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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역 중인 성범죄자 ‘안희정’에게 ‘마이크’ 내준 언론
등록 2020.07.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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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지사였던 안희정 씨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 추행, 피감독자 간음 등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확정돼 복역 중인데요. 7월 4일 모친상을 당해 6일 일시 석방되었습니다. 안 씨 모친상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직함을 걸고 조화를 보내거나 조문을 했습니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언행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일었는데요. 이런 가운데 안 씨에게 마이크를 내어주거나 옹호한 언론도 있었습니다.

 

범죄 심각성은 축소하고, 성범죄자에겐 발언권 주고

MBN <아침&매일경제>(7월 6일)는 안희정 씨 범죄를 명확하게 소개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안 전 지사’로 호명하고, 일시 석방을 받아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는 안 씨에게 마이크를 내밀었습니다. 성범죄를 저지르고 복역 중인 안 씨에게 발언권을 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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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씨에게 마이크 내어준 MBN <아침&매일경제>(7/6)

 

<아침&매일경제> 출연진은 안 씨 범죄를 설명하거나 정치권의 조문 행렬에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범죄 심각성을 축소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했는데요. 먼저 조대진 변호사는 안 씨를 여권의 ‘아픈 손가락’이라 칭했습니다.

 

조대진 변호사 : 대부분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겠지만 지지자분들도 되게 안타깝고 아픈 손가락이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진행자 이상훈 : 아픈 손가락?

 

조대진 변호사 : 그렇죠. 어쨌든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서 지금 수감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때는 되게 유력한 여권의 잠룡 중에 한 명이었고.

 

진행자 이상훈 : 시간을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엄청난 위상이었죠, 정치적으로요.

 

조대진 변호사 : 그렇죠. 다음번 대통령은 ‘안희정이 될 거다’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현 상황이 지금은 정반대로 수감자의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듬어줘야 되지만 대놓고 보듬을 수는 없는 그런 안타까운 손가락의 위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은 안 씨 능력을 칭찬하더니 ‘자기관리를 못한 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 제가 2017년도에 문재인 후보와 경선을 하던 시절에 안희정 후보를 인터뷰를 했을 때 느낀 점이 아, 이분이 대통령을 위해서 공부를 굉장히 많이 했구나. 그리고 그 공부뿐만 아니라 경험도 많이 쌓았구나. 이게 인터뷰를 해보면.

 

진행자 이상훈 : 그렇죠.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 말을 해보면 이 사람이 외워서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몸에 체득한 것을 뿜어내는지 이것이 표시가 나는데.

 

진행자 이상훈 : 그 당시에 인터뷰한 언론도, 저도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질문을 하나 던지면 굉장히 많은 설명을 합니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 그렇습니다. 그런 것을 볼 때 아, 이 사람이 자신이 이미 소화된 것을 뿜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러면 이 사람이 국가 경영을 맡겨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당시에는 경선에서 패배를 했고 그 이후에 도지사직을 수행한 뒤에 더 나은 세계를 향해서 한 걸음 더 디딜 줄 알았는데 결국엔 자기관리에 실패했더라는 이야기죠, 그렇게 따지고 보면 지난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때도 모든 사람들이 목격을 했지만 공직자는 재능보다는 자기관리가 아닌가.

 

진행자 이상훈 : 자기관리?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 그렇습니다. 재능보다는 자기관리다. 자기관리만 잘해도 충분히 국가경영을 할 수 있고 그리고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을 텐데 재능만 앞세우다 보면 자기관리에 실패할 수 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을 한번 보십시오. 여러 사람들이 대통령이 아는 게 뭐 있느냐고 항상 비난도 하지만 자기관리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한 사람이잖습니까?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것이 국정수행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닌지 많은 공직자들이 자기관리만 잘 해도 적어도 90점 이상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한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한 보 더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지 않을까,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해봅니다.

 

조대원 정치평론가는 안 씨가 저지른 범죄가 정치권의 까다로운 검증 잣대를 적용해 문제가 된 것처럼 말했습니다.

 

조대원 정치평론가 : 최경철 편집위원님도 말씀하셨다시피 이렇게 오랫동안 검증받고 준비한 사람도 하루아침에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이렇게 낙마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정치권 외부에서 통합당 입장에서 보면 대권 후보를 여러 군데서 찾는다고 하지만 지금 보통 찾는 분들이 대중적으로 많이 이미지가 좋은 이미지로 알려진 분들을 갖다가 언급을 하다 보니까 백종원 씨 같은 분도 나오잖아요, 그런데 그 속을 들어가서 정치권의 검증 잣대로 특히 대통령 후보의 검증 잣대로 바라보면 이런 일들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고 그래서 참 쉽지가 않다. 그래서 안희정 지사를 간만에 관심을 갖고 보는데 어쨌든 개인적으로 불행을 당한 데 대해서는 참 조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미래통합당은 여권 ‘내 식구 감싸기’ 본받아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월 7일)에 출연한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안 씨 문제는 ‘옳고 그름’과 ‘성인지 감수성’을 떠나 정치적으로 볼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여권 인사들의 ‘내 식구 감싸기’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 정의당의 그 지적이 타당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적으로 위로를 하기 위해 보낸 거니까 직함을 떼고 이름만 했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뭐, 공감 가는 그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안희정 전 지사의 상가는 아무래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 아까 정의당이 이야기하는 지적이나 이런 성인지 감수성 이런 걸 떠나서 사실은 정치적으로 볼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점은 또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은데 예를 들어서 만약에 보수진영에 안희정 전 지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이 상을 당했다면 아마 그 상가에 얼마나 많은 통합당이나 보수 진영 인사가 갔을까요? 저는 저렇게 많이 가지 않았다고 봐요.

 

진행자 엄성섭 : 그건 뭐 추정입니다만.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 그 어떤 지금 저런 모임 자체가 어떤, 진보 진영이라고 할까요? 여기에 어떤 연대의식 같은 걸 말해주는 거거든요. 우리 같은 편이기 때문에 끝까지 좀 챙겨주겠다는 마음이고 그게 물론 너무 나가서 보면 최근 보면 일부에서 지적하는 대로 친문은 처벌받지 않는다,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 이런 식으로 잘못 나가긴 하지만 하나의 세력이 그 집권을 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끈끈한 연대감 같은 것이 필요한데 과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안희정 상가가 그런 걸 보여준 거 같고 미래통합당은 또 일부 의원들이 같이 문상하기도 했습니다만 정치적으로 그런 점, 배울 수 있는 건 배울 필요도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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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통합당이 여권의 ‘내 식구 감싸기’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7)

 

언론 자체가 스피커, 발언권 영향력도 생각해야

안 씨를 보듬어야 할 아픈 손가락이라 표현한 조대진 씨, 성범죄를 자기관리 실패 정도로 인식한 최경철 씨, 안 씨 범죄는 정치권의 까다로운 검증 잣대를 적용해 문제가 된 것이라는 조대원 씨, 안 씨 모친상의 정치권 조문을 본받아야 할 정치인의 의리 정도로 바라본 이도운 씨. 그런데 출연진 모두가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안 씨가 저지른 범죄에는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성범죄자도 모친상을 당하면 애도할 수 있습니다. 지인들은 개인 자격으로 슬픔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범죄자의 슬픔이 대다수 시청자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언론이 마이크를 내어주는 것은 온당한 일일까요? 권력을 가진 지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위로 메시지를 보내는 건 괜찮을까요? 피해자가 이 방송을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언론은 그 자체가 사회적 ‘스피커’입니다. 누군가에게 마이크를 건넬 때 누구 목소리에 어떤 권위를 부여하게 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7월 6일 MBN <아침&매일경제>, 7월 7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

* 출연자 호칭을 처음엔 직책으로, 이후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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