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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무리한 채증’ 관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2014.9.4)
등록 2014.09.04 15:50
조회 776

 

 

 

조중동, 경찰의 불법 채증 논란에 침묵 

방송도 JTBC만 보도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노숙농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이를 지지하는 각계 인사들과 시민의 동조단식과 집회가 광화문 농성장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장마다 경찰의 불법 채증이 난무하고 있다. 경찰은 집회마다 나타나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으며, 심지어 허가받은 장비가 아닌 개인 스마트폰까지 사용하고 있다. 

 

  채증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위법사항 관련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사진‧동영상을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경찰청 예규인 ‘채증활동 규칙’에는 ‘채증은 각종 집회·시위 및 치안 현장에서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촬영, 녹화, 녹음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99년 대법원 판례에는 “법원으로부터 받은 영장 없이 이뤄지는 채증의 경우 불법행위가 행해지고 있거나 행해진 직후, 증거보전 필요성‧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4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채증활동 규칙’에 대해서 “채증이 필요한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확대 해석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동의를 구하지 않는 채증은 초상권 침해 우려도 있다. 또 채증을 당한 사람에게 정보를 정정·삭제할 수 있는 권리도 주어지지 않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 때문에 “경찰이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영장 없이 채증을 하려면 불법행위가 진행 중이거나 끝난 직후,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헌재 판례와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현재 경찰이 세월호 농성장 및 집회 현장에서 영장 없이 채증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은 시민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이다. 이러한 내용을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조중동은 역시나…0건! 

 8월 1일부터 9월 3일까지 신문의 ‘경찰 채증과 무리한 대응’ 관련 기사를 모니터한 결과 경향신문이 이 사안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은 8월에 2건, 9월에 4건으로 총 6건의 기사를 실었다. 특히 9월에는 관련 기사를 1,3면에 실어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8월과 9월에 각각 1건씩 총 2건을 보도했다. 

  반면 조중동은 경찰의 불법 채증 관련 내용을 단 한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국정원의 ‘유민아빠’와 주치의 이보라 씨에 대한 사찰 의혹이 불거졌을 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조중동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다. 시민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마저 정치적인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경향신문, 경찰의 불법 채증 문제를 집중 분석하고 1면 배치 

  경향신문은 9월 1일자 신문에서 2건의 기사를 통해 경찰의 불법채증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1면에 배치한 <불법 찍는다며… 집회 채증 남발>(9/1, 1면, 박흥두 기자)에서 경향은 “경찰의 집회‧시위 참가자 채증 촬영이 2010년 이후 해마다 1000건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가족과 시민들의 농성이나 추모집회를 상대로 벌인 채증도 200건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어 ‘명백한 불법 행위’만 채증 하도록 제한한 1999년 대법원 판례와 국가인권위 권고가 있음에도 “경찰이 채증을 ‘정권 비판 차단용’으로 불법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실에서 제시한 자료와 ‘경찰 채증자료 현황’ 그래프 등을 통해 경찰의 불법채증 현황을 상세히 전달했다. 또한 경찰이 세월호 집회에서 시민과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나 불법 행위가 벌어지기 전에 촬영을 하고, 길을 지나가던 시민들도 채증을 당하고 있으며, 이 모든 행위가 영장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리고 “경찰이 스스로 위법 행위를 하고 있다”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을 덧붙였다. 

 

 

 

  이어진 3면 기사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 정부 비판 차단용 무기로>(9/1, 3면, 박흥두 기자) 에서는 ‘세월호 관련 집회 체증 현황’을 표를 통해 제시했고, 경찰청 정보국이 채증의 법률적 근거로 드는 3가지 법 조항을 열거한 후 “이들 법 조항 어디에도 채증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채증장비 규정이 명확히 없어 “교통체증상황을 점검하는 폐쇄회로TV도 집회 채증에 이용”되는 것과 “채증당한 사람이 채증 자료를 열람하거나 정정‧삭제할 수 있는 권리”가 규정에 없음을 들어 경찰청 정보국에서 제시한 ‘채증의 법률적 근거’를 반박했다. 이어 “채증은 박근혜 정부의 집회‧시위 엄단 기조와 맞물려 급증하는 추세다. 세월호 집회 등에서 집회‧시위를 억압해온 강신명 서울청장이 최근 경찰청장에 부임하면서 우려도 커진다”고 말했다. 또한 채증 카메라를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에 ‘가만히 있으라’고 억압하는 도구”로 규정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발언을 빌어 기사 논조에 힘을 더했다.  

  

경향신문은 8월에도 <세월호 집회 경찰 대응 갈수록 강경 유가족까지 물리력 동원해 강제 해산>(8/14, 10면, 박은하 기자), <청와대 파견=서울청장 승진 공식 구은수 내정에 경찰 내부서도 비판>(8/30, 9면, 박홍두 기자)을 통해 경찰의 불법 채증이 자행되고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한겨레, 채증 명시한 ‘헌재의 1인 시위 매뉴얼’ 폭로

 

  한겨레는 <헌재의 두 얼굴>(9/2, 8면, 노현웅 기자)에서 헌재의 ‘1인 시위 대응 매뉴얼’ 내용을 폭로했다. 기사는 “1일 <한겨레>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헌재의 ‘1인 시위 매뉴얼’을 보면, 헌재는 1인 시위를 헌법기관에 대한 ‘떼쓰기’로 인식하고 경찰에 신고 등의 단계별 대응책을 세워놨다”고 전했다. 이어 헌재가 릴레이 시위 등 ‘변형 1인 시위’에 대해 “피켓과 사진, 현수막 등 시위용품과 현장을 사진 촬영해 채증”하라고 명시한 내용도 보도했다. 기사의 부제도 “정문 앞엔 1인시위 배려 ‘차양막’, 뒤에선 사진 채증”이었다. 

 

  또한 한겨레는 <사진/길을 열어주세요>(8/30, 2면, 김형석/금속노조 편집국장)에서 경찰의 불법 채증이 자행되고 있음을 전했다.  

 

 

방송 저녁종합뉴스 중 JTBC <뉴스9>만 경찰 채증 문제 보도해

 

  한편 방송 저녁종합뉴스는 같은 시기에 JTBC만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JTBC는 <‘경찰의 현장 촬영’ 적법성 논란>(9/2, 윤샘이나 기자)에서 경찰의 채증 문제를 다뤘다. 보도는 경찰이 청와대 앞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버스에 타려는 시민을 막아서자, 이에 항의하는 한 시민이 바닥에 눕고 경찰이 바닥에 누워있는 시민의 얼굴을 찍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기자는 “이때 경찰이 시민을 촬영한 것이 정당한 공무집행인지를 놓고 법적 다툼이 벌어졌”다고 보도하며 민변 권영국 변호사와 경찰의 입장을 함께 실어주었다. 이어 기자는 “경찰의 채증 기준은 대법원 판례를 거스른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대법원 판례와 인권위 권고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 보도 이외에 어느 방송사 종합뉴스에서도 경찰의 무리한 불법채증을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 인권침해 외면하는 언론, 저널리즘 실종

  세월호 참사 이후 피해자인 유가족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에 대한 권력기관의 불법 사찰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45일간 단식했던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주치의 이보라 씨를 국정원이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8월 29일 서울시에 국회의원 요구자료 명목으로 공문을 보내 이보라 씨의 노조 경력과 당적 등 주요 이력, 서울동부병원 근무 경력과 직위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JTBC는 <노란 리본·문구만 달아도 통행 차단…경찰 과잉대응 논란>(9/3, 윤샘이나 기자)에서 세월호 집회 참가에 대한 경찰의 과잉대응을 보도했다. 리포트는 천주교 사제와 신도들이 ‘세월호 참사 천주교 단식 기도회’라고 적힌 몸자보를 달고 깃발 없이 구도호 외치지 않고 그냥 이동 중이었는데 경찰이 이를 시위로 판단해  길을 막아버린 장면을 보여주며 경찰의 과도한 단속을 지적했다. 이어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몸 자보를 하고 이동하는 것을 집회‧시위로 볼 수 없다. 집회‧시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헌법은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보장하고 있”다고 인터뷰한 내용과 대법원이 2011년에 “금지된 집회나 시위를 하더라도 명백한 위험이 나타나지 않으면 해산을 명령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한 내용을 실어 보도에 힘을 더했다. 단식 기도회 참가자들이 경찰이 시민의 행동 자유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사실도 전달했다. 

 

 

 

  경향신문은 <‘미신고집회 해산명령’ 남발하는 경찰…대법 판결도 무시>(9/4, 8면, 박홍두 기자)에서 경찰의 해산명령 발동은 사법기관 판례들과 정면 배치된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어 “지난 5~6월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집회마다 미신고집회 해산 명령을 발동”했고, “두 달간 7명을 구속하고 348명을 불구속 입건…‘가만히 있으라’ 시위 참가자들은 광화문 일대를 행진하다가 무더기로 연행됐다. ‘토끼 몰이식’ 진압 작전을 벌인 경찰은 길 가던 시민, 고교생까지 끌고”간 사실들을 나열했다. 또한 “헌법은 집회‧시위의 신고제만 규정할 뿐, 허가제는 금지하고 있다. 미신고 집회 해산명령은 경찰이 법원판단도 무시한 채 자기 입맛대로 법 조항을 해석한 것으로 사실상 집회를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한 헌법재판소 관계자의 발언을 빌어 경찰의 과잉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리고 “결국 경찰이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틀린’ 법 해석을 갖다 쓰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한 한상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언을 실어 논조에 힘을 더했다.

  

한겨레는 <사찰·진압…당정청, 세월호 유족· 시민 ‘공안사범’ 다루듯>(9/3, 5면, 송호균‧김규남 기자)에서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시민을 ‘공안사범’ 다루듯 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실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요구에 대응하는 당‧정‧청의 역할 분담은 마치 공안사건의 그것처럼 전개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경찰의 미행과 사찰, 유가족들을 돕는 이들에 대한 정보기관의 사찰 의혹은 공안기관들이 파업과 세월호 사건을 동일선상에 놓고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미 정쟁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월호 논란으로 인한 사회적 분열은 결국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조성대 한신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 “정권 주변의 ‘공안 마인드’로 접근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사회 통합’ 측면에서 세월호 문제에 직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 헌재, 국회의원 등 국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낮은 인권의식을 가지고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일으키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언론은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특히 세월호 집회 현장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되고 있는 경찰의 불법채증에 대해 언론은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주요 언론들이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이며 저널리즘의 실종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2014년 9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