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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 6일 만에 종편 출연자로 복귀한 ‘철새 패널’ 등장
등록 2020.04.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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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는 철새와 같은 출연자들이 있습니다. 선거시기가 되면 후보자로 출마하기 위해 방송을 떠났다가 낙선 혹은 후보자로서의 활동이 끝난 뒤 슬그머니 복귀하는 이들입니다. 이러한 ‘철새 출연자’들 중에는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지 않는 ‘변호사’, ‘교수’라는 직함을 달고 방송에 나온 인사들도 많습니다. 시청자는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문가 출연자’가 최소한 객관성, 중립성을 갖고 평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정한 정치성향이 있더라도 ‘특정 정당 지지’는 지양해야 하는데요. 알고 보니 특정정당 지지를 넘어 특정 정당 소속이었던 출연자들이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종편 시사 대담 프로그램의 고질병입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많은 출연자들이 출마했습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철새 출연자’가 등장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미래통합당 고양시갑 지역의 미래통합당 후보였던 이경환 변호사입니다.

 

낙선 6일만에 복귀해서 곧바로 편파 발언

이경환 씨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기 전부터 MBN <아침&매일경제>, <뉴스와이드> 등에 고정 출연했습니다. 이후 이번 선거에서 미래통합당 고양시갑 지역의 후보로 공천을 받았고, 선거 결과 32.75%를 득표해 39.38%를 득표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패배했습니다. 이 씨는 선거 패배 후 6일 만에 채널A <정치데스크>(4/21)에 ‘변호사’로 출연했습니다. 철새 출연자들의 ‘종편 출연→출마→낙선→복귀’의 패턴을 그대로 보여준 것입니다.

 

낙선 6일 만에 종편 출연자로 복귀한 이 씨는 당일 방송에서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선자의 법정 출석 장면을 비판하며 문제발언을 했습니다. 이 씨는 최 당선인이 검찰 수사를 비판하자 검찰 입장에서 비판했는데요. 그런 시각을 기반으로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도 했습니다.

 

이경환 변호사 : 기본적인 마인드 자체가 검찰 자체에 대해서 너무 지나친 적대감이 있는게 아니냐. 물론 자신을 기소했기 때문에 싫어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피의자가 항상 저 정도로 표현하지는 않거든요. 또 다른 문제는 그런 자신감 속에는 아마 자신이, 불법적이고 정치적 기소라는 표현으로 이야기 되고 있는데, 아마 공소 사실에 대해서 스스로 무죄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무죄의 확신이 너무 커서 저렇게 주장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유죄임에도 불구하고 무죄인 것처럼 하기 위해서 저렇게 하는 것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검찰이 기소를 할 때는 증거 없이 기소를 잘 하지는 않습니다.

 

진행자 이용환 : 뭐가 있으니까 하겠죠.

 

이경환 변호사 : 그렇죠. 일반적으로 무죄 나온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확률적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95% 이상, 99% 이상 대부분 다 유죄가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아무 잘못을 한 것이 없다는 확신에 빠져서 마치 저렇게 표현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이런 문제가 있고요.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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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선 6일 만에 ‘변호사’로 출연해 문제 발언한 이경환 씨 채널A <정치데스크>(4/21)

 

이 씨는 이후 대담에서 최 당선인에게 “확신범에 가까운 상태로 무죄를 계속 주장하게 되면 오히려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이 돼서 비록 업무방해죄라고 하더라도 징역 내지는 금고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검찰의 기소는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유죄 판결을 가정한 채 최 당선인을 “확신범”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진행 중인 재판 다루며 일방에 불리한 ‘양형’ 거론…방송심의규정 위반 소지

시사 대담 프로그램이 재판을 다룰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일방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일방에 유‧불리한 방송을 해서는 안 됩니다. 방송심의규정 제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는 “방송은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당사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도 하죠. 피의자인 최강욱 당선자의 태도를 이유로 “확신범”으로 규정하며 “징역 내지는 금고 가능성”까지 거론한 이경환 씨 발언이 부적절한 이유입니다.

 

이 씨는 “95% 이상, 99% 이상 대부분 다 유죄”라는 검찰의 무죄율을 들어 최강욱 당선자가 불리하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마저도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올해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기소의 적법한 통제장치 필요성을 언급하며 ‘한국 검찰의 무죄율이 일본에 비해 높다’고 비판했습니다. 추 장관 발언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연합뉴스 <팩트체크/한국검찰, 일본에 비해 ‘무죄율’ 높다?>(2/14)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지방법원에서 선고가 이뤄진 형사재판 1심 기준으로 “무죄를 받은 사람 수(7천496명)를 유·무죄 피고인 합계(21만4천302명)로 나누면 무죄율은 약 3.5%”였습니다. “95% 이상, 99% 이상 대부분 다 유죄”라는 발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입니다.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무죄율 논의가 나온 배경에 우리 검찰의 부실한 수사, 무리한 기소 관행이 있다는 겁니다. 연합뉴스는 추 장관이 언급한 일본의 경우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무죄율은 0.216%”라면서 한국의 무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보여줬는데요. 이를 통해 검찰이 정교한 수사를 바탕으로 기소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경환 씨가 강하게 비판한 최강욱 당선자의 태도는 결국 검찰의 불법적, 정치적 기소를 강하게 비판한다는 것인데, 무죄율을 따져보는 취지는 오히려 최강욱 당선자의 검찰 비판 의견과 일맥상통합니다.

 

‘미래통합당 후보’가 6일만에 ‘변호사’로 둔갑…철새 출연자 이제 그만

선거에 낙선한 후보가 6일 만에 ‘변호사’로 출연했다는 점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특정 정당의 후보로 출마한 인물을 ‘객관적인 전문가’로 둔갑시킨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발언이 방송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문성, 객관성, 합리성, 품위 등 출연자 자질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경환 씨와 같이 종편에서 편향적인 발언을 일삼고 정당의 후보로까지 출마한 이들이 낙선하자마자 ‘변호사’, ‘교수’로 다시 등장하는 것만으로 종편의 객관성 부족이 입증되는 것입니다. 굳이 정파성이 뚜렷한 인물을 출연자로 삼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면 각 정당 인사를 숨기지 않고 출연시켜 정당간 논쟁을 마련하는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면 됩니다. 어째서 굳이 사실상 보도 기능을 하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특정 정당 인사를 ‘전문가’로 포장해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리는지 의문입니다.

 

‘종편 출연→출마→낙선→복귀’의 문제는 종편의 근본적인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종편은 그동안 모든 사안을 정파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주장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문제를 보여왔습니다. 그 근원에는 출연자의 정치적 편향성이 있습니다. 수차례 문제 발언으로 편향성을 드러낸 출연자들을 반복 섭외하는 것도 모자라 특정 정당 소속으로 출마까지 했던 인물을 전문가로 둔갑시켜 출연시킨다면 편향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객관성과 편향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종편은 철새 출연자의 섭외를 멈춰야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4월 21일 채널A <정치데스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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