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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는 없고 추측만 난무하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등록 2020.01.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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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 청와대 특감반원 출신 백 모 수사관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검찰은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유서, 휴대전화, 메모 등의 유품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12월 2일부터는 유서의 일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백 수사관 죽음의 이유에 대한 추측성 보도들이 이어졌습니다. 이 내용을 다룬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서도 백 수사관의 죽음에 대한 추측성 발언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예단을 갖고 접근하고 싶지 않다”더니 죽음의 이유까지 추측한 고성국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9/12/2)에 출연한 고성국 정치학 박사는 백 수사관의 죽음에 “어느 쪽에 예단을 가지고 이 상황을 접근하고 싶지 않”다며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고성국 씨는 자신의 발언과 달리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를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다며 백 수사관의 죽음의 이유를 추측했습니다.

 

고 씨는 먼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이어 백 수사관은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진술로 인해서 주위 사람들이나 특히 상관들한테 또는 자기가 소속해서 일했던 기관한테 엄청난 사법적, 정치적 부담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경우”에 해당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고 씨는 앞선 설명을 통해 백 수사관의 죽음은 청와대나 검찰총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고성국 정치학 박사 : 저는 개인적인 모멸감이나 모욕감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사건의 정황이나 여러 가지 성격상. 그렇다면 뭔가 자신으로 인해서 자기가 속해 있었던 원래 친정집에 해당되는 검찰이나 또는 얼마 전까지 일했던 청와대나. 또는 그로 인해서 그 과정에서 좋든, 싫든 맺었던 인연. 백원우 비서관이나 조국 수석이나 또는 윤석열 총장이나 이런 사람들한테 자신의 진술이 어떤 형태로든 부담을 줄지 모른다고 하는. 이런 데에서 오는 아주 고통스러운 이 상황이 이분으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하게 했을 가능성이 좀 높다. 저는 이렇게 일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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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모 수사관 사망에 자살의 유형을 멋대로 나눈 고성국 씨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9/12/2)

 

그러나 고 씨의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고, 고 씨는 정치적인 시각에 몰두해 백 수사관의 죽음이 “이분 스스로 꼬리 끊기를 이른바 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심지어는 오로지 자신의 추측만으로 만들어낸 경솔한 분석을 두고 “극단적 선택을 통해서 꼬리 끊기를 시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이런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합리적 의심인 듯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고성국의 발언은 ‘자살보도 윤리강령’이 정한 하지말아야 할 보도의 전형이다

고성국 씨처럼 자살의 배경을 쉽게 유형화하는 것은 언론이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자살의 원인과 배경은 유형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고 씨의 발언만 놓고 보더라도 수사에 대한 모욕감과 외부에 끼칠 영향을 우려하는 두 경우가 동시에 해당 될 수 있고, 전혀 다른 원인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유서의 일부만으로 이런 식의 논평을 했다는 것은 잘못된 자살보도의 위험성을 고 씨 스스로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슷한 지적은 한국기자협회의 자살보도 윤리강령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살보도 윤리강령에서는 “언론이 자살 현상에 대해 보도할 때에는 확실한 자료와 출처를 인용하며, 통계 수치는 주의 깊고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고 충분한 근거 없이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고 씨처럼 무의미한 개인의 추측,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자살을 유형화하거나 현상을 분석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검찰이 수사중인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백 수사관 역시 하명수사에 관여됐는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 씨는 수사상황을 객관적으로 고려하지 않은채 하명수사는 존재했고, 백 수사관은 하명수사에 관여한 듯 설명한 것입니다. 이런 발언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주장이 아닐뿐더러 고인에 대한 모욕이었습니다.

 

‘해병대 출신’, ‘의리를 중요시 여겼다’는 내용으로 자살 원인 추측한 TV조선

고성국 씨는 백 수사관의 범죄여부를 단정지은 뒤 인물평을 이어갔습니다. 고 씨는 언론에 익명으로 “전 특감반원들의 증언 또는 진술이라고 보도된 내용들”이라며 백 수사관이 “해병대 출신이고 또 의리를 평소 굉장히 중시했던 그런 인품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백 수사관의 성품이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고성국 정치학 박사 : 이미 참고인 조사라고는 하지만. 이제 곧 몇 시간 후면 나가서 금년 초에 했던 그 진술, 참고인으로서 가서 했던 진술. ‘울산에 내려간 적이 없다’고 하는 이 진술과 관련해서 이제 참고인이라도 말이 다르면 추궁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하루 이틀 전에 대통령 비서실장은 내려갔다고 지금 주장을 하고 있고. 또 그 내려갔다고 하는 것이 고래 때문에 내려갔다고 하는 바람에 정말 국민적으로 더 의혹이 증폭돼 있는 이런 상태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런 상태에서 이분이 평소에 중시하던 의리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이 극단적 선택을 혹시 선택한 건 아닌가라고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하루 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9/12/3)에서는 고 씨의 주장이 진행자 윤정호 씨의 입에서 다시 등장했습니다. 윤정호 씨는 백 수사관이 “굉장히 의리를 강조하는 분”, “해병대 출신이고 성품이 올곧고 이런 분”이라며 “진술한 게 잘못된 경우에 또 말을 바꿔야 되는데. 또 노영민 실장이 갔다고 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또 부담도 갖지 않았겠느냐”며 고 씨의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인물평을 통해 자살의 원인을 추측하는 발언이 출연자뿐만 아니라 진행자에게서도 나온 것입니다.

 

TV조선은 제작진부터 출연자까지 자살보도에 대한 개념이 없다

자살보도에 있어 언론은 원인을 성급하게 추측하거나 단정지어서는 안됩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내용들만으로 자살의 정확한 동기를 알 수 없고, 섣부른 언론의 보도가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자살을 부추기는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TV조선은 ‘해병대 출신’, ‘의리를 중요시 여겼다’와 같은 인물평으로 극단적 선택의 원인을 추측했습니다. 애초에 군 복무이력과 평소 성격이 자살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음에도 지나친 논리적 비약을 보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출연자 고성국 씨의 발언을 진행자 윤정호 씨가 하루 뒤 그대로 반복한 것은 큰 문제입니다. 제대로 된 진행자라면 출연자의 빈약한 근거로 자살의 원인을 추측하는 발언을 지적하고 바로잡았어야 합니다. 또한 프로그램 차원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출연자와 진행자의 발언을 바로잡거나 중단시키는 조치가 취해졌어야 합니다. 그러나 윤정호 씨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 내용을 반복해 전달했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제작진은 이를 방치했습니다. 제작진부터 진행자, 출연자까지 자살보도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입니다.

 

자극적인 보도가 나오면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받아쓰는 TV조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방송 도중 보도된 세계일보 <단독/숨진 ‘별동대 수사관’ “휴대전화 초기화 말아달라”>(2019/12/2)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일보는 백 수사관의 유서에서 “휴대전화 초기화를 시키지 말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조전혁 전 국회의원은 세계일보 보도에 나온 유서의 내용이 “자신의 휴대폰이 열리면 진실이 밝혀진다는 뜻을 내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서정욱 변호사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서정욱 씨는 앞선 조전혁 씨의 주장과 함께 검찰의 잘못이 없다는 증거가 나왔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서정욱 변호사 : 저는 이제 초기화 하지 말아달라 아주 이게 이례적인데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봐요. 하나는 본인이 모든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진술은 못 했지만. 그러기에 내가 핸드폰을 가장 중요한 증거를 남기고 그대로 있으니, 이 핸드폰의 문자나 통화 내역을 다 조사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 이게 첫째 의미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는 이것만 보더라도 이게 별건 수사는 아닌 것 같아요. 만약에 가족에 대해서 별건 수사를 압박했다면 그걸 핸드폰에 밝혀달라 이게 이유가 없잖아요.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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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관계 확인 안된 내용으로 추측에 추측을 더한 서정욱 씨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9/12/2)

 

두 사람의 발언은 모두 세계일보를 사실로 가정한 채 개인적 해석을 덧붙인 내용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TV조선은 사실관계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세계일보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TV조선이 사실관계 확인 안하는 사이 정반대의 주장도 나와

그러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가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전달한 세계일보의 보도는 곧바로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등장했습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기 전 백 수사관의 유품을 보관했던 서초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민중의소리 <경찰 “전직 특감반원 유서에 ‘휴대전화 초기화’ 내용 없어”>(2019/12/2)에 "우리가 확인한 메모 등 자료에는 '휴대 전화 초기화를 시키지 말라'는 요청 관련한 부분은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해당 내용을 처음 보도했던 세계일보마저 <"초기화 말아달라"…숨진 수사관 '휴대전화', 청 의혹 향방 가를까?>(2019/12/2)에서 “유서에는 ‘휴대전화를 초기화 시키지 말아달라’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지만, 검찰과 경찰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며 자신들의 보도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반박을 전했습니다.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비롯해 모든 보도의 기본은 사실관계 확인입니다. 정상적인 프로그램이었다면 세계일보의 보도가 사실인지 확인한 뒤 방송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다루지 않았어야 합니다. 그러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해당 보도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는커녕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과 같은 가정을 통해 대담을 이어갔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보도의 기본조차 지키기 않는 TV조선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일방적인 주장 전달이었습니다. 조전혁 씨와 서정욱 씨 모두 세계일보의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사실로 가정한 뒤 의미를 부풀렸지만 이에 대한 진행자, 제작진의 제지는 없었습니다. 출연자들의 문제 발언 이전에 TV조선 <이것이 정치다>가 타사의 자극적인 기사를 그대로 전달하면서 문제가 벌어진 것입니다.

 

의혹이 터지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날 방송에서 조전혁 씨는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이 사실인 듯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 씨가 내세운 근거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조전혁 전 국회의원 : 제가 길지 않은 정치 경험이지만 제 정치경험상 보면은. 이런 의혹이 터지면 대부분 나중에 다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 정권 들어와서 보면요. 이 정권이 계속 주장했던 슬로건이 뭔가 하면 특권 없는 세상 만들겠다. 그리고 뭐 공정, 정의를 갖다가 외치고 민주, 민주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공정, 정의는 조국 사태를 갖다보면서 이 정권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건 갖다가 국민이 다 알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유재수 사건을 갖다보면서 진짜 특권 있는 이너서클들이 국정을 갖다 농단을 갖다하고 있구나 하는 이런 느낌을 국민들이 가지게 되겠구요. 마지막으로 입만 열면 민주, 민주를 갖다 외치는 이 정권에서 사실 경찰의 대의 민주주의 근본이 되는 선거 개입 의혹이 굉장히 신빙성 있게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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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거없는 주장을 반복하는 조전혁 씨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9/12/2)

 

결국 진행자 윤정호 씨는 미소와 함께 조 씨의 발언을 “방송에서는 저희가 일반화 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라고 주지시켜 드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애써 수습했습니다. 그러나 윤정호 씨가 웃음과 함께 급히 발언을 정리하는 사이 조 씨의 발언이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과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지적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은 근거 없는 주장 반복하는 조전혁을 왜 자꾸 출연시키나

조전혁 씨는 비슷한 발언으로 이미 민언련 보고서 <추측에 추측을 더한 소설부터 성소수자 혐오까지…종편은 변하지 않았다>(2019/11/1)에 등장한 바 있습니다. 당시 조 씨는 윤규근 전 청와대 행정관 아내의 해외 파견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그런 경우가 사실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거의 한 90% 이상 그러니까”라며 비슷한 경우의 대부분이 비리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에도 조 씨가 내세운 근거는 없었고, 진행자 윤정호 씨는 “개인적인 생각”, “객관적으로 확인이 안된 것”이라며 발언을 무마했습니다.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조 씨는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적어도 조 씨가 출연하는 이유는 전문적인 지식을 토대로 사안에 관한 깊은 통찰과 해석을 시청자에게 제공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조 씨가 하고 있는 역할은 근거없는 주장으로 일방적인 비난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특히 진행자마저 통제하지 못하는 수준의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같은 방송에서 같은 출연자가 비슷한 문제 발언을 다시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근거없는 주장을 펼침에도 프로그램 차원에서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 씨와 같이 문제 발언을 일삼는 출연자를 지속해서 섭외한다면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대한 비판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12월 2~3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심신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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