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총선 앞둔 ‘보수 유튜브’의 ‘고인 모독’과 ‘노조 혐오’
등록 2020.02.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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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콘텐츠 생산, 유통,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는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혐오·차별·허위조작정보의 확산 경로라는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이 우후죽순 생겨나 올바른 정보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입니다. 구독자 수에 따른 상위 10개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을 보면 무려 8개가 이른바 ‘보수 유튜브’로서 정파성이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는 구독자 수 기준 상위 10개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의 선거 관련 콘텐츠 속 혐오·차별, 허위조작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심각한 사안, 사실관계 확인이 분명한 사안은 따로 선별하여 발행합니다.

 

다만,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는 언론사들의 추가적 팩트체크가 필요한 유튜브 속 허위조작정보와 다양한 혐오표현은 보고서로 발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칫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의 모니터보고서가 허위조작정보와 혐오표현을 확대재생산하는 역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언론사의 팩트체크 팀들이 주요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허위조작정보를 팩트체크해주시길 요청 드리며, 모니터링 결과를 이메일로 전달하겠습니다.

 

2월 3주차, 이주의 ‘나쁜 유튜브 채널’(2/17~2/19)

 

1. ‘노무현이 살아있다’며 고인 모독한 <가세연>

<가로세로연구소>는 2월 17일 방송 <미래통합당 공식 출범 총선 파괴력 전격 분석!!!>(2/17)에서 미래통합당 출범을 다루던 중 느닷없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욕보였습니다. 고정 출연자 김세의 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 살아있을 수 있다’는 황당한 허위사실을 마치 대단한 의혹이라도 되는 양 거론했습니다.

 

김세의 기자 : 제가 오늘 네이버에서 검색을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 살아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 살아있는 게 아닌가 그 의심이 되는 그게 좀 있었는데, 오늘 네이버에서 제가 ‘노무현’이라고 검색을 했었거든요. ‘노무현’이라고 검색했는데, 이게 프로필 수정할 때 ‘본인 참여’가 있는데 본인 참여로 2016년 7월 6일에 최종 수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노무현 본인 네이버 아이디로 수정을 하셨다는 건데 일반적으로 본인 아이디로 수정도 잘 하진 않지만 아무튼 좀 되게 독특한 것 같아요, 대통령이신 분이? 아무튼 좀 재미있는 좀 광경이 있어서 제가 오늘 좀 이걸 좀 캡처를 해서 여러분들께 보내드립니다. 아무튼 노무현 대통령 본인 참여로 2016년도에 네이버 프로필이 수정이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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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고 주장한 <가로세로연구소>(2/17)

 

따로 검증할 가치도 없는 허위사실입니다. 포털 사이트의 ‘인물정보’ 수정 내역을 빌미로 ‘2016년에 노무현 대통령 본인이 네이버 아이디로 수정을 했다’ 추정하고 ‘본인 아이디로 수정 잘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 자체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웃음거리로 삼으려는 의도입니다. 김세의 씨가 직접 ‘좀 재미있는 광경’이라며 조롱의 의도를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으나 이렇게 저열한 고인 모독이 반복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민언련이 확인한 결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포털 사이트 인물정보는 노무현재단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렇게 당연한 사실도 <가로세로연구소>는 고인을 모욕하는 데 이용한 겁니다. 특히 선거 시기, 미래통합당은 긍정적으로 다루면서 별 맥락도 없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호출한 것은 미래통합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습니다.

 

2. 5‧18광주민주화운동과 호남 유권자를 향한 모독

<고성국TV>는 5‧18광주민주화운동과 호남 시민들을 심각하게 모독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2월 17일 방송 <좌파폭격기 3인방, 이인영-김대호, 심상정-조형곤, 광주-주동식 [특별대담]>(2/17)에서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대표의 발언이 문제였습니다.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 호남에 가지고 있는 저는 상징 자산이라는 게 있다고 봐요. 저는 소위 말해서 어떻게 보면 좌파가 저는 굉장히 도덕적으로나 그 다음에 어떤 능력으로나 저는 굉장히 허접하고 부족한 세력이라고 보거든요. 근데 이 좌파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준 게 저는 호남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호남이 가지고 있는 상징 자산.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5‧18 피 아닙니까. 그걸 사실 가장 적절히 활용해 먹고, 자기네들의 정치적 입지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좌파라고 보거든요. 저는 그래서 사실은 그런 좀 비유를 합니다. 호남이 좌파한테 이용당하고 있다. 호남으로 치자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집안으로 보자면, 집문서, 땅문서, 문전옥답 문서까지 싹 넘겨주고 그 대신 짜장면 몇 그릇 얻어먹는 셈이다.

 

요약하자면 ‘도덕적으로나 능력으로나 허접한 좌파가 위기마다 5·18 희생자들을 악용해 호남 시민들을 선동했고, 호남 시민들은 거기에 넘어가 좌파에게 모든 걸 빼앗겼다’는 겁니다. 이렇게 적나라한 비방에 근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직 ‘좌파’ ‘호남’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혐오하는 악감정만이 나타납니다. 이 역시 반박할 가치조차 없으나 이러한 주장을 반복하는 자칭 ‘보수 세력’들이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은폐하는 진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저들이 말하는 ‘5·18의 피’는 바로 저들이 찬양하는 전두환 신군부 독재 정권이 광주 시민 학살을 자행해 발생한 희생이며, 그 희생은 ‘호남의 자산’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우리 민주주의 역사 전체의 등불입니다. 또한 <고성국TV>는 스스로 지목한 ‘좌파’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으나 호남시민들을 특정 정치 세력의 전유물, 심지어 ‘집문서, 땅문서까지 싹 넘겨주는 사람들’로 묘사하는 것은 호남 유권자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합니다.

 

3. 노조가 일자리를 없애니 ‘우파 정권’이 더 낫다고?

<펜앤드마이크TV>의 2월 18일 방송 <자유우파가 집권하면 달라지는 점(오정근의 경제산책)>(2/18)은 ‘자유우파가 집권해야 경제가 산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자유우파’를 자임하는 사람들이 자주 내비치는 뿌리 깊은 ‘노조 혐오’ 정서도 드러났습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한국의 노동 유연성이나 이런 것은 뭐 세계에서 거의 100위권 밖에 (있다) 이런 것이 지금 세계경제포럼의 평가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지금 강성노조가 지금 큰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는 상황이고, 10%밖에 안 되는 강성노조가 대다수 노동자들의 일자리 자체를 그야말로 문제를, 일자리를 자꾸 없애는 그런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동개혁과 금융개혁을 아무래도 친노조 정부보다는 우파정권이 좀 더 추진할 수가 있고요.

 

일단 ‘10%밖에 안 되는 강성노조가 대다수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앤다’는 말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근거도 없습니다. 오정근 씨 말대로 고작 10%도 안 되는 노조가 어떻게 대다수 일자리를 없앨 수 있을까요? 통계청이 지난 2월 12일 발표한 <2020년 1월 고용동향>을 보면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말 자체가 거짓임을 알 수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15~64세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0.8%p상승했고 “취업자는 2,680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만8천 명 증가”했습니다. 굳이 이런 수치가 아니더라도 ‘강성노조가 대다수 일자리를 없앴다’는 문장은 상식적으로 성립될 수가 없습니다. 뿌리 깊은 ‘노조 혐오’를 선동하는 겁니다.

 

또한 ‘한국의 노동 유연성이 세계 100위권 밖이라고 세계경제포럼이 평가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세계경제포럼이 2019년 10월 9일 발표한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97위로 순위가 높지 않은 것은 맞지만 ‘100위 권 밖’은 아닙니다. 또한 ‘한국은 노동 유연화가 약하다’라는 그 기본 전제도 확실한 사실이 아니라 <펜앤드마이크TV>의 일방적 판단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OECD의 국가별 공식 통계를 분석해 2015년 12월 발간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2006년부터 2014년까지의 노동이동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 “임시근로자의 비중도 2014년 기준으로 21.7%로 매우 높은 편”, “'5년 이상 근속기간이 보장되는 근로자 비중' 역시 칠레에 이어 가장 낮은 수치” 등 한국이 이미 노동 유연화가 상당히 진척된 나라임을 보여주는 요소가 많습니다.

 

OECD 공식 통계가 2015년까지의 수치만 제공하고 있어 현 정부에서의 수치 변동이 있는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문재인 정부도 ‘노동 공약’들을 대거 후퇴시키며 노동 유연화의 기조를 대체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 직후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대부분 ‘자회사 전환’을 통해 이뤄져 ‘외주화’의 껍데기를 완전히 벗겨내지 못했죠.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도입을 시작한 ‘직무급제’ 역시 정규직 ‘고용 보호’에 적합한 기존 ‘호봉제’에 비해 비정규직에 유리한 급여 체계로서 ‘비정규직 보호’와 ‘노동 유연화’를 동시에 꾀하는 제도입니다. 이 때문에 양대노총 등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직무급제에 반발하고 있으며 <펜앤드마이크TV> 대표 정규재 씨가 몸담았던 ‘한국경제’ 역시 <사설/연공서열 아닌 '직무와 성과' 서둘러야 고령사회 해법 열린다>(1/10)와 같은 기사로 ‘직무급제 확대’를 환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2월 17~19일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순위 상위 10개 채널의 게시물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w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x

 

<끝>

문의 박진솔 활동가(02-392-0181) 정리 강훈·이슬기‧이유빈‧채상희‧최한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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