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윤 모 총경의 구속을 보도하면서 그 보도 안에서 조국 전 장관을 언급한 보도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 비율을 살펴보겠습니다. 윤 총경 구속 관련 보도 중에서 조국 장관의 연관성을 주로 다루거나 덧붙인 기사는 신문 10건(83%), 방송 8.5건(71%)이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합계

윤 총경 구속 관련 보도 총량

2건

2건

2건

2건

1건

3건

12건

위의 보도 중 조국 언급 보도

2건

2건

2건

2건

X

2건

10건

△ 버닝썬 윤 총경 구속과 조국 함께 언급한 신문 지면보도 분석(10/8~11) ⓒ민주언론시민연합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합계

윤 총경 구속 관련 보도 총량

-

-

3건

1.5건

2건

2건

2건

1.5건

12건

위의 보도 중 조국 언급 보도

-

-

X

1건

2건

2건

2건

1.5건

8.5건

△ 버닝썬 윤 총경 구속과 조국 함께 언급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 분석(10/7~11)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사별로는 한겨레만 윤 총경 보도에서 조국 장관을 언급하지 않았고, 경향, 동아, 조선, 중앙일보는 모두 관련 보도 2건 내에 조국을 언급했습니다. 한국일보도 3건 중 2건에서 조국을 보도했지요. 방송사 중에서는 SBS만 윤 총경 구속 보도 3건 중 조 전 장관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JTBC는 윤 총경 관련 보도 1.5건 중 1건에서 조 전 장관을 언급했고, TV조선. 채널A, MBN, YTN는 윤 총경 관련 보도 전체에서 조 전 장관을 언급했습니다.

 

이 보도들은 버닝썬 사건과 조국 전 장관이 뭔가 중요하게 연루됐다는 인상을 주었는데요. 윤 총경과 연루된 정황이 분명하다면 이런 보도량 또한 적절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보도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2. 언론은 조국과 버닝썬을 어떻게 엮었나?

 

하도 복잡해서 뭐가 문제라는 건지 알 수 없는 보도, 어쩌면 그게 이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

그렇다면 언론이 버닝썬과 조국 전 장관의 관계를 어떻게 엮었는지 대표적 보도들을 토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채널A <단독/버닝썬 윤 총경, ‘조국 펀드관련업체 주식 투자>(9/11 권솔 기자)를 보면 “검찰은 두 사람의 사진을 찍은 사람이 민정수석실 소속이 아닌 특수잉크 제조업체 큐브스의 정 모 전 대표로 의심하고 수사 중”인데, “정 전 대표는 버닝썬 사건 당시 윤 총경에게 승리를 소개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정 전 대표가 대주주인 큐브스는 이른바 ‘조국 가족 펀드’의 투자사 WFM의 투자를 받은 회사”이고 “윤 총경은 큐브스 주식을 매입했다가 경찰 내사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WFM과 큐브스를 사이에 두고 조 장관과 윤 총경이 연결된 정황에 주목”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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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닝썬이 조국 전 장관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채널A(10/7)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이젠 버닝썬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민정수석실 입김 때문에 흐지부지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아갑니다. 실제로 경찰 수사가 용두사미에 그쳤다고 언론은 물론 여성단체에서도 비판하고 나섰었는데, ‘조국 사태’까지 오자 이것이 조국 전 장관 때문 아니냐는 프레임으로 둔갑한 것입니다.

 

동아일보 <경찰 버닝썬 수사 허술조국 민정실입김 있었나 조사>(9/20 황성호 김동혁 기자)를 보면 “검찰은 이 배경에 경찰의 ‘의도적 부실수사’가 있었던 정황을 포착하고 ‘조국 민정수석 체제’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가리는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기록을 다시 보던 중 윤 총경 등을 상대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기사에 나오는 증거는 “윤 총경은 조국 법무부 장관(54)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파견근무를 했다”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일보의 <조국 민정수석실 입김 있었나 검찰 버닝썬 스캔들다시 겨냥>(9/21 이현주 기자)에도 증거 없이 검찰의 의심만 전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그래서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기자 스스로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보도들

정리해보면, 버닝썬 기사에 조국 전 장관이 등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던 시절 윤 총경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 파견됐습니다. 즉, 둘이 청와대에서 일한 기간이 겹칩니다. 이때의 친분 때문에 경찰이 버닝썬을 부실 수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습니다. 둘째, 윤 총경은 2015년 정 전 대표가 운영하던 ‘큐브스’라는 회사의 주식을 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조국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운용사에서 투자를 받은 ‘WFM’이란 회사가 2014년, 이 큐브스에 투자를 했습니다. 그리고 정 전 대표는 이 큐브스의 전 임원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들었을 때 이해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서 조국 전 장관과 윤 총경이 무슨 사이인데?’란 의문도 동시에 듭니다. 그러나 두 번째 이유는 이 정도 설명으론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의문이 들기는커녕 조국 전 장관과 버닝썬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기사들을 종합해보면 뚜렷한 사실관계나 증거가 없습니다. 언론들의 해석이나 설명도 없습니다. 검찰은 지난 6월 경찰에서 이 사건을 넘겨받아 조사하고 있고 그 와중에 ‘조국 사태’가 터졌습니다. 검찰이 부러 둘을 엮어서 수사하고 있거나, 언론이 검찰의 수사 상황을 조각조각 모아서 둘을 엮어 보도하고 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잘 살펴보면 버닝썬과 조국 전 장관을 잇는 보도들은 모두 검찰의 말을 받아서 썼습니다. 그러니 언론들도 시민들에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못하고 유야무야 뭔가 있는 것처럼만 보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두 가지 이유로 조국 전 장관과 버닝썬이 관련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언론은 둘의 연결고리를 알고 보도하는 걸까요?

 

 

가장 황당한 조국-버닝썬 보도는 TV조선

채널A <‘경찰총장영장 청구조국까지 연결?>(10/7 박선영 기자), 중앙일보 <검찰, 버닝썬 사건 윤 총경 영장청구조국펀드 수사와 이어지나>(10/8 김민상 기자), 동아일보 <, ‘조국 민정실 근무윤총경 구속영장 청구>(10/8 황성호 기자)도 제목으로 조국 장관과의 연관성을 강조했습니다. 채널A는 “조국 민정수석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고, 클럽 버닝썬 비호 의혹을 받아온 윤 모 총경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윤 총경 사건은 조국 장관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며 직접적으로 조국 장관을 언급했고, 중앙일보는 “정 전 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며 버닝썬 사건과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가 관련 있는 것처럼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황당한 조국-버닝썬 보도는 TV조선 <단독/조국-총경 사진 휴대전화에 저장>(9/28 서주민 기자)이라고 꼽을 수 있습니다. 김도읍 의원이 공개했다는 그 사진이, 정 전 대표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었다’는 게 TV조선 보도의 주된 내용입니다.

 

TV조선 박정훈 앵커는 “조국 장관 그리고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 모 총경이 함께 찍은 바로 이 사진. 횡령 혐의로 구속된 큐브스 전 대표, 정 모 씨가 찍어준 것 아니냐 이런 의혹이 제기가 됐었죠. 물론 조 장관은 부인했습니다”라면서 먼저 문제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사진이 정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이 됐습니다. 정씨가 찍어준 게 맞다면 민정수석실과 유착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이 되는 건데, 정씨는 일단 자신이 찍은 건 아니다, 이렇게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찍어준 게 맞다면’이라는 가정법을 쓰면서 기사를 전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정작 휴대전화의 주인인 정 전 대표는 ‘자신이 찍어준 게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데도 굳이 이걸 보도하는 게 코미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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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사진이 버닝썬 관계자 핸드폰에 저장돼 있다고 보도한 TV조선(9/28)

 

서주민 기자는 “이 사진이 정씨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라며 대단한 단서를 잡은 양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정씨의 휴대전화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것”이라며 사진이 발견된 출처도 밝혔습니다. 그런데 뒤이어 갑자기 “다만 정씨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은 아니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 전 대표의 휴대전화에서 문제의 사진이 발견된 게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인지, 정 전 대표가 실제로 촬영한 것은 아니니 의혹이 없다고 설명해주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정 전 대표가 촬영했다고 하더라도 무슨 문제가 있는지, 즉 촬영을 해줬다는 사실만으로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와 버닝썬 관계자들이 연관 있다거나, 아니면 버닝썬 경찰 수사를 조국 전 장관이 무마해줬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실제 촬영한 단서는 없고 단순히 휴대전화에서 저장된 사진이 발견된 것뿐입니다.

 

휴대전화에 사진이 저장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정 전 대표와 윤 총경, 조국 전 장관이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사진이야 얼마든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거나, 주변 지인들에게서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TV조선 보도에도 “검찰 조사에서 정씨가 ‘윤 총경이 메신저를 통해 보내준 것으로, 조 장관을 본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옵니다. 대체 이게 무슨 뉴스거리라고 보도를 하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그 와중에 ‘단독’이란 말을 붙인 것도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3. 버닝썬 수사 상황과 조국 장관과의 연결고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윤 총경이 받고 있는 혐의 중 조국과 연관 있는 것은 없다

검찰이 윤 총경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지난 7일입니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는 기존에 알려진 대로 강남 유흥업소 업자와의 유착과 관련된 혐의입니다. 윤 총경은 승리와 그의 사업파트너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개업한 강남 술집 ‘몽키뮤지엄’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신고를 당하자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을 통해 단속 내용을 알아본 뒤 이를 유인석 씨에게 알려줘 경찰이 지난 6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특가법상 알선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등은 검찰이 추가로 포착한 내용입니다. 윤 총경이 특수잉크 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의 정 모 전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대 뇌물을 수수한 정황을 발견한 겁니다. 검찰은 이 뇌물이 ‘수사를 무마시켜준 대가’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 전 대표가 2016년 특가법상 사기 및 횡령, 배임 혐의로 고소됐었는데, 이때 경찰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수사 무마 대가로 윤 총경에게 자신이 운영하던 비상장업체의 주식 수천만 원어치를 무상으로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SBS <단독/버닝썬 수사 후 스폰서 사업가에 휴대전화 버려”>(10/9 이현정 기자)에 따르면 윤 총경이 이때 공직자 신분으로 거액의 비상장주식을 받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자신의 형 명의를 빌려 차명으로 받았고, 또 버닝썬 사건이 한창일 때 정 전 대표에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종용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혹 때문에 검찰이 윤 총경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겁니다. 이 와중에 버닝썬 사건에서도 정 전 대표가 등장하니, 승리에게 윤 총경을 소개시켜준 사람이 바로 정 전 대표라는 점입니다.

 

여기까지 살펴봤을 때, 윤 총경이 받고 있는 혐의 가운데 조국 장관과 관련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언론을 통해 나온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윤 총경은 △알고 지내던 사업가가 고소되자 수사를 무마해 줬고, △그 대가로 주식을 받았으며, △그런 것들이 들킬까 봐 사업가에게 증거를 인멸하라고 교사했습니다. 그리고 △유흥주점과 유착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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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닝썬 윤 모 총경이 받고 있는 혐의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럼에도 불구…‘조국 민정수석실 근무’‧‘조국펀드 관련사 알선수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총경 구속 기사, 버닝썬 수사 상황 기사 등에 조국 장관이 등장합니다. 아까 말했던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민정수석실 근무와 사모펀드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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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버닝썬이 엮이는 이유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정수석실에서 같이 근무한 친분으로 조국 전 장관이 버닝썬 수사를 무마시켰다고 말하려면, 둘의 친분을 증명해야 하는 게 아니라, 조국 전 장관이 수사를 무마시켰단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건 조국 전 장관이 경찰 측에 압력을 가했다는 느낌을 주는 문자 메시지나 연락 내용, 하다못해 민정수석실 회의에서 그런 지시가 있었다는 누군가의 증언 정도일 것입니다. 같이 찍은 사진 하나를 들이민다고 해서 조국 전 장관과 버닝썬이 곧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는 언론에서 이해를 못 했는지 설명이 너무 부실합니다. 먼저 버닝썬 경찰총장 윤 총경이 ‘큐브스’라는 회사의 주식을 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문제 삼는 건 “왜 조국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운용사에서 투자를 받은 WFM이란 회사가 큐브스에 투자를 했느냐”는 것입니다. 이 말은 조국 장관 가족이 버닝썬 문제와 관련 있는 경찰에게 돈을 투자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조국 장관 가족의 자금이 투자된 펀드는 ‘블루펀드’입니다. 펀드 이름이 ‘블루코어밸류업 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라 그렇게 줄여 부릅니다. 언론이 문제가 있다며 받아쓰는 WFM이란 회사는 블루펀드에서 투자받은 것이 아닙니다. 코링크PE가 운영하는 여러 개의 펀드 중에서 ‘배터리펀드(한국배터리원천기술 코어밸류업 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에서 투자를 받았습니다. 즉, 조국 전 장관 가족이 WFM에 투자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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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링크PE가 갖고 있는 펀드의 관계도. 조국 가족이 투자한 펀드와 문제의 ‘큐브스’ 사이의 거리는 매우 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각각의 펀드를 예금 통장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그럼 코링크PE는 여러 개의 예금 통장을 갖고 있는 일종의 ‘통장 관리인’입니다. 조국 전 장관 가족은 ‘블루 통장’에 돈을 넣었는데, 다른 예금 통장인 ‘배터리 통장’에서 WFM이란 회사에 돈을 투자한 셈입니다.

 

게다가 WFM이란 회사가 큐브스에 돈을 투자한 것은 배터리 통장에서 투자를 받기 전입니다. 배터리 통장에서 투자를 받기 전 WFM은, ‘이보영의 토킹클럽’ 등을 운영하는 ‘에이원앤’이라는 교육 회사였습니다. 즉 이전까지 교육 사업을 하다가 2017년 10월 배터리 통장에서 투자를 받으니 배터리 사업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에이원앤이던 2014년 12월, 이 회사가 큐브스에 8억 원을 투자합니다. 이후 버닝썬 경찰총장 윤 총경도 2015년에 큐브스 주식을 매입합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코링크PE라는 통장 관리인이 나타납니다. 코링크PE가 설립된 것은 2016년 2월입니다. 이후 2017년 5월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임명되면서 그해 7월 정경심 교수가 코링크PE 블루펀드에 투자하게 되는 겁니다. 시기상으로 따져봅시다. 조국 전 장관이 큐브스에 투자한 겁니까? 조국 전 장관이 버닝썬 경찰총장에게 투자한 것이라고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모르면 배워서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라

게다가 만약 자금 흐름이 이상하다면 통장 관리인인 코링크PE에 문제를 삼아야지, 통장에 돈을 넣어둔 투자자에게 문제를 삼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물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있을 순 있습니다. 언론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고 싶다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실’ 중에 핵심 포인트를 취재해서 밝혀내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 언론이 받아쓰고 있는 조국 전 장관과 버닝썬의 연결고리는 이해가 안 됩니다. 의문투성이인데도 언론은 검찰의 수사 상황을 그대로 받아쓰기 하고 있는 겁니다.

 

조국 장관이 버닝썬 윤 총경 또는 정 전 대표와 연관 있으려면 이 사이에 정말 많은 단계가 필요합니다. 언론이 이걸 인지하고 있다면 단순히 검찰의 말을 전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다각도로 취재해서 보도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 뚜렷한 근거 없이 버닝썬 윤 총경 기사에 조국 전 장관을 등장시키는 것은 검찰의 시각에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증거이거나 버닝썬 수사를 조국으로 덮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런 목적이 아니라면 버닝썬 사건 해결을 위한 취재와 보도에 힘을 쓰십시오. 이를 정쟁으로 이용해서 버닝썬 사건이 덮이도록 놔둬서는 안 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9월 7일~10월 1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 기사)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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