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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뭐하니?] 최순실 대법원 선고 전날, 책 홍보해준 TV조선
등록 2020.06.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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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6월 10일 종편에서는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에게 사형을 집행해야 문명국가’라는 변호사의 주장과 정의기억연대 마포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사망 관련한 119 신고전화의 ‘차분한 목소리’를 강조하는 대담이 등장했어요. 황당하고 부적절한 주장이 많았는데요. 가장 황당했던 방송은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 책을 홍보해주는 듯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이었어요.

 

1.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사형을 집행해야 문명국가?

문명국가란 뭘까요? 18세기 후반 유럽 강대국의 식민지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며 등장했던 ‘문명국가’라는 용어가 21세기 종편 대담에 등장했어요.

 

채널A <뉴스A LIVE>(6월 10일)에서는 천안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에게 살인죄가 아니라 아동학대 치사죄가 적용된 이유를 놓고 대담을 했어요. 출연자 조상규 변호사는 법조인 입장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다면 살인죄와 아동학대 치사죄의 법정형이 동일하기 때문에 그렇게 법규를 적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어요. 그다음 조상규 씨 발언이 더 놀라운데요. 조 씨는 “형을 집행하지 않는 나라가 문명국가가 아니라 이런 사건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가 문명국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진행자 송찬욱 씨도 조 씨 발언에 당황한 듯 “개인의견이냐”고 곧바로 확인했을 정도였죠.

 

아동학대가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심각한 범죄라는 사실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문제와 별개로 사형제 폐지 논의는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사형집행 효과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 20세기부터 시작됐어요. 지금은 전 세계 2/3 이상 국가에서 사형제를 폐지한 상태죠. 우리나라도 1997년 이후 23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이고요. 조상규 씨가 우리나라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자고 주장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사형을 집행하자’보다는 ‘처벌을 강화하고 범죄를 예방하자’고 얘기해야 맞지 않을까요?

 

☞ 채널A <뉴스A LIVE>(6월 10일) https://muz.so/abMs

 

2. 마포쉼터 소장 죽음 관련 신고전화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포인트?

채널A <뉴스TOP10>(6월 10일) 진행자 김종석 씨는 마포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의 죽음을 119에 신고한 사람이 윤미향 의원의 보좌진이라고 전하면서 당시 119 녹취록을 읽어줬어요. 그리고 “여기서 어떤 포인트를 잡아봐야 합니까?”라고 질문했죠.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차분한 목소리라는 대목이 눈길이 가는데”라고 하더니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어요. 죽음을 알리는 신고전화에서 목소리가 차분한 게 뭔가 이상하긴 한데 ‘차분한 목소리’에 왜 눈길이 가는 건지는 본인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여기에 김종석 씨는 윤 의원 보좌관이 “수사가 한창 진행되는 중에 증거인멸을 하기 위해서 간 거 아니냐라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면서 근거 없는 야당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어요. 뿐만 아니라 하종대 채널A 보도본부 뉴스연구팀장은 마포쉼터 소장이 “단지 우울증을, 그 약을 먹었다는 것 빼고는 없다. 그냥 우울증으로 넘기고 갑자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결론 내리면 안 된다”며 장신중 전 강릉경찰서장이 제기한 의혹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어요.

 

채널A <뉴스TOP10>에서 이뤄진 대담은 모두 자살보고 권고기준에 어긋나는 내용이었어요. 119 녹취록을 그대로 보여주고 고인의 죽음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음모론을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반복해서 언급하는 등의 행위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심경을 배려하지 않은 잘못된 보도에 해당해요. 우리는 대체 언제쯤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제대로 지키는 보도를 볼 수 있을까요.

 

☞ 채널A <뉴스TOP10>(6월 10일) https://muz.so/abMt

 

3. 대법원 선고 전날, 최순실 책 홍보에 여념 없는 TV조선

6월 11일 최서원 씨에게 징역 18년‧벌금 200억 원의 형이 확정됐어요. 그런데 확정판결 전에 옥중에 있던 최서원 씨가 책을 냈어요. 대다수 언론은 이 소식을 전하며 최 씨가 반성보다는 억울함 호소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일부 언론은 그저 가십성으로 소식을 전하면서 오히려 책을 홍보해주는 듯했어요.

 

6월 5일에 이미 8분씩이나 최 씨의 책을 소개한 바 있는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최 씨의 대법원 선고 하루 전날인 10일에도 9분씩이나 최 씨의 책 이야기를 나눴어요. 진행자 엄성섭 씨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최서원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라고 하더니 불쑥 “최서원의 옥중 회고록이 또 관심이 굉장히 되고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어요. 이루라 기자는 “2쇄에 들어갔을 만큼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죠. 그러자 엄성섭 씨는 “출간된 지 며칠 안 됐는데 벌써 2쇄 찍고 있다고요?”, “그래도 2쇄, 요즘에 출판 시장이 그렇게 썩 좋은 상황은 아닌데”라며 감탄하듯 말했어요.

 

대법원 선고 하루 전날 최 씨 책이 잘 팔린다는 이야기나 하고 있어야 했을까요? 재판의 쟁점과 의혹, 1‧2심 결과 등에 대해 알려주는 게 시청자에게 더 유익하지 않았을까요? 어떤 시점에 어떤 뉴스를 선택해서 보도하는 지를 보면 그 프로그램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데요.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국정농단 주범의 대법원 선고 하루 전날 그 사람의 책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말하고 있던 거예요. 아! 참고로 이날 <보도본부 핫라인>은 최 씨의 전 남편 정윤회 씨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소식도 전했답니다. 휴.

 

☞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월 10일) https://muz.so/abMx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6월 10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 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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