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국보법, 한미동맹 외면 현상 심각하다

대중매체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데… 
고승우(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등록 2021.03.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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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pixabay)

 

대중매체의 교과서적 의미를 보면 사회의 목탁, 소금, 전문적 구경꾼 등 그 역할이 여러 가지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려면 기본적으로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매의 눈으로, 그리고 비둘기와 같은 부드러운 감정으로 사회를 살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는 대중매체의 역할이 매우 힘들어졌다. 살피고 머리를 굴려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지고 깊어졌기 때문이다.

 

대중매체는 사회의 변화를 항상 주시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사회처럼 빛의 속도로 급변하는 사회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어제의 지식이나 전문성이 오늘이나 내일에도 적용되고 사회적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대중매체는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중매체는 사회 변화도 예측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가 어떤 상태인데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뿐 아니라 외국의 사례를 보면서 지나치거나 부족함이 없게 설명하고 추정도 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대중매체는 불가의 일부 가르침과 닮았다.

 

불가의 가르침과 대중매체의 닮은 부분

 

불가에서는 세상만사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항상 살피고 공부하라고 가르친다. 이른바 ‘제행무상 용맹정진(諸行無常 勇猛精進)’이 그것이다. 이는 득도했다는 고승에게도 해당한다. 오랜 수행 참선 끝에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오도송(悟道頌)을 외치면서 열반의 경지에 올랐다 해서 그 다음날부터는 참선도 하지 않고 놀고먹으면 되는가? 아니다. 이른바 큰 스님도 천지만물이 변하기 때문에 계속 열심히 공부하라는 계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득도했던 당시의 세상만물, 즉 환경이 변하고 본인도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경지를 향해 정전하라는 것이다.

 

대중매체가 불가의 가르침과 유사한 점이 이 부분이다. 사회가 변하기 때문에 대중매체가 항상 깨어있어야 하고 계속 사회를 살피면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지식, 경험에 안주하거나 얽매여 있어서는 제대로 역할을 하는 대중매체는 한심한 존재로 전락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중매체는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있다. 정보화 기기와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정보를 생산, 유통, 소비하는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것은 대중매체의 전문성이 왜소화되면서 전통적 저널리즘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대중매체는 사회지배구조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권력이었다. 정보생산에서 배타적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었다. 대중매체는 기사를 생산하는 전문기관이고 그 생산 과정에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떤가. 인터넷을 통한 갖가지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등장해 정보생산과 유통, 소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거대 포털과 플랫폼이 공룡이 되어 정보 유통 부분을 장악하면서 정보 생산 주체인 대중매체의 위상이 쪼그라들고 있다. 오늘날 유튜브는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디어가 되었고 온갖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등이 난무하면서 전통적 대중매체는 큰 혼란에 빠져 있다.

 

공익, 공공정보 생산으로 활로 개척해야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중매체를 상대하지 않고 트윗으로 유권자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백악관을 차지했고 통치 과정에서 수많은 가짜뉴스를 퍼뜨려 구글, 트윗 등에서 퇴출당하는 신세가 됐다. 그는 대선에 패한 뒤에도 근거 없이 부정선거 주장을 하거나 지지자들에게 선거 불복 행동을 하도록 부추겨 미 의사당이 난장판이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내란 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두 번째 탄핵을 당한 트럼프는 2024년에 또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트럼프는 대중매체와 정치의 전통적인 관계에서 일탈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대중매체들은 보도에 앞서 팩트 체크를 우선하는 작업을 일상화하고 있다. ‘사람이 개를 문다’는 식의 정보라 해서 기사로 대접하지 않는다. 반드시 진위와 사실관계를 확인하다. 이는 대중매체의 활로 개척이 공익, 공정정보를 생산하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 이 나라 대중매체는 어떤가. 여러 문제가 중첩해 있지만, 그 심각성을 아직도 절감치 못하고 있는 듯하다. 시청료를 올려달라는 KBS의 경우 상업방송과 얼마나 차별성이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어린이를 성인 프로에서 소비하거나 다른 방송 베끼기, 막장드라마는 여전하다. 막대한 국고보조를 받는 국가기간통신사 또한 언론 도매상에서 벗어난 소매상 영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른바 진보라고 자임하는 매체는 보도공간을 좁히고 왜곡시킨 국가보안법과 군사적 주권 문제가 심각한 한미동맹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여전하다. 오늘날 동북아에서 신냉전 시대가 시작될 기미를 보이고 미중관계, 남북관계 등이 과거의 잣대로 판단하고 설명해서는 곤란한 지경인데도 이들 매체는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이래서는 그 미래가 어찌 될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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