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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검언유착 의혹’ 징계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
해임기자 개인일탈로 ‘조건부 재승인’ 위기 넘기려 하지 말라
등록 2020.06.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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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는 6월 25일 ‘협박취재 및 검언유착 의혹 사건’ 관련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취재를 담당한 이동재 기자를 해고하고, 이 기자와 취재를 함께한 백승우 기자에게 견책 처분을 결정했다. 직속 상급자인 법조팀장 배혜림 사회부 차장에게는 정직 6개월, 홍성규 사회부장에게는 3개월 정직을 내렸다. 정용관 보도부본부장과 김정환 보도본부장에게는 감봉을 결정했다.

 

그러나 핵심적 관련 증거가 잇따라 드러나고, 법무부가 주요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을 직접 감찰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발표된 채널A 징계결과는 그야말로 본질을 비켜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 모든 잘못을 취재기자 한 명에게만 떠넘긴 이런 징계는 핵심 쟁점인 ‘윗선 개입’ 비판을 차단하고, 조건부 재승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생색내기 징계일 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 검언유착 논란과 관련한 취재윤리 위반사건 실체가 드러나 중대 문제가 확인될 경우 채널A 재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채널A는 처음 사건이 알려진 3월 31일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취재윤리 위반행위를 인정했다. 특히 5월 25일 공개된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동재 기자의 직속 상급자이자 보도국 간부인 홍성규 사회부장과 배혜림 사회부 차장(법조팀장)은 당시 사건에 관하여 수시로 사전 보고를 받거나 취재방향 등과 관련된 지시 등을 내리면서 적극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이동재·백승우 기자가 2월 13일 부산고검 집무실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만나 ‘강요미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대화를 나눈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고, 협박취재가 이뤄진 2~3월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5차례 이상 통화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채널A 진상보고서에 담기지 않은 이런 사실에 관해 보도국 간부들이 보고받았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런데도 채널A는 회사의 조직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의 일탈이라고 주장하며, 같은 선상에서 인사위원회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이동재 기자는 “개인적으로 잘못했으니 혼자 책임지라는 식으로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한국기자협회 채널A 지회 역시 “특종과 단독 보도에 대한 심리적 압박 속에서 발생했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점검해야 한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규정지으려는 움직임도 경계할 것”이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국 언론사에 오점을 남긴 이번 사건에 대해 채널A는 언론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건 당사자들을 비롯해 보도국 간부 누구 하나 사과는커녕 일언반구의 언급조차 없다. 오히려 한국기자협회 징계과정에서 배혜림 사회부 차장과 홍성규 사회부장은 징계절차에 반발하며 회원을 탈퇴했다. 최종 책임자인 채널A 경영진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며, 회사의 무책임한 태도는 더욱 실망스럽다. 채널A는 메인뉴스 <뉴스A>를 통해 한 차례 사과를 표명했을 뿐이다.

 

2003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인터뷰 및 기사 조작사건’이 드러나자 4개 면에 사건경위를 자세하게 싣고 독자에게 사과했으며, 사태에 책임지고 편집인과 편집국장이 사임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6월 3일 흑인인권시위 진압에 군대를 투입하자는 기고와 관련, 해당 칼럼을 데스킹한 편집장을 경질했다. 미국 동부 일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6월 2일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 구호를 인용한 ‘건물도 중요하다’는 제목을 1면에 실었다가 논란이 일자 기자 44명이 공개항의 서한을 발표하고, 수석 편집장이 공식 사과한 뒤 물러났다. ‘언론의 자유’를 수정헌법 1조에 명시한 미국에서도 언론의 사회적 잘못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세계 꼴찌’인 이유는 채널A와 같은 무책임한 태도 때문이다.

 

채널A의 ‘꼬리자르기’ 징계결과는 검찰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채널A 임원과 보도국 간부들은 단지 취재단계 검증에 소홀했다는 책임만 질 것이 아니라 취재기자에게 불법적 취재를 지시하고 조직적으로 한동훈 검사장과 결탁했는지를 철저하게 수사 받아야 한다. 언론과 검사장이 불법으로 공모하여 취재원을 협박하고 특정 정치인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강요한 전대미문의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결코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

 

민언련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적 근거도 없는 피의자의 전문수사자문단 요청을 닷새 만에 전광석화처럼 수용하는 등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경고한 바 있다. 다행히도 법무부가 한동훈 검사장을 인사조치하고 직접 감찰에 나섰다. 윤석열 총장은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이번 사건 수사에 어떤 관여도 하지 말아야 한다. 검언유착 의혹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법무부의 엄정한 감찰을 거듭 촉구한다.

 

2020년 6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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