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특별인터뷰] 거리낌 없이 ‘기레기’를 말하는 사회지만 언론은 민주주의에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김서중 상임공동대표)
등록 2020.04.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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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얼굴이 바뀌었다. 3월 20일 제23차(통합 34차) 정기총회에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와 김언경 사무처장이 신임 공동대표로 선출되었다. 상임 공동대표를 맡게 된 김서중 교수는 오랫동안 정책위원, 정책위원장 등을 맡아 민언련 활동을 이어온 대표적인 언론학자이다. 1992년 광주지역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를 시작으로 광주전남민주언론운동협의회 결성에 참여했고, 서울로 대학을 옮긴 이후에는 서울민언련에서 시민언론운동에 헌신해 왔다. 정년이 멀지 않았다는데 세월을 빗겨간 ‘동안(童顔)’과 모범생 표정은 한결 같다. 안경 너머로 반짝이는 눈빛과 마주한 가운데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나아갈 길과 언론개혁의 과제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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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차례가 됐으니 한번 좀 맡아라

 

신미희 사무처장: 앞으로 2년간 6천명의 회원분들과 함께 민언련을 이끌어가게 될 텐데요. 상임 공동대표를 맡은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김서중 상임 공동대표: 젊은 사람들이 대표를 맡아서 활기차게 민언련을 함께 움직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이 여러 사정상 과도기인 것 같고, 어쩔 수 없이 제가 맡았습니다. 1984년 처음 민언련(당시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이 만들어질 때, 아주 엄혹한 시절 어쩌면 그분들은 자신의 인생을 걸고 민언련을 만들었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지금 30년 정도 지나지 않았습니까? 민언련이란 조직은 그만큼 우리 사회 언론개혁운동에 꿋꿋하게 뿌리를 내리며 활동하고 있는 조직이 되었죠. 당연히 부담이 없을 수 없죠. 그렇지만 선배들이 해온 일을 네가 차례가 됐으니 한번 좀 맡아라 하는데 '안 하겠습니다' 이럴 순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그래서 맡았고,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주어진 일은 충실하게 하겠다는 마음입니다.

 

신미희: 제가 처음 대표님을 만난 게 1990년대 초반인데 민언련이 올해가 창립 36년이 되니까 사실상 민언련의 변화, 성장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민언련과 어떻게 인연이 된 거죠?

김서중: 전국에 민언련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지역 민언련은 독자성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데요. 제가 서울민언련에서 활동한 것만으로 30년은 아니고. 광주전남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1992년에 만들어져요. 그때 합류해서 1998년 성공회대학교로 옮기게 되면서 서울로 왔습니다. 서울에서 광주전남민언련 활동을 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어차피 언론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했으니 서울에서 활동하라는 선배 권유에 서울민언련에 합류하게 된 거죠. 그게 1998년이니까 20년은 넘었네요.

 
신미희: 1990년대 민주언론운동협의회 당시 한국언론정보학회 전신인 한국사회언론연구회 소속 소장학자들, 지금은 유명한 교수 또는 기관장 되신 분들이 정책자문을 해주었어요. 또한 한국언론정보학회 학술연구와 정책지원이 언론민주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였지요?

김서중: 제가 회장까지 맡았던 단체를 자화자찬할 수는 없지만(웃음)... 한국사회언론연구회에 소속된 연구자 중에는 서울민언련에 간사나 정책위원을 겸해 발벗고 나서 몸으로 뛴 분들까지 있고요. 그분들이 지금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언론정보학회가 1998년 학회로 바뀌면서 처음 대외활동을 한 게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만들 때 참여한 거였어요. 학계에서는 한국언론정보학회만이 참여했지요.

 

김두환: 언론중재위원회, 신문발전위원회, KBS 이사회 등 다양한 언론기구에서 활동하였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김서중: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사와 보도 피해자 사이에 협의를 통해 화해하도록 돕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이었습니다. 신문발전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때 여론 다양성 보장과 신문산업 진흥을 위해 설치한 특별기구였습니다. 당시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서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모색해보자는 취지였고, ‘신문법’으로 개정됐습니다. 핵심 중 하나가 신문발전위원회 설치를 통해 쇠락해가는 신문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었죠. 신문발전위원회는 신문산업 진흥을 위해 의미 있는 조직이었는데 '좌초했다'고 평가해요. 이른바 ‘조중동’이라는 큰 신문사가 신문법과 신문발전위원회를 정파적으로 해석해서 계속 비판했을 뿐만 아니라 지원받겠다는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신문사뿐 아니라 큰 신문사도 제대로 운영한다면 공공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이었어요. 이들 신문이 신문법을 정파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신문이 경쟁력은 낮더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매체이기 때문에 바람직하게 지원할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면 우리 언론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KBS 이사회는 박근혜 정부 때 이사로 참여했어요. 당시 정권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지 않은 KBS 이사들에게 저항했던 언론인들이 기자를 못하거나 전출되는 등 피해를 겪었어요. KBS 사장이 잘못한 것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 이사들은 나가라고 노조가 요구했고, 몇 사람이 나가게 되고 이후 제대로 사장을 뽑을 수 있게 되었죠. 그때 사장 선임 제도가 지금 KBS에 정착되었어요. 시민들이 사장 선출에 참여하는 방식인 거죠. 굉장히 혁명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촛불집회 당시 지금은 고인이 돼서 너무 안타까운 이용마 MBC 기자가 왜 공영방송 사장은 정권이나 아니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뽑느냐? 공영방송은 시민들이 뽑아야 되지 않느냐? 이런 얘기를 했어요. 그 취지를 민언련이 받아들여서 개정법 안을 내놨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KBS에서 그걸 실험해본 거죠. 언론중재위원회, 신문발전위원회 모두 의미 있었지만, KBS 이사로서 시민이 참여하는 형태로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방식을 바꾸는 현장에 있었다는 그 자체에 큰 의의를 둡니다.


잊을 수 없는 ‘세월호 특조위’


신미희: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도 했는데요, 세월호 참사보도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나요?

김서중: 저는 어떤 역할을 맡아서 해보라고 제안 받을 때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주저하기도 하고. 그런데 세월호 특조위는 달랐어요. 박석운 민언련 이사가 세월호 특조위 위원으로 추천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바로 ‘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제 인생에서는 아주 특별한 결정이었죠. 2014년 4월 16일, ‘전원 구조됐다’는 그날 오보 때문에 저도 마음 편하게 있었습니다. 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의 왜곡보도가 심해지는 걸 보면서, 언론운동을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심각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 당시 제가 기자회견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언론학 전공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라는 말부터 시작했어요. 세월호 보도가 우리 사회 언론의 문제점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하는데 그 중 하나가 상업언론의 폐해입니다.

언론이 사영구조니까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언론의 질을 너무 떨어뜨려 놨다는 거예요. 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오히려 진실을 가릴 수 있는 보도를 하면서 언론으로서 창피하지도 않은가? 어떤 면에서 자기네들은 ‘사실’이라고 보도하지만 그 사실이 정말 진실인가에 대한 반성은 있는가? 그동안 세월호 보도에 대하여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우리나라 언론이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정파적 언론이 여전히 존재하고 상업성에 끌려가고 있는 거죠. 청운의 꿈을 품고 기자를 제대로 해보겠다던 젊은이들에게 자괴감을 심어주는 언론의 행태, 그런 언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나름 좋게 평가할 수 있는 언론사들이 있음에도 언론 전체적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기레기'란 말을 쓰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죠. 참담합니다. 그래도 민주주의를 위해서 언론은 꼭 필요한 존재거든요. 그런데 언론을 이렇게 부정적으로만 인식하는 게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언론은 ‘꼭’ 존재할 필요가 있다

 

김두환: 언론개혁과 민언련을 주제로 이야기해볼까 하는데요. 민언련이 꼭 해야 되는 언론개혁 과제,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김서중: ‘언론은 존재할 필요가 있다’라는 걸 사람들이 느끼게 하는 것이 언론개혁의 목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언론개혁이란 게 좀 단순했어요. 권력은 언론을 탄압하려고 하고, 언론사는 저항을 못 하고, 소수 언론인들이 저항하다가 잘려 나갔고. 그러니까 ‘언론에게 자유를 줘라' 그러면 해결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느 때보다 언론의 자유가 확대됐고. 세계에서도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는 올라가고 있고, 언론자유가 충분하게 보장되고 있다고 얘기할 정도까지 와 있어요. 그런데 언론개혁이 여전히 필요하데요. 그건 뭐냐면 '언론이 왜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를 입증하기 위한 자구적 노력은 없는 상태에서 언론자유만 주어졌기 때문이에요.

물론 우선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 또는 언론사 안에서의 내적 자유 등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그렇게만 해주면 다 되느냐? 아닙니다. 언론인 스스로도 반성이 필요합니다. 언론답지 않은 언론, 그런 언론까지 사회가 다 바꿀 순 없다고 봐요.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는 주요 언론의 언론인들은 ‘지금 내가 언론인으로서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가’ 반성을 해야 됩니다. 우리는 언론들에게 언론의 자유가 주어지면 언론이 언론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점을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인 스스로도 어떻게 활동해야 제대로 하는 것이지? 복잡해진 사회에서 내가 사안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그럴 만한 능력은 갖췄는가? 이런 것을 스스로 돌아보는 게 정말 필요한 시기가 되었어요. 언론인들이 못나서가 아니라 더 노력해야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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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거저 오는 게 아니다

 

김두환:언론개혁 과제 중에 종편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어릴 적 기억으로는 종편이 출범할 때 시청거부운동까지 일어났던 기억이 나거든요.

신미희: 종편 문제가 아주 심각하죠. 제 주변에서 종편 안보게 해달라, 그게 어려우면 채널이라도 300번대로 빼게 할 수는 없냐면서 민언련이 나서달라는 당부를 많이 합니다. 종편 문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김서중:먼저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승인과 허가 권한을 갖고 있으니 제대로 사용해야 된다고 봅니다. 사실 방송통신위원회도 고민스러울 수 있다고 봐요. 법제도가 완벽하지는 않거든요. 그럼에도 이전 방송통신위원회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TV조선만 해도 낙제점으로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었는데도 취소하지 않았죠.

신미희: 봐줬네요.

김서중: 그렇죠. 이것이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선 종편 재승인 심사와 관련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부적격 방송사를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불비하다고 생각한다면, 퇴출해야 할 언론을 재승인 거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더 적극 노력했어야 하는 거죠. 또 하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힘은 시민입니다. 그래서 제일 실효성 있는 방법은 우리 사회 주체인 시민들이 종편을 거부하는 겁니다. 즉 보지 않는 겁니다. 방송다운 방송을 찾아 봐야 합니다.

평소 강조하는 얘기인데 민주주의는 거저 오는 제도가 아니에요. 민주주의뿐 아니라 유토피아. 우리가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얻어졌기 때문에 가치가 있고 그만큼 좋은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깨어있는 시민들이 노력 해야죠. 좋은 언론이 필요하면 좋은 언론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해야겠죠. 좋은 언론을 구독하거나 시청해주고. 또 나쁜 언론의 문제점을 주변 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해요. 비록 평소에 바쁘고 힘들더라도 깨어 있는 시민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내가 기여하고, 내가 노력해야 민주주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회원은 후원해주는 객체가 아니다

 

신미희: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들은 깨어있는 시민의 대표 주자라고 생각합니다. 회원 분들께 당부가 있으면 이야기해 주세요.

김서중: 대표 이전에 회원으로서 ‘민언련의 회원’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요. 민언련의 회원으로서 대표 맡으라니까 한 거고, 대표로서 해야 될 일이 있다면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더불어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회원 분들께 말씀드리자면 ‘민언련에서 말하는 좋은 언론이란 뭘까? 어떤 문제가 있을까?’를 한발 먼저 생각하며, 주변의 좋은 언론과 언론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런 것에 도움되는 콘텐츠가 필요하거나 교육이 필요하면 민언련에 요구해주세요, 이런 거, 저런 거 좀 해달라고. 회원이 단순히 후원해주는 객체가 아닌 민언련의 시민운동을 함께하는 주체로서 사무처는 무엇을 더 할 수 있고, 시민들은 무엇을 더 요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조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6년 ‘막말 종편’ 퇴출과 언론개혁을 열망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촛불로 새로운 시대를 맞았지만 여전히 종편과 보수언론의 행태를 보면 언론개혁의 길은 멀게 느껴진다. 이럴 때 회원들이 바라는 민언련이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비록 완벽한 답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번 김서중 신임 상임 공동대표의 인터뷰가 그 질문에 대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민언련의 얼굴이자 대표 회원이 될 김서중 상임 공동대표에게 회원들의 응원과 지지의 박수를 부탁드린다.

인터뷰‧작성 신미희 사무처장‧김두환 활동가 

사진·영상편집 이병국 이사

[날자꾸나 민언련 5월호  PDF 파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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