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언론인 성범죄’ 연루 사건,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벌로 재발 방지하라
등록 2020.04.29 20:21
조회 252

SBS 앵커의 불법영상물 촬영, KBS 기자의 여성 후배 성희롱 사건, ‘기자 단톡방 사건’ 등에 이어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불린 집단성착취 영상거래 사건까지 언론인들의 성범죄 연루가 잇따르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국민의 거센 공분을 산 텔레그램 집단성착취 영상거래 사건에 현직 기자, 그것도 공영방송 MBC 기자가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경찰은 이달 초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가상화폐 계좌를 압수수색하던 중 현직 MBC 기자가 조주빈 일당에게 70여만 원을 송금한 내역을 포착하고, 해당 기자를 입건했다. MBC는 즉시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현재 해당 기자는 취재 목적이었다고 반박하며 ‘운영자가 신분증을 추가로 요구해 최종적으로 유료방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해당 기자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 취재 목적이 있었다면 사전이든 사후든 데스크에 취재 계획을 밝히고 승인을 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 신분증을 요구받아서 포기했다는 수준의 해명이라면, MBC 기자라는 지위가 들킬까 우려되어 ‘박사방’ 참여를 포기했을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버닝썬 게이트’ 당시 벌어진 ‘기자 단톡방’ 사건도 언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며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단체 대화방에서 취재 중 얻은 정보로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2차 가해를 일삼은 사건이다. 60여명이 참여한 기자 단체방에서 경찰이 12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1명만 약식기소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기소 또는 혐의없음으로 처리하며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성폭력, 디지털성범죄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여성에 대한 성범죄는 줄기는커녕 계속 증가하면서 죄질도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엔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과 수사기관의 솜방망이 처벌이 한몫하고 있다. 텔레그램 집단성착취 영상거래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보름도 되지 않아 600만 명을 넘은 것은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더욱이 사회 영향력이 크고 높은 윤리 의식을 요구받는 언론인의 책임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언론인의 잇따른 성범죄는 계속 ‘봐주기’ 처벌에 그치고 있다. MBC 현직기자의 텔레그램 ‘박사방’ 연루 사건과 ‘기자 단톡방’ 사건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처리하는 지는 앞으로 언론인 성범죄 사건에 대한 처벌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번 사건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벌이 중요한 이유이다. 경찰, 검찰 등 사법기관의 엄정한 수사와 더불어 언론사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언론인 성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언론 스스로의 윤리의식 제고와 성평등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언론인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올바른 성평등 인식을 갖도록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언론유관기관에서도 재교육을 적극 펼쳐야 할 것이다. 또한 언론사가 성평등, 성인지 관점의 취재와 보도를 강조하고 실제 적용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언론과 언론인 스스로 지금까지 성평등, 성인지 인식에 소홀했던 점을 통렬히 반성하고, 더 이상 성폭력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적극 나서는 것이 언론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 길이 될 것이다.

 

2020년 4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comment_20200429_020.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