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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비례대표 전략공천’ 금지한 게 ‘월권’이라고?
등록 2020.02.19 18:23
조회 111

 

2월 2주차 나쁜 신문 선거보도

 

1. ‘비례대표 전략공천 금지’가 ‘월권’이라는 조선일보

 

총선 관련 보도의 상당수가 각 정당별 행보에 집중되는 최근, 특히 보수통합과 선거제 개편에 따른 각 정당의 전략이 조명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비례용 위성정당’이라 할 수 있는 미래한국당을 출범시켜 선거제 개편의 취지를 후퇴시켰는데요. 조선일보는 미래한국당이 지닌 태생적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미래한국당을 두둔하는 기사를 냈습니다.

조선일보 <비례대표 전략공천 못한다선관위 월권 논란>(2/7, 김아진·윤형준 기자)은 이미 제목에서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불허한 선관위에 “월권”이라 비판하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할 때 ‘민주적 투표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한 개정된 공직선거법 제47조 2항에 따라 ‘비례대표 전략공천’이 위법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런 선관위가 잘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조선일보는 당리당략이나 지역구도 등 유권자 권리와 무관한 가치를 중심으로 추천하던 기존의 ‘비례대표 전략공천’ 관행도 바람직하며 옳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례대표 전략공천 금지’ 비판한 조선일보, 미래한국당 대변하나

조선일보는 “범여권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선거법에 따라 선관위가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 공천까지 간섭하고 있다”, “선관위가 정당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사실상 정권 총선 전략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이라는 자유한국당 및 야당 관계자의 입장을 전했는데요. 이렇게 야권의 입장을 인용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계가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당원 투표 제도를 일방적으로 법제화한 것”이라며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는 전략공천을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비례대표만 이를 막는 것은 미래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공천을 제한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라고 우겼습니다. 그리고 “헌법과 정당법상 정당 활동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 가 있다며 선관위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습니다.

 

‘비례대표 후보 추천은 민주적 절차로’ 조항은 원래 있었다

조선일보의 보도에는 ‘전략공천’의 폐해를 면밀히 고려한 흔적이 없습니다. 개정된 법 문구대로 해석을 내놓은 선관위 결정이 왜 ‘월권’이라는 것인지도 자유한국당 입장 해석만 엿보일 뿐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또한 개정된 선거법과 선관위 해석이 마치 미래한국당만 불리하도록 탄압하는 조치인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이번 선거법 개정 이전에도 ‘비례대표 공천이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조항은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러한 맥락을 모두 배제한 채 ‘2016년 총선 당시 친문이 만든 걸 일방적으로 법제화한 것’이라고 우겼는데요. 2016년 총선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정무적 판단”이라며 강행한 공천이 문제가 된 것은 사실이나, ‘정무적 판단’이라는 미명 아래 깜깜이로 이뤄졌던 과거의 모든 ‘전략공천’ 중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자유한국당 역시 새누리당 시절 ‘친박’을 중심으로 한 ‘공천 갈등’으로 ‘옥새 파동’까지 일으킨 바 있습니다.

 

폐해 만연한 ‘전략공천’을 금지한 게 ‘야당 탄압’이라고?

‘지역구는 전략공천 허용하면서 비례대표만 막는 것은 야당 탄압’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실소를 머금게 합니다. 일단 비례대표 전략공천 금지로 야당만 곤란해진 것이 아닙니다. 여당 역시 선관위 해석에 따라 20일, 비례대표 후보 일부의 전략공천을 허용한 당헌‧당규 조항을 삭제하기로 결정해야 했습니다. 지나치게 자유한국당이나 미래한국당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다 보니 이런 일방적인 기사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조선일보가 ‘야당 탄압’이라는 빌미로 ‘전략공천’을 다 허용해야 하는 것처럼 주장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이 오랫동안 관행으로 해왔던 ‘전략공천’은 늘 계파 갈등이 극대화되는 이벤트로 전락했고 그 때문에 밀실 공천, 측근 내리꽂기, 자객 공천이 만연했습니다. 선거가 오로지 정치인들의 ‘제 식구 챙기기’,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전략공천’이었던 겁니다. 지역구 후보 추천에서도 추후 법 개정을 통해 전략공천에 제한을 둬야 하며, 이미 각 정당은 경선 지역과 전략공천 지역을 따로 두며 민주적 절차의 시늉이라도 보이고 있습니다. ‘무제한 전략공천’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겁니다. 조선일보만 이를 모르는 걸까요?

 

선정 위원 한마디

* 제목과 앞부분 내용을 보다 자유한국당 논평이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 그래서 전략공천을 하든 말든 자유여야 한다는 이야기인거지요? 밀실공천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 모든 정당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룰인데, 야당 탄압이라니... ‘전지적 미래한국당’ 시점이라 보이네요.

 

 

2월 2주차, 좋은 선거 보도

안타깝게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2/5~2/7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지면보도에 한함)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kr/YGT0noy4

 

<끝>

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 정리 주영은·이슬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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