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 올인,언론의 비판이 필요하다

미중 갈등 속 우리 진로는 어디인가
한선범 (한국진보연대 대변인)
등록 2020.10.06 13:09
조회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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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중 갈등의 시대


현재 세계 정세의 핵심 중 핵심은 미중 갈등이다. 2030년 쯤 중국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고, 코로나 이후 추세는 더욱 빨라진다고 한다. 시간이 지난다고 중국이 자동으로 패권국이 되는 건 아니겠지만, 향후 50년이 미국과 중국의 격렬한 패권전쟁 시대가 될 것임은 확실하다.

 

중국을 막기 위한 미국의 견제는 극심하며 나날이 노골화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인상, 화웨이 등 중국 기업 제재, 중국을 배제한 경제블럭(경제번영네트워크) 추진 등 경제와 무역 부문까지 압박을 추가했다. 주요 외교·국방 전략으로 설정한 ‘인도·태평양전략’으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더욱 강화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정권이 변화하건 말건 상관없이 계속 강화된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다시 찾아온 ‘명청 교체기’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만나고, 주변이 강국으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에게 ‘외세와의 관계 문제’는 민족이 살아남느냐 소멸하느냐의 문제, 그 속에서 민중이 생존을 보장받느냐 끝없는 고통 속에 빠지느냐 문제이다.

 

명청 교체기, 등거리 외교를 추진하던 광해군을 몰아내고 “재조지은(再造之恩, 나라를 다시 만들어준 은혜)”, “반청복명(反淸復明, 청을 멸망시키고 명을 복원한다)”을 외쳤던 인조와 노론은 전쟁의 참화를 불러들여 나라를 풍비박산내고 삼전도의 치욕을 당했다. 그렇게 하고도 노론 정권은 실각하지 않고 계속 이어져 붕당정치를 넘어 세도정치로 퇴행하였다. 망해야 할 나라가 망하지 않고, 교체되어야 할 권력이 교체되지 않으면서 삼정의 문란, 민란, 외침, 망국으로 이어졌고 그 속에서 민중은 수백 년간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보기에 그 길은 ‘자주’, ‘등거리’, ‘중립’뿐이며, 현재 한반도의 조건에서는 ‘통일-영세중립화’뿐이다. 이러한 기회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평화체제 수립의 경로가 제시되어 있다. 우리는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6.15선언에 근거한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을 종료 및 해체하고 중립의 길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내야만 한다.

 

‘인조-노론’의 길로 가려 하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가고 있는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러한 길을 모색하고 있는가? 말로는 그렇다고 하지만 몸으로는 오히려 반대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 당시 강행한 제주 해군기지, 사드 배치를 그대로 유지했고 △트럼프가 하기 싫어한다고 했음에도 한미연합군사훈련 영구 중단과 이를 통한 북미-남북관계 진전의 계기로 삼지 않고 오히려 한국의 주장으로 연합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해외에서 미, 일, 호주 등과의 연합훈련을 늘렸으며 △미국이 중국 배제를 위해 한국을 G7+α(플러스알파)에 넣는다고 하니 이를 덥석 받아들였고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면 할 이유가 없는 원거리 작전을 위해 혈세를 들여 경항모, 핵잠수함 등을 만들겠다고 한다. 심지어 사거리 1000km 미 중거리미사일의 반입 문제까지 논의되고 있다. 마치 “재조지은(再造之恩)”을 운운하며 “반청복명(反淸復明)”을 외쳤던 인조와 노론처럼, 문재인 대통령은 “흥남철수가 없었다면 나는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 “한미동맹은 영원한 동맹”이라며 위험한 길을 가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우리나라는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지만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긴밀히 얽혀 있으며, 코로나 사태로 덮인 측면이 있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일로 중국이 가할 보복을 생각한다면 사드배치 당시 보복은 ‘맛보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한미동맹 올인’과 한국 경제는 이미 충돌하고 있다.

 

우리 편이어도 아닌 건 아닌 것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민주개혁 언론의 비전과 가치는 무엇인가? 미중갈등 대응에서 문재인 정부는 그에 부합하게 행동하고 있는가? ‘조중동’ 등은 ‘한미동맹 올인’이 신념이니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이미지와 허상에 근거해 “북한 추종”을 운운한다. 그렇다면 민주개혁 언론은 그러한 문 정부의 ‘한미동맹 올인’을 지지하는가? 그것이 촛불 민의인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그간 민주개혁 언론은 재벌, 부동산, 조국 사태 등 여러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의 잘못에 관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 편이어도 아닌 건 아닌 것’이고, ‘자꾸 아니게 되다 보면 상대편이 되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미중 갈등 속 우리의 진로는 민족, 민중의 운명이 걸린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이다. 박근혜 정부와 아무런 차이가 없는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 올인에 대해 민주개혁 언론이 강력히 비판하고, 제동을 걸고, 민의를 모을 여러 기획을 해나가며 분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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