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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입장문 나오자마자 유영하 변호사 초대한 TV조선
등록 2020.03.12 17:51
조회 376

3월 1주차 종편 시사프로그램 ‘말말말’

 

1. ‘박근혜 입장문’ 나오자마자 유영하 변호사 초대한 TV조선

3월 4일 오후, 박근혜 씨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입장문을 냈습니다. 그러자 당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4)는 입장문 발표 2시간 만에 유영하 변호사를 직접 출연시켜 단독 대담을 15분간 진행했습니다. 유 변호사는 일방적으로 박근혜 씨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TV조선은 이후 같은 주제로 출연자들과 별도의 대담을 11분간 진행하면서 무려 26분, 3월 4일 방송의 3분의 1 가량을 ‘박근혜 입장문’으로 채웠습니다. 국정농단으로 수감 중인 인물이 선거 개입 의지를 노골화하며 지지자들에게 특정 정당 지지를 사실상 요구한 입장문을 긴 시간 집중 조명한 TV조선은 과연 문제의식을 드러냈을까요?

 

TV조선은 비판적 관점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담 초반 <박 전 대통령, 미래통합당 지지 호소>라는 자막을 써 박 전 대통령이 입장문에서 ‘거대 야당’이라고만 표현한 것을 ‘미래통합당’이라고 친절히 ‘번역’해줬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정호 씨가 입장문에서 특정 정당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유영하 씨는 “어떤 특정 정당을 언급하시기에는 적절치 않지 않았나”, “다만 문맥을 잘 보면 그 뭐 해석에 뭐 그렇게 크게 어렵지 않다고 저는 그렇게 개인적으로는 판단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진행자인 윤 씨는 “거대 야당이라고 불리는 당에는 유승민 의원도 지금 있고요. 그리고 황교안 대표가 지금 맡고 있습니다”라며 ‘미래통합당’임을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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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막으로 거대 야당을 미래통합당으로 해석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4)

 

박근혜 씨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누구나 다 그 정당을 ‘거대 야당’이라고만 표현했습니다. 언론이라면 특정 정당 지지 표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요. TV조선은 대단히 부주의했던 겁니다. 이를 스스로도 느꼈는지 진행자 윤정호 씨는 ‘거대 야당’이 미래통합당이라던 자신의 말을 수습하려 애썼습니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 : 결국은 미래통합당,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해서 뭉치라는 메시지인 만큼 미래통합당에 힘을 실어 주는 것으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 알겠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미래통합당의 이름은 일절 쓰지 않았습니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 : 거대 야당.

 

진행자 윤정호 : 거대 야당이라는 말을 계속해서 썼고 유영하 변호사는 거대야당 하면 다 알지 않느냐. 이렇게 그냥 이야기를 했습니다.

 

‘유승민‧황교안 있는 거대야당’이지만 미래통합당이라 쓰지는 않았다?

진행자 윤정호 씨의 발언을 종합하면 ‘유승민 의원이 있고, 황교안이 대표를 맡고 있지만 거대 야당이라고 했지, 미래통합당이라고는 안했다’는 논리가 됩니다. 당연히 앞뒤가 안맞는 주장이죠. 겉으로는 특정 정당 지지를 표현하지도 않은 ‘박근혜 옥중서신’을 방송이 ‘특정 정당 지지’로 보도해버리면 심의규정 위반이므로 이를 수습하려다가 모순이 생긴 겁니다.

 

선거 시기에 출범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은 제4조(정치적 중립) 2항에서 “방송은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의 주의‧주장 또는 이익을 지지‧대변하거나 옹호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TV조선은 심의규정 위반에 따른 제재를 피하기 위해 ‘거대 야당’이 미래통합당이라던 스스로의 발언과 자막을 덮으려 노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TV조선이 말한 ‘유승민 의원이 있고, 황교안이 대표를 맡고 있는 거대 야당’은 누가 봐도 미래통합당입니다. 이미 방송으로 나간 자막은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박근혜 건강’까지 걱정한 TV조선, 결국 ‘사면’까지 꺼냈다

TV조선은 이 방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도 다뤘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씨는 “직접 박 전 대통령을 만나는 유일한 분이신데 건강상태는 좀 어떠십니까?”라며 물었고, 유 변호사는 “지난번에 수술하신 부위가 왼쪽 어깨 부분”, “거기도 조금 계속 불편하시고”, “건강, 그거 외에도 뭐 여러 가지 대통령께서 이렇게 안 좋은 부분이 있는데”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형집행정지와 사면에 대해서도 질문했습니다. 이에 유 변호사는 “그건 현 집권층에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은근히 석방 필요성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유영하 변호사 : 저희가 어떻게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될 문제도 아니고 그건 현 집권층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대통령께서 정확하게 2017년 3월 31일날 구속영장이 발부돼서 수감되신 이래로 지금 만 3년이 다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현대 사회의 참 불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전직 대통령들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 전향적으로 검토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연세도 지금 거의 칠순에 가까우시고 또 여러 가지 본인의 지병도 있으시고 이런 부분이 있고. 그래서 저도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접견을 들어갈 때 굉장히 조심하고 있습니다. 혹시 감염 여부 때문에 마스크 쓰고 들어가고 손 소독하고 이러고 있습니다.

 

한겨레가 지적한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 TV조선의 ‘박근혜 사면론’ 대담

‘박근혜 입장문’에 한겨레 <사설/박근혜, ‘국정농단’ 참회 없이 ‘옥중정치’ 할 때인가>(3/4)는 “한마디로 태극기 부대를 향한 노골적인 호소라고 할 수 있다. 분열적 행동을 하지 말고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단합하라는 취지”, “국정농단 등으로 탄핵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이 무슨 낯으로 선거를 앞두고 지지세력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이런 옥중정치는 현실정치에 영향을 미쳐 자신을 구명해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러한 비판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TV조선은 당연히 떠올려야 하는 문제의식을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변호사를 직접 초대하면서까지 그 입장을 대변하도록 했습니다. 이 자체가 선거 방송에 있어 기본적인 균형조차 상실한 겁니다.

 

2.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의 분신’이니까 비례대표 주자?

박근혜 씨의 입장문을 두고 MBN <뉴스와이드>(3/5)에서는 합리적 근거 없이 박근혜 씨를 옹호하고, 미래한국당이 유 변호사에게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서정욱 변호사는 ‘유 변호사에게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공천을 주느냐’는 진행자 백운기 씨의 질문에 “자유 우파가 총 단결”하고 “통합”하기 위해서 ‘박근혜 씨의 분신’인 유 변호사에게 공천을 주는 게 좋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백운기: 유영하 변호사가 ‘아, 이제 총선도 다가오는데 그동안 계속 내가 고생했는데 뭔가 좀 나 챙겨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래서 편지를 써줬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떠나서 기자가 물어봤어요. 당신은 어떻게 할 거냐? 그러니까 지역구 출마하기는 그렇고 뭐 그렇게 이야기하던데 혹시 미래통합당이 비례 줍니까?

 

서정욱 변호사 : 제 생각입니다. 제 생각은 이제 자유 우파가 총 단결하기 위해서는요.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유일하게 면회하는 어떻게 보면 분신 아닙니까? 그래서 이제 우리 자매 정당 있잖아요. 미래한국당. 거기에 비례를 주는 게 저는 이제 통합 차원에서 맞다. 이렇게 생각이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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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하 변호사에게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공천을 줘야한다는 서정욱 씨 MBN <뉴스와이드>(3/5)

 

미래통합당이 KBS 이사로 추천할만큼 서정욱 씨는 미래통합당 사람이라는게 드러난 인물입니다. 그러나 MBN이 서정욱 씨를 ‘변호사’로서 출연시키며 겉으로나마 시사 프로그램의 품위를 지키려한다면 이렇게 거리낌없이 미래통합당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게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시사 프로그램 출연자가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표출할 수 있다고 해도, 출연자로서 최소한의 균형감은 지녀야 하며 특정 정당의 대변인과 같은 발언은 ‘금도’에 가깝습니다. ‘출연자’인 서정욱 씨를 이미 진행자부터 ‘미래한국당 관계자’로 대우하며 ‘비례 추천 여부’를 묻고, 거기에 서정욱 씨는 대놓고 미래통합당을 대변하는 장면에서 종편 시사 프로그램의 한계를 뼈저리게 재확인하게 됩니다.

 

워낙 박근혜 씨와 미래통합당의 주관적 입장에 매몰된 주장이라 딱히 반박의 의미도 없으나 이것만큼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박근혜의 분신이니 유영하에게 비례를 주자’는 주장은 선거 방송에서 허용될 수 없는 수준의 발언입니다. 선거는 누군가의 분신을 뽑는 일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장치로서 유권자인 시민의 대표를 뽑는 것입니다. 비례대표제는 기존 정치 지형에서 충실하게 담아내지 못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더 많이 반영하고,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까지 국회에 진출시키기 위한 제도입니다. 이 상식적인 개념과 원칙을 지키는 것마저 그렇게 힘들다면, 시사 프로그램은 대체 왜 존재하는 걸까요?

 

3. 아직도 ‘지지율 단순 합산’을 하는 방송사가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과 후보별 판세 분석은 시사 프로그램에서 흔하게 이뤄집니다. 자연스럽게 지지율도 언급되기 마련인데요. 문제는 ‘지지율 단순 합산’을 판세 분석의 근거로 삼아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유불리를 논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지지율 단순 합산은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들을 모두 지워버리기 때문에 지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지지율 단순 합산을 분석의 근거로 쓴 방송이 나왔으며 심지어 내용에서는 과거 선거들의 지지율을 합산해 ‘진보 대 보수 1대1 대결’로 이번 총선을 가늠했습니다. ‘지지율 단순 합산’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채널A <뉴스TOP10>(3/5)에 출연한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는데 지금 더불어민주당하고 범여권이 강하게 비판하고 반박하지 않습니까? 뭔가 조금 긴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건데 선거라는 게 과학이고 수학입니다. 갈수록 1:1 구도로 굳혀지게 되면 2012년의 대선 결과 51.6 대 48%.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겼죠. 2017년에도 홍준표 후보하고 안철수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문재인 후보보다 더 큽니다. 그리고 홍준표, 안철수에 유승민 후보를 합친 그 지지율이 문재인, 심상정보다 더 큽니다. 보수와 진보가 1:1로 대결하게 되면 중도층이 줄어들면서 양쪽으로 갈라지게 되고 두 번의 대선에서는 보수층이 더 유리한 걸로 숫자로 나왔기 때문에 여권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이도운 씨 기대와 다르게 이번 총선은 ‘보수와 진보가 1대1로 대결’하는 선거가 아니며, 그러한 거대 양당 중심의 편협한 정치를 다원화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노력해왔습니다. 또한 2012년에 박근혜 후보를 택했던 유권자가 2017년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등 이도운 씨가 ‘보수’로 표현한 후보들은 물론, 이번 총선에서 ‘보수’를 택할 것이라고 단언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볼 근거도 없으며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도와야 할 선거 방송이 유권자의 표심을 제멋대로 재단해서도 안 됩니다.

 

4. 일본식 은어로 ‘심상정 대표 사기 당했다’는 TV조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으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꼼수라고 할 수 있는 비례정당 창당이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일찌감치 미래한국당을 창당했고, 범진보 진영에서는 이른바 ‘비례 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습니다. 제도 개혁 이후 처음 맞이하는 선거부터 선거제 개혁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어 우려가 큽니다. 이를 두고 TV조선 <신통방통>(3/2)에 출연한 김종래 충남대 특임교수는 선거제 개편 자체를 불법으로 묘사하면서 심상정 대표가 사기를 당했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폈습니다.

 

김종래 충남대 특임교수 : 패스트트랙 때는 일종의 4+1로다가, 일종의 암거래를 해서 통과가 된 거란 말이에요. 비례대표, 그때까지는.

 

진행자 윤태윤 : 서로의 관계에 따라서, 필요에 따라서 된 것

 

김종래 충남대 특임교수 : 그래서 심상정법이라고까지 하지 않습니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그런데 심상정 대표가 이제서 네다바이 당한 걸 알은 겁니다. 아 이게 이런게 아니구나. 그래서 심상정 대표 쪽하고 손학규 대표의 민생당이 참여를 안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건 정당 연합 비례전문당이 아니에요.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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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부적절한 표현 사용한 김종래 씨 TV조선 <신통방통>(3/2)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4개의 원내 정당과 창당을 준비중이던 대안신당 1개의 조직으로 구성된 ‘4+1 협의체’가 주축이 되어 선거법 개정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과시킨 일을 “암거래”로 규정한 것인데요. 아무리 ‘보수성향’의 출연자라고 해도 불법성이 확인된 바 없는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암거래’로 폄훼한 것은 부적절합니다. 선거법 개정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합리적 근거를 갖고 비판해야지 자극적 단어로 무작정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심지어 김종래 씨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거론하면서 시청자들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일본식 은어까지 썼습니다. “심상정 대표가 이제서 ‘네다바이’ 당한 걸 알은 것”이라는 표현인데 “네다바이”는 ‘배신 당하다’, ‘사기 당하다’를 뜻하는 일본식 표현으로 경찰 조직에서 주로 쓰이던 은어입니다. 경찰청도 이를 ‘구시대적 언어’로 규정하고 지난 2017년부터 순화한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2015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작한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에서는 “외국어 중 우리말 대체어가 있는 표현은 사용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진행자 윤태윤 씨는 “지금 아주 흥분한 상태에서 방송에 부적절한 용어가 조금 나온 것 같아서 정정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김 씨의 발언을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이런 문제발언을 반복하는 출연자를 고집하는 이유와 명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3월 2~6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w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x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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