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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감반원의 죽음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등록 2020.01.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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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 청와대 특감반원 출신 백 모 수사관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검찰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경찰의 수사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수사중이었고, 당시 청와대 특감반원 소속으로 울산을 방문한 백 수사관은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당시 백 수사관을 포함한 특감반원 2명의 울산지역 방문은 검경 갈등이 불거졌던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검찰의 수사방향과 청와대의 해명이 상반된 상황에서 참고인 조사를 앞둔 백 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많은 언론이 주목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이 사건을 연일 보도하며 백 수사관의 사망을 다분히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고인의 유서를 멋대로 해석하는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2019/12/3)에 출연한 최지원 기자는 백 수사관이 “윤 총장에게 죄송함을 표시”했다며 유서의 분량과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이후 다른 출연자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유서의 내용으로 보아 백 수사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신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 빈소를 특히 뭐. 불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걸 정치적으로 비교하는 건 그렇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윤석열 총장은 당일에, 당일 저녁에 동료들과 함께 와서 술잔을 기울이고 뭐 위로했고. 백원우 비서관은 다음 날 아침에 와서 유족 위로하고 돌아갔는데. 뭐 여러 가지 말보다 그런 그림 하나가 다 모든 걸 이야기해주는 것 같고 하나 특히 참고할 거는 어떤 가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가장 걱정되는 게 뭐죠?

 

진행자 엄성섭 : 가족들이죠.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 가족 아닙니까? 누구한테 그 가족을 부탁하게 되죠?

 

진행자 엄성섭 : 가장 믿는 사람 아닐까요?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 그렇죠. 그렇다면 왜 이 수사관이 마지막 선택을 하면서 윤 총장에게 가족을 부탁했는지 거기에 많은 의미가 함축됐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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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모 수사관의 유서 내용 왜곡한 이도운 씨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2019/12/3)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외면한 언론…유가족은 못 본 유서 내용까지 공개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뿐만 아니라 당시 많은 언론은 백 수사관이 남긴 유서의 내용을 그대로 공개했고, 의미를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도들은 언론이 스스로 만든 자살보도 권고기준3.0을 정면으로 위반한 내용입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서는 “유서와 관련된 사항을 보도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합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고인과 유가족의 사생활 보호를 비롯해 유서에 담긴 의미를 추측하는 보도들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무엇보다 백 수사관이 남긴 유서는 당시 유가족들조차 확인하지 못한 내용이었습니다. 검찰은 백 수사관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유서를 비롯해 휴대전화, 메모 등을 확보해갔습니다. 한겨레 <숨진 전 청와대 특감반원, 긴급체포 걱정…유족들 “유품 빨리 돌려달라”>(2019/12/3)에 따르면 김조원 민정수석은 백 수사관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고인이 남긴 유품을 빨리 돌려받았으면 좋겠다는 유족들의 부탁을 받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한겨레는 “유족들은 특히 백 수사관이 남긴 유서를 돌려받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유서의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오히려 고인의 유서를 유가족이 장례를 치를 때까지 확인하지 못하도록 만든 검찰의 결정이 옳았는지를 지적했어야 합니다. 반면 이런 정상적인 역할을 하지 않은채 언론이 공개한 유서의 내용은 아무런 공익성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해야할 일은 안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몰두하는 언론의 못된 버릇이 또 나온 것입니다.

 

유서 공개도 모자라 의도까지 멋대로 추측한 이도운

백 수사관의 유서 내용을 공개한 뒤 의도를 추측한 이도운 씨의 발언은 더 큰 문제입니다. 이 씨의 발언을 정리하면 ①백 수사관은 유서에 ‘윤석열 총장에게 가족을 부탁한다’는 내용을 적었다 ②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가장 신뢰하는 사람에게 가족을 부탁했을 것이다 따라서 ③백 수사관이 가장 신뢰한 사람은 바로 윤석열 총장이라는 내용입니다.

 

이런 발언은 유서 내용을 왜곡한 무의미한 추측일 뿐입니다. 백 수사관이 유서에 적은 정확한 표현은 ‘가족을 부탁한다’가 아닌 ‘가족을 배려해 달라’였습니다. 이 씨 발언의 시작이었던 ①부터 사실 왜곡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②는 이 씨의 시각에 백 수사관의 의중을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③은 잘못된 전제와 추측에서 비롯된 왜곡된 결론이었습니다.

 

한겨레 <숨진 전 청와대 특감반원, 긴급체포 걱정…유족들 “유품 빨리 돌려달라”>(2019/12/3)는 익명의 백 수사관 측근들을 통해 “주변에 상당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 긴급체포를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윤석열 총장을 가장 신뢰했다는 이 씨의 해석과는 달리 백 수사관이 검찰수사에 압박을 느꼈다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 씨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은 백 수사관의 짧은 유서 내용을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연결시키며 의혹을 증폭시켰습니다. 유서의 일부 내용만을 가지고 유서를 작성한 고인의 의도를 추측하는 하지말아야 할 자살 보도를 한 것입니다.

 

“윤석열 총장은 2시간 반, 백원우 전 비서관은 17분”…TV조선의 유치한 백원우-윤석열 비교

같은 날 방송에서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조문 모습을 비교하는 내용도 등장했습니다. 출연자 문승진 기자는 두 사람의 조문 소식을 전하더니 “두 분이 다 다녀갔지만 약간의 온도차이는 있”다며 백원우 전 비서관의 조문을 구체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이어 “여기에 대비되는 조문도 있습니다”라며 윤석열 총장의 조문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TV조선은 빈소에 머문 시간, 옷차림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두 사람의 조문을 노골적으로 비교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모습 설명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모습 설명

윤 총장은 조문을 한 뒤에는 대검 간부들과 함께 빈소 테이블에 앉아서 약 2시간 반 동안 머물렀는데

약 한 17분, 20분이 채 안 된 시간 방문을 하고 갔군요.

윤 총장은 검은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채 굳은 표정으로 일단 장례식장으로 들어섰고

터틀넥에 검은 양복차림으로 빈소를 찾은 백 전 비서관

윤 총장은 장례식장에서 ‘능력 있는 수사관이었다, 안타깝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요.

빈소 안에서는 유족들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어제 윤석열 총장이 왔을 때보다 더 큰 울음소리가 계속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 윤석열 검찰총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비교하며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2019/12/3)에 등장한 발언 ©민주언론시민연합

 

조문 복장, 조문 시간, 울음소리 크기…불필요한 정보만 시청자에게 전달한 TV조선

TV조선이 두 사람의 조문 모습을 설명한 내용들은 전형적인 ‘윤석열 vs 백원우’의 대결구도였습니다. 특히 조문 시간을 비교하며 “20분이 채 안 된 시간”과 같은 내용은 백원우 전 비서관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능력 있는 수사관이었다, 안타깝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눈물을 흘렸다”와 같은 내용은 윤석열 총장에게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내용이었습니다. TV조선은 무의미한 대결구도 형성도 모자라 공정하지 않은 설명까지 덧붙인 것입니다.

 

이런 내용은 앞서 민언련 보고서 <'조국 등산 복장', '윤석열-조국 말투 비교'...TV조선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11/1)에서 지적한 조국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투를 비교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조문 시간, 조문 복장 등 사소하고 단편적인 사실에만 집착하는 TV조선의 대담은 시청자가 알아야 할 정보가 아닙니다. 또한 두 사람의 행동을 비교하며 ‘누가 더 안타까워했다, 누군 덜 안타까워했다’와 같은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드는 일에 불과합니다. 이런 비교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TV조선의 저널리즘 수준이 어디까지 떨어져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망한 특감반원 발인식 장면을 정부 비판에 이용한 TV조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2019/12/5)은 백 수사관의 발인식에서 유가족이 오열하는 모습, 시신 운구 장면, 영정을 옮기는 장면 등을 세세하게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이 이 내용을 소개한 이유는 단순한 추모가 아닌 정치적 목적이었습니다.

 

발인식 소식을 전하며 문승진 씨는 “유족들은 A 수사관을 부르짖으면서 통곡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유족들과 발인식에 참석한 인물들의 울음소리가 담긴 장면을 편집한 자료화면이 등장했고, 자료화면이 끝난 뒤 이루라 기자는 “수사관들 사이에서 이런 한탄의 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며 정부 비판 여론을 소개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 수사관들 사이에서 한탄 소리요?

 

이루라 기자 : 한 수사관은 이야기하기를 ‘결국 수사관들이 높은 분들에게 도구로 사용된 게 아니냐’ 이러면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엄성섭 : 높은 분들에게 도구로 사용됐다?

 

이루라 기자 : 그리고 또 ‘이번 정권은 다를 줄 알았는데 결국 똑같았다. 이래서 앞으로 누가 청와대로 파견가려고 하겠느냐’ 이러면서 좀 하소연들을 내비쳤다고 합니다.

 

진행자 엄성섭 : 이번 정권은 다를 줄 알았다. 사실 많은 분이 그런 기대를 했고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도 그렇게 기대를 해달라고 주문을 했던 상황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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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모 수사관 사망에 정부 책임론 주장한 이루라 씨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2/5)

 

결국 TV조선이 유가족의 오열 장면, 시신 운구 장면까지 보여주며 장례식 상황을 세세하게 전달한 대담의 결론은 ‘이번 정권은 다를 줄 알았는데 결국 똑같았다’는 백 수사관의 사망이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정치적 목적에 수사관의 사망을 이용한 TV조선…최소한의 양심도 지키지 않았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주장을 시작으로 등장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은 아직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입니다. 또한 검찰이 김 전 시장 측근의 비리를 경찰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는 당사자의 주장이 등장하는 등 아직까지도 하명수사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수사관이 이야기 하기를”이라며 정부가 백 수사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듯 설명하는 것은 근거가 없는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TV조선이 정말 백 수사관의 죽음을 추모하고 싶었고,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취재를 통해 진실을 전달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이에 대해 어떤 취재 내용도 전달하지 않았고, 백 수사관의 장례식을 길게 보여준 뒤 정부의 책임이 있는 듯한 발언을 굳이 소개했습니다. 이런 구성은 추모를 가장해 백 수사관의 사망과 유가족의 슬픔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일 뿐입니다. TV조선이 언론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억측과 오해를 낳기 전에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사실과 진실을 보도하려는 자세를 먼저 갖추길 바랍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12월 3일, 5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전한빈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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